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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밝혀졌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엮음 / 민음사 / 2009년 3월
평점 :
1977년생, 유태계 미국인인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24살에 쓴 데뷔작. 가디안 신인상을 수상하고 미국에서만 100만부를 넘는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이른바 자아를 찾는 여행을 그리고 있지만. 비슷한 류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면 한가닥 다른 강렬한 뒷맛을 남기는 작품이었다.
이야기는 소설속에서 저자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동명, 동세대의 유태계 미국인 조너선이 할아버지의 고향인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여행의 목적은, 우크라이나 서부에 있던 유태인 거주구 트라킴브로드를 방문해서 할아버지의 생명을 구해주었다는 한 여성을 찾는 것. 주요 등장 인물은 3명. 조너선과, 조너선의 안내역이자 통역을 맡고 있는 동갑내기 알렉스, 눈이 안보인다고 믿고 있으면서도 운전만 잘하는 운전기사역의 알렉스의 할아버지. 그리고 차 안에서 굉장히 냄새나는 방귀를 연발하는 암컷 맹도견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주니어"
3명(+개 1마리)의 이상한 여행을 중심으로, 조너선에 의해 쓰여지는 18 세기 우크라이나의 유태인 들의 이야기와 알렉스가 조너선에게 쓰는 편지의 내용이 교차되면서 진행되어 간다. 서투르고 기묘한 영어를 남발하는 알렉스의 시점에서 쓰여지고 있는 수기의 파트가 매우 인상적이다.
통역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대학에서 2년째 영어를 배우면서 과정을 아주 무모하게 잘 수행했다. 선생이 머릿속에 똥만 찬 작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건 정말 웅장한 일이었다." 고 이야기하는 알렉스의 영어는 엉망진창. 예를 들면 장시간 열차를 타고 가야 하는 피곤한 조너선에게 "쿨쿨 할 수 있었습니까?" (=수면을 취할 수 있었습니까? )하고 말을 건네거나 하는 식으로 잘못된 영어를 빈번하게 사용한다. 영어가 서툰 외국인이 사용하는 엉터리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것도 이만저만한 고충이 아니었을 것이다. 처음은 매우 읽기 어렵다. 그렇지만 익숙해지면 알렉스의 기묘한 문장들이 이상하면서도,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알렉스의 캐릭터에게 애착을 갖게 만든다. 알렉스와 그의 할아버지가 채식주의자인 조너선에게 집요하게 고기를 먹이려고 하는 장면같은, 의사의 소통이 좀처럼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자주 웃음을 유발한다.
유머는 이 장편 소설 전체를 비추는 빛이다. 그 빛과 대비되는 "슬픈 이야기" 의 내용은 그래서 더욱 무겁다. 처음에는 느릿느릿하게 진도가 잘 나아가지 않는듯 하지만, 문득 깨닫고 보니 어느덧 빠져들어서 읽고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차츰 알렉스의 할아버지의 봉인된 과거를 둘러싼 이야기로 변해간다. 안타깝고, 슬프고, 서서히 가슴이 조여오는, 그렇지만 결말은 빛으로 가득 차 있다. 매우 좋아하게 된 사랑스러운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