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
마리오 리딩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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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99년에 세계의 종말이 찾아옴을 암시하는 4행시를 남긴 대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 
결국 종말같은 건 없었지만, 대신에 99년에 이 시의 또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여지가 있는) 일은 실제로 일어났었다고 한다. 결국 해석의 문제이던가, 아니면 그야말로 끼워맞추기인지도.

1566년경 숨을 거둘때까지 노스트라다무스는 10세기 분, 천편의 4행시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현존하는 것은 그 중 942편 뿐.
나머지 58편은 지금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 소설은 공개되지 않은 58편의 시의 행방과 그 내용, 그리고 공개되지 않은 이유까지 포함해서 노스트라다무스와 관련된 그 수수께끼를 해명하려는 시도다.

이야기의 무대는 현대, 프랑스.
봉인된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시를 찾는 주인공과, 역시 그것을 노리는 수수께끼의 인물, 그리고 경찰의 삼파전.
4행시의 단서를 얻은 두 남자가, 사라진 예언시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미국인 논픽션 작가 '사비르'는 집시 남성을 살해한 혐의를 뒤집어쓰고 도망치고 있었다. 그리고 외인부대 출신의 킬러가 그를 뒤쫓는다.

사비르는, 집시들 사이에 전해지는 암호같은 4행시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 안에 나오는 '검은 성모상'이 의미하는 것은? 프랑스 파리에서부터 시작된 국경을 넘나드는 여정 끝에 사비르의 앞에 나타나는 것은? 드러나는 역사의 어둠, 1999년을 지나 인류를 기다리고 있는 운명이란? 집시들의 규칙에 따라 미국인인 주인공이 집시 여인의 오빠가 되어버리는 시츄에이션을 통해서, 흥미로운 집시 문화를 소개한다.

감상을 말하자면, 굉장히 잘 읽힌다. 노스트라다무스나, 집시들의 풍습같은, 이 소설을 읽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 지식들이 부연설명이 아닌 등장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스토리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어서 머리에 쏙쏙 들어 온다. 당치도 않게 주석같은 걸 군데군데 달아서 따분하게 만들거나 하지 않고, 그냥 읽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에 역사 강의를 듣고 있는 것 처럼 재미있다. 넥스트 <다빈치 코드>? 이야기의 진행방식은 유명한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와 상당히 흡사한 느낌.

싫든 좋든 줄곧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읽게 되더라.

굉장히 신경쓰이는 것은 어째서 노스트라다무스의 유언장이 집시들에게 건내졌다는 설정으로 했을까. 이것이 애초에 이 소설 속에서의 오리지널 설정인지, 아니면 저자의 가설을 말하기 위한 전제인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집시들의 풍습이나, 남겨진 문장 등은 실존하는 듯 하지만, 어디서부터가 설정이고 어디서부터가 사실인지 교묘하게 쓰여져 있어서 분간하기 힘들다. 노스트라다무스 연구의 제 일인자의, 세기의 미스터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
이건 확실히 차별화되는 요소다.

우리나라에서 노스트라다무스를 주제로 한 외국소설이 번역되는 사례는 드물지 않나 싶다. <예언>이전에는 별로 본 기억이 없다. 처음일까? 있었다고 해도 이 정도로 집중해서 다룬 적은 아마 없었을 것 같은데...

어릴적에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1999년에는 몇살이 되는가 계산해 보기도 하고, 겨우 그거밖에 살 수 없는 현실에 비관하기도 했던 기억이 나는데, 종말은 무슨... 그냥 여느때와 다름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 여느때와 전혀 달라보이지 않는 그 날의 평범함이 오히려 더 쇼크였던 기억이 난다. 그게 벌써 순식간에 10년도 더 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휴거가 어쩌고 잘난듯이 떠벌리던 일당들도 그 후로는 온다간다 말도 없이 쏙 들어가 버렸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또다시 사실은 2012년이 진짜 종말이었다는 둥 뻔뻔스러운 말을 하면서 슬금슬금 기어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하여간에 공포의 대왕을  예언한 바로 그 노스트라다무스 어르신이다. 갑자기 그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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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코 서점
슈카와 미나토 지음, 박영난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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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꽃밥>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슈가와 미나토'의 연작 단편집.

1970년대, 도쿄 변두리의 아카시아 상점가를 무대로 한 7편의 단편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닮은 주인이 경영하는 헌책방 '사치코 서점', 그리고 저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소문이 도는 절 '가쿠지사'.

이 마을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살해된 라면집 주인이 유령이 되어 나타나고, 수상한 낙서와 함께 아이가 사라지고, 책을 통해서 23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서신 왕래가 이루어지고, 고양이의 영혼이 좌절에 빠진 한 청년을 구한다.

모든 에피소드가 삶과 죽음에 관련되어 있다.
삶과 죽음을 교차시키면서 그 속에서 여전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환상적이지만, 애틋하고, 애절하다. 어딘가 그립고 마음 따뜻해지는 슈가와 미나토의
작풍이 좋다. 호러라기 보다는 기묘한 이야기에 가까운,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호러라고나 할까.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우연히 들르게 된 사치코 서점의 주인에게 자신이 겪은 이상한 일에 대해 털어 놓는다. 단편들은 시간상으로 순서는 모두 다르지만, 그 시간을 넘어서 절묘하게 얽혀 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는 <여름날의 낙서>, <사랑의 책갈피>, <마른 잎 천사> 세편.

<여름날의 낙서>는 어린 시절 병치레로 허약한 아이였던 '게이스케'가, 사라진 형과의 추억을 말하는 이야기.
게이스케앞에 나타난 앞날을 예언하는 괴 낙서.
이 낙서를 한 범인은 도대체 누구인가?
게이스케의 형인 '히데노리'는 정말이지 착하고 다정한 아이였다. 동생을 향한 히데노리의 헌신적인 형제애가 가슴 뭉클다. 안타까움이라는 점에서는 이 작품집 안에서 최고.
동생을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형, 그리고 그런 형에게 숨겨진 출생의 비밀.
마지막에 뭉클해 버렸다.

<사랑의 책갈피>는 주류상점의 딸인 구니코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닮은 누군가가 읽고 있던 책에 끼워진 책갈피로 서신 왕래를 하게 되는 이야기. 편지를 주고 받던 구니코는 어느 날 상대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코 여물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이것도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깨닫고 나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괴로움. 감수성 풍부한 사람이라면 이 결말에도 훅 가 버린다.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마른 잎 천사>는, 앞서 나온 이야기들이 깔끔하게 연결되는, 연작단편집에 어울릴만한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
개운치 않던 의문들이 이 에피소드에서 모두 확실하게 드러난다. 참회와 고독 속에서 살아 온 노인에게는 구원을, 마을 사람들에게는 기쁨과 희망을, 행복한 엔딩이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꽃밥> 보다 좋았다고 생각한다.

기묘하지만, 마음 따뜻해지는 뒷맛이 좋은 책이다. 무섭다던가 슬프다던가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감정을 느낀다. 시간이 지난 후에 과거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기분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속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정취는 잘 모르지만, 과거를 회상한다는 것은 사람이든, 풍경이든, 감정이 되었든 예전 그곳에 있던 무언가를 떠올리는 것이다.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고 느끼는 쓸쓸한 기분은 나고 자란 시대가 다르다고 해서 다를리 없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누구라도 분명 그런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될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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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는 언제까지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
가와카미 겐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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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래 전에 추천받아 놓고 이제서야 읽었다. 처음 알게 된 '가와가미 겐이치'라는 작가의 이 소설은 정말이지 향수에 흠뻑 젖게 만드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
누구에게라도 주저없이 권할 수 있는 추천작임에 틀림없다.

무대는, 1960년대 일본의 아오모리현 도와다 시립 미나미 중학교.
주인공 '가미야마'는 14살, 야구부 소속의 중학교 2학년.
가족의 불화로 어두웠던 가미야마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비틀즈의 곡 'Please Please Me'(가미야마 자체 번역 : 부디부디 나)를 듣고 큰 쇼크를 받는다. 아직 중학생인 가미야마로서는 영어 가사를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 노래가 어른들의 방식을 흉내내지 말고 우리들의 방식으로 하자, 자신을 믿어라, 용기를 내서 좋아하는 것을 하자고 말을 걸어 오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부디 부디 나'와의 만남을 계기로 스스로를 바꾸어 가는 가미야마의 소신있는 행동들은, 엉뚱하긴 하지만 흐뭇하고 때로는 기특하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야구부의 주전멤버를 스모부로 빼돌린 학교 선생님들의 일방적인 횡포에 맞서서, 야구부 멤버들은 학교 체육관에서 비틀즈의 곡에 맞춰 춤출 계획을 세운다.

가미야마에게 비틀즈의 노래가 준 영감은, 같은 반 여학생 사이토 다에의 굳게 걸어잠그고 있던 마음까지도 연다.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몸과 마음 모두에 상처를 입고 있던 다에는, 이전의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괴롭힘 당하고, 신세지고 있던 집에서마저 쫓겨 난 신세였다. 지금은 병든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여름 방학 동안 도와다 호수에 있는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단하게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던 사이토 다에지만, 가미야마에게는 마음을 연다.

시대는 변해도 소년 소녀 시절의 아련한 감정은 동일하다. 어른들로 인해 느끼는 초조함이나, 뭐라 표현하면 좋을지 모를 안타까움 같은, 그러면서도 새콤달콤한 이 시절 특유의 감각이 고스란히 그려져 있어서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
등장 인물들은, 하나같이 순수하고, 어른들의 세계를 동경하는 한편, 자신들의 생각을 열심히 어필하려고 한다.

요즈음 같으면 폭력 교사로 지목되서 꽤나 곤욕을 치를법한 '다구치' 선생이나, 얄미운 친구의 전형인 '아베 사다코'를 필두로 해서, 명암이 뚜렷한 주위의 친구들의 캐릭터는,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할만큼 공감가고 매우 친밀하게 다가온다. 또, 아이의 시선으로 보면 한없이 불합리하게만 보이는 선생님의 행동도 어른이 된 지금의 눈으로 바라보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생각대로는 마음대로 결정 할 수 없는 힘없는 어른의 비애감 같은게 느껴져서, 오히려 동정심마저 생긴다. 어떤 면에서는 나서서 아이들을 잘 이해시키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어른은 힘들단다... 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 속에서 서로를 깊이 의식해 가는 소년, 소녀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해서 떠올라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 시절의 그 두근거리는 설레임이 생각나 애틋한 향수에 젖는다.

첫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안타까움, 그리고 성장해서 어엿한 어른이 된 이들을 축복하는 듯한 30년 후의 동창회 장면의 여운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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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브레인 - 행복.사랑.지혜를 계발하는 뇌과학
릭 핸슨 & 리처드 멘디우스 지음, 장현갑.장주영 옮김 / 불광출판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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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뇌과학과 명상의 만남이다. 뇌에 대해 밝혀진 정보를 우리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 지금까지의 뇌과학 서적이 다루고 있는 일반적인 내용이었다면, 이 책은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저자는 명상치료의 최고권위자인 저자 '릭 핸슨' 박사.

우리 마음에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의 뇌를 일시적, 또는 장기적으로 바꾼다. 뇌와 마음은 하나의 통합된 체계이기 때문이다. 뇌는 일평생에 걸쳐 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뇌의 형태가 바로 '부처의 뇌'이다. 결국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상을 통해 우리의 삶과 마음가짐이 달라지면 뇌의 형태도 변한다! 하는 것이다.

그럼 뇌를 바꿔서 부처의 경지에 이르자는 것이냐 하면, 그건 아니고, 명상과 긍정적인 힘에 의해 뇌의 형태가 어떻게 바뀌는가를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생소해 보이지만, 이런 불교 수행에 관한 임상적, 뇌과학적 관심이 처음은 아닌 모양이다. 이미 1970년대 이후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처음에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행복, 사랑, 지혜라는 마음 상태는 뇌의 어떠한 상태가 기초가 되는가?'
'이 같은 긍정적인 뇌의 상태를 활성화하고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마음을 써야 하겠는가?'

부처님이 제시한 '계', '정', '혜', '삼학'이란 마음 수행법을 네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1부에서는, 괴로움의 원인에 대한 진화생물학적 견해에 대해,
2부에서는, 행복에 이르는 길로서 선한일을 취하고 욕망과 미움의 불길을 끄고 평정심에 이르는 길을 언급한다.
3부는, 사랑의 실천으로 우리 마음속에 착한 뿌리를 내리고 자애감을 증장하고 친절한 마음을 실천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마지막으로 마음챙김을 기초로 하여 집중 삼매에 이르는 길과, 나라는 아집을 내려놓은 실천적 지혜에 관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성인의 뇌도 학습이나 수행에 의해 질적 양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과학적 정보를 소개한다. 내용은 상당히 세심하고 부록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을 위한 영양학, 즉 음식이나 영양제를 통해 우리 뇌의 세포를 바꾸는 방법까지 언급하고 있다. 행복, 사랑, 자비심을 갖춘 부처님의 뇌로 근접해가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 증거와 함께, 심신치유에 대한 신경과학적 근거를 들어 불교와 뇌과학의 접점을 실감있게 연결해준다. 마음의 혼란이 뇌의 혼란이고, 마음의 건강이 뇌의 건강이라는 심신일원론적 견해를 지지하는 과학적 사실을 흥미롭게 기술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책의 경우처럼 어떻게 하면, 즐겁고 다정하고 통찰력 넘치는 마음의 기초가 되는 신경을 활성화하고 강화시키는가에 대한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모양이다. 부처가 되는 과정까지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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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협상, 찰나의 설득>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극한의 협상, 찰나의 설득 - 순식간에 상대를 제압하는 超설득의 심리학
케빈 더튼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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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매사에 심리적으로 우위에 서서, 내가 원하는 페이스로 타인을 끌어들이고 싶다는 열망때문에 설득에 관한 책을 자주 찾아 읽는 편이다. 설득 뿐만 아니라 심리학관련 서적들을 즐겨보고 있는데, 직접적으로 실용적인 도움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흥미로운 사례들을 읽고 있다보면 행간에서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적어도 설득 능력에 대한 목표의식만은 그 흥미로움만큼 계속해서 커져왔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느꼈다. 다 틀렸다. 다 글러먹었다. 저자도 말하듯이 노력으로서 설득의 달인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특수교육을 받지 않는 일반인이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그정도의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될까. 기본적으로 이건 자질의 문제다.

영화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랙터' 박사와 같은 초 설득의 달인이 현실에 과연 존재할까 싶지만, 실제로도 그에 가까운 사례는 많이 있는 모양이다. 무장한 도둑에게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게 만들고, 느긋하게 맥주를 마시면서 신상명세까지 털어놓은 뒤 순순히 돌아가게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생판 모르는 여자의 집을 무작정 찾아가 저녁식사에 초대하기도 한다. 이보다 더 놀라운 에피소들도 얼마든지 있다. 자유자재로 상대를 농락하며 이런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싸이코패스다.

싸이코패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한니발 랙터나 강호순 같은 인물만 있는게 아니다. 어느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을지 모른다. 게중에는 영웅적인 일을 해야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빌 게이츠'의 예는 더욱 흥미롭다. 왜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기업이 작은 기업들의 영역까지 침범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빌 게이츠는 사회자를 제정신이냐는 듯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말 칭찬으로 여기겠습니다.".

이 말이 무슨 의미이냐하면 상도의라는 도덕적인 감정과 관련한 질문자체의 뉘앙스를 이해못하는 것이다. 즉 공감의 결여다. 저자에 의하면 빌게이츠는 A급 싸이코패스는 아니지만 사업에 있어서 만큼은 엄연한 싸이코패스다. 감정적인 공감의 결여가 바로 이들 사이코패스의 특성이다. 넘치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득이 되는 것에는 무섭게 집착하나 실패나 손실분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듯 하다.

따라서 과감하게 배팅하는 것이 또한 이들의 특성이다. 주식시장이나 사업 부문에 있어서 이런 과감함은 큰 무기가 된다. 설득이나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이것은 마찬가지다. 뉴스에서 보도되는 금전이나 신분을 사칭한 사기사건의 경우를 보다 보면 의외로 치밀하지 못한 수법에 말려 거액을 날린 피해자들이 한심하게 보일 때가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속아넘어간것은 사실 수법 그 자체보다도 바로 이들의 자신감인 것이다. 모두 통큰 사기꾼들의 대담함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마이클 샌댈'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공리주의의 딜레마를 얘기 하면서 등장했던 예시가 여기서는 사이코패스들의 특성을 말하기 위해 다루어진다. 철로 위에 사람 다섯 명이 묶여있다. 열차 궤도를 수정하면 이들을 살릴수 있지만, 대신 수정한 궤도에도 한명의 사람이 있다. 이 경우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명을 죽이게 되더라도 다섯명을 살릴수 있는 방법을 택한다. 그러나 만약 다섯명이 묶여있는 상태에서 내 앞에 있는 한명을 직접 밀어서 열차를 세워야 한다면? 이럴경우 사람들은 망설이게 된다. 바로 공감능력 때문이다. 그러나 싸이코패스는 거리낌없이 밀수 있다. 물론, 공감능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설득 능력은 머리로 생각해서 되는 게 아니라, 바로 이런 감정의 배제, 거침없는 자신감 등 상당수 타고난 자질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득의 경로라던가, 메커니즘, 동물들의 설득법까지 흥미로운 파트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의 흥미로움과는 별개로 역시 한니발 랙터가 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싶다. 하지만 적어도 수많은 랙터 박사로 부터 나를 지키는 법은 지금보다 공고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테스트 결과도 어지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사람으로나왔다.

기존의 서적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법이 참신하다. 설득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시라고나 할까. 멋지고 재밌는 책이다. 놀라운 설득의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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