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전의 시대에 문학은 순간의 예술이었다. 구술은 그 자체로 유일한 것이었다. ......
당시에는 예술적 독창성의 권위가 없던 시대였다. 개성의 표현은 글쓰기의 시대에 속한다. - P116
기원전 8세기 후반에 새로운 발명품이 세상을 조용히 바꾸고 있었다. 기억, 언어, 창작 행위, 사고방식, 저작권 문제, 지식과 과거를 변화시킬 혁명이었다. 변화는 더뎠지만 혁신적이었다.
알파벳이 나온 이상, 과거로 회귀는 불가능했다. - P117
시를 글로 쓴다는 것은 텍스트를 영원히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행위였다. 말은 책에서 결정체가 되어버린다. 그들은 여러 버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버전을 골라야 했다.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노래는 성장하고 변화하는 살아 있는 조직이었다. 그러나 글은 그 노래를 석화할 터였다. 따라서 하나의 버전을 골라낸다는 것은 나머지 버전을 희생하는 것이었으며 동시에 최종 버전을 파괴와 망각으로부터 지켜내는 일이었다. - P118
그리하여 문학은 사방으로 확장되는 자유를 누리게 되었으며 기억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졌다. 주제와 관점도 자유로워졌다. 전통적 형식과 아이디어에 유착된 구전성과달리, 문자로 된 글은 독자에게 미지의 지평을 열어줬다.
독자가 고요한 상태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흡수하고 사색할 시간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책에는 기발한 주장, 개인적 목소리, 전통에 대한 도전이 담겼다.
구전성이 사라지자 언어는 건축적 개편을 경험했다. 문장은 새로운 논리 구조로 형성됐으며 어휘는 훨씬 추상적으로 변했다. 또 문학은 시의 규율에서 벗어나게 됐다. - P127
산문은 사건과 논리의 세계를 보여주는 놀라운 매개물이되었다. 혁신적인 표현들은 사유의 공간을 확장했다. 그로 인해 관점도 확장됐고, 이는 역사와 철학과 과학의 출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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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생각하는 일은 책과 독서를 통해 가능하다. 다시 말해, 급류처럼 흘러가는 말을 들어서가 아니라 말을 보고 그 말을 천천히 숙고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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