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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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이 내려와 산 그림자를 집어삼키고 잰 걸음으로 집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저녁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 허기진 배를 문지르며 조금만 기다리라는 주문을 걸었던 결핍의 청소년기가 떠오른다. 식구들이 두레밥상에 둘러앉아 밥숟가락에 집중하며 보리밥을 먹느라 손을 재게 움직일 때 이른 저녁을 물린 친구들은 그들만의 노래로 친구들을 불러 모아 함께 놀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던 한여름의 열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라 미소 짓게 한다. 낮 동안 세상을 환히 비추던 태양은 빛을 잃고 암흑 세상으로 바뀌면 부끄러움이 많아 서로 내외하며 거리를 두었던 동네 친구들은 골방에 모여 감자 삶은 그릇을 끼고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우리들만의 향연 속으로 빠져들었다.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이더라도 늘 화합하며 조화로운 결혼 생활을 잇기가 힘들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상대에 대한 기대를 낮추지 않는 가운데 바벨탑을 쌓으려는 이들이 늘어날 때 남녀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우연이 필연을 낳아 숙명처럼 결혼하고 부부의 연을 맺고 사는 이들 중에는 상대의 배신으로 약속을 파기하고 새롭게 출발하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회의에 젖을 때가 있다. 결혼 생활 동안 배우자를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가운데 또 다른 배신의 조짐은 가까이에서 일어날 수 있음을 감지하며 감각조차 묻어두고 지내야 할 때가 있다. 아델이 재혼한 필립이 혜성을 찾아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것은 어쩌면 결혼에 따른 관성의 법칙을 파기하고 싶은 욕망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또 다른 배신을 잉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길 위에 서서 목적지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의 우연한 만남이 연애로 이어져 한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테디는 스무 살 연상의 소설가와 연애하였지만 상대가 등을 돌림으로써 연애는 끝이 났고 영화 제작자로 자리를 틀어 수영 코치 켁을 조연으로 발탁한 뒤 그와의 사랑을 시도하지만 피상적인 관계로 끝이 나버릴 사랑처럼 비춰진다.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부나비처럼 욕정에 끌려 애착하다 스러져가는 치명적 사랑은 허탈하면서도 장렬한 최후를 배태하고 있는 셈이다.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여 더 이상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숙명적인 끈으로 묶여 한 공간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사랑의 결정체로 흔적으로 남은 자식을 낳아 기르며 불화할 때도 있지만 하나의 시선으로 최고의 선을 지향하는 삶을 꿈꾸며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가운데 일상을 보내려 한다. '나의 주인, 당신'에서는 함께 생활하는 남편을 주인으로 여기며 살기보다는 가슴 속에 품고 사는 이를 향한 그리움에 달떠 지금껏 살아온 인생은 무의미한 것이라 치부하는 게 두려운 여인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다른 것들을 욕망해 왔다. 시적 영감으로 정서를 표현하는 시인 브레넌의 모습에 끌려 금단의 영역인 그의 집을 찾아나서는 아내의 행동을 진솔함을 위선으로 덮고 살았던 이들이 부도덕하다고 질타하기에는 불편함이 따른다. 허상에 지나지 않는 껍데기를 벗고 거울에 비친 자신을 들여다보는 순간 한 마리 개는 워렌을 주시하며 앉아 있다. 남편에게 자신을 그만 놓아 달라고 간청하지만 쉽사리 그 약속을 파기할 수 없다는 남편의 단호한 태도는 그녀의 마음까지 짓누르고 말았다. 시간이라는 연속선에서 잊히지 않을 것이 없겠지만 워렌은 가슴 속 주인을 떨쳐버릴 수 없어 그의 행방을 찾아 상상하며 또 다른 욕망을 꿈꾸며 스스로를 위로할는지도 모른다.

 

 

   거칠면서도 매력적이고, 세련되면서도 실용주의를 지향하는 도시 뉴욕은 자본과 열정이 가득한 꿈의 도시임을 입증이라도 하듯 정유회사에 투자하였다 큰돈을 손에 넣은 제인은 암 4기로 죽음을 향해 다가서는 불운이 닥쳤다.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며 편안한 삶을 잇는 것처럼 보이지만 악재는 주위를 뒤덮고 마는 어둠처럼 아무런 경고도 없이 다가와 심각한 양상을 낳을 때가 있다. 그녀는 남편사이에 아이를 갖고 싶어 배란일을 맞추기도 하지만 버닝은 다음에 가지면 될 것이라 말하며 시간을 유예하지만 그녀에게 다음은 보장되지 않은 미래일 뿐이니 안타깝기만 하다. 돈이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즐기며 살아가려고 하지만 현실은 마음처럼 이뤄지지 않는 것도 많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배우자를 절망으로 몰고 가는 장본인으로 남는 '뉴욕의 밤'을 자처한다. 취향이 다른 이와 결혼하여 상충하면서 결혼 생활이 고행이라며 결혼할 때 취향이 동일한 이를 찾아야 한다며 성격까지도 꼭 고려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 이들이 늘어난다.

 

 

  20년 남짓한 결혼 생활을 돌아보면 자신이 원하는 배우자의 모습으로 고치고 다듬어 살겠다는 다짐은 애초에 품어서는 안 될 것이며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 판단될 때가 있다. 원만한 결혼 생활을 위해 해서는 안 될 일 중 하나가 배우자 외의 사람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것일진대 데스와의 관계를 그만 두라고 애원하는 아내의 간절한 바람을 도외시하였다. 상대를 기만하고 불륜 행각을 벌이는 배우자에게 '포기'하라고 종용했지만 욕정에 눈이 먼 상대를 고치는 일보다는 결혼할 수 없는 사람을 따라와서 겉도는 삶을 살았던 지난 시간을 청산하는 게 빨랐다. 찰랑거리는 머릿결 사이로 보이는 '귀고리'는 여성의 매력을 발산커할 때가 있다. 사랑의 신표로 선물을 주고받는 것 중 귀고리는 몸에 밀착되어 함께 하고 싶은 바람을 담아 상대에게 선물하며 사랑의 증표로 남기고 싶은 소망의 신물로 기능할 때가 있다. 재혼한 부인에게 선물한 귀고리를 잠깐 빌리려 했던 일이 파티에까지 귀고리를 착용한 채로 참석한 정부는 나이 든 장인과 비교적 젊은 사위가 팸을 함께 탐하였다는 사실이 현실로 드러났을 때 받은 상처는 컸지만 여전히 팸은 또 다른 남성을 만나 욕정을 풀어내느라 어젯밤에 있었던 당혹스러움은 망각의 강으로 흘려 보내버린 듯하였다.

생기발랄한데다 유연한 몸놀림으로 주변을 밝게 했던 스물다섯의 노린은 아서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던 시절을 보내던 시간이 지속될 것이라 믿었던 기대와는 달리 그는 이별을 통보받고 실연의 아픔에 휩싸였다. 지난밤의 추억은 가슴속에 쟁여두고 본연의 일에 충실한 아서의 마음을 돌이키고 싶은 욕심에 그녀는 그를 찾았지만 기억 속 그녀와 멀어진 모습에 환멸감만 더했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어. 당신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 약혼했어.’

한때는 인생을 가득 채웠던 사랑의 대상을 따돌리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아서의 씁쓸함을 담은 플라자 호텔은 이기적인 사랑의 일면을 보여준다.

 

 

   병에 걸려 고통 속에 하루하루 인간의 존엄성을 잃어가는 아내 마리트의 자살을 돕기 위해 남편은 용기를 내어 그녀의 마지막 가는 길에 동행하였다. 지난 시절 함께 했던 추억을 회상하며 와인을 마시고 그 맛을 음미하며 죽음의 공포를 잊으려 하지만 지난한 시간을 견뎌내는 일이 힘들어 보였다. 동행한 스물아홉의 수잔나는 사위어가는 자신에 비해 생기 있는 그녀를 대면하고 있다는 게 자살을 결심한 이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워 보인다. 의도했던 대로 차가운 주삿바늘 속 약을 아내에게 투여하는 남편을 향해 자신을 사랑했냐고 묻는 아내의 질문은 같은 공간에서 한 방향을 보고 살았던 부부의 어긋난 마음속을 가늠케 한다. 아내의 자살을 도운 남편은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간을 치유 받으려는 듯 수잔나와 잠자리를 같이 하고 깨어났을 때 목숨이 끊어지지 않은 아내와 마주치는 괴이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비몽사몽간에 그녀의 생존을 목도한 수잔나는 줄행랑을 쳤고 둘 사이의 관계는 종식되고 말았다.

 

 

   일상적 관습과 규칙에 얽매어 눈치를 보며 지냈던 이들에게 밤은 비교적 자유롭게 욕망을 실현하고 싶은 충동과 세상의 금기에 맞서는 동기를 부여하는 감각적 시간이다. 해가 떨어지기 전 사방을 붉은 산호 빛으로 물들이며 마지막 불꽃을 피우는 노을처럼 남녀의 사랑도 생명을 다하면 어느 새 사그라지고 마는 것일까? <<어젯밤>>이라는 제목 아래 연결된 9편의 단편들은 각기 다른 사람들이 세상살이를 담고 있지만 단란한 행복과는 거리가 먼 남녀 사이의 엇갈린 시간 속 또 다른 욕망을 꿈꾸며 지내는 이들의 미묘한 심리를 감각적으로 육화하였다. 사랑이란 가슴이 시키는 일이라 이성적으로 제어하기 힘든 감정 놀이라 서로에 대한 배려와 관심 아래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퇴색되어 본연의 가치를 망각한 채 또 다른 사랑의 대상을 찾는 이기적인 속성을 드러낼 때가 많다. 사랑하는 마음을 결혼이라는 관습으로 묶어 와해되기 쉬운 마음을 지탱해주지만 어느 순간 그 마음은 부는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처럼 넘나듦이 있어 때로는 맹목적인 사랑을 갈구하는 인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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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정유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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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산을 앞둔 산모는 뱃속의 아기가 손가락, 발가락이 온전한 채로 세상 밖으로 나오기만을 바라며 살얼음판을 내딛는 것처럼 불안해한다. 출산의 고통 속에 만난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배변 처리를 하는 가운데 하루 다르게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동안의 피로를 삭이며 일상의 행복에 젖는다. 하지만 아이가 걸어야할 시기에 걷지 못하고 말이 느려지면 부모의 근심은 커지고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나면 다른 방책을 세워 아이가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조지 메이슨 대학 최고 교수로 존재감 있는 삶을 개척하며 살고 있는 정유선 박사의 삶은 건강한 신체로 나태한 습관대로 일상을 별 의미 없이 지내 온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뇌성마비로 언어장애와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딸이 지금의 자리에서 후학들을 양성하는 교수, 두 아이의 엄마로 자리하기까지의 과정은 눈물겨운 노력과 희망을 잃지 않는 질긴 생명력을 지탱해 준 부모의 무한한 사랑이 있었다. 자식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처럼 그녀의 부모는 뇌성마비 딸이 위축되어 자신의 삶을 비관하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워줬다. 어머니는 왕성히 활동하던 가수 생활을 청산하고 딸의 재활을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아버지는 딸을 등에 업고 어디든 다니며 딸이 바깥세상을 호흡하는 일에 동행하여 내리사랑의 진수를 보여줬다. 엄마는 딸을 뒷바라지하며 동화구연가로서 새로운 능력을 펴나갔으며 색동회 회원으로 봉사하며 또 다른 길을 개척해 갔다.

 

   아버지는 어린 유선에게 교수가 되라고 당부하며 장애인이더라도 독보적인 공부로 우위를 선점하면 어느 누구도 자신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며 학업에 정진하는 길만이 난관을 극복해나갈 수 있다며 딸에게 용기를 줬다. 딸 역시 아버지의 바람대로 강단진 태도로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여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실천력으로 성취욕을 충족시켜 갔다.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못할 게 없다는 생각으로 기본 점수를 줄 테니 하지 말라는 체력장을 끝까지 해내어 만점을 받아 낸 일은 정상인도 하기 힘들다고 푸념하기 십상인 종목들이 있는데 놀라움 그 자체였다. 유선은 엉덩이의 질긴 힘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진로가 불투명해지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언어 장애를 안고 있는 한국인 학생이 원어민 학생들과 영어로 말하는 토론식 수업에서 고전을 겪으면서도 자신을 믿고 응원하고 있을 부모 얼굴을 떠올리며 매일매일 시도하며 치열하게 살아야했다.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치열함 속에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낙관주의로 세상의 편견을 깨고 새로운 역사를 쓰는 일에 집중하였기에 정유선은 그녀의 진가를 발견한 한 남자와의 결혼 생활도 이어갈 수 있었다. 장애를 불편함 정도로 여기고 그녀의 부족함을 채우며 자식들 양육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한 남편은 그녀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삶의 기쁨을 함께 하는 삶의 동반자로 자리하였다. 치밀하게 강의 계획서를 작성하고 보조기기의 힘을 빌려 강의를 성실히 수행하기까지 긴장의 연속이었으나 강의 평가에서 후한 점수를 얻었을 때는 준비 과정의 노력이 성취감을 드높이는 로 귀결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기적이었다고 회고하였던 고 장영희 교수의 마지막 글이 자꾸만 생각나는 것은 정유선 박사 역시 치열한 삶의 터전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뒤편에는 인내심과 노력이 올곧은 의식과 결부되어 잠재력을 개발하는 일로 모아졌다. 하빈이를 낳아 기르며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을 떠올리고 엄마의 장애를 이해시키며 공감을 얻어내는 과정은 또 다른 성숙한 삶으로 잇는 가교 기능을 했다. 치밀한 계획 아래 둘째 딸을 낳은 일화는 한시라도 허투루 할 수 없는 인생이라는 시계를 제대로 작동하려는 동기부여로 비춰졌다.

 

  ‘내가 꿈을 일면 난 다시 누군가의 꿈이 된다.’

   무엇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 조금 다른 방법으로 뭔가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장애인이라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정유선 교수가 보완대체 의사소통기기(AAC)를 이용하여 강단에 서서 후학들을 양성하는 일에 능동적으로 나설 수 있는 보조기기나 서비스로 장애인들이 새로운 삶을 개척해 가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이 머지않아 실현될 것이라 믿고 싶다. 매일매일 살아 움직이며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가는 과정을 축복으로 여기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비상하는 노력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아들에게 이것도 못하냐며 질책하였는데 시간이 더 가기 전에 용서를 구하고 용기를 북돋워줘야겠다. 딸의 뇌성마비를 숙명으로 돌리는 대신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현재에 용기를 내어 힘 있게 살 수 있는 길을 찾아 새로운 인생을 열어간 정유선 박사의 밝은 웃음을 떠올려 본다.

 

옥의 티 150쪽 장본인 -- 주인공으로 교체해야 함. (부적절한 어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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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공선옥 지음 / 창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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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의 비극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5월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 소설들이 나왔지만 여전히 기억 속에 퇴색된 그들만의 이야기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충남로에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는지 의문을 품고 새롭게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핏빛으로 물들어가는 5월 광주를 떠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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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3번 안석뽕 - 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고학년) 창비아동문고 271
진형민 지음, 한지선 그림 / 창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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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래시장의 떡집 아들 안석진은 순댓국집 손자 조조와 건어물집 아들 기무라의 부추김으로 얼떨결에 전교회장 선거에 출마하였다. 그다지 내세울 게 없는 평범한 안석뽕이 입후보한 뒤 선거 운동원 기무라의 기발하고 재치 있는 언행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며 선거운동을 벌이며 인지도를 높여가려는 움직임이 컸지만 치밀한 계획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기호 1번 고경태의 선거운동을 따라잡기는 힘들었다. 선거 운동 와중에도 안석뽕은 자신이 회장을 정말 하고 싶은지 마음을 살펴보지만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 힘들었다. 선거 공약을 내걸어야 하는 지도 잘 몰랐던 석뽕은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고는 특별한 재능이 없는 아이들을 대변하는 공약을 걸었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별 다른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한 채 6년의 세월을 보낸 뒤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수순을 밟아간다. 그래서인지 안석뽕의 입후보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 중에는 석뽕에게 후보 사퇴를 고려해 보라고 하였지만 그는 의연하게 대처하여 갔다.

 

 

  회장에 당선되면 햄버거를 쏘겠다는 기호 1번 고경태, 엄마가 회장선거에 나가면 게임팩을 사준다는 약속 때문에 선거에 나온 기호 2번 방민규. 반장 한 번 해 본 적이 없는 기호 3번 안석뽕으로 모아진 문덕초등학교 학생회장 선거는 3파전 양상을 띠었다.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법이라 생각한 안석뽕과 그의 친구들은 거봉 선생의 영험한 힘을 빌려서라도 선거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복채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아이들은 순댓국 시식권 2회를 걸고 그럴싸한 공약을 만들어 달라 요청하였지만 돌아온 대답은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는 주문이었다.

 ‘일등만 좋아하는 학교, 너나 가지삼!

   일등부터 꼴등까지 다 좋아하는 학교, 우리가 만드셈!‘

   안석뽕은 공부 못하면 무조건 나머지 공부해야 되는 것을 없애고, 어려워진 수학 때문에 힘든 만큼 수학 시간을 줄이겠다는 공약으로 공부 못하는 아이들 입장을 반영하였다. 수학여행을 공짜로 갈 수 없다면 싼 데로 목적지를 정하고, 일하느라 급식 도우미로 올 수 없는 엄마를 둔 자녀들을 생각하여 1학년 엄마들한테 급식 도우미를 시키지 말자는 현실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유력 후보로 부상 중인 고경태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석뽕과 그의 친구들은 자기들만의 방식대로 선거 운동을 하고, 안석뽕은 슈퍼마켓 딸 백발마녀와도 만나서로 도와주기로 약속하였다.

 

 

  재래시장 어귀에는 촌로들이 텃밭에서 가꾼 신선한 나물거리를 사서 다듬어 조물조물 무쳐 먹을 때면 없던 입맛도 살아나 밥이 보약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가 들어서 재래시장 상권을 잠식하는 약육강식의 살벌한 싸움터를 연상케 하는 자본의 힘은 안석뽕뿐 아니라 그의 친구들 가족의 생계가 달린 생업 터전까지 위협하여 왔다. 흡혈귀를 연상케 하는 피마트가 생기자 재래시장 사람들은 분통을 터뜨리지만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어른들의 아픔을 지켜보고 있던 백발마녀는 피마트로 들어가 바퀴벌레 소동을 일으켜 마트 문을 닫게 하려는 계획을 실행으로 옮겼지만 CCTV 회로에 걸려들어 멋도 모르고 동행한 안석뽕은 파출소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했다. 선거 운동 당시 떡가래를 이용하여 유세를 벌이다 그것을 조금씩 떼어 유권자들에게 뇌물을 줬다는 제보에 따라 1차 경고를 받았고, 바퀴벌레 사건으로 학교 명예를 실추했다는 혐의로 2차 경고를 받았지만 선관위의 결정에 따라 회장 후보 퇴출 위기를 모면하고 금요일 현명한 사자를 자청하고 나섰다.

 

 

  선거 당일 후보자 연설이 있던 날 안석뽕은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진다고 질책하기보다는 왜 저렇게 공부를 못하는, 이 학생은 무엇 때문에 말썽을 부리는지, 피마트에 바퀴벌레 사건은 왜 일어났는지 이유를 밝혀 문제를 해결해 갈 때 근원적인 대책 마련이 가능함을 현명한 사자에 담았다. 선거일에 후보 유세 순서를 기다리며 안석뽕은 자신이 학생회장을 갈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지금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개표 결과 고경태가 회장으로 당선되었다. 석뽕이 선거전에서 패배한 것보다 짝사랑하던 서영지가 자신의 진정성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게 처연한 슬픔을 더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짧은 1주일 동안 아이들은 선거전을 치르며 일의 순서를 밟는 동안 현상에 대한 의문을 품고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골몰했다. 재래시장 상인들 역시 집단행동으로 생존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본질을 궁구하여 문제를 해결하여 가는 길에 기호 3번 안석뽕 일파가 함께 했다. 1등과 2등, 그리고 3등, 그 밖의 모든 이들이 더불어 연대하고 힘을 모아 조화로운 삶을 도모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는 마음을 안석뽕 공약에 투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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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밀리지 않고 진짜 인생을 살고 싶다 - 삶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끝까지 지켜야 할 인생 키워드 35가지
가와기타 요시노리 지음, 이정환 옮김 / 예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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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른을 앞둔 늦가을 지는 잎만 봐도 공허함이 밀물처럼 밀려들어 우울함이 극에 달하여 마음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가라앉기를 반복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청년기를 갈무리하고 장년으로 넘어서 중년으로 접어드는 나이 마흔은 도리어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 다행이라 여긴다. 거센 비바람을 견디고 서 있는 나무들처럼 호불호를 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이 나이에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회의하면서도 치기어린 열정을 보이며 좌절하기를 반복하는 40대 후반의 나를 돌아본다. 늘어난 뱃살과 주름살만큼이나 넉넉함으로 지금 이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가끔은 자신을 연민하며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지낸다. 일상의 소소함에 감사하며 아직도 못다 이룬 꿈을 꾸고 결단하는 행동력으로 열정에 불을 지피며 꿈틀거리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지키며 살아야 할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며 실행에 옮길 때 행복감은 배로 늘어남을 경험으로 우리는 안다. 그동안 받은 사랑을 타인에게 돌리며 선업을 쌓는 일은 훗날을 대비하며 사는 일상의 지혜로 여겨진다. 내게는 검약하면서 타인에게 인색하지 않는 원칙을 세우고 차 한 잔, 밥 한 끼 살 수 있는 자신으로 자리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100세 시대를 예견하고 있지만 온전한 정신으로 삶의 의미를 일깨우며 살아갈 날이 그리 길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정신을 챙기며 살아갈 때 타인을 배려하며 피해를 주지 않는 일상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이에 밀리지 않고 진짜 인생을 살고 싶다>>는 책은 중년의 삶을 새롭게 재구성하여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해 기억하고, 매력적인 인생을 위해 실천하며 살아야 할 덕목을 제시하여 품위 있게 나이 들어가는 목적을 향하고 있다.

 

 

   지난 일은 잊어버리고 오지 않은 미래는 당겨 걱정하지 말며 현재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가슴에 새기고 실천하는 삶을 다짐하면서 과거의 쳇바퀴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허우적거릴 때가 있다. 과거의 기억이 기쁨을 줄 때만 기억하고 그 외의 일은 잊어버리는 게 상책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자존심을 빙자한 아집으로 타인을 곤혹스럽게 하는 우를 범하기보다는 자신을 제대로 관리하는 움직임으로 발현되어야 할 긍지로 키워가는 일이 필요하다. 사회 속 일원으로 생활하다 보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는 일이 녹록치 않음을 알기에 대인관계가 삐걱거린다고 해서 크게 상심할 필요는 없다. 지금껏 타인의 움직임에 흔들리는 인생을 사느라 힘들었다면 이제부터라도 의연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이다.

 

 

   관성의 법칙 아래 움직이며 사는 범인(凡人)들에게 습관은 평생을 함께 하는 것 중 하나다. 나이 들어도 낯선 세계를 향한 호기심은 새로운 길을 걷게 하는 행동의 원천으로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는 방편 중 하나다. 고가의 브랜드로 신발까지 치장하며 멋을 내는 것은 수용하기 힘들지만 기품 있는 멋으로 자신만의 향기를 지닐 수 있는 자기관리는 평생 이뤄져야 할 일이다. 지금껏 상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살았다면 여유 있게 삶을 통찰하며 가치 있는 목표를 위해 살아야 할 당위성이 있다. 타인과의 과도한 경쟁에 짓눌려 숨 쉴 여유도 없이 지내는 일상에서 벗어나 평생을 함께 할 친구와의 우정을 소중히 여기며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동기생들과 만나는 모임이 계속되는 자리 자신의 직함이 도드라진 명함을 돌리며 친구들 앞에서 과시욕을 드러내는 이를 만날 때마다 명함 이면의 진정한 그의 모습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일과 연결된 상대를 대하는 것처럼 고향 친구를 대하는 것부터가 진정성이 떨어져 보이지만 그만큼 출세했으니 인정해 달라는 무언의 압력처럼 여겨질 때 씁쓸해지면서도 질투가 나는 것은 능력을 갖추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수차례 도전하고 좌절하기를 거듭하여 굴지의 사업가로 변신한 친구를 보며 도전 정신은 한계가 굴복할 때까지 이뤄야 하는 근성이 있어야 함을 절감한다. 나이 들어도 천박한 언행을 삼가고 사리사욕을 배제한 뒤 서로 간의 의리를 지켜 나갈 때 서로를 인정하며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 지금까지 받아오는 일에 익숙한 중년이었다면 이제부터라도 베풀며 기쁨을 찾아가는 인생에 연륜이 쌓일수록 원숙함이 묻어나는 철이 든 어른으로 자리하기 위해 마음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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