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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올림픽
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경 옮김 / 작품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나오키상 수상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아테네 올림픽 관전기. 소설가인 저자가 어쩌다보니 나오키 상 수상식을 불참하면서까지 그리스로 날아가 현지에서 직접 올림픽 관전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은 그 기록입니다.
저자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야구. 야구의 인기가 대단한 일본인만큼 사상최강의 팀이라 불리던 당시의 자국팀의 우승에 대한 기대로 충만해 있습니다. 그렇다고 야구에만 한정짓지 않고 육상, 유도, 배구, 농구등 생각나는대로 닥치는대로 관전하지만 나름 박식한 야구를 제외하면 그 눈높이는 그저 한사람의 관객의 수준입니다.
따라서 전문용어나 경기해설이 아니라, 경기장은 태양이 내리쬐서 괴로웠다던가, 중국이나 그리스같은 타국의 응원단에 페이스에 말려 들어가거나 그런 고생담을 털어놓는 에세이 풍의 글로 일관하는데 이것이 꽤 현장감이 있습니다. 한국사람도 비슷하지만 서양사람들에 비해 일본인은 원래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합니다. 경기장 안에 자리를 잡는 모습등에서도 그런 국민성이 잘 드러납니다. 거기에 비교하니까 확실히 다른 나라 사람들이 상당히 뻔뻔스럽게 느껴지네요.
그런 것을 포함해서 타국을 비아냥하는 데 망설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자국인 일본을 추켜세우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그저 일본인의 감각으로 느끼는 그대로를 솔직히 적어놓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자국팀을 응원하면서 새된 소리를 질러대는 꼴불견 일본 아가씨들을 이야기하면서, 그러니까 이탈리아에서 일본인 여대생 강간사건 같은 걸 당한다느니 하는 다소 강도 높은 조크까지 서슴치 않습니다. 일본인이 빠지면 세계는 더 행복해지는 건 아닐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등 유머러스하게 이야기 하고 있지만 우리와 비슷한 정서도 있어서 공감이 가네요. 맛없는 초밥을 먹으면서 일본인이나 중국인, 혹은 한국인이면 이런 양념을 용납할 리가 없다는 대목에서는 조금 친밀함을 느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지에서는 오히려 자국의 메달레이스 상황을 잘 알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현지의 TV나 신문에서는 일본의 시합 결과를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반대로 일본에 전화를 해서 확인했다고 합니다. 이것을 파키스탄의 하키결과를 일본에서는 전혀 알 수 없는 것에 빗대고 있습니다.
케냐의 마라톤 금은동 싹쓸이 현장을 케냐 삼형제의 업치락 뒤치락으로 묘사하거나, 역사적인 이신바예바의 세계신기록 수립 현장에 대한 이야기등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습니다.
오쿠다씨의 최대의 관심사인, 야구로 넘어오면, 일본 대표팀의 준결승전입니다. 대 호주전.
우승후보인 일본팀은 자국의 프로리그의 스타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고 우승에 대한 기대도 그 어느때보다 높은 상태. 그런데 이상하게 모처럼의 드림팀은 의외로 소극적입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강타자들이 번트로 일관하고 나에게 맡기라는 기개가 느껴지는 것은 고작해야 투수인 마쓰자카 정도. 프로중에 프로들이 아마추어인 고교생처럼 경기하는 이상한 광경. 이상하리만치 긴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 대해서 저자는 매우 신랄합니다. 아연실색, 낙담하고, 그리고 결국에는 화내 버립니다. 수치스럽게 진 일본 팀에게 저자는 독설을 퍼붓습니다. 헤엄쳐서 돌아오라고.
그런데 아마 진짜로 응원하는 골수 스포츠팬들이라면 보통 이런 기분이 아닐까요. 형편없는 내용으로 졌어도 수고했어 이런 격려를 보내는 건 정말 그 스포츠에 관심없는 아마추어 관객들입니다. 경기내용에 상관없이 "수고한 당신들 아름답습니다" 이런 겉치레 멘트는 진심으로 응원한 사람들에게는 모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일본사람들이 즐겨쓰는 이 틀에 박힌 멘트는 "감동을 줘서 고마워요." 인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이 동메달 리스트들을 따뜻하게 환영해 주었다고 합니다만, 그것조차도 저자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식의 스포츠 관전기도 재미있네요. 입담 좋은 비전문가의 인간적인 관전기.
만약 같은 컨셉으로 오쿠다 히데오의 또다른 스포츠 관전기가 있다면 그것도 읽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