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
이세벽 지음 / 굿북(GoodBook)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이라는 특이한 제목때문에 코믹한 범죄소설쯤 되는가보다 생각하고 있었더니 예상외로 완전히 다른 소설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한 우화라고나 할까. 예상은 크게 빚나갔지만 요즘 같이 사회분위기가 싱숭생숭한 때에 꿈과 희망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은 나쁘지는 않다. 다만 이책은 그렇게 마음처럼 읽어내기 만만한 책이 아니었다.

어느날 모든 지하철 역의 이정표가 사라진다. 이정표가 사라지자 사람들은 혼란에 휩싸여 버린다. 누가 이 이정표들을 모두 훔쳐갔을까. 바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황금쥐의 소행이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이 비틀린 모습의 괴물은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자 나아갈 바를 알려주는 이정표를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고아소년인 철수와 부장판사가 잃어버린 꿈과 희망의 발전소를 찾아 떠난다.

오랫동안 황금쥐에게 세뇌당한 사람들, 꿈과 희망을 팔아온 사람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소설인지 그 의도는 분명하다. 그리고 이야기 끝에 버티고 있는 결말, 꿈과 희망을 만들어 내는 발전소는 우리들 자신 속에 존재하는 것이며 누구라도 그것을 가지고 있다. 단지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며, 찾으려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현실의 풍자이며, 다같이 행복해질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그런 이야기이다. 말 그대로 우화다. 그런데 이 소설 너무나도 많은 비유와 상징이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은 물론이요, 사물, 장소, 대화, 에피소드에 이르기까지 비유가 사용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라, 명색이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플롯이 주는 재미라는 것은 일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화라면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비유와 상징은 직접적인것 보다도 더 많은 것을 말해줄수 있고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줄수 있는 아름다운 수단이 될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렇다면 짧은 우화가 여러편 담겨있는 우화집이였던게 더 좋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비유만으로 장편소설을 하나 만들어낸다는게 얼마나 무모한 시도인지 이 책은 여실히 보여준다. 오로지 비유와 상징의 나열이며, 그것들을 끼워맞추기에만 급급한 이 소설은 취향을 떠나서 솔직히 다 읽어내기가 곤욕스러울 정도다.

아무리 짧은 우화라도 기승전결을 갖춘 이야기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고 교훈이라는건 그 이야기를 즐기고 난 뒤에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은 풍자만 있고 스토리는 없다. 따라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있지만 그다지 와닿지도 않는다. 그런게 목적이라면 차라리 한컷짜리 시사만화를 보는게 낫다. 시류를 타려는 글(소설이라하기 민망하다.)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시종일관 오기로 읽어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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