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반전 - 치명적 약점에서 벗어나 인생을 반전시킬 10가지 성공의 심리학
플립 플리펜 지음, 신준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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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나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자주 생각해보는 편인데 장점은 쉽게 말할수 있는 반면에 단점은 딱히 꼬집어서 말하기가 쉽지 않다. 장점은 잘 드러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지간히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타인의 허물을 이야기 하는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서 나의 단점을 단점으로서 인지할 만한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다. 또 간혹 그런 종류의 피드백을 받더라도 그것을 모두 아 그렇구나 하고 납득하게 되지도 않는다. 모르는 사이에 단점이 되는 습관들이 계속해서 반복되면서 점점 더 그 성향이 강해지게 되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그것을 깨달았다고 하더라도 고쳐나간다는 것이 여간 힘든게 아니다. 

그런데 이런 나의 성격적인 단점들이 내 인생의 장해물이 되고 있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성공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면? 성공의 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성공이란 내가 가진 재능을 백프로 발휘할 수 있는 나, 내가 될 수 있는 최고의 나가 되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포텐셜과 어빌리티의 동일화를 말한다. 현재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다고 해서 성공이라고는 할 수 없다. 만약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약점이 없었다면 어쩌면, 아니 분명히 지금보다 더 높은 곳을 날고 있을 것이다. 나의 잠재력과 내 능력을 백프로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이 순간 보이지 않게 나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고 있는 이 약점들은 반드시 제거되어야 할 요소이다. 

이 책에서는 10종류의 치명적인 성격적 약점들과, 그것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만들어내는 경우를 다각도에서 분석하고, 그것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에 대한 조언과, 그에 따른 저자의 경험과 함께 각계각층의 다양한 자신의 고객들이 겪은 실제 사례들을 보여준다. 나같은 경우에는 이 책에 제시되어 있는 성격적 약점의 유형들 중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여러 영역에 걸쳐서 나타났는데, 사람의 성격이라는 것이 혈액형 나누듯 에이형 비형 씨형이라고 나누기에는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유형의 약점은 나의 경우와 판박이라고 할 정도로 거의 흡사하고, 또 어떤 유형은 그런 경향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는 식으로 조금씩 경중의 차는 있지만 전 영역에 걸쳐서 나에게 해당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런 성향들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만들어 내는 성격을 단숨에 바꾼 다는 것이 쉬울리가 없다. 이 책에서는 모든 것을 한번에 고치려고 하지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한번에 하나씩,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을 고쳐나가는데 먼저 집중하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높이 날지 못하는 기구 이야기는 매우 인상적이였다. 어느 높이 이상은 도저히 올라가지 못하는 열기구가 있는데, 이 열기구의 문제점은 바로 기구에 실린 과도한 짐에 있었다. 과감하게 그 짐을 버리고 나니 기구는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짐으로 작용하는 약점이 나에게 있다면 당연히 던져 버려야 마땅하다.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는 선수가 아무리 노력해도 최고가 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자기계발서라는 것이 좋은 말은 많이 담고 있지만, 정작 그것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고들 하지만 자기계발서 뿐 아니라 어느 것도 실천을 대신해주는 것은 없다. 막연히 알거나, 혹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이제껏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던 치명적인 약점들을 알고 제거할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이루어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결국 자신의 몫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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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인 러브 판타 빌리지
로라 위트콤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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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전에 잠자리에 누워서 까만 천정을 바라보다가 문득 죽음이란 것에 대해서 생각한 적이 있었다. 사람이 죽으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걸까. 그냥 무로 돌아가는 걸까. 세상은 변함없이 돌아가고 있을텐데 나는 그것을 보지도 못하고 의식하지도 못한채 완전히 없어져 버린단 말인가. 호기심이라기 보다는 갑자기 밀려든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사후세계에 대한 책들을 찾아 읽게 되었다.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그 책들중 대부분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흥미 본위의 것들이였지만, 그래도 그 중에는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책도 있었다. 영혼들의 고귀한 여정과 운명에 대해서 이야기한 책이였는데, 이 책에 의하면 영혼들은 수련을 위해서 이 땅에 보내어 진다고 한다. 모체에 잉태되거나 갓 태어난 육신에 깃들어 인간 세상의 고통과 괴로움을 이겨내는 법을 배우고 육체가 삶을 다한 뒤에는 다시 원래 있던 영혼들의 장소로 돌아간다. 환생이라 불리는 그 과정을 되풀이하며 점점 성숙한 영혼이 되어가는 것이다. 간혹, 현세에서의 미련이나 원한이 너무 강해 그 끈을 놓지 못한 채 돌아가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영혼들이 있다. 동양에서는 귀신, 서양이라면 유령이라 표현하는 이 가엾은 영혼들은 특정한 장소나 사람의 주위를 맴돌거나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죽기 직전에 하던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한다고 한다. 그 영혼들이 다시 제 갈 길로 돌아가기까지 그런식으로 현세에 머무는 기간이 짧게는 몇십년에서 길게는 몇백년이 걸리기도 한다는데, 그 오랜 세월을 아무것도 만지지도, 그 누구와 대화도 하지 못한채 스스로 지옥과 같은 고통을 만들고 있는 것이 너무나 딱했다. 그러나 영혼들에게 있어서 시간이라는 개념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을 읽고 난 뒤에는 정말로 다행이라고 안심했던 기억이 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헬렌은 생애의 죄책감과 집착으로 이 세상과의 끈을 놓지 못한 채 130년이라는 세월을 이승에 머물고 있는 영혼이다. 지옥과 같은 고통을 피하기 위해 그녀는 사람을 옮겨다니며 들러붙어 그 주위를 맴돌고 있다. 그 오랜 세월동안 그 누구와도 대화할 수 없고, 아름다운 것을 만질수도 없으며, 맛있는 것을 맛보지도 못한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배회하고 지켜보는 것,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속으로 삭이는 것, 그리고 그가 머물고 있는 호스트에게 약간의 영감을 줄수 있을 뿐이다. 영혼은 인간뿐 아니라 영혼끼리도 서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날 헬렌은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한 소년을 만난다. 당혹스러운 헬렌. 그러나 그 소년도 역시 이미 80년전에 죽은 영혼이며, 죽음의 순간 영혼이 빠져나가 버린 소년의 육체에 우연히 스며들게 되어 그 소년의 신분으로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둘은 서로 사랑에 빠지지만 육체가 있는 그와 육체가 없는 헬렌의 사이에는 높은 벽이 있다. 그 벽을 넘기 위해 헬렌은 소년의 도움을 받아 한 소녀의 육체에 스며드는데 성공한다. 

신선하고 독창적이며 놀라운 이야기이다.사후세계라는 상상의 세계와 로멘스가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사자의 영혼이 등장하는 이야기라고 하면 조건반사적으로 호러, 공포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그 제목처럼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사랑 이야기. 영혼과 영혼의, 사람과 사람의, 그리고 영혼과 사람사이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죽은 뒤에도 사랑이라는 짜릿한 감정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였다. 헬렌이 집요하게 붙잡고 있던 이승에서의 집착의 끈을 놓을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사랑때문이였을 것이다. 가혹한 상황속에서도 사랑을 잃지않고 무언가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야말로 지구상에 내려온 영혼들의 궁극적인 수련과정일지도 모른다. 고스트 인 러브는 영화로도 제작예정이라고 하는데, 정말로 영상으로 꼭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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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미궁
티타니아 하디 지음, 이원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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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사책이나 교과서에서나 만날수 있는 인물이나 사건을 재조명하고, 비록 픽션에서나마 그것들을 가까이서 지켜볼수 있다는 점이 팩션의 매력이자 묘미라고 생각한다. 실제 역사와 허구가 교묘하게 결합되어 만들어진 이야기에서는, 때로는 숨겨져 있던 비화를 듣고 있는 듯한 흥분과 쾌감을 선사받게 되기도 한다. 장미의 미궁은 지금으로부터 약 사백년 전 르네상스 시대의 인물인 존 디와 그가 남긴 문서의 비밀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모험담. 지금까지 보지 못한 독보적 스타일의 팩션이라는 홍보문구가 단연 호기심을 자극하는데다가, 다빈치 코드의 성공 이후에 우후죽순 처럼 쏟아지는 이런 류의 소설에 슬슬 질려가고 있기도 해서, 과연 어떤 소설이기에? 하는 궁금증이 고개를 쳐들었다.

16세기말경에 실존했던 존 디 박사라는 인물이 자신의 가문의 딸들에게 고문서가 들어있는 비밀상자를 남긴다. 이야기는 사백년 후 존디의 후손인 윌에게서부터 시작된다. 어머니로부터 열쇠와 수수께끼 같은 글귀가 담긴 양피지 문서를 물려받은 윌. 윌은 돌아가시기 직전에 어머니가 그에게 보낸 엽서를 뒤늦게 발견하고 엽서에서 가리키는 장소인 샤르트르 성당으로 향한다. 성당에 도착한 윌은 상당 바닥에 미로를 발견하고, 미로를 직접 걸으면서 자신이 물려받은 문서와 열쇠의 수수께끼를 풀게 된다. 그러나 비밀을 풀었다는 기쁨도 잠시, 의문의 사고사를 당한 윌. 그의 유품은 이 번에는 형인 알렉스에게로 전해진다. 사랑하는 동생을 잃은 알렉스의 앞에 등장한 비밀조직. 월터스라는 인물이 이끄는 이들은 존 디 박사가 남긴 문서의 비밀을 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알렉스와 그의 환자인 루시를 협박해 온다. 한편 이들을 피해 문서의 비밀을 파헤쳐 가던 둘은 휴거라는 광신도 집단의 존재를 알게 된다. 
 
장미의 미궁은 알렉스와, 그의 환자이자 연인으로 발전해가는 루시가 사백년전부터 대대로 물려져 내려온 문서의 비밀을 풀어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비밀을 밝혀내기 위한 과정은, 단순히 퍼즐이나 수수께끼를 푸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당시에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던 종교들, 신화와 문학, 그리고 점성술, 천문학등 수많은 학문들을 아우르는 방대한지식이 동원된다. 조금 과장하자면 지식의 총합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이야기는 지적 호기심의 충족이라고 하는 면에서 소설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는 묵직함이 있다.   
 
고문서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스토리가 베이스이지만 그 외에 알렉스와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루시와의 로멘스가 단연 볼거리이다. 그렇다고 메인스토리에서 갈라져 나오는, 양념같은 사이드 스토리로서가 아니라, 타인의 심장을 이식받은 루시에게 일어나는 '세포기억' 이라는 현상과 그것으로 인해 문서의 비밀에 한발짝 다가서게 되는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나중에 한갈래에서 만나게 되는 전체 스토리의 한 축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만 뚝 떼어내어도 하나의 개성있는 스릴러를 만들어 낼수있을 것 같은 흥미로운 소재인데, 이렇게 다양한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그 인기만큼 팩션은 진보하고 있구나 하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독보적 팩션이라는 말은 독특하다라는 의미보다는, 기존의 작품들보다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다양한 시도와 작가의 박식함이 돋보이는 소설이였다. 그것들을 이야기 안에 녹여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수많은 팩션을 찾아 읽으면서, 최후에 밝혀지는 놀라운 비밀이라는 것에 면역이 되어서일까, '세포기억' 과 기억의 전이라는 부분이 더욱 인상에 남는다. 표지에서 받게 되는 고풍스럽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이야기에서 고스란히 느낄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다만, 역사속의 인물이라고는 하지만, 존 디라는 생소한 인물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는 만큼, 거기에서 오는 재미를 모두 만끽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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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무덤 모중석 스릴러 클럽 15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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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디버'의 작품 중에서도 걸작으로 이름 높은 <소녀의 무덤>. 이웃나라 일본같은 경우에는 이 작품이 소개되면서 디버의 팬이 급증했다고 한다. 시리즈물은 아니지만 나중에 각 작품에서 꽃을 피우는 디버 스타일의 싹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제프리 디버의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발군의 인물 조형력과 정교한 플롯

 

교도관을 살해하고 교도소에서 탈옥한 3인조의 흉악범들이, 스쿨버스에 타고 있던 농아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을 납치한 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폐도살장에 틀어박혀 인질극을 벌인다. 인질들의 구출, 범인들과의 교섭을 위해 FBI 인질 구조대 수석 협상자 포터가 호출된다. 작가가 창조해 낸 또 다른 작품의 주인공 링컨 라임과 비교하면, 포터라는 인물은 사건의 해결로 이어지는 신기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외형의 중년남성에 가까울지도. 그러나 그동안 어려운 인질 사건을 몇건이나 해결로 이끌어낸 끈질기고 불굴의 정신을 지니고 있는 남자.

 

그런 그도 이번 사건에서만은 사태 타개에 고전을 면치 못한다. 인질은, 한 명의 교사를 제외하면 모두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소녀들. 범인들 중 주범격인 핸디는 긴박한 상황 속에 놓여 있으면서도 좀처럼 침착함을 잃는 법이 없고, 협상하는 과정에서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여학생 한 명을 풀어주는 척 해 놓고, 단지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서 태연하게 배후에서 총을 쏘아 사살하는 냉혈함을 보인다. 게다가 인질범들의 본래의 목적조차 불분명하다.


포터가 작전을 지휘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FBI의 개입을 유쾌하게 여기지 않는 주 경찰국 소속 인질 구조대가 관할 의식을 내세워 사건의 개입에 잔뜩 의욕을 보인다. 다음번 선거를 의식하고 멋대로 개입하는 검찰 총장, 취재를 방해받은 것에 원한을 품고 어떻게든 숨어들어 특종을 차지하려 하는 매스컴 관계자, 그런 개개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예상외의 움직이는 장해물들로 인해 포터는 점점 곤란한 상황에 처하고 사태는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이야기는 다각적인 시점에서 서술된다. 어떤 때에는 포터의 심리를, 어떤 때에는 인질인 멜라니의 눈을 통해서, 어떤 때에는 주 경찰의 경관의 생각를, 또 어떤 때에는 인질구조대 사령관의 본심을, 차례차례로 그 당사자의 입을 통해 말하게 해 나간다. 물론 스토리 상의 큰 반전과 관계되기 때문에 인질범의 마음만은 자세하게 보여주지 않지만, 이야기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 같다.

 

제프리 디버의 작품은<링컨라임>시리즈가 유명한데, 이 책에서도 링컨 라임처럼 핸디캡이 있는 사람들의 마음의 움직임을 상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런 약점을 안고 있는 인물들과, 거기에 더해서 시간제한이라는 데드라인 안에서 협상가인 포터가 전화통화로 범인의 심리상태를 추측하면서 수 싸움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오는 긴장감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는 느낌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지루하다는 생각을 할 틈이 없다. 

 

대단히 신선하고 리얼리티를 느끼게 해주는 부분은, 첫째로 인질 협상의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는 점. 그 방법이나 세부사항의 설명은 물론이고 스토리 전체를 통해서 보여주는 생생한 묘사는 진짜 현장의 메뉴얼을 읽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스톡홀롬 증후군이라는 유명한 사례처럼, 인질과 인질범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그려내고 있다. 

 

두번째로는, 청각 장애인들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단순한 소재 이상으로 깊이 파고들어 묘사하고 있는 점이다. 일반인들로서는 여간해서 알기 힘든, 선천적인 농아와 후천적인 농아의 차이와 그들사이의 갈등, 그리고 독순술과, 청각에 의지하지 않고 진동으로서 소리를 느끼는 장면의 생생한 묘사 등, 전문지식에 대한 세세한 자료 수집과 리서치의 성과가 작품 상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종반부에 들어서 이건 조금 전개에 무리가 있는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은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디버의 트레이드마크인 반전을 위한 포석이였음을 깨달았을 때는 역시 제프리 디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예측을 하고 있었다는데 뿌듯함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최후의 최후의 전개의 '의표를 찌르는 대반전'은 그야말로 짐작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은 어안이 벙벙한 채로  또다시 '당했다'하는 여운만을 남기며 이야기는 유유히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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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책
클라이브 바커 지음, 정탄 옮김 / 끌림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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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책>이라는 제목처럼 선혈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뭐랄까, 페이지 틈새에서 핏방울이 떨어져 내릴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네요.  피를 빨아들여 머금고 있는듯한 묘사가 산재해 있습니다.  

 

악령들에게 사로 잡힌 소년의 신체에 무수히 새겨진 피의 문자로 쓰여진 이야기들.

 

뉴욕의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처참한, 너무나도 처참한 연속 살인 사건. 피해자는 전라의 상태가 되어 전신의 털을 깎이고 - 머리카락은 물론 겨드랑이 털, 음모, 속눈썹이나 눈썹까지도, 그리고 솜털은 불에 그슬린 채- 피를 쏟아내며 승객용 손잡이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인육 처리장과 같은 광경.

 

어느날, 회사원 카우프만은 우연히 그 살육 열차에 타게 됩니다. 거기서 그는 고기 베는 칼을 휘두르는 살인귀 마호가니와 마주하게 됩니다. 일촉즉발의 위기. 그러나 그것은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범위를 초월하는 끔찍한 악몽, 상상을 초월하는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전초전에 불과했습니다.

 

프롤로그 격인 피의 책을 제외하고 이 책의 실린 8편의 단편 중 첫번째 작품인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의 대략적인 개요입니다. 클라이브 바커의 작풍을 대표하는 작품이며, 스플래터 호러의 일대 걸작. 개인적으로는 <언덕에 , 두 도시>라는 단편이 가장 마음에 들지만, 우선은 최근에 영화 개봉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이 작품,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을 추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현기증이 날 것 같은 대단히 비정하고 그로테스크한 묘사에는 쓰러져 버립니다. <활자판 스플래터 무비>라는 최대급의 칭찬의 말에 상응하는, 비교대상 없는 무적의 필치입니다.

 

터무니없는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섬찟한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받아들이다보면 세계관마저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클라이브 바커라는 작가를 알 수 있는 최고의 단편. 피 웅덩이가 보여주는 시각적인 묘사 뿐만 아니라, 최고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요소들을 끌어들이거나 창조해내는데 발휘하는 탁월한 능력도 포함해서입니다. 어떤 스플래터 영화에도 뒤지지 않는 잔혹한 묘사가 부각되기 쉽상이지만 결코 그것뿐인 작품이 아닙니다.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클라이버 바커의 작품에는 전체적으로 <평등>이라는 코드가 관통하고 있습니다. 미드나잇 미드 트레인에 있어서, 피해자는 남녀 양쪽 모두이며, 인종적으로도 버라이어티 합니다. 게다가 히어로격인 주인공은 카우프만이라는 이름처럼 주류가 아닌 유태계입니다. 흥미 본위로 무차별적으로 여성을 범하는 일도 없고, 특정한 소수민족이나 타 인종에의 증오심이나 모멸을 조장 하는 따위의 행위도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작가는 오직 자신이 추구하는 공포, 그 자체를 보여주는데에만 주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공포의 철학서. 이 책을 처음으로 읽게 되었을 때, 사람에 따라서는 피와 내장과 공포를 주제로 한, 너무나 과격한 표현에 충격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혐오 하는가, 열광하는가는 독자나름이지만 저 같은 경우는 이 광기의 세계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같은 스플래터 계열이라도 최근의 세련된 호러영화와는 그 감상에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8, 90년대 공포영화의 전성기를 이끌던 정통 호러영화들의 매력쪽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스플래터 호러의 진수라는 그 명성 그대로의 작품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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