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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스웜 -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세상을 뒤바꾼 가장 영리한 집단
피터 밀러 지음, 이한음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0년 9월
평점 :
왠걸, 이책의 선생님은 '개미'다. 그걸로도 모자라 꿀벌, 흰 개미, 참새, 그리고 메뚜기까지 동원하고 있다. 4장의 참새를 제외하면 소위 '새대가리'라 불리는 조류의 범주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천한 존재들이다. 한낱 벌레다. 생물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무슨 기계부품 같은 느낌이 드는 바로 그 곤충들이다. 이들 한마리 한마리를 놓고 보자면 아무리 관찰을 해봐도 지능이라고 부를 만한 행동은 찾아볼수가 없다. 태엽달린 장난감처럼 그저 단순한 룰에 따라 정해진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들이 무리를 지으면, 인간조차 해내지 못하는 어려운 문제들을 뚝딱 해치운다. 실로 통쾌하다. 이책에서는 그것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그들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가능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개개인으로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내도 할 수 없었던 것들을, 아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고, 게다가 기계화/ 시스템화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자원의 최적 분배라면 개미를, 탐색에 관한 것이라면 꿀벌을 프로그래밍 할 수 있다. 물론 개개인이 이들 각 개체를 벤치마킹 하는 것으로도 이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성립된다. 집단의 의견은 의외로 올바른 방향을 가리킨다.
이책의 골자는, 웹2.0시대에는 새로운 경영학이나 조직론이 유효하고, 여기에 특정 생물학 지식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생물학은, 개체의 연구가 아닌, 군집상태의 생태를 관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5지선다 형의 퀴즈문제가 제시된다. 퀴즈를 푸는 사람들은 저마다 오답 중 하나를 알고 있다고 가정한다. 이런 경우 개개인이 정답을 맞힐 확률은 남은 네개의 답 중 하나, 즉 25%가 된다. 그런데 똑같은 구성원들이, 집단을 이루게 되면 그 정답율은 100%에 가까워지니 놀라 뒤집어 질 일이다. 한사람이라도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집단내에서 정답을 지목하는 사람의 비율은 평균치를 상회하게 된다. 그 결과 집단이 정답을 선택할 확률은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지금은 회사와 같은 큰 조직은 물론, 사회 단위의 초대형 집단에서도 이와같은 즉각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사우스 웨스트 항공의 예약 시스템 전략, 개미의 조직적 행동, 산업용 가스 회사의 생산-배송 시스템, 꿀벌의 의사결정 메카니즘, 퀴즈 '백만 장자되기'에서 방청객 찬스를 썼을 때의 정답율, 보잉 사의 검사팀의 교육, 주민회의에서의 결단의 정당성등을 서로 관련지어 열거한다. 후반부에는 흰 개미나 참새, 물고기, 순록, 메뚜기등의 행동을 예시로 들면서 다양한 인간 사회, 조직과 연관지어 생각해 본다. 그 결과 도출되는 키워드는 자기 조직화, 지식의 다양성, 간접 협동, 적응 모방등이다. 경영학 지식이 뒷받침된다면 당장이라도 응용 가능한 사례들이 가득하다.
저자는 '내셔널 지오 그래픽'의 선임 편집자이다. 과학이나 자연이 전문분야인 사람이다. 그러므로 과학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신뢰할 수 있을만한 신선한 정보들이 담겨 있다. 예를 들면, 꿀벌이 새로운 집을 선택할 때 하는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 4000마리의 벌들 각각에 개체 식별이 가능하도록 마킹을 하고, 비디오를 설치해 관찰한 사례나, 흰개미 집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 반년에 걸쳐 거대한 개미집에 석고를 흘려 넣어 굳힌 후, 꼭대기에서부터 슬라이스 해 3 차원 디지털모형를 만들어낸 연구 사례 등이 소개된다.
물론, 이와 같은 연구사례가 인간 사회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고찰해 보기 위해, 기업등의 조직내에서의 구성원들의 행동패턴을 과학적으로 관찰하는 것도 빼놓지 않고 있다. 간단한 앙케이트나 경영자 인터뷰를 근거로 한, 저자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점철된 수상한 경영학 서적과는 벤츠와 티코만큼의 차이가 있다. 독자의 관심분야에 따라서는 경영학서적으로도, 훌륭한 과학서적으로도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그건 그렇고, CIA가 위키피디어의 기술을 업무에 응용하고 있는 데에는 놀랐다. 인텔리피디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정보조직도 이미 간접 협동을 벤치마킹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