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투자학 - 젊은 투자자들은 절대 모르는 주식투자의 비밀
이주영 지음 / 굿앤웰스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년을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단 10분도 가지고 있지 말라.”는 ‘워런 버핏’의 소중한 조언을 그저 흔한 주식격언 정도로 치부해 버리게 되는 것은, 우리가 지금 투자라는 허울을 뒤집어 쓴 투기를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식시장에는 주옥같은 격언들이 넘쳐나고 주식을 하는 사람치고 이와같은 격언 한두개쯤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과연 투자자들이 그 격언대로 잘 이행하고 있는가 하면 아마도 대부분은 그렇지 못할거라 생각한다.

대가들이 ‘왜’ 그와 같은 말을 했는지, 그 말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는지, 아무리 단순한 원리라도 진리를 진리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역시 스스로 깨닫고 난 다음이라야 가능한 모양이다. 28살의 저자는 7년여를 주식시장에서 휘둘리다 각고의 노력 끝에 그 「투자의 진실」을 깨우쳤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보면, 시장에 넘쳐나는 수많은 투기꾼 중에 하나로 주식에 첫발을 내디뎠을 저자가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뼈아픈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온갖 주식과 경제학 서적에 매달려 탐독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저자가 아직 젊고, 설명하는데 있어서 다소 감정적인 면이 있어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도 없지는 않겠지만, 통찰력이라는 것이 나이와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지 않지 않지 않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그저 맡은 생업에 온 힘을 다하면서 돈의 가치하락은 인류문명의 발전이라 생각하고 가지고 있는 돈의 가치하락을 막을 수 있는 기업과 산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다.”

왜 그래야 하는가? 왜 투기가 아니고 투자여야 하는가? 왜 투자가 아니면 안되는가? 왜 다같이 잘 되어야 하는가?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가? 주식시장과 경제의 상관관계에 대해 갈고 닦은 지식과 노하우로 ‘왜?’와 그 해법에 대해 설명한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냐고? 저자의 대답은 처음부터 끝까지 명쾌하면서도 집요하다. 「인플레이션」. 오직 장기적인 안목과 통찰력으로 인플레이션에 올라타는 것만이 개미가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 책에서도 추세나 파동과 같은 기술적 분석에 관한 언급은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기술적분석에 의한 단기투자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단기투자로도 최후의 최후까지 이 힘겨운 싸움터에서 살아남는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 힘들다는 로또 1등 당첨자의 행운도 누군가에게는 돌아간다. 그것은 결국 투자가 아니고 요행을 바라는 투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행운에 모든 것을 걸기에는 인생이 섭섭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교만으로는, 그리고 심지어는 자신이 투자를 하는지 투기를 하는지도 모르고서는 절대로 이 험난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성공으로 가는 왕도는 투기가 아니라 오직 투자에만 있다. 길을 잘못들어 안타까이 방황하고 있는 언니 오빠들에게 이 책이 한줄기 서광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사랑해도 될까요?
제임스 패터슨.가브리엘 샤보네트 지음, 조동섭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제임스 패터슨>이라고 해서 스릴러 소설인가 했더니, 뉴욕을 무대로 한 판타지연애 소설입니다. <가브리엘 샤보네트>라는 작가와의 공저인 모양입니다. 그러고보면 제임스 패터슨은 공저가 많습니다. 다른 작가들의 가능성을 발견해내는 안목이 탁월한 까닭일까요? 얼마전에『블루존』이라는 스릴러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작품의 작가 역시 오랫동안 제임스 패터슨과 공동작업을 해 온 이력이 있더군요. 대단히 스릴있고 마음에 드는 소설이기도 했지만, 그 이력 때문에 더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주인공 ‘제인’은 외톨이 작은 여자아이. 제인의 어머니는 파워풀한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제작자로 언제나 화려한 세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8살짜리 딸을 돌보는 일에는 소홀한 편이고, 제인은 언제나 혼자놀기를 하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제인에게는 ‘마이클’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잘생기고 다정하고, 언제나 제인의 편을 들어주는 근사한 남자입니다. 다만, 타인의 눈에는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마이클은 제인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존재하는 상상의 친구였습니다. 그런 마이클이 제인의 9살 생일날 갑자기 자취를 감추어 버립니다. 제인은 마음의 상처를 입습니다.

그리고 23년 후, 32살이 된 제인은 여전히 고독합니다. 엄마는 예전보다 더 큰 성공을 이루고 더욱 바빠졌습니다. 제인은 변함 없이 내성적이고 타인과의 관계에 서투르지만, 성실하기 때문에 자신이 맡은 프로듀스일을 그럭저럭 잘 해내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의 지위를 이용하려는 남자들에게 제인은 자주 속아넘어가곤 합니다. 좋은 의미로 아이와 같이 순수하고 착한 여성입니다.

그런 어느날 뉴욕에 머무르던 마이클이 제인을 목격합니다. 원래는 상상의 친구에게 그런일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마이클은 몰래 제인의 뒤를 미행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해서 우여곡절 끝에 너무나 사랑스러운 두 남녀의 극적인 재회가 이루어집니다.

마이클과 만나고 싶어 견딜 수 없는 제인.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하는 감정은 여느 연애감정과도 동일하겠지요. 다만 이들의 경우는 어릴 적부터 아는 사람인 까닭에 그 감정에 이르는 과정은 별로 복잡하지 않습니다. 솎아내기 상태. 다시 재회하자마자 둘은 갑작스럽게 초 좋아좋아 모드입니다. 거기는 조금 어딘가 부족할지도. 그렇지만, 역시 제인의 운명이 신경 쓰이고, 마이클이 안고 있는 수수께끼가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탄탄하게 이끌어 갑니다. 과연이라고 해야 할까요. 술술 단번에 읽힙니다.

그러고보면 나에게도 어릴적 상상의 친구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분명히 있긴 있었는데 어쩐일인지 얼굴도 이름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친구. 그런 친구가 있었는데 하는 좋은 이미지는 남아있습니다. 아마도 9살을 기점으로 잊어버리도록 정해져 있는 때문이겠지요.

조금 그리운 기분입니다. 혹시 나에게도 이런일이? 그런 감상에 젖게 만들면서 그대로 헐리우드 영화의 원작이 되어 버릴 것 같은 소설입니다. 로맨틱해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보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 그 후 - 10년간 1,300명의 죽음체험자를 연구한 최초의 死後生 보고서
제프리 롱 지음, 한상석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죽음은 어제의 우정과 내일의 재회를 연결하는 별빛 찬란한 다리다.“ _ 마크 트웨인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은 나이, 성별, 인종이나 종교와는 상관없이 이 체험을 통해 거의 동일한 과정을 겪는다. 죽은 자신의 몸을 천장에서 바라보고,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파노라마 펼쳐지며, 그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반성한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환희를 느끼며, 터널을 따라 어딘가로 이동한다. 자신의 몸으로 돌아온 뒤에는, 임상적으로는 죽어있던 그 시간에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일까지도 모두 알고 있기도 한다.

또, 친숙하지만 누군지 모르는 존재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나중에 가족사진등을 통해 그들이 누구인지 알게 되기도 한다. 대부분 알아볼수 없는 그 존재들은 친척이나 가족의 일원으로 밝혀진다. 산드라의 경우가 그런 사례다. 산드라는 임사체험중에 존재했는지도 몰랐던 언니를 만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태어날때부터 시각장애나 청각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임사체험 중에 시각적이거나 청각적인 이미지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시각이나 청각이라는 감각이 어떤 것인지 전혀 짐작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사실은 더욱 놀랍게 다가온다. 체험을 겪고 난 사람들의 삶의 대한 자세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도 공통적이다. 저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리서치 도구를 이용해 이런 전세계의 체험자들의 증언을 수집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죽음이 끝이 아니며 그 후에도 놀라운 세계가 존재한다고 단언한다.

<
레이먼드 무디>의 『삶 이후에 삶』이 출판된 이후로 여러 종류의 임사체험/ 사후세계 관련 서적이 나왔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임사체험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은 그다지 변한것 같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이런 놀라운 체험들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오직 체험자들의 증언뿐이라는 점이다. 이 점은 회의론자들의 가장 주요한 타겟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 오만한 양의사들이 한의학을 드러내놓고 부정하는 것처럼 과학이 증명해주지 못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아주 방만한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부정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는 그런 회의론자들의 근거없는 주장 하나하나에 조목조목 이유를 들어 반박한다.

임사체험을 부정하는 회의론자들의 주장 중 대표적인 것이, ‘삶을 회고하는 체험은 생명이 위험한 순간에 나타나는 심리적인 방어기제’라는 것이다. 이들 방어기제에는 이전에 즐거운 기억들로 퇴행하는 것을 포함한다. 설명은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임사체험에서 즐겁지 않는 기억을 떠올리는 부분에 달하면 그렇지 못하다. 만일 삶을 회고하는 체험이 일종의 심리적 도피라면 즐겁지 않은 내용이 등장할 이유가 없다.

보고에 따르면 많은 임사체험의 경우 죽음에 이르게 되는 사건 은 대부분 돌발적인 상황에서 발생한다. 그들은 거의 준비없이 거의 즉각적으로 무의식 상태에 이른다. 임사체험에서의 무의식상태는 이렇듯 급작스럽게 일어나므로 심리적인 방어기제가 작동할 시간조차 없다. 또한 전신마취중에 일어나는 임사체험과 그에 따르는 회고체험도 있다. 전신마취중에는 임사체험자들이 아무것도 지각할수 없으므로 그때일어나는 임사체험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없다.

노벨상을 받은 <존 에클스경>은
"과학적 환원주의로 인해, 인간의 신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되었다고 나는 확신한다. 과학적 환원주의란, 궁극적으로는 정신세계의 모든 것을 뉴런 활동만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물질주의를 기치로 한다. 그러나 그런 믿음은 오히려 미신으로 분류되어야 한다. 우리는 물질세계에 존재하는 몸과 뇌를 가진 물질적인 존재인 동시에 영적세계에 존재하는 영혼을 지닌 영적 존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고 말한 바있다.

사후세계를 체험한 사람들이 소개하는 영혼의 메세지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알려준다. 이것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그러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그들이 전하는 놀라운 가치로부터 귀를 닫아버리는 것은 그리 지혜로운 선택은 아닌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 스티븐 킹의 사계 봄.여름 밀리언셀러 클럽 1
스티븐 킹 지음, 이경덕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티븐 킹의 『사계』중 봄. 여름편>. 킹의 진면목을 확인한다.

<가을. 겨울편>에는 불후의 명작 『스탠 바이 미』가 수록되어 있다. 그것까지는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예상했던 ‘공포’분위기는 아니다. 『사계』라는 센티멘탈한 제목에서조차 공포를 떠올리게 되는건 역시 공포작가로서의 <스티븐 킹>의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집에는 그런 자신에 대한 대중의 편견을 깨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는 듯 하다.

사계의 첫번째 작품<희망의 봄>은, 영화『쇼생크 탈출』의 원작인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이다. 원작을 먼저 읽을 사람이라면 영화에 대해 이런저런 불만도 생길 수 있겠지만, 영화로 먼저 접해 본 입장에서는 확실하게 결착을 지어주는 원작의 결말이 무척 마음에 든다.

특히, 영화에서 의문스럽게 생각했던 점들이 원래부터 그랬던 것이 아니라, 원작에서는 모두 납득이 가게 그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몇 십년씩이나 교도소 소장이 같은 사람일리가 없다.

두번째 <타락의 여름> 은 『쇼생크 탈출』과 거의 동시기를 무대로 한 『우등생』이다. 스포츠 만능에 성적 우수한, 그야말로 전형적인 미국 소년이 남자아이 특유의 호기심과 잔혹성 때문에 최악의 결말로 내달리는 이야기로, 이것은 시각적인 이미지로는 딱히 공포라 하기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어떤 의미에서 확실한 공포이기도 하다.

주인공 ‘토드’는, 이웃에 사는 노인이 나치 전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연히 자료를 읽다가 나치가 저지른 행위에 흥미를 가지게 된 토드는 은둔해 있던 이웃노인 즉 ‘듀샌더’를 협박해 꼬치꼬치 과거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결과, 숨어살면서 그럭저럭 평안한 생을 보내고 있던 ‘듀샌더’는 과거의 악몽에 시달리다 한때 악랄했던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 버리고, 우등생이던 ‘토드’ 또한 악몽에 성적은 폭락, 거짓말을 거듭하고 잔혹행위에 몰두한다.

두 사람 모두 겉보기에는 점잖은 신사이고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우등생이다. 그런 두 사람이 서서히 망가져 가는 모습이 실로 섬뜩하다.

게다가, 어떤 인물에게 감정이입 하면 좋을지 당황스러우면서도, 앞이 어떻게 될까 초조해지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듀샌더’. 나치 신분으로 그가 저지른 행위들은, 몇십년이 지났어도, 설사 앞으로 그가 살 날이 얼마 안남았다고 해도 결코 용서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과거를 숨기고 조용히 살고 있던 그의 생활이 교란당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동정하게 된다. 그냥 내버려 두었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골똘히 생각해 버린다. 결국 끝에는 동정의 여지가 없는 상황으로 빠지지만, 읽는 동안 빨리 잡히면 좋겠다는 마음과 무사하면 좋겠는데 하고 바라는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묘하다.

토드의 행위 역시 용서되지 않는다. 아이란, 이 얼마나 잔혹한가 하고 어쩐지 두려워지지만, 그러고 보면 재미로 잠자리 날개를 쥐어뜯거나 병아리를 물에 던져 넣는 행위도 비슷한 심리일지 모른다. 그런건 역시 맨정신 가진 어른은 하기 힘들다. 봉인되어 있던 광
기의 표출. 들여다 봐서는 안될 것을 봐버린 기분이다.

결코 만나서는 안 되었을 두 명의 이야기. 그렇게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이 이야기도 영화화되어 있지만, 역시 그대로는 문제가 있었는지, 조금 내용이 바뀐 것 같다. 그도 그럴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행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2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이렇게까지 어리석다. 어리석은 것만 잔뜩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생물’의 본성. 살인의 이유가 될만큼 일생을 걸어 추구하는 것이 고작 이런 것인가? 이 소설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때 서글퍼진다. 너무 경박하다. 정말로 무섭다.

심야의 도쿄, 어느 한적한 주택가에서 집주인 부부와 어린남매 일가족 네명이 부엌칼등으로 수차례 찔려 무참하게 살해당했다. 반쯤 열어놓은 욕실 창문으로 침입한 것으로 보이는 범인은 범행후 샤워까지 한 뒤, 피해자 부부의 옷을 각각 한벌씩 훔쳐 달아났다. 그 후로 일년 남짓의 시간이 지났지만 사건은 아직까지도 오리무중. 처참한 사건의 진상은 그렇게 묻혀져가고 있었다.

특이하게, 이 사건의 개요 이후부터는 줄곧 피해자 부부의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 내용만으로 진행된다. 우선은 근처에 사는 주부가, 그리고 생전의 부부의 동료, 학창시절의 교제가 있던 사람들이 차례차례로 어느 르포라이터의 인터뷰에 응해 부부의 생전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해 간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우행록’이란...

<누쿠이 도쿠로>의 소설은 주로 구성력이 돋보이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우행록』역시 주변인물들의 상반된 진술이나 어느 ‘여동생’의 ‘독백’만으로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을 생생하게 떠오르게 하는 독특한 구성이 마음에 든다. 전체상이 좀처럼 보이지 않던 사건을 르포라이터의 인터뷰에 의해서 조금씩 실체가 드러나게 하는 방식에서는 <온다 리쿠>의 『유지니아』등을 떠올리게 되기도 하고, 인간의 추악한 면을 파헤쳐내는 내용이나 그것을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하는 암울한 독백부분은 <기리노 나쓰오>의 『그로테스크』를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_어리석은 인간들의 향연

인터뷰 하는 상대에 따라서 피해자 부부의 인물상이 수시로 뒤바뀐다. 부부를 실로 모범적인 인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교활함이나 추악함을 지적하는 증언도 잇달아 등장한다. 안타까운 것은 이것만으로는 그 부부의 진정한 모습이 어떤 것인지 손에 잡힐 듯, 결코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독자는, 인터뷰 당사자 각자의 개인적인 감정이라던가, 입장과 같은 필터를 통해 변환된 극히 주관적인 이미지로 그들의 모습을 파악하게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같은 화제를 두고도 자기자신을 미화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왜곡하는(그렇게 믿고 있는)식으로 판이하게 달라지는 인터뷰어들의 회고록이다.

물론 소설이니까 과장된 부분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등장 인물들이 털어놓는 협잡과 간교한 계략이 난무하는 ‘우행록’의 내용들은 정말이지 한심하고 추잡하기 이를데 없다. 이것이 결코 일부 엘리트 지망생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많든 적든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보편적이라면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이기 때문에 더 아프다. 학연, 지연, 엘리트 지향, 그리고 원하는 바를 손에 넣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의 ‘속물근성’이 일본 명문 사립대학 내의 ‘내부, 외부생의 갈등’이라는 형태로 이 이야기 속에는 무섭도록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결국, 일가족 살해사건이라는 배경은 어디까지나 “인간이란 원망, 시기심, 욕망, 선망등의 속물근성을 끌어안고서 각각의 소세계 안에서 어리석은 게임을 해 나가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기 위한 무대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데로 믿는 제멋대로이고 슬픈 동물이였던가... 그런 안타까운 뒷맛이 남는다.

덧붙이자면, 저자<누쿠이 도쿠로>는,「1968년 도쿄에서 출생. 와세다 대학 상학부 졸. 재학중에는 스키 써클에 소속, 졸업후에는 부동산 회사를 거쳐, 1993년에 제4회 아유카와 테츠야상 최종 후보작 『통곡』으로 데뷔.」 등장인물과 판에 박은 듯 흡사한 그 프로필을 보면 과연 그렇구나 더욱 납득이 간다. 그들 집단의 생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 않았을까.

마지막에 밝혀지는 범인의 충격적인 범행동기가 현실성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솔직히 판단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표면적으로는 평온하게 보이는 인간관계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 때로는 본심을 감추기도 하고 감정을 억누르기도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슬픈 가정하에 생각해보면, 작은 톱니바퀴 하나가 어긋나는것으로 인해서 간신히 유지하던 평정심이 도미노처럼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일이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 있다. 다만 그렇게는 생각한다.

사회의, 혹은 인간심리의 터부시되는 한 단면을 잔인할만큼 밖으로 끌어낸 이야기였다. 이런 무거운 주제를 거부감없이 이렇게까지 술술 읽히게 그려낼 수 있는 것은 역시 저자의 작가로서의 센스 덕분. 사람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저자의 소설을 애정의 필터를 끼고 바라보게 되는 것은 어쩔수 없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이 작가는 천재!가 확실하다. 그것을 재차 확인하게 해 준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