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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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흔 고개를 넘으면서 회복 탄력성은 떨어져 생기 있게 움직이며 지내던 30대와는 달리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변화를 자주 느끼던 중 생애 전환기 건강 검진 대상자에게 통지되는 안내문을 받았다. 국민 건강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질병 치료에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행하는 검진을 받기 위해 인근 도시의 종합병원으로 향하였다. 같은 연배의 검진 대상자들은 검진 표를 들고 순번대로 움직이며 검사에 응하였다. 위내시경 수면 검사를 받고 깨어났을 때 담당 의사는 위에 용종이 발견되어 그것을 따로 떼어내 조직 검사를 해야 한다며 그 결과는 열흘 뒤에나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생각지도 못한 조직 검사는 비극적인 상상을 불러일으켜 평정심을 유지하기는커녕 극심한 공포에 짓눌려 결과가 나오기까지 애간장을 졸여야 했다. 암으로 판명되어 항암 치료를 받는 고통보다 어린 자식들이 눈에 밟혀 잠을 이루지 못했던 시간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결과는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서른도 안 된 데이지의 암 재발은 불가항력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재앙처럼 여겨졌다.

 

   스물세 살의 데이지는 불의한 사고로 다친 팔을 치료하던 종 종양을 발견해 종양 절제술 이후 항암 치료를 끝내고 무탈한 일상을 회복하여 부부는 신혼의 행복을 찾아갈 것처럼 보였다. 수의사로 동물들을 치료하고 돌보며 수의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잭과 심리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데이지는 타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학위 논문을 완성하고 대학원을 졸업한 뒤 부부는 사랑의 열매인 아기를 가지려고 했지만 가혹한 운명의 신은 예고 없이 유방암 재발과 다른 기관으로 암이 전이돼 길어야 4~6개월이라는 시간을 유예했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계획을 행할 수 없는 시간이 긴박하게 다가선 만큼 부부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파고를 억누르며 성숙한 언행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암 재발을 막기 위해 했던 일련의 활동들이 무위로 돌아가 허탈감에 젖을 새도 없이 데이지는 햇빛에 스러지고 말 이슬처럼 사위어갈 목숨을 부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홀로 남겨질 잭을 위해 그의 아내를 구하는 계획을 실행하였다.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전문가이지만 아내의 손을 필요로 하는 일이 많은 남편의 성향을 이해하고 부족함을 채워 줄 새 아내를 구하는 일은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선고였다. 남편의 새 아내에게 필요한 자질을 챙기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편의 사진을 올리는 아내의 비통함에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잭이 혼자 남으면 어떻게 될까?’

  데이지의 염려와 고민은 치료 불능의 상태에 이르고 만 자신의 고통에 귀착하기보다는 홀로 남을 남편의 원활한 생활에 집중되어 있었다. 생자필멸(生者必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유한한 인생에 대한 통찰로 생에 집착하기보다는 스스로 남은 삶을 정리하면서 살아남은 자를 배려하는 데이지의 넉넉한 마음은 남편의 새 아내를 구하는 요건에서도 드러났다. 그녀는 교감하며 지내던 케일리와 함께 잭에게 걸맞은 아내를 구해주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낼 때도 있지만 기저에는 슬픔의 깊이가 더한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뒤 데이지는 돌연한 교통사고로 남편을 여의고 딸을 키워냈던 그녀의 외로움을 통찰하며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리는 성숙함을 보였다.

 

   고작 스물일곱! 공부 때문에 미루어 두었던 일들이 줄지어 서있는 원하는 바를 접고 오로지 한 가지 일을 계획하는 동안 데이지의 바람은 잭이 잘 지낼 수 있는 있는 방안을 찾는 일에만 집중하였다. 곁에 있을 것이라 여겼던 한 사람이 사라지고 난 뒤의 불가피한 현실을 준비할 수 있도록 그를 밀어내는 그녀의 행동은 남은 정을 떼려는 의도처럼 비춰져 처연함이 더했다. 심사숙고하여 잭의 배우자로 결정한 패멀라는 남편과 함께 강아지 구조대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벌여온 사이다. 둘의 친밀함을 토대로 상상해내는 세상은 자신이 채울 수 없는 단란한 가족의 일상이 갖는 쓰라린 즐거움이었다.

 

   생명적 유기체는 누구든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으로 향하는 여정에 놓여 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이틀이 멀다하고 접하는 부음(訃音) 중에서도 젊은 생명이 제 빛을 발하기도 전에 세상과 결별하였다는 소식은 헛헛함에 휩싸이게 한다. 스물 셋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제자의 상가를 찾았을 때 남은 식구들과 친구들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오열하는 진풍경은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척의 광경이었다. 다양한 죽음을 목도하면서 슬픔에 젖을 때마다 불가항력적인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아가야할지 고민한다. 순연한 흐름으로 죽음을 수용하며 남은 자들을 배려하는 넉넉한 사랑은 견지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불평을 늘어놓기보다는 푸념을 거두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부터 시작하고 싶다. 데이지와의 짧은 결혼 생활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며 살아갈 잭의 입가에 번지는 엷은 웃음은 인연의 고리로 잔잔한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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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다이어트 - 비만 호르몬을 잠재우는 마법의 식사법
이원천 지음 / 사계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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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중을 줄이려는 생각은 접고 생활한 지 오래인데 한 권을 책을 만나고 비만 호르몬을 잠재울 수 있는 식사법을 실천하려는 마음을 먹는다스물여섯에 결혼하여 이듬해 아이를 낳고 직장생활하면서 어느 정도 지나 둘째 아이를 낳으면서 불기 시작한 몸은 출산 전과 후가 별 차이 없는 육중한 몸에 익숙해졌다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 몸무게로 체중을 줄일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음주를 수반한 회식 자리를 즐겼다채소 위주의 섭식을 하다가도 술자리에 가면 필요 이상의 안주를 먹으며 과음하는 경우가 있었다.


  잘못된 식습관은 불어난 몸만큼이나 고혈압 전단계로 건강에 경고등이 들어왔고갱년기 증상까지 겹쳐 일상의 평정심까지 앗아 가버렸다밥 먹기 싫을 때면 천혜향 2바나나 한 개사과 반쪽을 끼니로 해결할 때면 과일은 탄수화물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탄수화물과 당질까지 함유돼 칼로리를 더 높였다니 후회막급이다저자는 호르몬 다이어트가 부작용 없는 최적의 다이어트로 탄수화물의 주범인 밥··면 위주의 식사를 금하고 신선한 채소와 고기해산물을 자유롭게 먹는 식단을 권한다이어 배고픔을 참지 말고 배가 고프다면 양을 늘려 다이어트에 실패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인다.


  호르몬 다이어트는 칼로리를 줄이려는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생기 있고 탄력 있는 몸에 집중한다뚱뚱해진 몸은 지방 대신 당분만 사용하려 들기 때문에 지방 호르몬은 활성화된다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체온을 올릴 수 있는 음식과 생활습관을 붙여야 한다몸을 살찌게 하는 염증은 간에 부담을 줘 지방을 태우는데 필수적인 간의 활동은 가중된다지방을 태우기 전 염증을 잡는 일이 우선이라는 점은 간과했던 부분 중 하나다.


  지방 분해를 돕는 성장호르몬 분비를 위해 밤 11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어 숙면을 취하는 일부터 시작함으로써 3주간의 호르몬 다이어트에 돌입해야겠다처음 1주일은 준비 기간으로 살 빠지는 건강한 음식으로 식단을 구성한다그 다음 2주간은 하루 한 끼를 수프 데이로 정하여 칼로리를 조절하고 간이 지방을 분해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하루 종일 다른 음식은 먹지 않고 3~5회 정도 국과 건더기만 먹어 식욕을 잠재운다이로써 인슐린 활동을 줄여 공복감이 들 때비로소 지방을 분해하는 호르몬인 아드레날린과 글루카곤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나중 사용하기 위해 우리 몸에 저장해 두는 에너지인 지방을 저장하는 나쁜 음식은 탄수화물이다혈액을 따라 움직이는 지방은 한 부분이 조금 줄었다 하면 다른 곳에서 흘러온 지방이 쌓인다니 우울한 일이다지방의 양을 줄이는 게 우선이라 말하는 호르몬 다이어트는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는다지방을 잘 태우려면 지방이 분해되는 것을 막는 인슐린 분비를 줄여야 한다당분이 들어간 음식인 곡물을 끊어야 할 이유는 섭취한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바뀌고 포도당을 분해하기 위해 인슐린이 분비되기 때문이다비만 호르몬인 인슐린 분비를 막기 위해 당분 섭취를 제한하고지방을 녹여내는 글루카곤의 활성화를 이끌어야 한다.


  글루카곤 활동을 위해 단백질 위주의 고기 섭취가 우선이다단백질의 58%는 소화돼 당분으로 바뀌기 때문에 밥 대신 고기 위주의 섭취로 지방 배터리를 켜야 한다체온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지방을 태울 수 있기 때문에 MCT오일·코코넛 오일을 한두 스푼씩 곁들여 먹으면 더 좋다니 유념해야겠다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쏟아져 나오면 지방 배터리는 작동을 멈추니 긴장을 이완하며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아야 할 이유는 도처에 자리한다노폐물이 잘 배출되도록 신선한 물을 적어도 1리터 500미리 이상은 마실 필요가 있다.


  3주간의 호르몬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탄수화물 대신 단백질과 지방을 주식으로 해야 한다고 저자는 일관성 있게 말한다접시의 1/3을 고기로 채우고 2/3는 당분이 적게 들어간 브로콜리·양배추·토마토·상추 등의 채소를 담는다과일을 좋아한다면 소량 섭취하고말린 과일은 절대로 먹지 말라니 그동안 말린 자두와 살구를 많이 먹었던 게 후회로 남는다녹말이 많아서 혈당을 치솟게 하는 밥··독소가 많은 음식을 삼가고 해독 작용을 주로 하는 간의 상태를 살필 필요가 있다다시마 육수와 치킨 스톡을 준비해 수프 데이 국을 끓일 때 활용하는 일은 호르몬 다이어트에 윤기를 더할 것이다.


  살을 빼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변화를 시도조차 안 한다면 아무것도 이뤄낼 수가 없다그다지 어렵지도 않은 호르몬 다이어트 식단으로 3주간이라도 시작하련다토마토를 익혀 먹는 아침으로 한 끼를 해결하고점심 급식 시간에는 밥 두 숟가락 분량만 받고 나물 반찬을 주로 섭취할 것이다저녁에는 코코넛 오일을 한 스푼 먹은 뒤 야채와 버섯쇠고기를 주재료로 한 샤브샤브로 해결해 몸의 변화를 느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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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 나만의 질문을 찾는 책 읽기의 혁명
김대식 지음 / 민음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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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성대로 움직이며 밋밋하게 지내는 생활에 익숙해져서인지 낯선 공간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일은 두려움을 부른다. 작은 학교라 수업 부담은 규모가 큰 학교에 비해 적지만 소수의 교원들이 감당해야 할 행정업무들이 산적해 있다. 신학기 업무를 시작하면서 내부결재를 얻어 시행해야 할 일들은 많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의아스러워하면서 지내는 시간을 견디기 쉽지 않았다. 그동안 행정업무보다 배우며 가르치는 일에 비중을 두고 지내와서인지 업무를 보는 일에 서툴렀다는 게 금세 표가 났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가늠이 안 서 지난문서함을 뒤지며 때 맞춰 처리해야 할 일을 놓친 것은 없는지 회의하면서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며 현실에 적응해 가는 중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고도를 한없이 기다리는 두 남자가 이해조차 힘든 말들을 서로에게 쏟아내며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과정을 그린 <<고도를 기다리며>> 속 주인공처럼 무엇을 갈구하며 이 순간을 보내고 있는지 반문한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오기를 바라고 다음에는 마음 속 갈증을 해소할 수 있기를 바라며 무의미한 기다림을 반복하며 살아갈 뿐이다. 일상에 지쳐 갈수록 영원할 것처럼 여겼던 고향의 언덕을 그리워하며 고향을 찾지만 그곳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절감한다. 익숙한 언어를 쓰지 않는 대신 이탈리아어를 선택해 초등학생처럼 글쓰기를 배우는 라히리의 결정은 쉽사리 이뤄지기 힘든 행복을 추구하며 사는 개별성을 띤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을 잇는 과학기술의 발달은 세상을 지배해온 인류의 정체성에 물음을 던지게 한다. 맹수에게 쫓기던 나약한 동물에 지나지 않았던 인간들이 전능한 신으로 자리하며 축적된 빅 데이터를 조직화한 일에서 파생된 속박은 두려움을 수반한다. 최고의 힘을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른 채 힘을 행사하여 위험한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음을 간파하고 문명 세계의 구축만이 능사인지 물음을 던지고 답할 수 있을 때 인류의 미래는 예측 가능할 것이다. 더 발달된 기계 학습 기술 때문에 범용적 인공지능이 가능해진다면 기계는 왜 사람을 위해 일해야 하는지 질문하며 자율성과 독립심을 인식하는 초지능으로 인류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음을 되새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집안의 희망이자 미래였던 그레고르 잠자가 벌레로 <<변신>>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일반화된 모습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를 차별하고 학살·폭행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 인간의 가학성을 드러낸다. 비현실적인 허구의 세계가 그려내는 충격은 무용지물로 변해버린 자신을 박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싸이게 한다. 기존의 사회 질서를 파괴할 수도 있지만 돈은 욕망을 실현하는 수단을 넘어 문명과 사회를 지탱하여 준 불편한 유동적 자산이었음을 떠올리게 한다. 죽음과 기호의 문명으로 대변되는 <<중세>>에서 보여주는 비참한 상황은 21세기에 끝나지 않은 야만적 시대에 짓눌린 개인의 자유는 행복한 삶과 비껴나 음울함이 더한다.

   ‘왜 그런 걸까?’

   질문을 던지고 통찰력 있게 답하려는 실천적인 노력보다는 남들이 내린 주어진 답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수동적인 태도를 돌아본다. 지금껏 자신을 지배해왔던 신념과 고정관념·편견을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관찰하는 일부터 시작할 때 질문의 효용성을 조금씩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우연히, 물에 빠져 죽을 위기에 놓인 네 살배기 히틀러를 구해준 청년의 침착함은 수천만 명을 무참하게 살상한 역사적 비극을 초래했다. 만약에 청년이 용기가 없었고 수영 실력이 좋지 않았다면 나치체제의 광기는 사라졌을지 가늠키는 어렵지만 죽음의 종착역을 향해 가는 인간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책을 읽는 개인적인 행위로 정밀한 논리를 갖추어 가는 글쓰기를 병행하며 잘 살고 있는지 되묻는다. 세상의 풍경들이 빚어내는 잔상들을 끌어안고 수용하며 이해하고 자아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에 시간을 들이며 나이 들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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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접속해 이웃들의 사는 이야기를 보던 중 새로운 책 소개를 담은

인터넷 서점을 기웃거리다 알라딘까지 흘러 들어갔다.

알라딘 선물박스 리뉴얼 소식을 접하고 들른 알라딘에서 그동안 구매하여 읽고

싶은 책 두 권을 샀다.

다채로운 작품의 제목을 담은 알라딘 선물 박스의 종류가 대여섯 가지가 있었지만

예전에 잘 봤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끌려 비밀의 화원을 택하였다.

비교적 탄탄한 박스에 내용물을 담았는데 책이 서로 부딪혀 상처를 입을까

염려해 비닐로 포장을 하여 배송 중 부대낌을 막은 듯하다.

 

불교 신도들의 성지 순례 코스 1위로 자리한 적멸보궁 봉정암 가는 길은 마음만 먹고

가지 않았던 도량으로 향하는 마음을 담았다.

불제자로 살면서도 수행에 부족함이 많은 터라 늘 갈증을 느끼는데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주는

기도 성지라니 간절한 마음을 담아 깔딱 고개를 넘어야 갈 수 있는 <<설악산 봉정암 가는 길>>

나무 막대기를 짚고 바랑을 짋어지고 돌길을 걷는 노보살들의 한결같은 걸음이 눈길을

끄는 표지를 보며 마음은 벌써 설악산으로 향한다.

 

20대부터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으며 다리 수술과 요양 과정을 거치면서 책을 읽고

공부하다 자전적인 고백을 함께 실은 <<아파서 살았다>>는 한쪽 문이 닫히니 다른 쪽 문이 열리더라는 말을 색각케 한다.

아픔을 끌어안고 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찾은 지식 공동체에서의 공부는 작가의 삶을 새롭게

바꿔 놓았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으며 가족을 위해 살아 온 샐러리맨이 하루 아침에 흉측한

벌레로 변해 식구들에게 홀대를 당하다 급기야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이는 소설 속 설정이

씁쓸함을 더한다. 물질 중심의 사회에서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이는 가정에서도 냉대를 받고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낙인을 찍고 벌레가 죽었을 때 홀가분하게 남은 가족들이 소풍을 떠나는 대목에서는 허탈함이 더한다.

카프카의 작품에 끌려 구매한 초록색 에코백은 도서관이나 사찰에 갈 때 책을 넣어 다니면

좋을 듯해 함께 구매하였다.

 

선물을 보낼 때 알라딘 선물박스를 이용하면 주는 기쁨이 배가 될 듯하다.

3월 한 달 천방지축인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다고 애쓴 자신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

시크릿 가든 속 싱그러운 삶의 이야기가 다채롭게 그려지길 바라며 꽉 찬 3월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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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 - 손미나의 사람, 여행
손미나 지음 / 씨네21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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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떠나기 전 찾는 공항에서의 움직임은 생기로 가득하다미답의 목적지를 향하는 설렘과 두려움은 가슴을 뛰게 하는 기제로 작용한다규율이 지배하는 일상을 벗어나 동경하는 곳을 찾는 즐거움은 밋밋한 생활을 견디게 한다자기 나름대로 성실히 일하였는데 사적인 권력을 이용해 기회를 박탈하는 횡포를 겪으며 답답함은 수위를 넘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일렁거렸다나 홀로 어디든 길 따라 떠나고 싶은 열망으로 14명의 여행자들의 내밀한 삶의 단면 속으로 들어갔다나고 자란 공간을 떠나 이국적 정취 속에 지내온 여정은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가?’

  중년을 넘어서면서 든 물음은 내면을 지배하며 또 다른 공간을 품고 살게 하였다최고의 카피라이터 최인아 씨는 맡은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혼의 고갈을 느껴 서른 살 무렵 인도를 찾았다고 하였다안정적인 생활 반경을 벗어나지 못한 채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며 떠난 인도 여행이 떠올라 인터뷰를 읽어가는 동안 공감은 컸다이대로 살아도 괜찮은지 자신에게 물으며 자기를 관리하여 자기 치유로 이끄는 여행은 떠나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을 넌지시 알려준다시간을 유동적으로 사용하고 싶어 이직한 흥행의 아이콘인 나영석 피디의 아이슬란드 여행은 오롯한 자신으로 서기 위한 방편을 일러준다타인의 눈에 비치는 자신을 각하기보다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에게 솔직해질 때 의지대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정착하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이며 살아야 하는 공간 미국의 심장부 뉴욕에서 국제 변호사로 활약하는 이소은 씨의 도전은 진정한 도전의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미래에는 소용없는 지식을 암기하는 단순한 공부에서 자신을 밀어 넣고 싶은 분야에서 맹렬히 활동하는 여성상을 떠올린다수능시험을 치른 아들과 동갑인 임하영 군의 홈스쿨링과 여행 경험은 기존의 틀을 쉽게 부수지 못한 채 관성대로 움직이는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카우치 서핑으로 여행하면서 길거리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여행 경비를 조달하는 모습만으로도 긴장과 흥분을 더하였다한계가 지어져 있지 않은 세상으로의 여행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며 또 다른 꿈을 꾸며 ‘Link’ 인턴십에 지원하여 정책 연구원으로 자리하려는 포부를 드러냈다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양한 주제의 워크숍을 벌이는 독일의 한 지역 행사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생각게 한다.


  ‘인생의 목적은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자기 자신이 되는 거야.’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은 죽음을 향하는 인생에 삶의 자세를 돌아보게 한다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며 살되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힘을 보태는 일에 능동적인 오기사의 인도 바라나시 여행은 인생 고민마저 무색케 한다건축가 오 기사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강가 바라나시에서 배설물들이 자연화 하는 과정을 통해 현안에 매어 사는 근시안적인 태도를 배제하며 사는 인생의 의미를 일깨운다.

외교관의 아내로 35년 이상을 외국에서 생활한 세계장신구박물관 관장인 이강원 씨의 수집은 열정이 낳은 부산물로 여겨진다휴지와 성냥도 없었지만 영적으로 충만한 시간이었다던 에티오피아남미의 파리라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들을 경험하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해진다생각 없이 걷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에서 기쁨을 느끼는 여행은 송은이김영철 씨 여행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일곱 살 때 봤던 영화에서 꿈을 키워 비전 있는 삶을 열정적으로 잇는 로봇과학자 데니스 홍의 여행 경험은 호기심을 재충전하기에 그만인 활동으로 자녀와 함께 하는 여행의 의미를 더한다.


  영화감독으로 일하면서 외국으로 나갈 기회가 많아진 류승완 감독의 삶의 방식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몰입함으로써 다양한 나라의 단면을 보게 되는 행운이 따른 듯하다감독은 여행길 안내자로 방향성만 제시하면서 흐름대로 흘러가게 두는 게 중요하다는 직업 속 가르침은 인생 전반을 관통하는 생활의 지혜로 다가왔다경제 중심으로 가치가 쏠리는 세태의 위험을 드러내며 행복은 촬영 중에 맛본 음식에서 찾을 수 있고 마주하고 밥을 나누는 이와의 대화 속에서도 스며들어 있음을 발견한다마흔에 철인 3종 경기를 시작한 이영미 편집장의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느리게 움직이며 셰르파와 여행자와 함께 하는 생활의 의미를 일깨워준다약소국으로 강대국의 침입을 많이 받은 제국주의의 희생양인 우리나라의 시대적 양상을 확인하며 미래를 예측하며 살아야 할 과제를 안고 지낸다역사여행가 권기봉 씨의 궁궐 이야기는 일제에 무너져버린 나라의 기강을 떠올리며 애잔함에 잠긴다주체적인 사고로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과오에서 벗어나 살고 싶은 나라의 위상을 회복하는 일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적 삶을 이을 때 우리는 지금보다 영적으로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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