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자신 버리기 - 동경대 출신 스님 코이케 류노스케의 내 마음 조절법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이수미 옮김, 가모 그림 / 멜론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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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케 류노스케의 신작이라니.... 간절히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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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보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7-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7
앤드루 테일러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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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시절의 '에드거 앨런 포'가 등장하는 역사 미스터리를 읽었습니다. '워털루 전투' 에서 살아 돌아온 한 청년이 어느 기숙 학교에 교사로 취직해서 소년 에드거와 그의 친구를 가르치게 되고, 이로 인해 영국 사교계의 큰손인 '프랜트 가'와 가깝게 지내면서 사건에 말려 들어가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진중하고 차분하게 읽히는 타입이라 이야기의 흐름은 다소 완만하지만, 19 세기 초엽의 영국 사회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데다 플롯도 훌륭해서, 과연 'CWA 히스토리컬 대거 상' 수상작, 기대에 부합하는 수작이었습니다.

런던의 한 건설현장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사체의 왼손 집게 손가락의 일부가 없는 것으로 보아 죽은 사람은 프렌트 가의 수장인 '헨리 프랜트'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렇다할 단서는 발견되지 않고, 과연 사체의 주인은 헨리 프랜트인가? 혹시 재정적으로 몰락해 죽음을 가장하고 도피한 것은 아닌가? 소년 에드거의 친부임을 주장하는 수상한 자가 이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연달아 떠오릅니다. 헨리의 사체가 발견된 이후에도 프랜트가 내부의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 금전적인 문제 등의 비밀들이 계속해서 드러납니다. 런던의 뒷골목에서부터 시골마을의 저택, 덫이 설치된 귀족의 영지, 얼음창고 등 수상한 무대들도 차곡차곡 준비되어 있어서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일단, 소년 에드거 앨런을 내세워 호객행위를 하고 있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엄연히 청년 '토머스 쉴드'입니다. 쉴드는 과거에 몇차례인가 순간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폭발한 적이 있습니다. 이로인해 정신병자 취급을 받고 신뢰할 수 없는 젊은이로 낙인찍혀 버렸지만, 숙모의 추천을 받아 간신히 일자리를 얻게 된 후에는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고 매사에 행동거지를 조심합니다. 실은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처럼도 보입니다. 이 청년의 눈을 통해 지켜보는 사건의 전말과 함께, 소설 속 어느 등장인물의 "부 존경으로 향하는 일종의 통행증"이라는 대사의 뉘앙스처럼, 부와 권력을 추구하며 살던 이들이 어떻게 흥하고 어떻게 몰락하는지, 탐욕과 부로 쌓아올린 귀족사회의 허상이 그려집니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개성이 뚜렷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인공인 쉴드가 동경하게 되는 두 여성, 아름다운 프랜트가의 젊은 미망인과 커스월가의 사생아인 아가씨의 매력이 상당합니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성과 톡톡튀는 사랑스러운 여성, 서로 다른 타입의 두 귀족 여성이 대비되면서 이들과의 시츄에이션이라던가 주인공의 마음의 동요가 또한 볼거리입니다. 묘하게 로맨스 심리를 자극하는 이런 요소가 의외로 사건의 향방만큼이나 마음을 끕니다. 그러고보면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한편의 드라마로서 읽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의 또 하나의 주인공은 에드거도 쉴드도 아닌 19세기 초의 영국이라는 시대배경 그 자체입니다. 당시의 거리의 모습이나 생활상 뿐만 아니라, 귀족, 서민, 노예, 자유노예, 혹은 남녀간의 신분에 따른 가치관과 살아가는 방식, 군인들의 발언권이 높았던 시대상 등,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서 그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저택의 피고용인들 끼리의 몰래연애 라던가, 말똥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거리의 풍경, 숙녀의 드레스 끝자락이 흙바닥을 쓸고 다니는 광경 등, 많은 것을 체감해 볼 수 있습니다. 19세기 영국 마니아라면 놓칠수 없는 작품입니다. 역사물로서도 추리소설로서도, 또한 드라마로서도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다양합니다. 다만, 후딱후딱 사건의 진상부터 알고 싶은 성질 급한 독자라면 시종 진중한 분위기의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풀 컨디션으로 견뎌내기는 조금 버거울수도 있겠습니다.

저자 '앤드루 테일러'는, 2009년에 영국 추리 작가 협회(CWA)가 추리소설 발전에 공적이 있는 작가에게 수여하는 '다이아몬드 대거상'을 수상했습니다. 데뷔작인 <Caroline Minuscule>로 '존 크리시상(신인상)'외에, 두 번에 걸쳐 '엘리스 피터스 히스토리컬 대거상(역사 미스터리상)'을 수상한 거장이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이 <아메리칸 보이> 이전에는 작품이 소개된 적이 없는 관계로 아직 그 지명도는 미비, 소년시대의 '포'가 등장하는 이 역사 미스터리가 앞으로 앤드루 테일러라는 작가의 대표작들을 줄줄이 읽어볼수 있게 되는 단초가 되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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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도둑 - 당신의 기분을 엉망으로 만드는 기분도둑을 경계하라!
크리스티안 퓌트예르 & 우베 슈니르다 지음, 박정미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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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있으면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즐거워지고, 아 행복하다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왠지 기분 더럽고, 우울해지고, 축 처지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이 중 후자의 경우에는 사람 가려가면서 만나는 게 상책이지만, 문제는 가족, 친지, 친구, 동료와 같이 가까운 사람들 중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어찌해야 할 것인가다. 애초에 나의 인생 자체가 사람운이 없어서 그런 것으로 치부하고 순순히 기분을 짖밟으라고 내어주어야 할 것인가? 그러기에는 점점 부정적인 에너지로 충만해져 가는 내모습이 너무 억울하다. 그렇다고 "너 싫어. 가!" 할 수도 없고.... 어떻게해야 나의 행복감을 유지하면서도 현명하게 이들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라는 어려운 질문을 안고 이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균형잡힌 관계와 안락한 삶, 그리고 편안한 감정을 추구한다. 또한 다른 이들과 즐겁게 어울리며,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내면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러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그 간절한 소망을 방해하는지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행복을 찾고 있지만 좀처럼 행복한 순간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의지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들 주위의 누군가가 그들을 행복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데에 있다. 이책에서는 이와같이 나에게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기분을 흙탕물처럼 흐려놓는 요인들을 기분도둑이라 총칭하고 7가지의 대표적 사례로 나누어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도둑소굴에 살고 있었다.... 라고 잠시 생각했다. 괜히 징징거리거나(푸념도깨비) 지나치게 불신하는 일(불신덩어리) 거슬리게 잘난 척하거나(똑똑한 척 하는 밉상) 안달복달 조바심 내는일(조바심 바이러스) 그럴싸한 말로 생색만 낸다거나(생색만내는 떠버리) 허위정보에 휘둘리는 일(디지털 몬스터) 혹은 타성에 젖게 되는 일(타성의 노예)..... 아 맞아 이런 사람 있어. 이건 누구누구 얘기가 아닌가! 하면서 계속 읽어내려가는 동안 점점 얼굴이 굳어진다. 어랍쇼. 이거 읽다 보니 전부 내 얘기네. 나야말로 다른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기생충같은 기분도둑이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사람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되 그들이 당신을 대하는 만큼만 진지하게 대하라."

이런 기분도둑을 더 잘다루고 스스로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들로부터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도둑질한 자식을 감싸주거나 오냐오냐 하는 식으로 무조건 배려하는게 상책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기분도둑의 공격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마음속으로 한걸음 옆으로 비켜서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의 규칙을 쉽게 허용하지 말고 무엇이 나에게 이로운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기쁨을 맛보라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반대로 내가 만약 누군가의 기분을 훔치는 기분도둑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쯤에서 도둑질은 그만두는 게 좋겠다. 기분도둑은 나와 가족 주변 사람들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무서운 전염병이니까. 그렇다고 내가 그 뿌리라면 당연히 근절되어야 마땅하다는 참담한 심정이 될 필요까지는 없다. 그냥 고치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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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스와 버질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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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부커상 수상작 <파이 이야기>의 저자 '얀 마텔'의 무려 9년만의 신작.

젊은 작가 '헨리'는, 대성공을 거둔 처녀작에 이어 후속작으로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한 소설과 논픽션을 플립북(앞뒤가 모두 표지, 서로 다른 이야기가 양쪽에서 시작되서 가운데서 끝난다)형태로 출판할 생각이었다. 의욕적으로 구상한 이 컨셉이 출판사로부터 보기좋게 거절당하자 헨리는 잠시 집필을 중단하고 아내와 함께 캐나다를 떠난다.

새로운 도시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헨리에게 그가 유명작가임을 알고 있는 누군가로부터 우편물이 날아든다. 거기에는 19세기 프랑스 작가인 '플로베르'의  단편소설(성 쥘리앵의 전설)과, 희곡 대본이 들어있었다. 대본은 '베아트리스'와 '버질'이라는 2명의 등장 인물이 서양배를 주제로 밑도 끝도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과 성 쥘리앵의 전설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헨리. 동봉된 메모에는 "선생님의 책을 읽고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라고 쓰여있었다.

수수께끼에 끌려 주소를 찾아간 헨리는 어느 박제사의 가게에 도착한다. 이 가게에서 헨리는 박제상태의 베아트리스(당나귀)와 버질(원숭이)과 조우한다. 연로한 박제사는 헨리에게 '베아트리스와 버질' 희곡을 쓰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음침하고, 무례한 이 박제사에게 헨리의 애견도 아내도 직감적으로 거부반응을 나타내지만, 희곡 '베아트리스와 버질'에 기묘하게 이끌리기 시작한 헨리는 계속해서 박제사를 찾아간다. 마침내 베아트리스와 버질의 이야기와 성 쥘리앵의 관련을 깨달은 헨리는 돌연 자신이 놓여진 상황에 아연실색한다.

맨처음 이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을 때의 나의 반응은 "What the F**k?"이었습니다. 첫부분은, 마텔 자신이 이 <아트리스와 버질> 처음 썼을 때의 실제 편집자의 반응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거기에 관련된 이야기가 시작되는가 생각했더니, 이번에는 그가 다른 도시로 옮겨 이렇다할 사건이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계속됩니다. 그리고나서 한동안은 수께끼의 인물이 보내 온 플로베르의 단편이 지리하게 이어지다가, 다음에는 서양배에 대한 알 수 없는 대본입니다. 이것만으로 270 페이지 남짓한 책에서 벌써 70페이지 이상입니다. 점점, 이것은 혹시 실패작이 아닌가....하는 의심스러운 기분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만, 틀림없이 무언가 있다고 마음을 다잡고 수수께끼를 쫓아 계속해서 읽어 나갔습니다.

이후에도 특별히 대단한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여전히 박제사는 무례한 괴짜이고, 베아트리스와 버질 희곡 속의 메타포는 도저히 그 의미를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때부터 베아트리스와 버질의 존재가 서서히 마음속에 스며들어 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갑자기 헨리처럼 모든 것이 연결되고, 이해되고, 아연실색 합니다. 거의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우화적인 표층 밑에 그야말로 묵직하고 복잡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그러한 깊은 소설이었던 것입니다.

문예 작품으로서는 높이 평가 받을만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만, 과연 <파이 이야기>와 같은 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왜냐하면, 파이이야기는 어떤 레벨의 독자라도 수용하는 너그러움이 있습니다. 즉, 작품의 깊이를 이해 할 수 없어도 재미있다고 느낄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베아트리스와 버질>은 처음 100 페이지 가량을 참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숨겨진 사물의 의미나 상징하는 바를 깨닫지 못하면 마지막 헨리의 놀라움이나 수치심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모든 독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하고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인내하면 끝까지 읽어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하게 해주는 깊은, 아주 깊은 소설입니다. 상징의 힘, 우화의 힘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읽으면 처음에는 안보이던 것들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이야기의 테마는 '속죄'. 그리고 이책을 읽으려면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정도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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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성
타리에이 베소스 지음, 정윤희 옮김 / 살림Friends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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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리에이 베소스'는 북유럽 문학을 얘기할때 빼놓을 수 없는 노르웨이의 국민작가라고 한다. 저자의 다른 소설인 <마티스>를 읽었을때는 확실히 굉장히 문학적이고, 그 한폭의 유채화같은 풍경하며 서정적인 이야기에서 북유럽의 깊은 정서가 느껴진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어디까지나 북유럽 사람이 아닌 독자의 주관적인 인상이긴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알고보니 <마티스>나, 이 <얼음성>이 나온 '살림 Friend'는 청소년 향의 소설을 지향하는 브랜드였던 것 같다. 마티스를 떠올려 보면 다소 의외지만, 얼음성은 틀림없이 그 나이 또래의 헤아리기 힘든 특유의 감수성을 활자가 아니라 그대로 그림으로 옮겨 놓은 것 같은 소설이었다.

친구들에게 인기 많은 리더십 작살의 열한살 소녀 '시스'가 있는 반에, '운'이라는 신비한 분위기가 감도는 소녀가 전학 온다. 시스와 운은 첫눈에 서로에게 이끌리지만, 좀처럼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운의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다같이 어울리지 못하고 멀찍이서만 교감하며 우정을 쌓는다. 어느날 시스는 이모님과 단둘이 살고 있다는 '운'의 집에 초대받아 놀러간다. 설레이는 시스. 그런데 운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무언가 비밀이야기를 꺼내려 한다. 긴장된 분위기를 견딜 수 없어 시스는 도망치듯 집으로 후퇴한다. 그리고 다음날 운은 학교에 오지 않는다. 온 마을 사람들이 운을 찾아 헤매지만 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 시기의 예민한 감수성은, 한때 그 나이였던 어른들도 그 시기가 지나고 난 뒤에는 이미 헤아리기 힘들다. 시스가 느끼던 막연한 두려움의 원천은 무엇인지, 운이 결석을 하면서까지 시스의 얼굴을 볼 수 없었던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눈으로 보여지는 사건의 전개만을 통해서는 알기 힘들다. 운과 시스의 사이에 감도는 그 미묘한 감정의 기류를 읽어내야만 하는데 성인 독자의 고체화된 감수성으로는 힘든 일일지도 모르겠다. <얼음성>은 어쩌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해야 하는 소설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대사 하나하나, 사물 하나하나가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읽어내는 데는 시스와 운을 이해할 수 있는 또래의 아이들이 적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서 그리고 있는 이야기가 곧 그네들의 감수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얼음성은 떨어지는 폭포가 그대로 얼어붙어 만들어진 순수한 자연의 힘에 의한 공간이다. 운이 걸어 들어 간 그 얼음성 앞에서 마을 사람들은 속수무책이다. 자연의 웅장함 앞에 서면 인간은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 감정 하나하나까지도 대자연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게 된다.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느낀다. 그렇지만 거기에 주눅들어서는 아무것도 나아가지 않는다. 언제까지고 주저앉아 있을수는 없다. 시스는 결국 돌아온다. 딛고 일어선다. 그렇게 아이는 성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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