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 - 손미나의 사람, 여행
손미나 지음 / 씨네21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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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떠나기 전 찾는 공항에서의 움직임은 생기로 가득하다미답의 목적지를 향하는 설렘과 두려움은 가슴을 뛰게 하는 기제로 작용한다규율이 지배하는 일상을 벗어나 동경하는 곳을 찾는 즐거움은 밋밋한 생활을 견디게 한다자기 나름대로 성실히 일하였는데 사적인 권력을 이용해 기회를 박탈하는 횡포를 겪으며 답답함은 수위를 넘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일렁거렸다나 홀로 어디든 길 따라 떠나고 싶은 열망으로 14명의 여행자들의 내밀한 삶의 단면 속으로 들어갔다나고 자란 공간을 떠나 이국적 정취 속에 지내온 여정은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가?’

  중년을 넘어서면서 든 물음은 내면을 지배하며 또 다른 공간을 품고 살게 하였다최고의 카피라이터 최인아 씨는 맡은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혼의 고갈을 느껴 서른 살 무렵 인도를 찾았다고 하였다안정적인 생활 반경을 벗어나지 못한 채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며 떠난 인도 여행이 떠올라 인터뷰를 읽어가는 동안 공감은 컸다이대로 살아도 괜찮은지 자신에게 물으며 자기를 관리하여 자기 치유로 이끄는 여행은 떠나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을 넌지시 알려준다시간을 유동적으로 사용하고 싶어 이직한 흥행의 아이콘인 나영석 피디의 아이슬란드 여행은 오롯한 자신으로 서기 위한 방편을 일러준다타인의 눈에 비치는 자신을 각하기보다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에게 솔직해질 때 의지대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정착하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이며 살아야 하는 공간 미국의 심장부 뉴욕에서 국제 변호사로 활약하는 이소은 씨의 도전은 진정한 도전의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미래에는 소용없는 지식을 암기하는 단순한 공부에서 자신을 밀어 넣고 싶은 분야에서 맹렬히 활동하는 여성상을 떠올린다수능시험을 치른 아들과 동갑인 임하영 군의 홈스쿨링과 여행 경험은 기존의 틀을 쉽게 부수지 못한 채 관성대로 움직이는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카우치 서핑으로 여행하면서 길거리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여행 경비를 조달하는 모습만으로도 긴장과 흥분을 더하였다한계가 지어져 있지 않은 세상으로의 여행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며 또 다른 꿈을 꾸며 ‘Link’ 인턴십에 지원하여 정책 연구원으로 자리하려는 포부를 드러냈다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양한 주제의 워크숍을 벌이는 독일의 한 지역 행사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생각게 한다.


  ‘인생의 목적은 사랑받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자기 자신이 되는 거야.’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은 죽음을 향하는 인생에 삶의 자세를 돌아보게 한다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며 살되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힘을 보태는 일에 능동적인 오기사의 인도 바라나시 여행은 인생 고민마저 무색케 한다건축가 오 기사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강가 바라나시에서 배설물들이 자연화 하는 과정을 통해 현안에 매어 사는 근시안적인 태도를 배제하며 사는 인생의 의미를 일깨운다.

외교관의 아내로 35년 이상을 외국에서 생활한 세계장신구박물관 관장인 이강원 씨의 수집은 열정이 낳은 부산물로 여겨진다휴지와 성냥도 없었지만 영적으로 충만한 시간이었다던 에티오피아남미의 파리라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들을 경험하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해진다생각 없이 걷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에서 기쁨을 느끼는 여행은 송은이김영철 씨 여행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일곱 살 때 봤던 영화에서 꿈을 키워 비전 있는 삶을 열정적으로 잇는 로봇과학자 데니스 홍의 여행 경험은 호기심을 재충전하기에 그만인 활동으로 자녀와 함께 하는 여행의 의미를 더한다.


  영화감독으로 일하면서 외국으로 나갈 기회가 많아진 류승완 감독의 삶의 방식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몰입함으로써 다양한 나라의 단면을 보게 되는 행운이 따른 듯하다감독은 여행길 안내자로 방향성만 제시하면서 흐름대로 흘러가게 두는 게 중요하다는 직업 속 가르침은 인생 전반을 관통하는 생활의 지혜로 다가왔다경제 중심으로 가치가 쏠리는 세태의 위험을 드러내며 행복은 촬영 중에 맛본 음식에서 찾을 수 있고 마주하고 밥을 나누는 이와의 대화 속에서도 스며들어 있음을 발견한다마흔에 철인 3종 경기를 시작한 이영미 편집장의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느리게 움직이며 셰르파와 여행자와 함께 하는 생활의 의미를 일깨워준다약소국으로 강대국의 침입을 많이 받은 제국주의의 희생양인 우리나라의 시대적 양상을 확인하며 미래를 예측하며 살아야 할 과제를 안고 지낸다역사여행가 권기봉 씨의 궁궐 이야기는 일제에 무너져버린 나라의 기강을 떠올리며 애잔함에 잠긴다주체적인 사고로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과오에서 벗어나 살고 싶은 나라의 위상을 회복하는 일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적 삶을 이을 때 우리는 지금보다 영적으로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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