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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볼라 ㅣ 밀리언셀러 클럽 107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지금은 그 이름만으로도 앞뒤 안가리고 읽는 작가중에 한명이 되었지만, 사실 '기리노 나쓰오'의 첫인상은 별로 좋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한없이 지루하고, 몰입도 안되고, 그렇다고 이거다 할만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게 아마 개정판이 나오기 전의 <부드러운 볼>이었을 것이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지 이 작가가 그리는 '인간'이라는 것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읽고있으면 지치다 못해 체력이 고갈되어 버릴 것 같은 그 인간 본성의 적나라함.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해서인가, 이제 기리노 나쓰오의 책은 내용 불문하고 꿀떡꿀떡 잘도 넘어간다.
'기리노 나쓰오'의 <메타볼라>를 읽었다. 600 페이지에 가까운, 소위 '목침'이라 불리울만한 두께의 책인데도 삽시간에 읽어내려갔다. 기리노 나쓰오의 스토리텔링에는 언제나 감탄하고 만다.
기억을 잃고 오키나와의 밀림을 헤매던 한 젊은 남자와, 미야코섬에서 막 뛰쳐나온 또다른 남자의 우연한 만남. 미야코 섬 출신의 매력적인 젊은이는 '아키미쓰'라는 본명을 감추고 스스로를 '제이크'라 소개한다.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또 한 남자는, 제이크로부터 '긴지'라 불리게 된다. 이 두 남자의 정처없는 여행이 시작된다. 밝고 매사에 거리낌없는 제이크와 그늘이 있는 긴지.
이 둘이 교대로 화자를 바꾸어 가며 이야기는 앞으로 나아간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워킹푸어'나 프리터, 니트족, 호스트 등의 묘사를 통해 방랑하는 젊은이들의 현실을 이야기 속에 녹여내고 있다. 거기에 인터넷 자살이나 동성애까지, 그것이 기리노 나쓰오의 손을 거치고 나면 또 잔혹하리만치 황량하고 쓸쓸한 이 사회의 한 단면이 되어 떠오른다. 긴지가 자신을 되찾아 이전의 자신과 가족의 붕괴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의 어두움과 막막함은 압권이다. 돈의 함정에 빠져서 헤어나려하면 할수록 더욱 깊이 빨려들어가고 마는 악순환. 현대사회의 모순을 상징하는 듯한 긴지의 이야기는 결코 남의 일 같지 않다.
마지막, 너덜너덜해진 제이크의 선상위에서의 중얼거림은 거리낌없는 그의 캐릭터와 대비되서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철저한 인간 관찰에 의한 디테일한 인간상은 기리노 나쓰오의 전매특허. 나쁜 인간은 더욱 나쁘게, 불결한 인간은 더욱 불결하게, 위선적인 인간은 한없이 위선적으로 그려내는 기리노 나쓰오의 이런 무시무시한 필력이 좋다. 정말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