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펌을 끌어내는 기술
공문선 지음 / 토네이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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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상사로부터 컨펌을 끌어내기 위한 40가지 기술, 혹은 그 요령을 알려준다. 직장생활에서의 컨펌이라는 구체적인 활용처를 제시하고는 있지만, 컨펌을 받느냐 못받느냐가 기회를 얻느냐 못얻느냐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컨펌은 받는 것이 아니라, 끌어내는 것이다." 라는 말은 곧, "기회는 얻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다"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상사와 부하직원 이라는 관계를 떠나서, 동의나 허락을 얻어야 할 대상이 있는 모든 인간관계및 조직에 포괄적으로 적용할수 있는 실용적인 조언들을 담고있다. 그중 몇가지만 살짝 소개하면,

1. 컨펌은 받는것이 아니라 끌어내는 것이다.
상사의 컨펌이 결정적이라고 할지라도, 그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차려놓은 밥상에 상사는 그저 숟가락만 올려놓게 한다고 생각하라. 그러나 그저 그런 밥상이어서는 안된다. 상대방에게 매력적인 밥상이어야 하고, 배도 고플 즈음이어야 한다.

5. 상사를 빛나게 하라: 당신이 먼저 진심으로 상사의 편이 되라. 
-"직장인의 제1고객은 상사"
-상사의 니즈를 채워주는 일은 비지니스맨으로서 직장인 수행해야할 첫번째 업무.
-당신의 직속상사가 그의 상사로부터 인정받게 만들면 자연스럽게 당신 또한 당신의 상사에게 인정받는다. 그러니 기꺼이 당신의 공을 상사에게 돌려라. 
-당신은 스스로도 정보통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한편, 그 정보를 보고함으로써 당신의 상사 또한 똑소리나는 관리자로 만들어야 한다.

12. 컨펌 라인을 무너뜨려서는 안된다.
-회사라는 곳은 한명의 인재보다 전체적인 팀워크와 조직의 시스템을 지키고자 한다. 그리고 조직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바로 이 '컨펌 라인'이다.
-결코 컨펌 라인을 무너뜨려서는 안된다. 그것은 곧 중간 관리자를 무시하고 그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내가 받은 컨펌이 나만의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반드시 그 과정과 내용을 공유해야 한다. 어쩔수 없이 컨펌 라인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생략된 컨펌 과정에 있는 상사들에게 반드시 해당 사안을 보고해야 한다.

13. 상사에게 펜을 쥐어줘라.
-상사를 당신의 업무에 사소하게라도 개입하게 만들수 있다면, 당신은 그를 '일관성의 포로'로 만들 수 있다.
-결과물은 당신의 뜻대로 나왔을지라도, 그것이 자신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식하게 하면 상사는 그것을 호의적인 입장에서 검토하게 될 것이다.   

위에 열거한 것들은 직장인들이 비교적 평소에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을법한 것들이지만, 케프너-트리거 기법처럼 조언은 좀더 세세한 영역에까지 미치고 있다. 직장, 혹은 사회에서의 성공이란 능력만으로 이루어 낼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나보다 나을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는 동료들을 보면 그것은 더욱 분명해진다. 그런 동료들과 대적하기 위해서는 필살기 하나쯤은 갖추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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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쿠치바 전설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미래를 보는 눈을 가진 만요. 어느날 갑자기 그녀의 앞에 나타난 하늘을 나는 남자의 모습은 무엇을 의미하는것인가.
삼대에 걸친 아카쿠치바가 여성들의 일대기와 드러나는 진실.

 

사쿠라바가즈키. 참 개성있는 작가다. 일년동안 2명을 죽였다는 13살 사춘기 소녀의 충격적인 고백으로 시작하는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 그리고 이 작품<아카쿠치바전설>. 읽어 본 것은 고작 이 두타이틀밖에 없지만, 그 소재와 발상의 독특함에서 작가가 의식적으로 다른 작가들과는 차별화된 스타일의 작품을 쓰기 위해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는 찾기 힘든 신선함과 독창적인 맛이 있다. 사쿠라바가즈키 스타일의 소설을 읽고 싶으면 사쿠라바가즈키의 소설을 읽는수밖에 없다라는 느낌이랄까. 사실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은 그다지 만족스러운 작품이 아니었다. 개성있는 소설이란 생각은 했지만 뭔가 부족한듯한 기분을 지울수가 없었다. 조금 가볍다는 느낌? 그런데 <아카쿠치바전설>은 재미나 완성도 어느면으로 보나 분명히 그보다 한단계 더 진화한 모습이다. 같은 작가의 작품이 짧은 기간동안 이렇게 달라질수 있다는게 놀라울 정도다. 아마도 사쿠라바 가즈키라는 작가는 지금 성장하고 있는 중인 듯 하다. 

 

<아카쿠치바 전설>에는 정말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대대로 제철업을 이어온 아카쿠치바가의 여성 삼대의 일대기를 그린 이 소설은 연도별로 나뉜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을 이끌어가는 세명의 주요인물 - 미래를 보는 능력의 소유자이자 자상한 맏며느리 만요(도코의 할머니), 왕성한 활동력과 강한 카리스마로 좌중을 휘어잡는 여장부 게마리(도코의 엄마), 그리고 비교적 평범한 성격의 딸 도코 - 은 물론이고 아카쿠치바가의 모든 사람들, 나아가서는 소설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너무나도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비슷한 면모의 인물을 좀처럼 찾을수가 없다. 처음에는 흡입력있고 특징있는 캐릭터들이 한작품안에 이렇게 많이 등장하는 것이 마냥 즐거웠는데 나중에 보니 이게 단순히 흥미본위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니더란것이다.

 

종전후부터 오늘날의 이르기까지의 일본의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방대하다면 방대한 소설속에서 이 등장인물 한명한명은 세대별, 계층별 일본인들의 특징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실의 모습이 투영된 이 캐릭터들은 격변하는 시대를 가열차게 달려온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수 있게 해준다. 이런 치밀한 설정은 아카쿠치바를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중에 하나이다.  

 

소설에서 가문이라는 소재는 '혈연집단' 이라는 폐쇄성 탓인지 호기심을 유발하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이 있는데다가,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특유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언제나 흥미롭다. 그것이 일본쪽으로 넘어오면 특유의 토속적 신앙의 이미지와 맞물려서 신비감, 때로는 기이함마저 더해지는 것 같다. 그 독특한 분위기는 가문이라던가 일가라는 표현보다는 '일족'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뉘앙스가 더 잘 어울리는것 같다. 신묘함이라고나 할까 그런 기이한 기운이 감도는 느낌이다.

<아카쿠치바 전설>의 분위기는 그런 신묘함이다. 이미 미신이 성행하던 시대는 지난 일본의 근,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문이라는 소재가 가지고 있는 이런 묘한 매력과 설화같은 설정, 동화적 상상력등이 결합되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있는것 처럼 신기하고 흥미롭고 때로는 따뜻하다. 아마도 이 특별한 분위기가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무엇보다도 가장 큰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무겁고 진지한 한 집안의 삼대에 걸친 일대기를 상상했었는데 생각과는 상당히 다른 작품이었다. 일가족의 연대기라는 부분에서는 틀리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카쿠치바 전설>을 딱 꼬집어서 어떤 소설이다라고 단정하기는 애매하다.

 

궁극적으로는 어린 시절의 만요가 하늘을 나는 남자의 모습을 보는것으로 시작해서 그것의 의미을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도코의 이야기로 마무리 되는 미스터리소설로 볼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또 오랜세월을 두고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에서는 대하소설같은 면이, 그리고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과 그 특유의 분위기에서는 전기소설 같은면도 엿보인다. 굳이 표현해야한다면 아마도 사쿠라바 가즈키식 퓨전소설이라고 하는게 가장 무난할듯 하다.

한권이라는 분량 안에 정말 많은 내용을 담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에도 과연 하고 자연스레 수긍이 간다. 워낙 개성이 강한 작품이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성향이 맞는 독자라면 이거 정말 물건이다라고 여기게 되지 않을까. 사쿠라바가즈키의 진가가 단순히 파격적인 것을 추구하는 신세대 작가라는데 국한된것이 아니라 정말 그 역량면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멋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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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
이세벽 지음 / 굿북(GoodBook)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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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이라는 특이한 제목때문에 코믹한 범죄소설쯤 되는가보다 생각하고 있었더니 예상외로 완전히 다른 소설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한 우화라고나 할까. 예상은 크게 빚나갔지만 요즘 같이 사회분위기가 싱숭생숭한 때에 꿈과 희망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은 나쁘지는 않다. 다만 이책은 그렇게 마음처럼 읽어내기 만만한 책이 아니었다.

어느날 모든 지하철 역의 이정표가 사라진다. 이정표가 사라지자 사람들은 혼란에 휩싸여 버린다. 누가 이 이정표들을 모두 훔쳐갔을까. 바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황금쥐의 소행이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이 비틀린 모습의 괴물은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자 나아갈 바를 알려주는 이정표를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고아소년인 철수와 부장판사가 잃어버린 꿈과 희망의 발전소를 찾아 떠난다.

오랫동안 황금쥐에게 세뇌당한 사람들, 꿈과 희망을 팔아온 사람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소설인지 그 의도는 분명하다. 그리고 이야기 끝에 버티고 있는 결말, 꿈과 희망을 만들어 내는 발전소는 우리들 자신 속에 존재하는 것이며 누구라도 그것을 가지고 있다. 단지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며, 찾으려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현실의 풍자이며, 다같이 행복해질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그런 이야기이다. 말 그대로 우화다. 그런데 이 소설 너무나도 많은 비유와 상징이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은 물론이요, 사물, 장소, 대화, 에피소드에 이르기까지 비유가 사용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라, 명색이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플롯이 주는 재미라는 것은 일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화라면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와 상징은 직접적인것 보다도 더 많은 것을 말해줄수 있고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줄수 있는 아름다운 수단이 될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렇다면 짧은 우화가 여러편 담겨있는 우화집이였던게 더 좋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비유만으로 장편소설을 하나 만들어낸다는게 얼마나 무모한 시도인지 이 책은 여실히 보여준다. 오로지 비유와 상징의 나열이며, 그것들을 끼워맞추기에만 급급한 이 소설은 취향을 떠나서 솔직히 다 읽어내기가 곤욕스러울 정도다.

아무리 짧은 우화라도 기승전결을 갖춘 이야기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고 교훈이라는건 그 이야기를 즐기고 난 뒤에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은 풍자만 있고 스토리는 없다. 따라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있지만 그다지 와닿지도 않는다. 그런게 목적이라면 차라리 한컷짜리 시사만화를 보는게 낫다. 시류를 타려는 글(소설이라하기 민망하다.)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시종일관 오기로 읽어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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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밀리언셀러 클럽 69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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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데니스 루헤인은 절대로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작품마다 텀이 길고 과작인 탓에 좀 더 많은 작품을 접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대신에 언제나 최고의 만족을 주는 흠잡을데 없는 완성도로 그 기다림을 보상해주곤 한다.

얼마전에 읽었던 "닉혼비의 런던 스타일 책읽기"라는 책에서, 저자인 닉혼비는 데니스 루헤인의 <미스틱 리버>에 대해 이례적으로 극찬을 하고 있다. 자신이 읽은 거의 대부분에 책에 글쎄... 를 연발하는 그의 짠물 평가를 감안하면 미스틱 리버와 데니스 루헤인에 대한 인상이 얼마나 강렬했는지를 잘 알수 있다. 이 책에서는 또한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 앤 제나로 시리즈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시리즈 중간부터 읽게 되어서 전후사정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불만일뿐 여기에도 역시 상당히 좋은 평을 내린다. (참고로 루헤인 이외의 대부분의 추리/ 스릴러 소설은 더이상 나쁠수 없는 혹평의 연속이다.) 

 본서<코로나도>는 데니스 루헤인이 장편뿐 아니라 단편에서도 빛을 발하는 다재다능한 작가라는 사실을 확인할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준다. 그동안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에서 느껴지던 다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코로나도에서는 한층 더 짙고 묵직해졌고, 장편에서의 치밀한 구성과 반전을 위해 할애해야했던 노력이 줄어든 대신 특유의 분위기와 인물을 창조해내는데 더욱 품을 들인 느낌이다. 여기에 문학적인 소양마저 더욱 빛을 발해 한작품 한작품이 진한 커피처럼 밀도높고 깊은 맛이 있다. 짧지만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묵직한 다섯편의 단편과 표제작인 극본 코로나도가 실린, 루헤인의 팬이라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보석함같은 단편집.

코로나도의 어두운 분위기는 읽는내내 시종일관 흐릿한 밤안개속을 정처없이 걷고 있는 듯한 기분에 휩싸이게 한다. 우울하면서도 씁쓸한 이 분위기는 아마도 죄의식이 결여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막장인생들을 주로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서 기인하는 것이겠지만, 훨씬 더 노골적인 폭력과 거친 욕설, 애로틱한 묘사에 많은 장면을 할애했음에도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는 좀처럼 이런 먹먹함을 느낀적이 없었던 것을 보면 이런 분위기를 끌어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데니스루헤인이 가진 능력이고 그의 작품 스타일이라고 해야할것 같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목적지도 없고 언제 어떤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르는 황무지를 배회하는 듯한 긴장감이 주위에 감돈다. 이런 암울한 인간군상들의 심리, 사고방식이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또 과장되게 만들어진 캐릭터에게서는 느끼기 힘든 묘한 현실감이 있어서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코로나도 전체를 관통하는 이런 방식은,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그웬을 만나기 전' 에서 절정을 이루는데, 바비와 그의 아버지가 서로의 목숨이 걸린 살얼음판같은 상황에서 살인과 다이아몬드의 행방에 관해 천연덕스럽게 나누는 대화는 그야말로 막나가는 무법자들의 진수를 보여준다. 

데니스 루헤인의 팬이나 동류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그동안의 기대를 충족시킬수 있는 멋진작품임에 분명하지만 너무나 현실감있게 묘사된 어두운 단면으로 인해서 이책에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도 분명히 있을것이다. 양단이 있고 이 단편집이 모든 성향의 독자를 다 포용할수는 없겠지만, 어찌되었든 나는 방황하는 자들의 모습을 현실감 넘치는 묘사로 그려낸 이 멋진 단편들이 너무 맘에 들기 때문에 아직 루헤인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이 매력적인 단편집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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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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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인조 강도는 각자 행동하자며 흐지부지되기 쉽상이라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단독범행은 어떻게 해도 고독감을 떨칠수가 없다. 대화가 없고 슬럼프에 빠지기 쉬우며 자칫 혼자 궁시렁대는 버릇만 몸에 밴다.
셋이라면 나쁘지 않다. 다수결로 결정하기도 좋고 둘이서 싸움이 나면 하나가 중재자가 될수도 있다.
그러나 도주용 자동차에 셋이타든 넷이 타든 상관없다면 넷인편이 이득. 다섯은 너무 갑갑하다.
따라서 은행강도는 네명이 필요하다.

네명의 은행강도가 돌아왔다!
다른사람의 거짓말을 간파할수 있는 시청계장 나루세, 일말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체내시계의 소유자 유키코, 천재 소매치기 구온, 연설의 달인 교노. 전작인 <명랑한갱이 지구를 돌린다>로 친숙해진 이 4인조가 이번작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에서도 어김없이 대활약한다.
타이틀인 <일상과 습격>이 말해주듯이 각각의 특수한 능력을 가진 4명의 주인공들이 각자 자신의 일상에서 일어난 소소한 사건들과 조우하는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맛배기라도 보여주듯 각자가 진행하는 4개의 짧은 이야기가 완료된후에는 곧바로 팀원 모두가 하나가 되어 본연의 임무인 은행을 터는 이야기로 넘어가는데 이사카고타로의 작품이 언제나 그렇듯 각 에피소드마다 등장했던 전혀 관계없을것 같은 주변인물들의 관계가 얽히고 섥히고 서로 연결되어 사건이 사건을 부르고 종국에는 은행 에피소드에서 하나로 만나 난데없이 납치사건에 끼어들게 된다.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수법임을 감안하더라도 이정도로 우연이 남발되면 확실히 작위적인 티가 나는 듯도 하지만.....  책 겉표지에 그려진 주인공들의 행색을 보면 짐작할수 있듯이 본래 리얼리티에 연연하는 작품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그것이 더 즐거운 이야기를 만드는 요소가 되어 주기때문에 사실 거슬리거나 아쉽거나 할 계제는 아니다. 어찌되었든 이사카고타로 작품의 공통된 코드라고 하면 역시 유쾌함. 그것이 건재하다는것만으로도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을 성공적인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 부르는데 손색이 없을것 같다. 읽는내내 정말 즐거웠고 등장인물들의 능청스러운 대화 덕분에 얼마나 소리내어 웃었는지 모른다.

이사카고타로의 쟁쟁한 작품군 안에서도 가장 밝고 유쾌한 작품이 바로 이 <명랑한갱> 시리즈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데 다른 부분에서 다소의 희생을 감소해서라도 보다 많은 웃음포인트를 집어넣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중에서도 조금은 비현실적인 등장인물들이 특히 그렇다. 

<명랑한갱>들은 말그대로 항상 밝고 명랑한데다가 아무리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어도 태평하고 천연덕스럽기 그지없다. 또, 지휘고하 막론하고 어딘가 나사가 하나씩 풀려있는듯한 주변인물들은 하나같이 어수룩고 긴장감 떨어지는 인물들이다. 이런 캐릭터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읽는 사람의 긴장도 풀어질수 밖에 없다. 마음껏 방심하고 한바탕 신나게 웃어 재낄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주는 이 등장인물들이 바로<명랑한갱의일상과습격>의 유쾌함의 핵심이다.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에는 사람을 유쾌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흥미롭고 기발하고 감동적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글을 읽고 있는 것만으로 그냥 즐거워지는 신비로운 작가이다. 독자를 유쾌하게 만드는 글을 쓰는 것이 그가 갈고 닦은 수련의 경지인지 아니면 그의 타고난 재능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쪽이든 자신의 글로 사람의 마음을, 기분을 이토록 즐겁게 만들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작가라는 점만은 틀림이 없는것같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이런 이사카고타로의 매력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을 통해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무한한 유쾌함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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