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코 서점
슈카와 미나토 지음, 박영난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꽃밥>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슈가와 미나토'의 연작 단편집.

1970년대, 도쿄 변두리의 아카시아 상점가를 무대로 한 7편의 단편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닮은 주인이 경영하는 헌책방 '사치코 서점', 그리고 저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소문이 도는 절 '가쿠지사'.

이 마을에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살해된 라면집 주인이 유령이 되어 나타나고, 수상한 낙서와 함께 아이가 사라지고, 책을 통해서 23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서신 왕래가 이루어지고, 고양이의 영혼이 좌절에 빠진 한 청년을 구한다.

모든 에피소드가 삶과 죽음에 관련되어 있다.
삶과 죽음을 교차시키면서 그 속에서 여전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환상적이지만, 애틋하고, 애절하다. 어딘가 그립고 마음 따뜻해지는 슈가와 미나토의
작풍이 좋다. 호러라기 보다는 기묘한 이야기에 가까운,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호러라고나 할까.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은 우연히 들르게 된 사치코 서점의 주인에게 자신이 겪은 이상한 일에 대해 털어 놓는다. 단편들은 시간상으로 순서는 모두 다르지만, 그 시간을 넘어서 절묘하게 얽혀 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는 <여름날의 낙서>, <사랑의 책갈피>, <마른 잎 천사> 세편.

<여름날의 낙서>는 어린 시절 병치레로 허약한 아이였던 '게이스케'가, 사라진 형과의 추억을 말하는 이야기.
게이스케앞에 나타난 앞날을 예언하는 괴 낙서.
이 낙서를 한 범인은 도대체 누구인가?
게이스케의 형인 '히데노리'는 정말이지 착하고 다정한 아이였다. 동생을 향한 히데노리의 헌신적인 형제애가 가슴 뭉클다. 안타까움이라는 점에서는 이 작품집 안에서 최고.
동생을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형, 그리고 그런 형에게 숨겨진 출생의 비밀.
마지막에 뭉클해 버렸다.

<사랑의 책갈피>는 주류상점의 딸인 구니코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닮은 누군가가 읽고 있던 책에 끼워진 책갈피로 서신 왕래를 하게 되는 이야기. 편지를 주고 받던 구니코는 어느 날 상대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결코 여물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이것도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깨닫고 나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괴로움. 감수성 풍부한 사람이라면 이 결말에도 훅 가 버린다.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마른 잎 천사>는, 앞서 나온 이야기들이 깔끔하게 연결되는, 연작단편집에 어울릴만한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
개운치 않던 의문들이 이 에피소드에서 모두 확실하게 드러난다. 참회와 고독 속에서 살아 온 노인에게는 구원을, 마을 사람들에게는 기쁨과 희망을, 행복한 엔딩이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꽃밥> 보다 좋았다고 생각한다.

기묘하지만, 마음 따뜻해지는 뒷맛이 좋은 책이다. 무섭다던가 슬프다던가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감정을 느낀다. 시간이 지난 후에 과거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기분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속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정취는 잘 모르지만, 과거를 회상한다는 것은 사람이든, 풍경이든, 감정이 되었든 예전 그곳에 있던 무언가를 떠올리는 것이다.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고 느끼는 쓸쓸한 기분은 나고 자란 시대가 다르다고 해서 다를리 없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누구라도 분명 그런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될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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