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
정유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산을 앞둔 산모는 뱃속의 아기가 손가락, 발가락이 온전한 채로 세상 밖으로 나오기만을 바라며 살얼음판을 내딛는 것처럼 불안해한다. 출산의 고통 속에 만난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배변 처리를 하는 가운데 하루 다르게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동안의 피로를 삭이며 일상의 행복에 젖는다. 하지만 아이가 걸어야할 시기에 걷지 못하고 말이 느려지면 부모의 근심은 커지고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나면 다른 방책을 세워 아이가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조지 메이슨 대학 최고 교수로 존재감 있는 삶을 개척하며 살고 있는 정유선 박사의 삶은 건강한 신체로 나태한 습관대로 일상을 별 의미 없이 지내 온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뇌성마비로 언어장애와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딸이 지금의 자리에서 후학들을 양성하는 교수, 두 아이의 엄마로 자리하기까지의 과정은 눈물겨운 노력과 희망을 잃지 않는 질긴 생명력을 지탱해 준 부모의 무한한 사랑이 있었다. 자식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처럼 그녀의 부모는 뇌성마비 딸이 위축되어 자신의 삶을 비관하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워줬다. 어머니는 왕성히 활동하던 가수 생활을 청산하고 딸의 재활을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아버지는 딸을 등에 업고 어디든 다니며 딸이 바깥세상을 호흡하는 일에 동행하여 내리사랑의 진수를 보여줬다. 엄마는 딸을 뒷바라지하며 동화구연가로서 새로운 능력을 펴나갔으며 색동회 회원으로 봉사하며 또 다른 길을 개척해 갔다.

 

   아버지는 어린 유선에게 교수가 되라고 당부하며 장애인이더라도 독보적인 공부로 우위를 선점하면 어느 누구도 자신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며 학업에 정진하는 길만이 난관을 극복해나갈 수 있다며 딸에게 용기를 줬다. 딸 역시 아버지의 바람대로 강단진 태도로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여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실천력으로 성취욕을 충족시켜 갔다.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못할 게 없다는 생각으로 기본 점수를 줄 테니 하지 말라는 체력장을 끝까지 해내어 만점을 받아 낸 일은 정상인도 하기 힘들다고 푸념하기 십상인 종목들이 있는데 놀라움 그 자체였다. 유선은 엉덩이의 질긴 힘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진로가 불투명해지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언어 장애를 안고 있는 한국인 학생이 원어민 학생들과 영어로 말하는 토론식 수업에서 고전을 겪으면서도 자신을 믿고 응원하고 있을 부모 얼굴을 떠올리며 매일매일 시도하며 치열하게 살아야했다.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치열함 속에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으려는 낙관주의로 세상의 편견을 깨고 새로운 역사를 쓰는 일에 집중하였기에 정유선은 그녀의 진가를 발견한 한 남자와의 결혼 생활도 이어갈 수 있었다. 장애를 불편함 정도로 여기고 그녀의 부족함을 채우며 자식들 양육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한 남편은 그녀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삶의 기쁨을 함께 하는 삶의 동반자로 자리하였다. 치밀하게 강의 계획서를 작성하고 보조기기의 힘을 빌려 강의를 성실히 수행하기까지 긴장의 연속이었으나 강의 평가에서 후한 점수를 얻었을 때는 준비 과정의 노력이 성취감을 드높이는 로 귀결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기적이었다고 회고하였던 고 장영희 교수의 마지막 글이 자꾸만 생각나는 것은 정유선 박사 역시 치열한 삶의 터전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뒤편에는 인내심과 노력이 올곧은 의식과 결부되어 잠재력을 개발하는 일로 모아졌다. 하빈이를 낳아 기르며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을 떠올리고 엄마의 장애를 이해시키며 공감을 얻어내는 과정은 또 다른 성숙한 삶으로 잇는 가교 기능을 했다. 치밀한 계획 아래 둘째 딸을 낳은 일화는 한시라도 허투루 할 수 없는 인생이라는 시계를 제대로 작동하려는 동기부여로 비춰졌다.

 

  ‘내가 꿈을 일면 난 다시 누군가의 꿈이 된다.’

   무엇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 조금 다른 방법으로 뭔가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장애인이라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정유선 교수가 보완대체 의사소통기기(AAC)를 이용하여 강단에 서서 후학들을 양성하는 일에 능동적으로 나설 수 있는 보조기기나 서비스로 장애인들이 새로운 삶을 개척해 가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이 머지않아 실현될 것이라 믿고 싶다. 매일매일 살아 움직이며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가는 과정을 축복으로 여기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비상하는 노력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아들에게 이것도 못하냐며 질책하였는데 시간이 더 가기 전에 용서를 구하고 용기를 북돋워줘야겠다. 딸의 뇌성마비를 숙명으로 돌리는 대신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현재에 용기를 내어 힘 있게 살 수 있는 길을 찾아 새로운 인생을 열어간 정유선 박사의 밝은 웃음을 떠올려 본다.

 

옥의 티 150쪽 장본인 -- 주인공으로 교체해야 함. (부적절한 어휘 선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