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모형 스핑클
신병철 지음 / 웅진윙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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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이야 아파트에 브랜드명을 붙이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지만, 삼성 '래미안' 아파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만 해도 대단히 신선한 발상이라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어떤 의미에서는 정말로 쇼킹하기까지 했다. 단지 브랜드명만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여기에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되는 요인을 구축하고 고객이 자부심을 느낄수 있도록 품질과 서비스를 높이는데 주력해서 래미안은 고급아파트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데 성공했다. 현대아파트가 주름잡고 있던 아파트 시장에서, 낮은 신뢰도라는 후발주자로서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전략으로 성공신화를 일궈낸 것이다. 존재이유를 바꿔서 신사업 영역을 개척한 사례이다.

<스핑클>이란, 수많은 정보중에서 과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수 있도록 유도하는 창조적 통찰모형이다. 전세계에서 8000여개의 비지니스 성공사례를 수집해 분류, 분석한 후 그것들의 공통점을 축출해서 개발한 모형이다.... 이렇게 말하면 뭔가 난해하게 들리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비지니스 모델처럼 느껴지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의외로 간단한 것을 말하고 있다. '창의적인 발상을 위한 일련의 과정'이다. 스핑클은 <과제발견해결책 탐색낯섦과 공감평가> 이렇게 3단계로 이루어진다. 이중 1단계인 <과제발견>은 다시 결핍, 모순, 스큐드 세가지의 발견으로 구분되고, 2단계인 <해결책 탐색>반대, 수정, 결합, 대체, 보완, 분리, 제거의 일곱가지 탐색으로 체계화된다 (3×7).

예를들어, 연필에 쓰는 기능은 있지만 지우는 기능이 결핍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연필에 지우개를 결합해서 그 과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지우개 달린 연필이다. 먹고 싶은데도 불구하고 건강에 안좋아 참게되는 치킨의 모순점을 발견해 올리브 기름에 튀긴 치킨으로 기존 치킨과 분리해서 해결에 성공한 'BBQ'의 사례, 그리고 고정관념이라 할 수 있는 스큐드의 경우에는 코카콜라의 고루한 이미지를 발견하고 그 이미지와 되는 젊고 참신한 이미지로 젊은 층을 겨냥하는 전략을 써서 해결한 펩시의 예가 있다. 앞서 말한 래미안의 경우라면 대다수 소비자들의 결핍을 프리미엄 아파트라는 개념으로 대체해 시장판도를 바꾸었으므로, 결핍대체에 해당한다.

우수독특 속성, 즉 차별화된 장점이 있어야 소비자들에게 선택될 확률이 높다. 이는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한 부분이다. 스핑클은 정리하자면, 좀더 체계적으로 통찰력을 발휘해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생각으로 발전시킬수 있도록 안내하는 생각의 경로다. 처음에는 <통찰모형 스핑클>이라는 생소한 제목에 바짝 긴장했지만,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의 다양한 마케팅 성공 사례들을 실례로 들어 알기 쉽게 풀어준 내용에는 금방 녹아들 수 있었다. 소개하고 있는 사례들은 친숙하면서도 하나같이 기발한 것들이라 그것들을 읽어나가는 재미가 또 쏠쏠하다. 마케팅 관련 서적 치고는 상당히 예쁘장한 외모 (컬러풀한 편집이라던가, 표지디자인이라던가). 책의 성격과는 상관없이 디자인적인 요소는 확실히 책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통찰력이 빛나는 깊은 내용을 즐기듯이 읽을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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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역 사기본기 1 사기 완역본 시리즈 (알마)
사마천 지음, 김영수 옮김 / 알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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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역대 모든 역사서 중에서 단 한권의 역사서를 들라고 하면 거의 이론의 여지없이 '사마천'의 <사기>를 꼽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내가 지금까지 이런 <사기>에 대해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을 뿐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무래도 난해하다는(난해 할 거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슬쩍 펼쳐보기만 해도 순식간에 고문서 감정가가 된 듯한 기분에 둘러쌓일 것 같은 한자의 압박, 그리고 대체로 딱딱한 표지나 번역은 왜 이렇게 위압감이 느껴지는지. 그렇다고 저연령층을 타겟으로 쉽게 풀어낸 버전을 읽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다. 결국에는 까짓거 안읽으면 어떠랴 하는 심정으로 오랫동안 방관자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다.

한자 병기 없이 한글로 기술한 사기 완역본이다. 외국인 최초의 사마천 학회 정식회원이라는 저자의 20년 연구결과가 집약된 해재, 사마천의 현장답사를 되집어보는 천하유력도, 사마천의 생애를 상세히 기술한 연보와 일람표, 해설을 돕기위한 각시대 사건별 지도, 삽화, 자료사진, 역사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보게 만드는 생생한 현장사진, 각 왕조들의 세계도, 명언, 명구 풀이, 인명, 지명, 서명을 정리한 표, 인명표, 용어풀이 등 단순한 사기의 번역서가 아니라 이쯤되면 대략 한글판 사기의 종결서쯤 되겠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디자인과 편집에 상당히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어려운 기운이 맥반석의 뜨거운 열기처럼 솟구쳐 올라오는 여느 책과는 그 친밀감에서 다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쉽게 읽히거나 심심풀이로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무겁고 지루한 사서의 이미지를 중화시켜서 접근성을 높였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사기 완역본을 꼭 접해보고 싶은데 적당한 책이 없어서 미뤄오던 사람에게는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1권인 이책에서는 제왕의 기록에 해당하는 <사기 본기> 12편 중에서 우선 오제본기, 하본기, 은본기, 주본기 그리고 진본기의 다섯 편을 다루고 있다.

<사기>는 통사라는 점에서 다른 정사들과는 다르다. 다른 정사들은 모두 한 왕조의 역사를 기록한 단대사인데 비해, 사마천이 죽음보다 치욕스럽다는 궁형을 당한 뒤 비웃음과 지옥같은 고독을 이겨내고 완성했다는 이<사기>는 전설시대의 제왕들인 오제로부터 사마천 자신의 당대에 이르기까지 5000년의 중국 역사 중 무려 3000년을 다루고 있는 거대한 통사다. 특히, 같은 역사서라도 인간 중심의, 인물에 대한 평가에 큰 비중을 두고 기술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우리들이 역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 뿐만이 아니다. 역사는 돌고돈다 하지 않는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교훈과 통찰력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 역사가 단순히 지적호기심이나 도전욕을 충족시켜주는 어려운 무엇이 아니라, 현대인들에게 지침이 되어주는 거울이자 스승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하면 생각보다도 훨씬 이책은 (나같이 역사에 무지한 사람에게도) 재미있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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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버터플라이 - 아메리칸
마틴 부스 지음, 만홍 옮김 / 스크린셀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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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작은 산간마을로 이주해 온 주인공은 표면상으로는 나비를 그리는 화가.
현지인들에게는 '미스터 버터플라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암살용 총기제작의 프로페셔널.
암흑세계의 죄인으로서 결코 한곳에 뿌리내리는 일 없이 온 세상을 전전해 왔다.
이제 슬슬 그런 생활을 청산할 때가 왔다.
앞으로 단 한번의 의뢰만을 받아들인 뒤, 이 운치있는 마을에 정착하려고 한다.
그런 때에, 수수께끼의 인물 '그림자 거주자'가 그를 뒤쫓기 시작한다.
도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틀림없이 암살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스릴러 맛 나는 이야기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그것까지 포함해서 상당히 의외의 스타일의 소설을 읽어버렸습니다. 모든 것을 주인공의 독백을 통해 들려주는 조용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환상의 명작, 우아하고 아름다운 미스터리라는 평이 있더군요, 음, 과연 그런 인상을 주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인공이 자신의 일상과 심정을 담담하게 이야기해 나가는 전개방식이 마음에 듭니다, 신의 이름이나 머무르고 있는 곳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일체 없고, 이탈리아의 자연과 음식, 허물없이 지내는 각양각색의 친구들과의 헤프닝이나, 술, 종교, 철학.... 그리고 .... '총'을 이야기 합니다. 초로에 접어든 주인공의 인생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이야기였습니다. 통상의 하드보일드와는, 또 다른 느낌의 하드보일드 소설입니다. 내리쬐는 이탈리아의 햇볕과 목가적인 풍경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정적인 분위기와는 별개로, 주인공이 총기 전문가인만큼 총의 묘사나 무기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는 프로페셔널한 맛이 전해져 옵니다. 왠지 일본만화 <고르고 13>을 연상하곤 했습니다. <미스터 버터플라이>는 이미 헐리우드의 그 젠틀맨 조지 클루니 주연으로 영화화 된 바 있습니다. <A Very Private Gentleman>라는 우아한 원제대신 뜬금없이 <아메리칸>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영화의 트레일러를 살짝 맛보았습니다만,  소설 본래의 맛과는 조금 다른 듯한 느낌이 드는 게 원작의 설정만을 픽업해서 편곡한 어레인지 곡은 아닌지....

영화는 이탈리아대신 스웨덴 어디쯤의 산간지역을 무대로 하는 모양입니다만, 이 소설의 분위기는 이탈리아여야만 제대로라고 생각합니다. 기무치가 김치가 아니고, 파스타에는 이탈리아산 와인이 들어가야 본고장의 맛이 나는 것처럼 그런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걱정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영화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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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전설을 만든 카이사르 군단
스티븐 단도 콜린스 지음, 조윤정 옮김 / 다른세상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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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전술이 전세를 뒤바꾸기도 하고, 혹은 뼈아픈 전술의 실패로 괴멸상태에 처하기도 한다, 격동하는 전장에서의 병사들의 용맹함, 그리고 그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두려움 등등, 그동안 대략적으로만 내려다보고 있던 당시의 전쟁터의 모습을 좀 더 가까이에서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됐다. 특히 역사를 소재로 한 전술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보다도 이책이 반갑지 않을까?

로마가 군사적 절정기를 구가하고 있던 기원전 1세기 - 서기 1세기에 그 최전선을 담당했던 대표적 군단이 바로 10군단이다. 다른 로마 역사서에서는 전쟁/ 전투를 주로 그 개요로만 간략하게 다루고 있었던 데 비해서 이책은 '악티움 해전'을 비롯해서, '탑수스 전투', '알레시아 공방전', '예루살렘 공성전', '파르살로스 전투', '문다 전투', '필리피 전투'같은 10군단과 당시 부대들의 수많은 활약상들을 복기해 내듯 순수하게 전투 중심으로 그려내고 있다.

당시의 10군단의 활약상은 그야말로 대단했던 모양이다. 8년간 갈리아에서 전쟁을 치르고, 브리타니아를 정복하고, 카이사르 편에서 폼페이우스와 로마 내전을 치루는 동안 단 한 번도 져 본 적 없이 항상 승리하였다니 말 그대로 적수가 없었던 셈이다. 기원전 61년 창설된 이후 줄곧 카이사르의 최정예군단으로 이름을 드높여 온 10군단이지만, 그 영광은 카이사르 사후에도 약 135년 간 계속된다. 예루살렘을 정복해 성전을 불태우고, 나중에 마사다 요새까지 함락시킨 것도 10군단이었다.

로마시대의 군단들은 그 업적 등에 따라서 각각 공식적으로 부여받은 명칭이 있었다고 한다. 정복자, 벼락과 같은 의미의 명칭에서부터, '아우구스타', '클라우디아', '플라비아'와 같은 황제의 이름을 딴 명칭, 그리고 마케도니아, 히스파나 처럼 그 부대가 창설되거나 대승을 거둔 장소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도 있었다. 그런데 10군단에는 그런 명칭이 없었다. 명칭이 필요없을만큼 그 자체로 명실공히 최고의 로마 군단을 상징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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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버트 그레이프
피터 헤지스 지음, 강수정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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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길버트 그레이프의 마음은 초조하다. 답답하다.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지적장애자인 남동생, 남편의 자살이후 폭식을 거듭하다 마치 고래와 같이 살이 쪄버린 엄마, 화장하기 바쁘고 오직 자신에게만 관심을 쏟는 사춘기 여동생,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도 과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큰누나, 일년에 집에 한번밖에 돌아오지 않는 형과 누나. 길버트는 자신의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작은 마을에서 필사적으로 가족을 위해 돈을 벌고 있다. 동년배인 친구들은 오래전에 마을을 벗어나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데, 길버트는 그것을 할 수가 없다. 도망치는 것 조차.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마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네가 나에 대해 뭘알아. 길버트는 오랫동안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와 이제는 눈물조차 흘리지 않게 되어 버렸다. 그런 때 한명의 소녀가 나타난다. 소녀의 이름은 베키. 그는 베키의 아름다움에 끌리고 있지만, 베키는 외모뿐만 아니라 남들과는 다른 독특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길버트의 눈에 담긴 증오를 본다.

베키가 아니였다면, 길버트는 어느 순간 가족을 버리고 떠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꼬박 하루동안 차가운 욕조속에 들어가 있었던 기억으로 물을 피하던 어니 그레이프의 더러워진 몸을, 베키가 씻게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길버트가의 묵은 앙금들도 서서히 씻기워져 내려간다. 소원했던 가족의 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진다. 길버트의 눈물과 어머니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종반부의 진행은 가슴이 뭉클하다. 슬픔과 함께 새로운 희망이 공존하는 안도감. 다만 거기까지 오는동안, 어쩐지 지루한 청년 길버트에게 지쳐버릴지도 모르겠다. 길버트와 같은 짐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은, 의외로 꽤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는.

동명의 영화의 원작소설. 영화에서는 조니 뎁이 길버트 그레이프 역할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지적장애자인 동생 어니 그레이프 역할을 연기했다. 원작자인 피터 헤지스가 각본을 직접 담당하기도 했다. 이 길버트 그레이프라는 영화는 내가 지금까지 보아 온 수많은 영화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만큼 가장 좋아하는 작품중에 하나. 원작소설이 있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이렇게 읽게 되고 보니 이 영화가 얼마나 원작에 충실했던가를 잘 알수 있었다. 다만 영화는 원작을 조금 샤프하게 가다듬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원작에 충실한다고 해도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소설과 영화를 완전히 동일하게 표현할수는 없을테니까. 그래서, 소설에는 영화에서는 표현하지 못했던 깊이가 있다. 특히 개개인의 인물을 더 잘 이해하고 그 생각을 더 깊숙히까지 들여다볼수 있는건 역시 소설쪽이다. 소설을 읽고난 지금 다시 영화를 꺼내 본다면, 그때는 무심코 지나치고 말았던 장면 하나 하나가 담고 있는 감정들을 남김없이 발견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가족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미워할 수 없기 때문에 고뇌하는 길버트의 초조함이나 슬픔은 어떤 소설보다도 가까이 와 닿았다. 영화도 좋은 작품이지만, 이런 훌륭한 원작이 있기 때문에 명작이 나올수 있었던 것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 남동생의 부모역할을 해야하는,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없는 남매의 고뇌가 잘 그려져 있다. 다만, 그들의 입장이나 감정을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이 없으면, 그 고뇌룰 읽어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무거운 족쇄가 되어버린 가족과 자기 자신의 장래. 좀 더 자유롭고 좋았어야 할 하루하루. 그래도 그 안에서 희망을 발견하게 하는 작가의 솜씨가 단연 돋보인다. 이들과 비교하면, 지적 장애자나 그 가족에 대해서 이 나라가 아직도 얼마나 많은 편견과 차별로 가득 차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은 너무 슬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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