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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2033 - 인류의 마지막 피난처 ㅣ 제우미디어 게임 원작 시리즈
드미트리 글루코프스키 지음, 김하락 옮김 / 제우미디어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메트로 2033』에서, 사람들은 한 때 지하철이었던 공간에 소규모의 집락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다. 부족한 물자를 조달하고, 그 중 많은 자들이 ‘하늘’을 본 적 조차 없다. 화폐 대신에 사용되는 것은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만들어진 군용탄. 혐소한 공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빛이라고는 흐릿한 램프뿐. 그러한 세계에서 주인공 ‘아르티옴’은 태어났다.
지하철 밖은 인간에게 있어서 죽음의 세계다. 지상은 방사능을 띤 공기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방독면을 착용하지 않으면 한발짝도 나설 수가 없다. 게다가 방사능으로 인한 돌연변이들이 활보하고 있다. 돌연변이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다수의 짐승의 모습이 뒤섞인 것들, 익룡과 같이 날개를 가진 존재들, 그리고 명확하게 모습은 드러내지 않지만 ‘검은존재’라 불리는 생명체가 있어서 살아남은 인간들의 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지구의 패자인 것일까? 인류는 멸망을 앞두고 있는 과거의 종일 뿐인 것일까?

인류는 이런 세상에서 조차도 싸움을 그만두지 않는다. 제국주의 세력은 전쟁을 획책하면서 공산주의 세력과 대립하고 있다. 이런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와 상인들의 집단인 ‘한자동맹’까지 포함해서, 각각의 역마다 다양한 문화권을 이루고 있다. 하나의 역이 곧 국가와 마찬가지인 세계관이다. 역과 역을 연결하는 터널에는 돌연변이는 물론 강탈을 목적으로 한 인간들이 잠복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위험한 지하 세계를 사람들은 소인원 단위로 무리지어 이동한다. 각 집단을 연결하는 ‘레인저’라 불리는 자들이나, 소수이지만 보부상과 같은 상인들도 존재한다.
‘아르티옴’이 있는 역 ‘비데엔차’는 검은 존재의 연속된 습격으로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었다. 어느 날, 아르티옴의 의붓 아버지의 친구인 ‘헌터’가 비데엔차를 찾아온다. 헌터는 각 역을 돌며 정보 교환을 하고 있는 인물로,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폴리스에가서 멜니크라는 사람을 찾아 전후사정을 이야기 해줘” 라는 말과 함께 아르티옴에게 증표를 맡기고 소식이 끊겨 버린다. 아르티옴은 헌터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역 밖으로 나갈 결심을 한다. 지하세계의 수도 격인 ‘폴리스’는 지하도의 머나먼 끝에 있다. 아르티옴의 모험이 시작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이 가혹한 세계의 묘사에 있다. 서서히 생활권을 잠식당해 가는 인류의 절망감, 그런데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살아 가는 사람들. 지하 생활의 밀도와 궁핍함 뿐만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그 활기가 묘사되고 있다. 술은 보드카, 기분이 가라앉을 때는 노래를 부른다. 역 주민들에게서 느껴지는 러시아풍의 정취, 생활상도 재미있다. 절망적인 세상에서도 인간은 확실하게 살아 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마지막 남은 인류의 이 생활을 떠안고 있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실감할 수 있는 소설이다.

이런 매력적인 세계관 덕분에 이미 게임으로도 제작된 바 있다. 덧붙이자면, 핵전쟁 후에 살아 남은 세계를 모험한다는 설정에서, 게이머들이라면 아마도 유명한『폴 아웃』시리즈를 떠올리게 될 듯 하다. 여러면에서 흡사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멸망 후 몇백년의 긴 세월을 뛰어넘은 세상을 그린 기존의 이야기들과 비교하면, 『메트로 2033』은 핵전쟁 직후의, 「현재」의 연장선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에 오버 테크놀로지도 거의 없고, 미국적인 스토리와는 차별화된 동구권 작가만의 독창적인 스토리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