그리스 철학의 탄생은 책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지점과 일치하는데, 이는 우연이 아니다. 전통적인 이야기에 널리 알려져 있고 기억하기 쉬운 구어에 반해, 문자는 독자가 차분하게 사유할 수 있는 복합적인 언어를 창조할 수 있게 해줬다. 더욱이 음유시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일에 비해 책을 손에 들고 읽는 일은 비판정신을 기르는데에 도움이 됐다. 때로 읽기를 멈추기도 하고 재독하기도 하며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P170

기원전 5세기에서 4세기에는 그전에 없던 인물인 
서적상이 출현한다. -177쪽

기원전 5세기 말에는 후에 돈키호테로 형상화되는 ‘책벌레‘를 조롱하는 전통이 시작됐다 -178쪽

아테네의 서적상들은 해외 고객들도 상대했다. 그렇게 책이 수출 되기 시작했다. 그리스 외부의 세계는 아테네에서 생산된 문학, 특히 당시에 가장 애호되던 비극 작품을 원했다. -178쪽 - P177

교양을 추구하던 2세기의 누군가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가치있는 유일한 일은 교육이다. 
그 외의 모든 재산은 인간적이고 작으며 노력하여 추구할 만한 가치가 없다. 
귀족이라는 타이틀은 고대인들의 유물이다. 
부(富)는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운명의 선물이다. 
영예는 불완전하다. 
아름다움은 순간적이며 육체는 불안정하다. 
육체는질병과 노화에 스러질 수밖에 없다. 
오직 교육만이 영원하고 성스러운 것이다. 
지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회춘하면서 
과거의 지혜에 새로운 것을 더해가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폭풍우 같은 전쟁도 
누군가의 앎을 빼앗지는 못한다." - P184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현자들의 위대한 독창성은 과거에 대한 사랑에 있지 않다. 그들을 선각자로 만든 것은 잉크와 파피루스로 만들어진, 따라서 망각의 위협에 놓인 <안티고네>, <오이디푸스>, <메데이아>가 수 세기에 걸쳐 여행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이야기들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들의 손에 이를 때까지.
그리하여 우리의 저항을 일으키고, 때로 어떤 진실은 고통스러울 수 있음을 일깨우고, 우리의 가장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우리가 진보의 자녀라는 지위에 너무 오만해질때마다 찬물을 끼얹어줄 수 있도록, 그 이야기들이 여전히 우리에게 의미 있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들은 처음으로 미래의 권리, 
즉 우리의 권리를 숙고한 사람들이었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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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다.
어제 읽으며 그어둔 부분을 다음 날 다시 읽는다.
내가 어제 이런 부분에 빠졌구나, 오늘 읽어도 역시나 좋구나 하는 때가 많다. 오늘 새벽에도 어제 읽은 부분을 다시 보았는데, 밑줄이 너무 많다. 이러다 다 긋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 픽 웃음이 났다.

그 책이 찾던 독자가 나라는 것도(133쪽),
책이 기억과 상상력의 확장이라는 말도(155쪽)
독자가 글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문장도(156쪽)

모두 맞다.

다 자란 지금도 책에 대한 내 감성은 자아도취적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나를 파고들 때, 
그 말들이 비가 되어 나를 적실 때, 
이야기가 고통스럽게 다가올 때, 
책의 작가가 내 삶을 바꿔버렸다고 느껴질 때,
나는 그 책이 찾고 있던 독자가 바로 나라는 것을 다시금 믿게 된다. - P133

알파벳의 발명은 상인에게 영향을 줬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구술의 현혹에서 벗어나 글을 통해 
전통적 역사에 접근할 수 있도록,
그래서 그 역사를 의심할 수 있도록 했다. 
바로 거기에서 비판 정신과 글로 쓰인 문학이 태어났다. 혹자들은 자신의 감정에 대한, 종교적불신에 대한 삶의 비전에 대한 흔적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하여 책은조금씩개인적 표현의 매개체로 변해갔다.  - P141

기원전 5세기 아테네에서 책이 상업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했으나 독서가 이상한 일로 여겨지지 않았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대가 올 때까지 1세기를 더 기다려야 했다.  - P151

"인간이 창안한 다양한 도구 중 
가장 뛰어난 것은 책이다. 
나머지는 인간의 몸이 확장된 것이다. 
현미경과 망원경은 시각의 확장이며, 
전화는 목소리의 확장, 
쟁기와 검은 팔의 확장이다. 
그러나 책은 사뭇 다르다. 
책은 기억과 상상력의 확장이다."

-보르헤스 - P155

글로 쓰인 말이 죽은 기호이자 환영이며 구술성의 사생아일지는 모르지만, 독자들은 글로 쓰인 말에 생명을 불어넣을 줄 안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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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불균형과 불완전함이 
삶의 원리임을 받아들이는 것, 
그럼에도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하는 것,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것만이 가능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태린은 그것이 계속해서 다음 세대로 이어질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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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전의 시대에 문학은 순간의 예술이었다.
구술은 그 자체로 유일한 것이었다.
......

당시에는 예술적 독창성의 권위가 없던 시대였다. 
개성의 표현은 글쓰기의 시대에 속한다.
- P116

기원전 8세기 후반에 새로운 발명품이 세상을 조용히 바꾸고 있었다. 기억, 언어, 창작 행위, 사고방식, 저작권 문제, 지식과 과거를 변화시킬 혁명이었다. 변화는 더뎠지만 혁신적이었다. 

알파벳이 나온 이상, 과거로 회귀는 불가능했다. - P117

시를 글로 쓴다는 것은 텍스트를 영원히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행위였다. 말은 책에서 결정체가 되어버린다. 그들은 여러 버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버전을 골라야 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노래는 성장하고 변화하는 살아 있는 조직이었다. 그러나 글은 그 노래를 석화할 터였다. 따라서 하나의 버전을 골라낸다는 것은 나머지 버전을 희생하는 것이었으며 동시에 최종 버전을 파괴와 망각으로부터 지켜내는 일이었다. - P118

그리하여 문학은 사방으로 확장되는 자유를 누리게 되었으며 기억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다. 주제와 관점도 자유로워졌다. 전통적 형식과 아이디어에 유착된 구전성과달리, 문자로 된 글은 독자에게 미지의 지평을 열어줬다. 

독자가 고요한 상태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흡수하고 사색할 시간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책에는 기발한 주장, 개인적 목소리, 전통에 대한 도전이 담겼다.

구전성이 사라지자 언어는 건축적 개편을 경험했다. 문장은 새로운 논리 구조로 형성됐으며 어휘는 훨씬 추상적으로 변했다. 또 문학은 시의 규율에서 벗어나게 됐다.  - P127

산문은 사건과 논리의 세계를 보여주는 놀라운 매개물이되었다. 혁신적인 표현들은 사유의 공간을 확장했다. 그로 인해 관점도 확장됐고, 이는 역사와 철학과 과학의 출발점이 되었다.

....

세계를 생각하는 일은 책과 독서를 통해 가능하다. 
다시 말해, 급류처럼 흘러가는 말을 들어서가 아니라 
말을 보고 그 말을 천천히 숙고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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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그 뭉치를 세세히 조사했어. 인간에 대해 학습할 때, 늪에 던져진 인간을 소화할 때, 그리고 인간의 언어를 배울 때 말이야. 그리고 결론을 내렸어. 자아란 착각이야. 주관적 세계가 존재한다는 착각. 너희는 단 한 번의 개체중심적 삶만을 경험해보아서 그게 유일한 삶의 방식이라고 착각하는 거야. 우리를 봐.우리는 개체가 아니야. 그럼에도 우리는 생각하고 세상을 감각하고 의식을 느껴. 의식이 단 하나의 구분된 개체에 깃들 이유는 없어. 우리랑 결합한 상태에서도 너희는 여전히 의식을 지닐 수있어.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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