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7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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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이 책 한번 읽어보게나.
무슨 책이냐고? "항설백물어"라는 책이네만.
아니, 뭘 무는게 아니고 '물어物語'일세, 왜놈들 말로는 '모노가타리'라 읽고 '이야기'라는 뜻이네. 풀이하자면 "항간에 떠도는 백가지 이야기"쯤 되겠군.
재미있냐고? 그야 당근이지. 재미도 없는걸 소개할 것 같나. 이건 참을수가 없을 정도라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척 하고 싶을 정도라고 하면 이해가 가겠는가.
내용? 음 말하자면 이렇게 어두운 방에 몇사람인가가 모여서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괴담을 이야기한다는 무서운 이미지인데 말이지, 그러니까 나도 처음에는 괴담이라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런 것 아니였다고나 할까, 그것 뿐만이 아니라고 해야 할까...

아니아니, 말해주기 싫어서 얼버무리는게 아니고 이걸 말해 버리면 갑작스럽게 스포일러가 될수도 있으니까 송구스럽기도 하고, 자네에게 주먹을 휘두를 구실을 주게 될 것 같아 조심스러워져서 말이야. 단편집이긴 한데, 단순한 괴담집이 아니고 "어행사"인 "마타이치"라는 자가 동료들과 함께 악인들을 퇴치하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암행어사'계열의 이야기라네. 시대는 당연히 '에도'라 알고 있었는데, 지금와서 생각하니 확실치는 않군.

아무튼 그래서 시체가 갑자기 나타난다든가, 너구리가 변해 나온다든가, 버드나무의 저주라든지 그런 것들이 얽혀서 일견 괴담으로 들리는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면 사실은 마타이치라는 이 어행사께서 계획적으로 꾸며낸 일이었다던가, 잘 조사해 보면 요괴가 아닌 사람이 저지른 일이었거나 한다네. 하나같이 진상이 드러나면, "오오, 그런 것이었는가"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 이야기들이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백가지 이야기를 모아 서적으로 엮어 내려는 "모모스케"라는 친구가 나오는데 말이야, 이 친구와 함께 괴담을 듣고는 오오~하고 감탄하거나 진상을 알고 나서는 허무해하거나 하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해. 단지 트릭 어쩌구 하는 것만 가지고도 충분히 최상급 미스터리로 읽게 되는데, 진상이 드러나기 직전까지는 그야말로 괴담이기도 해서 "인간의 업"이 얼마나 깊고 무시무시한 것인가, 뼛속 깊이 스며드는 내용이기도 하다네. 터무니 없는 일을 저지르는 인간들만 우글우글 나오고, 번번히 괴담수집에 헛탕치고 한숨쉬는 모모스케 이 친구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정말로 흥미로운 괴담이기도하고 미스터리이기도 하다네.

현대사회에서도, 싸이코패스같은 인간들이 잊어버릴만 하면 한번씩 범죄사건을 일으키고 있지 않은가. 이 책에 나오는 악당들을 광인이라 부르면 그뿐일수도 있겠지만, 이 자들의 "업"을 보면서 마냥 재미있어 할 수만도 없는 일이라네. 사람의 마음속 밑바닥에는 온갖 잡귀가 살고 있다지 않은가. 내 안에는 또 과연 어떤 놈이 살고 있을런지. 필시 추악한 것일테지. 평생 만나고 싶지는 않네.

여하튼 확실히 재미있네. 시대 분위기가 살아있는 문체에서는 시조와 같은 운율마저 느껴지더군. 연작단편집이라 나오는 멤버는 그놈이 그놈이지만, 매 이야기마다 접근법이 달라져서 질리지 않고 읽을 수 있다네. 그러고보니 '과연 쿄고쿠 나츠히코!'하고 소리를 지를 뻔 한 적도 있었지. 일전에 나온 쿄고쿠도 시리즈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 훌륭한 요괴 미스터리라는 점에서는 그것과 닮은 점도 있고, 다른 점이라면 역시 시대물이라고 하는 점이랄까. 쿄고쿠월드에 입문하기에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기회가 닿는다면 꼭 한번 읽어보게나.

응 뭐라고? 사 주는 거냐고? 그건 아니지, 얘기가 왜 그렇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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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D 혁명
소람 칼사 지음, 장성준 옮김 / 비타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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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D에 대해서는, 부족할 경우 칼슘이 뼈에 침착되지 못하고 구루병을 유발할수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 비타민D를 생성해내는 능력이 떨어져 칼슘부족으로 이어지고 골다공증, 골연화증, 척추골절이 일어나기 쉬우며 노인들의 낙상, 골절사고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비타민D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이다. 대부분 칼슘과 뼈에 관련된 내용들이다.

최근 비타민D 결핍과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을 포함한 17가지 암이 관련되어 있다는 의학 연구 보고서가 발표되었다고 한다. 유행성독감, 당뇨병, 다발성경화증, 관상동맥질환 등의 여러 질병도 비타민D결핍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내가 알고 있듯이 비타민D는 뼈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정도만이 알려져 있을 뿐이었다.

이 책에서는 상당히 흥미롭고 놀랄만한 비타민D의 효능에 대해 소개한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것은 만병통치약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는 햇볕을 피하지 말라는 것이지만, 비타민D의 기능과 함께 그외의 적절한 비타민D의 복용방법과, 혈중 비타민D의 농도를 정상으로 올려 병을 치료한 사례등을 소개한다.

모든 사람들이 비타민D를 복용하는 아름다운 사회. 참 웃기는 말같지만, 모든 사람들의 혈중 비타민D의 수치가 정상이라면 정말로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운 사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암의 발생률의 저하, 심장마비나 뇌졸증발생 빈도의 저하, 소아기 당뇨병의 발생빈도의 저하, 자가면역 질환과 자폐아의 빈도의 저하.

감염성 질환이 만연해 있는 아프리카 대륙의 사람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후천성 면역결핍증 환자의 혈중 비타민D의 농도를 정상화하면 예후가 어떻게 달라질까? 실수로 넘어진 노인들이 그로 인해 평생 자리 보전하거나 사망에까지 이르는 일도 현저하게 줄일수 있을지 모른다. 이 정도면 아름다운 사회라는 표현까지는 뭣하더라도, 적어도 인류를 건강한 사회, 행복한 사회로 몇발짝은 다가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놀라운 비타민D의 효능이다.     

저자는 이렇게 호소하고 있다. "이 책을 처음 붙잡게 된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나는 여러분이 이 책을 접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이 책은 집집마다 한 권씩 비치해야 할 정도로 중요하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건강을 증진시키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단지 책을 팔기 위한 비굴한 멘트는 아닐 것이다. 이 책의 실린 비타민D결핍이 유발하는 문제들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였다. 

국민건강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할 뿐더러, 더더군다나 우리나라 국민의 비타민D결핍은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모양이다. 건강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옛날 사람들은 그런거 신경 안쓰고도 잘만 살았다며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곤 하지만, 비타민D결핍의 경우는 현대이기 때문에 주로 야기되는 문제다. 현대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비타민D결핍으로 인한 문제가 생기기 쉬운 환경에 놓여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그에 상응하는 만큼의 주의는 결코 과민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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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로 밴스의 정의 - 스카라베 살인 사건 / 겨울 살인 사건
S. S. 밴 다인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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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첫번째 이야기: <스카라베 살인 사건>
이집트 고대 유물 박물관에서, 자선가이자 예술후원자인 카일씨가 조각상으로 머리를 맞아 살해당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발견자는 박물관의 기술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스칼릿. 스칼릿은 현장에서 곧바로 빠져나와 명탐정 파일로 밴스에게 달려온다.

파일로 밴스는 마컴 검사, 히스 경사들과 함께 현장에 도착하지만, 현장에 남겨진 스카라베를 비롯한 상황 증거가 모두 어느 특정한 한 인물을 가리키고 있다. 사건은 곧바로 해결되는가 싶었지만, 그러나 밴스는 범인의 무서운 의도를 간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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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재미있어요. 밴 다인 소설의 재미는, 무엇보다도 파일로 밴스의 캐릭터에 있습니다. 문장을 마음대로 가지고 노는 듯한 능수능란한 말솜씨나 수수께끼같은 행동, 현학적인 말씀 등을 즐겁게 읽고 있다 보면 페이지가 쭉쭉 넘어가 버립니다.
밴스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등장 인물들처럼, 읽고 있는 사람도 또 그 장광설 안에서 줄곧 놀아납니다. 이야아, 재미있다.

이 책은 "스카라베 살인 사건"과, 밴 다인 최후의 작품인 "겨울 살인사건" 이 함께 수록된 "스카라베 살인 사건/ 겨울 살인 사건" 합본입니다. 고풍스러운 장정에 홀딱 반해서 집어드는 사람이 많을거라 생각하지만,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독자들도 재독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멋들어진 책으로 읽으면 더 재미있다는 식의 이유가 아니라, 외서는 번역의 질에 따라서 그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처절하게 실감하게 해 준 책입니다. 기존의 책과 비교하면 마음이 뿌듯해져 오는 것을 막을 길이 없네요. 게다가 무려 전집으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밴다인의 작품을 소장하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는 이래저래 반가운 소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너무너무
마음에 드는 탐정 "미스터 파일로 밴스". 일단은 내용보다 탐정의 소개입니다. 파일로 밴스로 말할것 같으면, 실제로 옆에 있으면 화가 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친구삼고 싶은 남자입니다. 뉴욕 이스트 38번가에 있는 옥상 정원이 딸린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으며,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아서 악착같이 일할 필요는 없는 것 같고, 그럼 뭘 하고 사느냐 하면 관심 있는 문헌을 번역하거나, 흥미 있는 사람의 전기를 집필하거나, 흥미가 사라지면 관두거나... 뭐, 요컨데 취미생활을 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왠지 부러운 신분입니다.

운동은 쓸데없는 체력소모에 지나지 않는다던가 그런말을 한 적도 있었던 것 같은데(이건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네요), 그런 대사에 비해서는 못하는 운동이 없는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합니다. 스포츠 만능에, 핸섬하고, 박식한데다, 부자이기까지... 좋다는 조건은 모두 갖추고 있는 인물입니다. 멋지다! 그렇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이런 파일로 밴스를 비위에 거슬리는 아니꼬운 놈! 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분명 있을 듯 합니다.

본격추리 작가들 중에서는(최정상급 작가 포함) 밴 다인이 창조한 이 매력적인 명탐정의 모조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열과 성의를 다 바치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건 또 그것대로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해 왔지만, 지금와서 오랫만에 파일로 밴스를 다시 만나보니 역시 원조의 벽은 높다는 걸 실감하게 되네요. 따라올테면 따라와봐라고나 할까요.

"스카라베 살인사건"이라고 하면, 밴 다인 작품 중에 그런 것도 있었나 다소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릅니다. "딱정벌레 살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는 바로 그 작품입니다. 원제는, "THE SCARAB MURDER CASE"이기 때문에, 심플하게 번역하면 스카라베 살인 사건이 됩니다. 그러나 "스카라베"라고 하면 일반 독자에게는 의미가 잘 통하지 않으므로 다르게 번역할 필요성을 느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카라베란 "쇠똥구리"를 말합니다. 그것을 그대로 "쇠똥구리 살인 사건"이라고 해 버렸다가는 틀림없이 개그소설 비슷한 것 쯤으로 생각하게 되겠지요. 거기서 역자의 머릿속에 쇠똥구리와 비슷하게 생긴 딱정벌레가 번뜩 스치고 지나갔고, 그래서 이 작품이 딱정벌레 살인사건이라는 애매한 제목을 달고 소개되게 된 것이 아닌가 하고 지금에 와서야 추측해 보는 것입니다.

물론 쇠똥구리고 딱정벌레고 간에 정작 본인들은 소설속에 전혀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의 스카라베란 쇠똥구리 모양으로 만들어진 이집트 시대의 장신구를 말합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부적에 스카라베가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이는, 스카라베의 유충이 대변 속에서 부화하는 모습을 목격한 고대 이집트 인들이 스카라베에 재생 능력이 있다고 믿게 되고, 더 나아가 스카라베를 죽음으로부터 매일 부활하는 태양신의 심볼로까지 여기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스카라베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이 작품의 플롯에서도 그대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되므로 자세한 언급은 피하지만, 범인이 꾀하고 있는 계획이 바로 그런 스카라베가 지닌 의미와 부합하고 있습니다. 밴스는 범인의 그런 목적을 알아차리고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밴스 가라사대 "가설만 가지고서 사람을 체포할 수는 없어" (400쪽) 라는 사태에 빠집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속, 과연 이집트의 신들은 지켜만 보고 있을 것인가! (초자연적인 미스터리 아닙니다. 오해없으시길).

그러한 배경을 생각하면 이 작품의 제목은 딱정벌레일 수 없으며, 반드시 스카라베 살인 사건이어야만 합니다. 원전에 충실하다는 것과 함께 본래의 이름을 되찾았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의미가 있네요.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이중 삼중의 논리에다 이집트학의 미학까지 더해져서, 그 과도할 정도로 지적인 분위기는 역시 고전 미스터리로서 널리 구전되기에 적합한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음은 겨울살인사건의 간략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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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이야기: <겨울 살인 사건>
절벽에 둘러싸인 산골짜기 대저택에 뉴욕 사교계의 일원들이 모여들었다. 파일로 밴스도 초대받아 간다. 가자마자 사망자가 생긴다. 그리고 에메랄드 목걸이 도난사건 발생. 때마침 빙상에서는 가련한 미소녀가 심혈을 기울여 피겨 스케이트를 타고 있으며(팁: 김연아를 연상하면서 읽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파일로 밴스가 정교함이 극에 달한 치밀한 논리를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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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초 간략한 소개가 되어버렸습니다. 자, 거장 S. S. 밴 다인 최후의 작품입니다. 파일로 밴스 마지막 사건이자, 저자에 있어서도 유작이 된 이 작품은, 뼈대라고 할까 초안의 단계까지 밖에 완성되지 않았고, 장편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중편에 가까운 분량입니다. 밴 다인은 어느 시기부터인가 작품의 평판이 나빠지다가, 끝내 그 명예를 회복하지 못하고 고인이 되어 버렸습니다. 밴 다인 후반부의 작품이 전반의 작품에 비해서 낮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조금 달라보이기는 합니다. 이 "겨울 살인사건"에 경우에는 당시의 시류에 따른 것인지, 우연히 그렇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미스터리적인 면보다는 통속 소설이나 서스펜스에 가까운 터치가 느껴집니다. 후반부가 되면 갑자기 밴스가 논리적인 설명을 시작하는데, 순간순간 번뜩임은 있어도 전체가 거기에 미처 따라 오지 못한다는 인상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짠돌이처럼 굴어서 야박하게 말하면 그렇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는 것이고 솔직히 말하면 재미만 있네요. 저자의 발언도 있고 해서 억지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밴 다인은 "어떤 탐정 소설 작가도 걸작을 여섯편 이상 쓸 수는 없다" (600쪽)는 바보 발언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혹시 독자들이 작가본인의 이 말에 집착해 끌려가게 된 것은 아닌지. 즉, 최고 걸작 6편을 제하고 나면 나머지는 저평가를 해야만 한다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하자면 밴 다인에 발언에 대한 끼워맞추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밴스나, 친구인 마컴 검사, 사랑스러운 히스 경사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한데 말이죠.

마지막으로, 겨울 살인 사건 뒤에 붙어 있는 "탐정소설을 쓰기 위한 스무가지 규칙"은 여러 가지 의미로 재미있네요. 말하자면 당시의 추리소설 작법의 관습에 대한 명문화를 시도한 것인데요, 다른 사람도 아닌 밴 다인 자신이 그 금기를 깨고 있거나, 직업적인 차별 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거나, "탐정소설에서 시체가 빠질수 없으며, 시체는 최대한 확실하게 죽어 있어야 바람직하다."고 쓰여져 있는 등, 단순한 자료 이상의 제법 흥미로운 내용들이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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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게임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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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분은 바람의 그림자의 저자이신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님이시라네.
들어본 적 있나?
없다고?
그럼 곤란한데... 유명한 책이라네.
설명이 부실해서 미안.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책표지도 분위기도 바람의 그림자 삘이 나는게 참으로 반갑게 느껴지더군.
분위기만 유사한 것 아니냐고?
처음에는 솔직히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지.
무늬만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님이시고 혹시 내용은 허접한 것 아닐까.
원래 첫번째 작품이 좋으면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도 으레히 커지게 마련이 아닌가.
두권이나 되는 분량을 따분하게 읽어나갈 생각을 하면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서워져서 말이지.
하지만 읽어보니 모든게 기우였네.
누누히 이야기 하지만 이분이 누구신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님이시라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마르틴이라는 청년이 있었어.
듣자하니 이 친구 어린시절이 참 불후하더군.
전쟁터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뭘하고 다니는 건지 늘 낌새가 수상해.
맞기도 많이 맞았지.
마르틴이 책읽고 있는 꼴을 못보는거야.
권총을 한자루 숨겨두고 있는데 그걸로 도망간 마르틴의 엄마를 쏴죽이겠다나 뭐라나.
그러더니 길에서 총맞아 죽었어.

운좋게 출판사 편집자 눈에 띄어서 이 마르틴이라는 아이 밥은 안굶었던 모양이야.
그리고 이러저러해서 대필작가로 일하게 되었지.
어느날 안드레아스 코렐리인가 뭔가 하는 요상한 작자가 나타나서 마르틴에게 이런 제안을 해 온다네.
거액의 돈을 줄테니 1년간 오직 자신만을 위한 글을 써달라고.

이 남자의 정체가 무얼꺼 같나? 느닷없이 나타난 것도 아니야. 오랫동안 마르틴의 주위를 맴돌았던 모양이더라고.
이 제안을 하기 위해서 오랫동안 사전작업을 해왔던 것 같아.
그리고 잊혀진 책들의 묘지라는게 있는데, 거기에 숨겨진 비밀이 또 진짜배기지.
더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서 한대 맞을 것 같으니 그만두겠네.
나머지는 직접 읽어보게. 백문이 불여일견일세.

롤러코스터는 타봤겠지?
왠지 롤러코스터라는 어감에 어울리는 소설은 아니지만 말일세. 
전반에는 느긋하다가 갑자기 피치를 올리면서 반전까지 급물살을 타는 이런 이야기야말로 진정한 롤러코스터라 할 수 있지.
흥미진진한 부분에 도달하면 앞부분의 기다림은 이것을 위한 사전작업이었음을 절실히 깨닫게 될걸세.

그런 책이라면 아껴뒀다가 찔끔찔끔 읽고 싶다고?
아니야, 생각났을때 지금 바로 읽어보게나.
4부작으로 구상한 이야기의 두번째 작이라고 하더군.
아직 반이나 더 남았어. 이거 읽어버려도 롤러코스터 두번 더 탈수 있어.

책읽는 내내 안개속을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네.
아직도 음산하고 불길한 기운이 몸뚱아리에 매달려서 좀처럼 떨어지질 않아.
지금 다시 생각해도 그게 현실이였는지 환상이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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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리 - 못생긴 나에게 안녕을 어글리 시리즈 1
스콧 웨스터펠드 지음, 송경아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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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래서 사람들이 이제 좀 더 서로 비슷하게 보이는 게 뭐 어때서? 사람들을 평등하게 만드는 단 하나의 방법이잖아."

수백년 후의 미래 세계에서는 16살이 되면 남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모두 "예쁜이"가 되기 위한 성형수술을 받는다.
전신 성형수술이 의무인 사회.
16살이 되어도 수술을 하지 않으면 추악한 인간.
16살 이전에는 "못난이"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평생못난이는 아니다.
못난이와 예쁜이들은 거주지도 나뉘어져 있다.
예쁜이들이 특별한 존재는 아니지만, 아직 16번째 생일을 맞이하지 못한 못난이 들에게 있어서는 이 바비인형처럼 아름다운 존재들이 동경의 대상일 수 밖에 없다.

주인공인 탤리도 빨리 예쁜이가 되고 싶어하는 못난이중에 하나이긴 하지만, 예기치 않은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생일이 돌아와도 수술을 받을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자신과 생일이 같은 친구가, 수술을 받고 싶지 않다며 평생 못난이로 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지역인 "스모크" (반사회 조직이라고나 할까...)로 도망쳐 버리는 바람에, 그녀를 데리고 돌아오지 않으면 예쁜이 로 만들어주지 않겠다는 위협을 받는다.
어른이 되어도 계속 못난이로 남아있는 사람들.
탤리는 스파이가 되어 스모크 안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스파이로 들어간 그 곳에서 전신성형에 관한 비밀을 약간
알아 버린다.
과연 강제로 성형을 하게 하는 이유란 무엇인가?
무언가 조직의 음모가 있는 것 같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것은 모든 여자들의 공통된 욕구라고 한다.(그렇다고 한다.)
영원한 소망이기도 하고.
우리의 육체는 하나님이 주신것이라는 둥, "신체발부는 수지부모" 같은 고사성어까지 들먹일 생각은 없지만, 전신성형이 필수라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이 세계의 사람들은 이미 미에 대한 욕구가 호러수준.
왠지 섬뜩함이 전해져 온다.

그렇지만, 그래선 안 돼요. ^^
소설의 주제는 "외형보다 마음"이 아닐꺼.
외모만 예쁘면 장땡이 아니다.
아름다운 것도 물론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지 않겠습니까? 하고 호소하고 있는 소설.
조직의 눈을 피해 스모크에서 몰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다.
사람은 알맹이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 의외로 애니메이션 같은 것으로 만들어지면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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