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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마음대로 - 나를 멋대로 조종하는 발칙한 뇌의 심리학
코델리아 파인 지음, 송정은 옮김 / 공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최근들어 경쟁하듯 쏟아져 나오는 여타 ‘뇌’관련 서적과는 다르게, 에세이풍의 부드러운 문장으로 쓰여 있어서 처음에는 통속적인 내용을 예상하고 가볍게 읽기 시작했습니다만, 의외로 견실하고 흥미로운 내용이었습니다. 저자는 호주의 심리학자인 <코델리아 파인>.
‘실험심리학’을 통해서 알게된 인간의 행동과 의식에 관한 저자의 견해들을, 풍부한 에피소드와 실험 결과를 이용해 알기 쉽게 이야기 해 나갑니다.
일단은 ‘뇌’라고 쓰여 있습니다만, ‘마음’이나 ‘정신’, 혹은 ‘심리’로 받아들여도 무방하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뇌 과학’과 ‘뇌 심리학’의 명확한 경계는 확실하게 잘 모르지만, 일단은 심리학을 다룬 서적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많이 엿보입니다.
사고가 먼저인가? 아니면 행동이 먼저인가?
일반적으로는 생각이 행동에 우선한다고 알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실험에 의하면 사람은 의도하기 전에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즉, 무의식이 사람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뇌의 기능을 부도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판단하거나, 변명거리를 만들어내고, 책임을 회피하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비행기가 추락하고 있는데도 부기장은 기장의 실수를 알면서 지적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결국 사상 최대의 항공사고로 이어지는 이 에피소드는 심리학과 관련한 서적에서 자주 인용되네요. 아주 대표적인 케이스인 모양입니다.) 백주대낮에 길거리에서 사람이 칼에 찔려 죽는 모습을 똑똑히 보고 있으면서도, 이런저런 핑계를 만들어 방관 하는 자신을 합리화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뇌가 진실을 왜곡하고 자아를 속이는 교묘한 방식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람은 주위 사람들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사람은 사귀는 친구에 따라 선인도 되고 악인도 됩니다. 친구 잘 만나야 한다는 어른들의 충고가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것도 의지와는 관계없이 뇌가 행하는 기술 중의 하나입니다. 편견을 가지고 타인을 바라보고, 자만심을 이용해 불쾌한 사실을 감추고, 자신이 처해있는 사정에 맞게 기억을 수정합니다. 뇌는 이런 일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의 훈련을 거치면 무의식을 좋은 방향으로 이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결국 생각과 행동의 오류에서 벗어나려면 이런 뇌의 전략과 속임수를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약점을 지적받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지만, 자신이나 주위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기방어 하려는 뇌의 속임수를 인식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마음가짐을 바꾸면 내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깨닫고, 상대의 변명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될지 모릅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세상이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