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몬
다니엘 수아레즈 지음, 송기범 옮김 / 제우미디어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이미 고인이 된 '마이클 크라이튼'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데몬>은 정말이지 최고의 테크 스릴러다. 죽은 자의 네크워크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설정이나 메인 스토리도 대단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지만, 최첨단 기술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나, 거기에 더해서 소설속 인물인 '소블'이 창조한 일인칭 온라인 게임 '오버 더 라인'의 플레이 장면을 묘사하는 장면은 실제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직접 개발한 컴퓨터 게임의 엄청난 히트로 막대한 부를 쌓은 천재 프로그래머 '매튜 소블'이 암으로 죽는다. 그 직후 그의 회사의 프로그래머가 계속해서 기묘한 방법으로 살해당한다. 이 일련의 살인사건을 담당하게 된 '피터 세벡' 형사에게 죽은 소블로부터 한통의 영상메일이 날아온다. "그 두사람을 죽인 것은 접니다. 아마 조만간 그 이유도 알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이미 내가 죽은 사람이라는 것이겠군요. 저를 체포할 수 없을 테니까요. 게다가 더 심각한 것은 앞으로도 나를 막을 수 없을 거란 사실입니다."

소블의 저택의 서버를 조사하려던 FBI가 온갖 최첨단  트랩과 갑작스런 무인 자동차(허머)의 습격으로 궤멸된다. 세벡형사는 이것이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님을 깨닫게 되고 매뉴얼적인 대응으로 상황을 악화시켜 가는 FBI와는 별개로 개인적인 조사에 착수한다. 하지만, 이런 세백 조차도 실은 소블이 생전에 프로그램 해 둔 데몬의 장기말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데몬은 대기업을 조정하기 시작하고, 저지하려고 하는 정부기관들을 무력한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소블이 만든 온라인 게임에 몰두하고 있던 청년 '그랙'은, 데몬에 이끌려 가상의 세계에서 현실로 활동영역을 옮겨온다. 또 방송국에서 막 해고 된 기자 '앤지'는 부와 명성을 위해 데몬에 영혼을 판다. 그리고 함정에 빠지는 세벡. 반전에 반전, 사건의 전모가 전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금껏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결과라고 생각해왔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이미 정해진 수순일 수 도 있다는,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하게 하는 설정이 충격적이다.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최첨단 기술이나 장비들의 묘사가 굉장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흥미로운 것은, 소블이 말하는 '기생 생물론'. 데몬이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파한다. 모든 생물의 최종 목적은 종의 보존으로써, 세포 분열에 의해 스스로 자가복제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손쉽고 완전한 방법이 되겠지만, 숙주의 완벽한 동일화 즉, 모든 개체의 유전자가 동일하다면 약점도 마찬가지로 동일해서 기생생물의 공격에 취약해지고 만다. 따라서 서로 다른 두 개체의 생식에 의해 부모와는 다른 유전자를 가진 자손을 생산하는 방어시스템이 탄생하게 되었다.

천적을 함께 넣어둔 수조의 물고기들이 건강하다는 사례와 일맥상통하는 것일까. 이런 진화도 기생생물을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해서 이미 기생생물은 아예 인간의 DNA의 한부분이 되도록 진화해버렸지만, 이 논리에 의하면 기생생물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 진화를 거듭해 온 셈이 된다. 즉, 데몬의 존재는 인간 사회에 기생하면서 보다 뛰어난 존재로의 진화를 유발하는 '필요악' 이라는 것이다.

일견 황당 무계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최첨단 기술들은 현실에서도 이미 어느 정도는 진척을 보이는 분야들인 모양이다. 저자 '다니엘 수아레즈' 본인이 시스템 컨설턴트 출신인 까닭에 복잡한 네트워크 세계에 대해서도 해박하지만, 뿐만 아니라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의 감정까지 잘 이해하고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상당한 레벨의 게이머일 거라고 짐작이 된다. 당혹스러운 것은 이 책에서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는다는 점. 절정의 순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속편 <프리덤>이 필요하다는 날벼락같은 사실을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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