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문명 생활과는 거리가 먼 1970년대 중반에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난 뒤 이른 아침에 일어나 당시 유일한 책인 교과서를 낭독하기를 좋아하였습니다. 국어 책을 읽을 때면 배역에 걸맞은 소리를 내며 읽어 동네에 소문이 과하게 나서 공부를 못하면 어쩌나 염려할 정도였답니다. 그래서인지 6시 이전에 눈을 뜨는 편인데 전날 읽던 책을 10분 남짓 소리 내어 읽은 뒤 하루 일정을 열어갑니다. 고미숙 님의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를 읽은 뒤부터는 낭송하는 책읽기를 지속하려고 실천하는 편입니다. 자가 운전자가 아니라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목적지로 향하는데 300페이지 이내의 책을 휴대합니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책을 읽어도 멀미를 하지 않는 강한 체력이라 어디에서든 책을 읽습니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너의 길을 걸어라, 누가 뭐라 하든지.’

유명세를 타는 이들이나 평범한 삶을 사는 이들 모두 유한한 삶을 사는 만큼 자신의 생을 주체적으로 꾸려 의미를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종이 책에 익숙해져서인지 전자책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편입니다. 노안으로 피로가 가중되는 편이라 화면을 오랫동안 보기가 힘들어 종이 책을 찾습니다. 책들 대부분 증정 받아 읽는 편이라 연필로 밑줄을 긋고 핵심을 파악하며 읽기를 즐겨하고 책장에 자리하고 있는 책들은 풀리지 않은 문제를 해결할 때 도움을 줍니다. 쌓여가는 책들을 한곳에 자기 나름대로 분류한 서재를 갖춘 독립된 공간에서 타인의 훼방 없이 그곳에 박혀 책을 읽고 사유하며 표현하는 일에 몰두하고 싶은 바람은 자꾸만 커져 갑니다.

 

Q3. 지금 침대 머리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서평 도서로 읽어야 할 순서대로 두는 편이고 읽은 책 중 필요한 부분을 머릿속에 저장하고 싶은 책들이 세 권 자리합니다. 오한진 박사의 <<내 몸을 살리는 호르몬>>, 김정경 님의 <<아저씨 욕망하다>>, 전에 읽었지만 생각날 때마다 선현들의 독서법을 통해 진짜 공부를 일깨우고 싶은 정민 교수의 <<오직, 독서뿐>>입니다.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2층을 나만의 서재로 꾸미고 그 안에서 책들을 읽는 자신을 상상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어느 순간 읽은 책들을 쌓아두는 것도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어 읽은 책들 중 10대의 청소년들과 공유하며 읽으면 좋을 책들은 나누어 여럿이 함께 읽어가는 가운데 독서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한 해에 두 번은 책 나눔을 합니다. 읽은 책을 모두 내놓지는 못하고 오랫동안 곁에 두고 싶은 책은 소장하는데 도서관 서고처럼 장서를 배열하기는 힘들고 통시적 관점에서 출간 순서대로 책을 정리하는 편입니다.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책이 귀하던 시절 초등학교-그 당시는 국민학교- 다닐 때는 교과서 외의 책은 없었고 학교로 배달되는 어깨동무를 친구들과 함께 돌려 읽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중학교 들어가서는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황순원의 소나기를 읽으며 첫사랑의 열병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며 나에게도 사랑이 찾아오기를 바랐습니다. 소녀의 죽음으로 소년은 상실의 아픔에 젖을 새도 없이 끝나버린 사랑의 안타까움이 전해져 왔습니다.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갈등하는 부부를 위해 지인이 선물해 준 책 김진국 저자의 << 멀티를 선물하는 남자>> 명화를 표지로 내세워 선정적인 장면을 떠올리게 한데다 내용은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의 욕망에 탐닉하는 상황을 연출하여 책장 깊숙이 숨겨 두고 있습니다.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아동교육과 우리말 바로 쓰기를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다 퇴임한 뒤 창작에 힘썼던 고 이오덕 선생님을 뵙고 싶습니다. 교육자로 10대의 청소년들과 함께 생활하며 제 2외국어에 밀려 우리말을 경시하는 풍조에 고운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자는 취지를 살려 선생님 재직 당시 반 아이들과 함께 했던 표현 활동의 형태에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맨 오브 라만차 돈키호테 뮤지컬 공연을 보고 기사 소설에 빠져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채 지낸 행동파 돈키호테를 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며 도전하는 그의 결단력에 동요될 때가 있었습니다. 일상에 매어 살아내느라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하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열린책들에서 나온 <<돈키호테 1권과 2>>을 구비해두고 900패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 주눅 들어 처음 몇 장을 읽다가 말았습니다. 방학 때마다 읽어야지 다짐만 하였는데 이번 여름방학에는 돈키호테를 완독하고 싶습니다.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고미숙 작가의 책은 출간될 때마다 주머닛돈을 털어서 사는 편입니다. 호모로 시작하는 책들과 사주팔자와 오행의 원리를 중심으로 한 책들을 사서 읽다가 어려워 읽다 만 책은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입니다. 상생과 상극의 구조를 이해할 때 필요한 오행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읽으려니 힘이 들어 중간에 읽다 말았습니다.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문명 시설이 없어도 해가 뜨면 책을 읽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기를 바라며 드라마 작가 노희경의 드라마에 나오는 명대사를 간추려 뽑은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 서자로 태어났지만 신분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세상을 향해 한탄만 하고 지내기보다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벗들과의 폭넓은 교류로 서로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던 이덕무를 중심으로 한 <<책만 보는 바보>>, 부처님 초기의 설법을 묶은 <<숫타니파타>>를 가져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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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 - 푸시킨에서 카잔차키스, 레핀에서 샤갈까지
서정 지음 / 모요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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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갔던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미답의 공간을 찾아 사유하는 생활이 주는 여유는 일상에 매몰되어 사느라 숨 가쁘게 지낸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여행을 꼽는다. 갈망하던 공간을 찾아 나설 수 없을 때면 여행기를 들추며 책상 앞에 앉아 책 속 풍경이 이끄는 대로 빠져든다. 낯선 공간에서 일상적 삶을 잇는 일이 쉽지 않은 만큼 저자는 러시아와 인연이 있는 예술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나선 길에서 그들의 내밀한 예술적 감성과 작품 세계를 조명하였다. 러시아의 대표 시인 푸시킨에서부터 머리보다는 현장에서 발로 움직이며 자유롭게 살고 싶은 열망을 담은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철학적 삶의 발로로 귀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자유를 향한 걸음에 속력을 내어 무슨 짓을 했건 후회는 없다는 조르바의 유언에서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서글픔이 신성 모독죄로 그리스 정교로부터 내쳐진 카잔차키스의 묘에 꽂힌 간소한 십자가에서 그의 의지적 행동이 낳은 항거가 벽에 부딪혀 상처로 남았음을 알 수 있었다.

   진실로 진실로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엄숙한 표정을 한 도스토옙스키의 흉상 아래 쓰인 성경 구절에서 죽음은 또 다른 열매를 맺는 숭고한 가치를 새긴다. 알렉산드르 네프스키 수도원 묘지에 잠들어 있는 예술가들의 혼령이 잠들어 있는 숲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다 간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듯 묘비와 표석에서 다양성을 읽는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하며 건축, 연극, 심리학, 회화 등에 관심을 두었으나 최고의 혁명을 지향하는 최상의 미학적 표현으로 형상화한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의 옆얼굴을 담은 부조는 몽타주 기법으로 새로운 영화 장르를 개척한 그를 조명하고 있는 듯하다.

 

   깊이 생각하여 말하고 말한 것은 반드시 행하려고 애쓴 톨스토이는 금욕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이면에 자리한 주체하기 힘든 육체적 쾌락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던 만큼 내면에 자리하는 동물성과 싸워나갔다는 저자의 말에 대문호에 대한 궁금증은 더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작은 개선을 위해 열심히 일하기를 스스로에게 주문하면서 육체노동· 정신노동· 수공 일을 할 것, 사람들과의 사귐을 일일 실천 덕목으로 삼아 깨어 있는 양심으로 살기를 지향하였다. 예술인들의 방문을 반겼던 그는 방문한 이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대화하며 정서를 고양하는 일에도 관심을 보였다. 작가의 지난날을 밟아가는 성지로 떠오른 야스나야 폴랴나는 자신의 신념을 펼칠 이상적 공간으로 여긴 곳을 찾고 싶은 바람이 커진다.

 

   두 자루 촛불 밑에서 독서하기를 즐긴 도스토엡스키는 고질병으로 위축되는 생활과 경제적 압박의 탈출구로 룰렛에 빠져들었고, 이에 따른 자신의 경험이 융해된 도박꾼을 창작했다. 작가가 도박에 빠져 여비를 전부 잃은 곳이 독일의 온천 휴양지 바덴바덴과 작가가 죽음을 맞은 집을 박물관으로 꾸민 곳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바라며 리히텐탈러 거리를 거닐고 싶다.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에 시달릴 때 지혜로운 아내 안나는 작가를 북돋아주기 위해 돈을 쥐어주었다는 일화를 접하며 고통을 상쇄하였으리라 여기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독일연방 의회 건물인 라이히스탁 유리 돔은 밀실을 멀리하고 서로 말조심하는 독일 분위기를 투영하는 듯 의정 활동 전체를 감시받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는 듯하다. 무료로 개방하는 유리 돔을 자유롭게 걷는 이들을 보면서 민생을 생각하는 투명한 의정 활동에 부합하는 일로 비춰진다. 옛 나치의 게슈타포 친위대 본부가 있는 공포의 지형은 도처에 자리하는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남아 있는 베를린 장벽의 일부에서 발견한다. 괴테하우스 뒤채 뒤로 뻗어 있는 정원에 심어놓은 다양한 식물을 보는 즐거움도 클 것이다. 왕성한 호기심을 충족하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여 개조한 집에서 감성적 깊이를 더하고 싶어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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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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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흉기를 마구잡이로 휘두른 청년의 충동적인 범죄로 이승을 뜬 이웃의 소식을 듣고 조문을 다녀오는 길, 흉흉한 소식은 안심하고 살 수 없는 공포를 확산시켰다. 옆방에 세 들어 사는 만취 청년에게 밤이 깊었으니 조용히 하고 자자는 말에 발끈한 그는 부엌에 있는 칼로 60대 이웃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무기징역을 구형했다고 검찰은 밝혔지만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청년의 잔혹한 범죄는 한 가정의 붕괴를 초래하였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흔한 사건· 사고 소식은 서로에 대한 불신의 골을 깊게 하여 회복 불능의 상태로 치달아 불안감을 증폭하고 있다.

    롤링 스톤지의 수석편집장을 지낸 대중음악평론가인 마이클 길모어는 그의 형 게리 길모어가 사형수로 총살형에 처하게 된 경위를 통시적으로 고찰하여 담담하게 기술하였다. 저자는 자기 집안에 짙게 드리워진 파멸의 궤적을 찾아 조상들의 삶까지 고찰하며 쉽게 드러내지 못할 가족의 비극적인 삶까지 여과 없이 드러냈다. 비인간적이고 가부장적인 모르몬교도 부모 밑에서 자란 어머니 베시 길모어는 자비와 용서를 모르는 부모의 가혹한 폭력을 감내하며 억압적인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키우며 지냈다.

    이미 여섯 번이나 결혼을 해 낳은 자식들을 버리고 그 사실을 숨긴 채 프랭크 길모어는 베시와 결혼했다. 자유로운 삶을 사는 프랭크의 매력에 빠진 어머니는 성급하게 결혼하여 가정을 이룸으로써 끔찍한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참척의 슬픔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했다. 여섯 번이나 결혼하고 부인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이까지 돌보지 않으며 광고사기 수익금에 의존하던 곳곳을 떠돌며 지냈던 아버지는 연이어 태어난 자식들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가부장적인 권위를 행사하였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시를 좋아하고 그림에 재능이 있던 소년 게리는 부모의 학대, 제도적 폭력에 끊임없이 시달리면서 갖은 악행을 저지르며 무고한 시민을 살해한 살인자로 변해 갔다.

   22년 동안 감옥을 들락거리며 반사회적인 삶을 살아 온 게리는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며 패륜적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짐승 같은 폭력을 행사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범죄를 저지르며 비열하고 폭력적인 괴물로 변해갔다.

    그래. 지금까지 난 당하면서 살아왔다. 이제는 내가 파괴자가 되겠어.’

   둘째로 태어난 게리 길모어는 부모에게 사랑 받기를 갈구하였으나 부모는 자식의 바람과는 달리 방어기제를 잃은 폭력에 시달리며 자기 파멸로 가족과 관습에 분노를 표출하였다. 두 명의 무고한 시민을 죽인 그는 사형을 자처하여 심장으로 날아든 총탄에 고단한 인생을 마감하였다. 저자는 미국 내에 사형 제도를 부활시킨 그는 유명한 사형수로 낙인이 찍힌 둘째 형의 일생을 들여다보며 그의 삶 깊숙이 자리하는 혈연의 연결 고리를 추적하며 얽히고설킨 운명의 실타래를 풀어 운명의 코드를 확인해 갔다.

    지난 세월 비난과 경멸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베시는 결혼 후 행복한 가정을 바랐지만 현실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헤어나기 힘든 지옥으로 변했다. 가학성을 띤 괴물로 바뀐 남편은 아내와 자녀들에게 폭력을 자행하며 자애로운 모습과는 멀어져갔다. 끊임없는 학대와 폭력의 희생자로 성장한 둘째 형 게리에 비해 특혜를 받았던 막내아들 마이클은 마음의 채무를 안고 위태롭게 지내는 가족들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이 컸을 것이다. 아이들이 조금만 잘못을 저질러도 벨트로 채찍질을 일삼던 아버지의 횡포 아래 악몽을 꾸던 게리의 불균형은 악화 일로를 걷게 하였다.

    미국에 사형 제도를 부활시킨 사형수의 동생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살아야 하는 운명에서 벗어나고 싶은 저자의 바람은 자신의 살길을 찾아 나서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다. 어머니와 큰형, 막내 동생은 형의 구명을 위해 나섰지만 사형을 언도받은 그는 그들이 자기를 죽이게 함으로써, 그 제도를 이겨낼 방법을 생각했다. 게리에게 흐르는 나쁜 피를 추적하며 접신술사로 일한 페이 할머니가 들려 준 가문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는 저승의 영혼들이 빚는 변주곡으로 유령처럼 식구들을 따라 다녔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 게리는 끔찍한 혼이 그의 몸으로 들어가 비정한 괴물로 변한 것이라는 고통스러운 신화의 지배 속에 파국으로 치달았다. 종국에 게리 길모어는 유타 주에서 총살형에 처해 져 피의 속죄라는 모르몬 교회 식의 엄격한 대가를 치렀다.

   그래도 아버지란 존재는 늘 남아 있겠지.’

   심장에 총을 맞기 전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비정한 아버지의 폭력성은 심인성 질환을 부추기는 트라우마로 자리해 그의 전 생애를 지배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형 게리가 처형된 뒤 오랫동안 시간을 함께 보낸 어머니와 아들은 가슴 한복판에 짙게 드리워진 고통 아래 멀쩡하게 지낼 수 없었다. 죄악의 피가 흐르는 듯, 수치스러운 유산을 숙명처럼 안고 지내야 했던 마이클 길모어는 비틀즈의 노래에 심취하며 황폐함과 처연함을 달래 보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가감 없이 드러낸 한 가문의 비극적인 역사는 어린 시절부터 배태되어 개인의 인격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관심과 방치나 학대 · 애정 결핍· 언어적인 힐난이나 질책 등은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 아이로 머물게 하였고, 뜻대로 안 되는 벽을 향해 분노하는 불안정한 화를 돋우어 격렬한 폭력에 휩싸이게 했다. 치욕스러운 가문의 역사를 가감 없이 드러내 바람직한 관계 형성을 위한 토대는 사랑에 기인함을 깨달으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가족의 파멸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아버지의 사랑을 원했지만 폭력으로 돌려받은 그는 가족과 종교의 테두리를 벗어난 곳에서 숨을 고르고 싶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따스한 눈빛과 사랑의 한마디가 주는 힘은 큰 파장으로 힘듦을 견디고 살게 하는 원천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재확인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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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의 50가지 그림자
F. L. 파울러 지음, 이지연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창의적인발상의 전환으로 기존의 치킨의 범주를 넘어서는 치킨들의 향연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합니다. 육식을 즐기지 않지만 치킨앞에서는 자꾸만 손이 가 절제를 모르는 독자로 변하고 마는데 50가지의 치킨 속으로 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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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탄대로를 걸으며 안정을 추구하는 생활보다는 틀을 깨더라도 새롭게 시작하고 도전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 생활에 제동을 거는 책 <<평범함의 힘>>을 읽었다. 저자는 단도직입적으로 성공하고 싶거나 결과를 내고 싶다면, ‘을 몸에 익혀야 한다고 역설한다. 정해진 순서대로 천천히 단계를 밟으려는 이들 역시 단기간에 쉽게 성공하고 싶은 바람을 인정하고 최단거리에서 성과를 내는 게 효율적임을 강조한다. 특별한 경험을 개성으로 여기는 이들을 착각으로 간주하고 개성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단언하며 성공하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게 개성이라고 말하는 게 의아스럽다

 

   편법을 쓰고 속임수를 쓰지 않는 평범한 공부법으로 동경대에 합격한 비결을 말하며 평범함을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선에서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큰 수확을 가져오는 비결임을 기억하라고 주문하였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과거의 성공 패턴을 조합시키는 현실적인 선택으로 반복하여 결과를 끌어내는 왕도에 충실하기를 주장하였다. 발명하는 일에만 기를 쓰지 말고 기존의 아이디어를 모방한 뒤 그것을 어떻게 응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가운데 장인으로 자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일에 주력하라고 당부하여 베끼기에 대한 편견을 깨라고 주문하는 듯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실패의 경험을 재활용하여 가치를 탐색하는 과정 속에 상식을 응시하여 비상식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유일한 나를 만드는 일을 강조하는경향을 뒤엎는 저자는 일할 기회조차 잃어버릴 수도 있음을 경고하며 개성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아님을 분명히 하였다.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청소년들에게 꿈을 크게 가지라고 강요하며 이상이 없으면 아무 일도 이뤄내기 어렵다고 말하는 어른들에게서 실패의 흔적을 엿본다. 자신을 짓누르는 족쇄 같은 꿈에서 벗어나 부담 없이 자신의 일을 조금씩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입사 후 사원에게 지식이나 기술을 전수하는 일본의 경우 직장 생활의 법도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이를 환영한다니 갖은 스펙을 쌓으려 고군분투하는 우리나라 청년들과는 대별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평범한 틀을 익힌 뒤 거물이 되고 싶다면 조직의 독자적인 규칙을 선도한 거물의 틀을 따라 하라는 말로 저자는 을 벗어나지 않는 생활을 시종일관 강조한다.

 

   윗사람의 명령에 따르며 조직의 틀을 따르는 수직적인 사회에서 직원들 간의 함의를 통한 수평적 사회로의 전환을 꾀하는 21세기에 수직사회의 이상을 찾고 윗사람의 지시에는 일단 따르라는 주문이 석연치 않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주입식 교육으로 정형화된 틀을 익힌다면 개성을 키우는 일은 부가적으로 이뤄지는 일임을 강조하며 기초를 탄탄하게 하는 일 역시 틀을 가르치는 일로 받아들였다. 부모의 돈으로 사는 니트족들에게 필요한 부끄러움은 어려서부터 가르쳐야 할 감성 교육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한 자질을 함양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덕목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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