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시탐험가들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8
데이비드 모렐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영화 "람보"의 원작자인 데이비드 모렐의 작품. 도시 탐험가라 자칭하는 일행이, 오랜세월 버려져 있는 한 대형 호텔건물 안에서 겪게되는 공포의 하룻밤을 그리고 있다. 도시탐험가(크리퍼스)란, 버려져 있는 건물, 군사시설, 극장이나 지하터널등에 몰래 숨어들어가 탐험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폐허 안에는 오래된 역사가 보존되어 있다는 관점에서 이와같은 탐험을 즐기는 그룹들이 전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은 위법행위다.
이야기는, 한 역사 교수가 인솔하는 탐험가 그룹에, 발렌저라는 신문기자를 자칭하는 인물이 합류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들이 이번에 타겟으로 하고 있는 곳은 곧 철거될 운명에 처해있는 한 초호화 호텔. 외부인의 손을 타지 않은채 수많은 사연을 안고서 적막하게 서있는 이 호텔은 크리퍼스에게 있어서 더할 나위없는 목표물이었다.
이제 곧 철거될 이 호텔에 숨어들 수 있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 일행은 밤 10시에 행동을 개시하는데...라는 전개. 이번에 발렌저와 함께 탐험하게 될 인물들은, 발렌저를 끌어들인 장본인인 역사학 교수와 그의 제자 3인방. 이들의 목적은 정말로,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건물의 과거를 들여다보기 위한 순수한 모험인 것일까. 기형의 쥐, 다리 다섯개 달린 고양이가 돌아다니는 폐허안에는, 그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꺼림칙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었다.
무대가 되는 호텔은 그저 평범한 폐허는 아니다. 혈우병을 이유로 생애 대부분을 호텔에 틀어박혀 산 대부호가 마야문명의 피라미드를 본떠 지은 초고급 호텔로, 그것이 20 세기 초의 일이다. 그리고 그는 이 호텔의 펜트하우스에 머물면서 호텔내에 설치한 전객실로 통하는 비밀 통로를 이용하여 숙박객들의 생활을 들여다 봐 왔다. 그리고, 60~70년대의 근대 미국 사회의 동란의 시대를 거쳐 어느날 대부호는 해변가에서 자살한 채로 발견되었다. 엄청난 비밀을 봉인한 채로 호텔은 폐쇄된다. 참신하면서도 흥미를 돋우는 매력적인 소재다. 과연 무엇을 보여주려나 생각하고 있으면 이게 또 전혀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된다. 호텔에 잠입한 후 생각지도 못한 사태와 조우하면서 이야기는 단순한 탐험 이야기가 아니게 되어 버린다.
헤드라이트와 손전등에 의지해 건물 내부를 탐색한다. 오후 10시에 시작되는 모험은, 초반부에는 햇빛이 들지않는 터널안에서 목격하게 되는 기형의 쥐나 고양이, 어딘가에서 난데없이 나타나는 새등, 기분 나쁜 동물들의 출현으로 호러소설로서의 분위기가 많이 감돈다. 폐허 호텔의 묘사는, 21 세기의 유령 저택을 연상시키는 으스스함으로 가득 차 있다. 폐허를 돌아 다니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지도가 없는 것은 조금 불만.
초반부가 고딕 호러풍이였다면 중반 이후로는 정체를 알수없는 적과 맞서는 서스펜스 내지는 액션 소설로 변모한다. 람보의 창조자로서의 진가를 드러내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무기와 트랩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폐건물안에서의 서바이벌 게임을 실감나게 그려간다. 저자인 데이비드 모렐은 작품활동을 위해 사격, 인질협상, 신분위장, 경호등의 전문기술을 직접 배워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정도라고 하니까 어떤 소설을 써도 결국에는 그 지식을 활용한 인물을 등장시키게 될 것 같다. 본서에서는 주인공인 발렌저가 바로 그런 인물이다. 등장인물들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나는 전개, 그것을 암시하는 복선들, 이야기의 전개도 빠르기 때문에,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지면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