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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5 - 독수리의 승리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0월
평점 :
테메레르 그 다섯번째 이야기. 테메레르를 처음 만난게 작년 여름이니까 5권이 나오기까지 일년하고도 조금 더 걸린 셈인가. 한권 해치울때마다 다음편은 언제 나오나, 언제 나오나 목빠지게 기다리기를 일년여, 지금은 목이 조금 늘어난것 같다. 꽤 오랫동안 애태우게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앞으로 최종권 단 한편을 남겨두고 보니 상당히 가열차게 달려온듯 싶다. 팬의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동안 여기까지 써준 작가 나오미 노빅 여사에게도, 그리고 발빠르게 번역해서 일개국어에 능통한 독자들이 뒤처지지 않을 수 있게 해준 출판사 분들의 노고에도 정말이지 감사하는 마음 뿐이다.
반지의 제왕의 피터잭슨 감독이 영화화한다는 홍보문구에 혹해서 인연을 맺게된 테메레르이지만, 고귀한 혈통의 셀레스티얼 품종의 용이 알에서 부활하는 장면을 목격한 그 순간부터 나는 테메레르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실존했던 역사속에, 상상의 산물인 용을 결합해 내면서도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게 하는 세밀한 설정도 대단하지만, 품종에 따라 그 외형도, 크기도, 특성도 모두 다른 용들이 뒤섞여 연출해내는 웅장함, 그리고 인간과 용의 교감이 만들어내는 감동적인 장면 등등, 무엇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게 없었다. 매권 새로운 무대에서 새로운 용들과 인물들을 만나는 것도 즐거웠고, 다음에는 또 어떤 새로운 용이 등장하려나, 테메레르는 얼만큼 성장하려나, 앞질러 상상해 보면서, 항상 미지의 대륙을 탐험하는 설레이는 기분으로 책장을 넘길수 있었다. 솔직히 이제는 피터잭슨의 영화는 어떻게 되도 좋다는 느낌이다. 물론 개봉하기만 하면 누구보다 먼저 극장으로 달려가겠지만.
이번 5권은 이런 테메레르 시리즈의 정점에 올라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4권의 이야기를 통해서 누적되어 온 모든 것들이 이 한권 안에서 만개한다. 이야기 전체로 보자면 절정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일단은 전편에서 반역죄를 저지른 로렌스와 테메레르의 운명이 판가름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동안 테메레르가 줄기차게 부르짖던 용권신장에서도 어느정도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번편에서는 드디어 대마왕 나폴레옹과의 전면전이 벌어진다. 런던을 점령한 프랑스 군과의 전쟁에서 테메레르는 다른 용들을 이끄는 지휘관으로서의 숨겨진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실존 인물들과 가상의 인물들, 그리고 용들이 소속된 공군뿐만 아니라 육해공이 총동원되서 벌이는 대규모 전쟁장면은 지금까지 기다려온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압도적인 박력을 보여준다.
5권씩이나 된 마당에 조금 늦은감은 있지만, 복잡한 용들의 이름에도 이제는 완전히 적응된 모양이라, 처음 듣는 용의 이름도 금세 입에 짝짝 달라붙을 정도가 되었다. 모든게 익숙해진만큼, 감정이입도 더욱 깊어지고, 그동안 못보고 지나치던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는 여유까지 생긴듯 하다. 그래서 그런가, 지금까지는 잘 몰랐는데 로렌스와 테메레르가 왠지 연인사이 같아서 닭살을 돋게 만들기도 한다. 남자들 사이에서 떠도는 묘한 공기란..... 테메레르의 낮간지러운 대사 하나하나에 정말로 젓가락으로 양철 냄비를 긁는것처럼 쭈뼛쭈뼛 머리카락이 설 때도 있었다. 작가가 여자라 그런가, 의외로 순정만화같은 구석이 있었네.
용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눈에 띄게 풍부해졌다. 테메레르와 사육장의 용들과의 대화는 마치 만담을 보는것 처럼 유쾌하다. 특히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테메레르 주위의 두 아가씨. 테메레르가 용사육장에서 알게 되는 암컷용 페르사이티아는 머리회전이 굉장히 빨라서 재갈량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테메레르의 조언자로서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 아가씨가 얼마나 비상한 두뇌를 가지고 있느냐 하면, 피타고라스의 정리라던가 자연로그같은 몇몇 수학공식까지 꿰고 있을 정도다. 고작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공식을 가지고 뭘 그러느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당시에는 수학이라는 학문이 일반인들이 쉽게 배울수 있는 학문이 아니였던 모양이다. 게다가 정말로 대단한 것은 이 공식들을 책을 통해 학습한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알아냈다는 것. 인간으로 치자면 정말로 피타고라스급의 초특급두뇌일지도 모른다. 비록 감초역할이지만 그 활약이 볼만하다.
그리고 또 한명의 아가씨는, 투르크산 불뿜는 용 이스키에르카. 어느덧 금새 말괄량이로 성장해 버린 이 용은 대놓고 테메레르에게 집적댄다. 암컷용들과의 교미를 통해서 알을 얻지 못한 테메레르에게 자신이 알을 낳아주겠다고 큰소리친다. 그러고보니 이 아가씨가 암컷이라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무튼 전쟁에서 승리하면 테메레르의 알을 낳겠다는 이 아가씨에게 정작 테메레르는 별 관심이 없는듯하지만 남녀간의 일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 다음권에서는 둘 사이에 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을거라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이스키에르카의 말처럼 신의 바람과 불을 모두 쓸수 있는 대박 용이 탄생할지도. 용들뿐만 아니라 짧지만 로렌스의 옛사랑과의 조우도 볼 수있다. 아, 그리고 리엔. 영국함대를 날려버리는 리엔의 궁극의 힘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그동안 테메레르를 읽으면서 기다려 왔던 장면들이 총집합한 작품이였다. 마지막 권이 조금 시시해지는게 아닐까 싶을 만큼. 어쨓든 로렌스의 반역죄도 일단은 수습된 것 같고, 테메레와 로렌스는 전쟁에서 혁혁한 공도 세우고 이제 다시 함께 할수 있게 되었지만, 여러모로 순탄하기만 한 결말은 아니다. 그냥 이런 식으로 두리뭉실 마무리 되지는 않겠지. 나폴레옹과 리엔과도 최후의 대격전의 형태로 리벤지 매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것으로 나를 기린으로 만든 테메레르도 이제 한권밖에 안 남았다. 다 끝나면 뭘 읽어야 하나. 마지막 권은 좀 천천히 나오는 것도 괜찮을 듯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