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1
김훈민.박정호 지음 / 한빛비즈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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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경제학 중 어느쪽으로 분류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경제학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라고나 할까? 딱딱한 경제학과는 전혀 무관할 것 같은 분야 안에서 경제원리를 찾아낸다는 컨셉이 참신하다.

 

경제를 접어두고라도 재미있는 소재들인데 여기에 경제가 접목되면 더 흥미로워진다. 유명한 고전문학들 속에도 수많은 경제원리가 숨어있다고 하면 의아하지 않은가? 젊은 베르테르는 '시간 비일관성'으로 고민하다 자살을 택했고, 명탐정 셜록홈즈는 자신의 수임료에 '가격차별 원리'를 적용해서 효율적으로 재산을 증식했다. 아서왕의 전설에서는 '실질 GDP' 관련한 대화를 확인할 수 있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은 세금 때문에 전전긍긍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어떤 학문을 바라볼때는 '전문가 아니면 비전문가' 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시각이 되고 마는데, 그렇게 경직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국문과가 아니면 소설을 못 쓰고 연산기호를 배우지 않았다고 해서 덧셈 뺄셈을 못하는 것이 아니듯이, 경제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하루하루를 경제원리에 의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간단한 예를 책속에서 하나 찾자면, 10만원이나 주고 뮤지컬 표를 구입했는데 그 내용이 수준 이하일때, 우리는 환불받을 수 없는 10만원(매몰비용)이 아까워 인내심을 발휘해 계속 관람하기도 하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을 생각해 일찌감치 자리를 뜨기도 한다. 이러한 경제원리는 우리 사는 모든 것에 적용된다.

 

현실의 사정이 그렇다면 지나온 현실들의 발자취인 역사속에도 무수히 많은 경제원리가 숨어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역사를 포함해서 신화, 설화, 예술, 철학과 같은 다양한 인문학의 영역, 그리고 이윤 극대화를 위한 미술관의 운영방식이라던가, 고전만 줄창 공연할 수 밖에 없는 오페라 하우스의 안타까운 사정과 같은 현실정책과 관련한 부분까지 폭넓게 다룬다. 

 

접근금지 푯말이라도 붙어있는 것처럼 한없이 다가가기 힘들게 느껴지는 경제학이지만, 결국은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해법이자 우리의 본 모습이 투영된 것이다. 이렇게 각도를 바꿔서 바라본다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경제학도 재미있다!'라고 항변하는 듯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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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놈들이 온다 - 대중의 죽음, 별★종의 탄생
세스 고딘 지음, 최지아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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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라던가, '나꼼수'(수익모델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웃나라 일본의 '오토코마에 두부' 같은 것들을 보면 그 태생은 마이너였다. 지금은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고 대중을 선동하는 위치에 있지만, 주류, 혹은 트랜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대중을 대상으로 획일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서 부를 창출하던 전통적인 방식의 아이템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소수의 별종들의 취향을 채워주고 여기에 매료된 이들이 커뮤니티를 이루고 세를 불려 새로운 대중으로 등극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난 결과물이다.

 

별종이란 사전적인 의미로는 말그대로 별난 사람들을 일컫는 것이 되겠지만, 이책에서는 사회 다수인 대중이라 불리는 집단과 그 취향을 달리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가리킨다. 예전같으면 특이취향이라고 평가절하되었을 이 별종들의 파워가 지금은 막강해졌다. 저자 '세스 고딘'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제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던 대중은 가고 이런 별종들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케팅 이야기이자 사회현상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낡은 사회규범들, 국가정책에 의해 사람들은 정상이길 강요당해 왔으며, 남들과 다르면 곧 비정상, 질책의 대상이 되었다. 개인들 스스로가 도덕이라는 틀 안에서 순응하고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로 지금까지는 획일화된 상품을 팔고 국가정책에 일방적으로 사람을 맞추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 

그런데 이제는, 그것이 여의치 않다는 것쯤은 누구라도 안다.

 

우리는 보다 자유로워졌고 보다 윤택해졌다. 별종이 되는데 거리낌이 없으며,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여건이 된다. 바야흐로 별종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줌으로써 성공에 가까워질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대중과 현상유지를 택해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느냐? 아니면 별종을 상대로 보다 나은 기회와 성장을 찾느냐? 흔하디 흔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를 맛보는 자영업자가 그 어느때보다도 많아진 지금,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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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분홍 코끼리 -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는 유쾌한 대화습관 15
빌 맥파런 지음, 이홍상 옮김 / 이마고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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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를 읽은 횟수로 보나 기간으로 보나 어지간한 내용에는 귀가 번쩍 뜨이지 않는 중급 이상은 되는 독자인데다가, 자기 계발서라는게 일단 나의 문제를 자각하고 나서, 그것을 해결, 발전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손을 대는 것이다 보니까 '아니 내가 이런 문제가 있었다니!' 하고 새삼스레 놀라는 일은 별로 없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내가 이렇게 많은 분홍코끼리를 거느리고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조금 당혹스럽다.

 

분홍코끼리라는 영어표현은 언젠가부터 그자리에 버티고 있는 골칫거리, 또는 너무나 자명하지만 어느 누구도 거기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리는 그런 거북한 문제를 가리킬때 쓰인다고 하는데, 일단 한국인의 정서로는 썩 명쾌하게 와닿는 뉘앙스는 아니다. 상의를 탈의한 똑같은 차림새의 행렬속에 생뚱맞게 하의를 탈의한 사람이 한명 섞여 있는 그런 그림인가? 이책 안에서는 우리가 깨닫지 못한채 대화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부정적인 표현들, 부정하려고 하는 내용을 오히려 부각시키는 결과를 낳는 부정어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다. 이 분홍코끼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의 말속에 자리잡고 있어서 누군가 일깨워주기 전까지는 스스로 깨닫기가 힘들다.

 

유명 방송인이자 컨설턴트인 저자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분홍코끼리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반면에 올바른 대화법이 어떻게 긍정적인 상황을 불러오는지를 에세이 처럼 풀어나간다. 칭찬과 배려,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기, 듣는사람의 마음 사로잡기, 더 깊이 이해하고 소통하기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본적으로는 유쾌하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대화습관에 대한 내용이지만 캐스터 출신답게 단어나 문장 자체에 대한 언급이 많은 편이라서 메일이나 블로그처럼 텍스트로 소통을 하는 일이 많은 사람에게는 자신의 글쓰는 습관을 돌아보고 가다듬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말이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가지는지는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때로는 겸양으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는 생각으로 애써 선택해서 사용하던 표현들까지도 어김없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분홍코끼리였다면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이쯤되면 코끼리가 아니라 모기나 체체파리에 가깝다. 피부색은 예쁘지만 우선적으로 박멸되어야 마땅한 품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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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는 당신에게 - SBS 스페셜
S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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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는 감추는 게 아니라 제대로 풀어야 한다. 화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면 시한폭탄을 들고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중에 전혀 관계없는 곳에서 분노를 표출하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 한다는 속담대로 되는 셈이다. 반면에 화를 제대로 풀면 그것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된다. 다른 선수에게 받은 모멸을 에너지로 승화시켜 훗날 바이에른 뮌헨을 분데스리가 최고의 명문팀으로 발돋움시킨 프란츠 베켄바우어가 좋은 예다. SBS 스페셜 2부작으로 방영되었던 <화내는 당신에게>를 책으로 엮었다. 성질이 요가파이어라 때때로 안타까운 나같은 사람을 위한 내용이다.

 

사람들은 '화'가 곧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화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식하지만, 실은 화가난 사람은 더 낙관적이 된다고 한다. 그 상황을 이겨낼수 있다고 믿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문제 원인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인간에게 화가 유용하지 않았다면 화라는 감정은 아예 없었을 것이다'라는 어느 전문가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즉, 화가 인간에게 가치있고 의미있는 감정이기 때문에 인류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계속 존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건강하게 화를 다루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혹은 수동적인 방법으로 잘못 발산 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취재팀에서 실시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화에 어떻게 끌려다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제대로 발산하지 못해 묵은 화는 분노가 된다. 또한 분노는 주위 사람들은 물론이고 스스로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오죽 안타까우셨으면 부처님은 "분노에 집착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던지기 위해 뜨거운 숯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불에 데는 것은 너 자신이다."라는 말씀까지 남기셨을까. 사소한 일로 시비가 붙거나, 길거리에서 싸움이 나거나, 혹은 묻지마 살인사건에 이르기까지, 많은 증오심의 '발로' 역시 이 묵은 화에서 비롯된 분노다.

 

많은 경우 이런 성향이 어린시절의 억압받은 환경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조금 괴로운 이야기다. 대신에, 이것은 어쩔수 없는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자신의 탓으로 인식하지 말라는 조언은 격려가 된다. 그것을 건강하게 해소시켜 원래대로 바로잡으라는 것이다. 마지막 장, '제대로 화를 다스리지 못하는 당신을 위한 6가지 화 사용법' 은 과거의 감춰진 분노를 치유하고 현재의 화를 제대로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조언이다. 분노, 우울증의 정도를 자가 테스트해 볼수도 있다.

 

오래묵은 화에서 비롯된 원한과 증오심을 치유하는 궁극의 치료법은 용서라고 이책은 마무리한다. 쉽진 않지만 가능하다. 왜냐하면 용서란 모든 기억을 지우고 상처받기 전과 완전히 똑같은 관계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증오의 대상에게 더이상 부정적인 감정을 갖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오랫동안 자신을 옥죄던 분노의 고리에서 자유로워질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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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가락 - 신은 그들의 손가락에 위대한 수갑을 채웠다
사토 다카코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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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다카코의 전작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가 따뜻한 성장소설의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소매치기와 점술가가 주인공이라는 설정은 의외이면서도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다. 이번에는 두 주인공 현란한 손놀림을 앞세워서 경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와 신뢰를 이야기한다. 한모금만 읽고 쟁여둘 요량이었는데 시작부터 사건이라, 다음이 신경쓰여서 읽다보니까 마지막 장이었다.

  

소매치기 현행범으로 수감생활을 마친 '쓰지'는 출소하는 날, 공교롭게도 아이들의 그룹 소매치기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이 중 한명의 뒤를 쫓다가 부상을 입고 만다. 쓰러져 있던 쓰지를 구해준 것은 여장을 한 타로카드 점술가 히루마. 경찰이나 병원으로 가기를 한사코 거부하는 쓰지를 히루마는 자신의 방으로 데려온다. 둘의 기묘한 동거를 시작으로 대수롭지 않아 보이던 이 일이 소매치기 일가, 형사, 정체불명의 소년소매치기단, 그리고 이들의 과거가 뒤얽힌 사건으로 덩치를 부풀려 간다. 여기에 위태로운 신뢰 관계나, 동료애, 몸을 던져서라도 상대방을 지키려는 순수한 사랑같은 것들이 틈틈이 채워넣어진다.

 

타로카드를 사용하는 점술도 그렇지만, 소매치기 수법에 대해서 세세한 부분까지 묘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자료조사에 상당한 공을 들인 듯 하다. 그런 노고에 비례해서 '사람'이 확실하게 그려져 있는 만큼 기존에 알던 사토 다카코의 색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등장 인물 누구에게라도 깊이 공감할 수 있다. 악역조차 미워할 수 없기 때문에 조금은 곤란하다. 

 

범죄자에 대해서라면 솔직히 나는 너그럽지 못한 견해를 가지고 있지만, 이런 좋은 녀석이 왜 소매치기에 인생을 걸어야 하는건지, 출생이라던가, 성장배경이라던가, 본인의 선택이 아니었을 것들에 대해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단순히 정신머리가 썪었다던지, 의지가 약하다던지 하는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조금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나란 놈은 어째서 여장을 한 히루마에게 끌리는가? 그런 취향이었던 건가.... 범죄 행위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걸 다 감안해도 뒷맛은 개운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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