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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는 언제까지나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
가와카미 겐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오래 전에 추천받아 놓고 이제서야 읽었다. 처음 알게 된 '가와가미 겐이치'라는 작가의 이 소설은 정말이지 향수에 흠뻑 젖게 만드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
누구에게라도 주저없이 권할 수 있는 추천작임에 틀림없다.
무대는, 1960년대 일본의 아오모리현 도와다 시립 미나미 중학교.
주인공 '가미야마'는 14살, 야구부 소속의 중학교 2학년.
가족의 불화로 어두웠던 가미야마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비틀즈의 곡 'Please Please Me'(가미야마 자체 번역 : 부디부디 나)를 듣고 큰 쇼크를 받는다. 아직 중학생인 가미야마로서는 영어 가사를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 노래가 어른들의 방식을 흉내내지 말고 우리들의 방식으로 하자, 자신을 믿어라, 용기를 내서 좋아하는 것을 하자고 말을 걸어 오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부디 부디 나'와의 만남을 계기로 스스로를 바꾸어 가는 가미야마의 소신있는 행동들은, 엉뚱하긴 하지만 흐뭇하고 때로는 기특하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야구부의 주전멤버를 스모부로 빼돌린 학교 선생님들의 일방적인 횡포에 맞서서, 야구부 멤버들은 학교 체육관에서 비틀즈의 곡에 맞춰 춤출 계획을 세운다.
가미야마에게 비틀즈의 노래가 준 영감은, 같은 반 여학생 사이토 다에의 굳게 걸어잠그고 있던 마음까지도 연다.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몸과 마음 모두에 상처를 입고 있던 다에는, 이전의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괴롭힘 당하고, 신세지고 있던 집에서마저 쫓겨 난 신세였다. 지금은 병든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여름 방학 동안 도와다 호수에 있는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단하게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던 사이토 다에지만, 가미야마에게는 마음을 연다.
시대는 변해도 소년 소녀 시절의 아련한 감정은 동일하다. 어른들로 인해 느끼는 초조함이나, 뭐라 표현하면 좋을지 모를 안타까움 같은, 그러면서도 새콤달콤한 이 시절 특유의 감각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어서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
등장 인물들은, 하나같이 순수하고, 어른들의 세계를 동경하는 한편, 자신들의 생각을 열심히 어필하려고 한다.
요즈음 같으면 폭력 교사로 지목되서 꽤나 곤욕을 치를법한 '다구치' 선생이나, 얄미운 친구의 전형인 '아베 사다코'를 필두로 해서, 명암이 뚜렷한 주위의 친구들의 캐릭터는,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할만큼 공감가고 매우 친밀하게 다가온다. 또, 아이의 시선으로 보면 한없이 불합리하게만 보이는 선생님의 행동도 어른이 된 지금의 눈으로 바라보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생각대로는 마음대로 결정 할 수 없는 힘없는 어른의 비애감 같은게 느껴져서, 오히려 동정심마저 생긴다. 어떤 면에서는 나서서 아이들을 잘 이해시키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어른은 힘들단다... 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 속에서 서로를 깊이 의식해 가는 소년, 소녀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해서 떠올라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 시절의 그 두근거리는 설레임이 생각나 애틋한 향수에 젖는다.
첫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안타까움, 그리고 성장해서 어엿한 어른이 된 이들을 축복하는 듯한 30년 후의 동창회 장면의 여운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