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번째 법칙 - 역사상 가장 대담하고 냉혹한 성공의 기술 로버트 그린의 권력술 시리즈 4
로버트 그린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살림Biz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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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재림이라고 하면 다소 과장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권력술에 있어서 하나의 확고한 브랜드로 자리 잡은 "로버트 그린"의 최신작이다. 로버트 그린의 저서들은 하나같이 신랄하고 거칠것이 없는 느낌. 너희는 정말로 사랑과 배려만으로 살아갈수 있겠느냐고 묻는듯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철저하게 살아남아 정점에 군림하기 위한 조언들로 일관하고 있어서, 진짜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들이라면 저자의 강력한 지지자가 되겠지만, 혹자의 경우는 세상이 이렇게 살벌한 것만은 아닌데 하는 회의적인 생각을 품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람은 누구나 많건 적건 야심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고, 대부분은 그런 타인의 야심 앞에서 종종 모멸감을 견뎌내며 하루하루 그럭저럭 살아가기 보다는 스스로가 남들보다 높은 위치에 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 어쩌면 이는 야심이 아닌 일종의 인간 생존의 본능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번 저서에서 로버트 그린이 권력술의 궁극의 법칙이라고 말하는 "50번째 법칙"의 모델은 놀랍게도 제왕이나 역사적인 위대한 지도자가 아닌, 당대 최고의 힙합 뮤지션 "50Cent (피프티 센트)"다. 여기에는 놀라는 사람이 많을 듯 하다. 과연 권력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저자가 힙합 뮤지션에게서 찾아낸 교훈은 무엇이란 말인가. 고작해야 랩을 하는 래퍼가 권력에 대해 무엇을 말해 줄 수 있을 것인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저자가 망설임없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 비견하면서까지 피프티 센트를 추켜 올리는 이유는, 바로 그가 가진 "완전한 대담성"때문이다. 두려워 할 수록 세상은 더 거칠고 냉혹해진다, 두려움은 스스로 만든 감옥이며 그것을 떨쳐낼수록 더 많은 파워와 충만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이것이 곧 이 책의 요지다. 피프티 센트로 말할것 같으면 책 속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백인 래퍼로 유명한 에미넴에게 발탁되어 정상의 래퍼로 우뚝 서기전까지 마약 브로커 출신의 전과자, 아홉발의 총격을 받고 간신히 살아남은 일화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글같은 길거리에서 갈고 닦은 생존법과 파워게임에서 승자가 되는법, 다른 조건은 배제된 채 철저하게 파워게임만으로 돌아가는 냉혹한 세계속에서 체득한, 말하자면 권력술의 실전고수로서 피프티 센트를 강사로 초빙하고 있는 셈이다. 피프티 센트는 지금 음반 업계에서도 기존의 음반업계의 고루한 관행을 버리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나의 제국을 건설하고 있는 중이라 한다.

피프티 센트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고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발견한 성공의 법칙들을 보면, 현실주의자가 되라/ 타인에게 의지하는 불행한 노예가 되지마라/ 교활한 기회주의자가 되라/ 예측 불가능한 전략으로 적을 혼란시켜라/ 사악하게 행동해야 할 때를 포착해라/ 성공의 정점에서 더욱 과감해져라/ 외부의 비판을 기꺼이 받아들여라/ 적보다 더 오래 견뎌 내라/ 많은 것을 요구하고 더 높은 곳을 겨냥하라/ 두려움을 극복하라, 와 같은 요점만으로도 정곡을 찌르고 있다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을만한 것들이다. 저자가 그동안 기존의 저서에서 이야기 해 온 법칙들과도 일맥상통하는, 그러면서도 보다 실전적인 권력지향의 방법론이라고나 할까.

나는 파워게임같은 것은 하기 싫다, 길거리 마약상 출신에게 무엇을 배운단 말인가라고 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윤리적인 측면이나 옳고 그름을 논하기 이전에, 야심가들의 습성과 이러한 전략들을 이해하는 것이 적어도 이 권력지향의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는 방어수단이 되어줄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쪽이든 저자가 말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인 이상, 보다 야심이 넘치고 목표가 뚜렷한 사람들에게는 듣기 좋은 교과서같은 조언이 아닌 진짜 방법을 알려주는 실전 가이드로서, 권력에서 한발 비켜 있고 싶은 사람에게라면 하나의 회피술로서 유용한 어드바이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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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워크 - 원죄의 심장,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3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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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나왔던 <시인의 계곡>의 전작에 해당하는 작품. 심장 이식을 받고 재활중이던 전직 FBI수사관이 의뢰받은 어떤 사건의 행방. 우선 이 도입부가, 한방에 독자를 빨아들인다. 미해결 상태의 편의점 강도 사건으로부터 차례차례 드러나는 새로운 사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개, 그리고 실제 수사일지를 보는 듯한 디테일한 묘사를 보고 있으면 저자의 필력이나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그 철저한 취재능력에도 순수하게 감탄해 버린다. 과연 코넬리다.

연쇄 살인범을 전담하던 전직 FBI 수사관 "테리 매케일렙"은 심장 이식수술을 받고 조기은퇴 한 뒤, 로스앤젤레스 만에 정박해 있는 보트 위에서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한 여성이 찾아와 미제로 남아있는 편의점 강도 사건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매케일렙은 정중하게 거절하지만, 지금 그의 가슴 속에서 뛰고 있는 심장이 실은 편의점 강도에게 희생당한 그녀의 여동생의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갈등하다가, 결국은 의뢰에 응하게 된다. 조사에 착수한 매케일렙은 그 동안의 경찰의 수사결과를 뿌리채 뒤집어 버리는 사실을 발견한다. 인연의 끈에 이끌려 의문의 사건에 발을 들여놓게 된 매케일렙이 도달하는 진실이란?

코넬리의 소설이 언제나 그렇듯이 진행은 건조한 편, 온갖 재료를 담아 버무려서 독자를 즐겁게 만드는 그 스타일은 여전하다. 심장 이식 수술 직후, 운전마저 불가능할 정도의 유리몸이 되어버린 은퇴한 수사관이 미제사건에 뛰어든다는 설정도 참신하지만, 흔하디 흔한 강도 사건을 굴리고 굴려서 사이코로까지 끌고 가는 솜씨, 거기에 틈새로 슬쩍 엿보이는 장기 이식 계통의 의료계의 모습, 그러면서도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진행에서는 전문가의 숙련된 손길이 느껴진다. 조용한 초반부와는 대조적으로 논스톱, 롤러 코스터의 후반이 심장을 비비 꼬고 애태운다.

매케일렙도 현역시절에는 줄곧 위험 속에서 살아 온 인물이다. 그런 그가 지금은 매일 체온을 기록해 가면서 살금살금 살아가고 있다. 게다가 매케일렙의 생명은 타인의 죽음을 전제로 해서 얻은 것. 그런 그에게 살아 있다는 사실은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스릴러로서뿐만 아니라 심장 이식을 받은 사람의 심리상태나 혹은 제공자의 가족의 기분에도 주의를 돌리게 하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또, FBI 수사에서 도입한 최면술 등의, 전문적인 조사에 근거해서 그려낸 장면들이 흥미를 끈다.

드러나는 이상범죄의 충격. 매케일렙의 심장을 직격하는 쇼크. 후반전 진행은 그야말로 단숨에 성난 파도처럼 몰려간다. 주인공의 고뇌와 그것을 희롱하는 이상살인귀와의 궁극의 대결. 인간의 악마적인 측면을 열어 보이는 이런 크라임 소설을 볼 때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확실히 범죄 선진국(?)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범죄들도 점점 그에못지 않게 병적이고 용의주도해지고 있는 무서운 현실을 떠올리면, 현대 범죄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범행동기의 다양성에까지 생각이 미치게 된다. 앞으로의 범죄 소설은 과연 어디까지 진화하게 될까하고.

스토리를 구체적으로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결말에는 다소 불만도 남는다. 그러나, 그것을 감안해도 굉장한 소설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긴박감을 안겨주는 독서는 일종의 마약의 쾌락같은 것임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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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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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이 사람을 바꾼다. 사회생활을 하는 남자들은 물론이고, 좋은 대학을 목표로 학업에 정진하는 수험생들도 마찬가지, 하루종일 집안일에 매달려있는 전업주부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감은 어깨를 펴게 만든다. 자신감은 가는세월과 함께 하염없이 깊어져만 가던 주부의 주름살마저 깜쪽같이 사라지게 만드는 명약이다. 학부형회만 가면 항상 의기소침해 있던 엄마가 손을 번쩍 들고 아이들 안전문제에 대한 대책은 있는거냐고 날선 질문을 퍼부을 수도 있게 된다. 그것뿐인가, 난생 처음으로 학부모회의 임원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세련된 주부들만 골라서 나누어주는 길거리 전단지를 받고 으쓱하게 되는 것은 자신감이 주는 또 하나의 보너스다. 무엇보다도 사는 재미가 난다. 이것이야말로 행복이로구나, 혼자 최상급 초밥을 씹으며 감격하고 감격한다.

매사에 성취감을 느끼고, 칭찬을 자주 받다보면 자신감은 따라온다. 그렇다면 인터넷옥션에 경매물건을 내어놓아 보는 것도 자신감 회복을 위한 아주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더이상 사용하지 않게 된 피크닉용 테이블을 경매에 내어놓고 최저 낙찰가에서 조금씩 올라가다 예상을 뛰어넘는 고가에 낙찰될 때의 월척을 낚는 짜릿함을 느낀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에 낙찰되느냐가 아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가사로 인해 나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하는 회의를 느끼고 있을 가정주부들에게 전에 느껴보지 못한 성취감, 자기 만족을 준다. 게다가 물건을 낙찰받은 사람에게서 '감사하다', '배송이 빠르다' '물건 상태 최고' 와 같은 댓글이라도 달리면 이것은 이미 삶의 활력소 이상이다. 평소에 칭찬이라고는 들어보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쾌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옥션이라는 신천지에 새롭게 눈뜬 가정주부 노리코가 온집안을 뒤져 중고품을 찾아 올려놓고 모니터 앞에서 입질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훤하다. 헌책방에서 발견한 저자사인본을 싹쓸이 해서 지방독자를 타겟으로 이문을 남기고 파는데 이르러서는 이러다 중독되는 것 아닌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차피 집에서 잠자고 있는 물건, 이렇게 자신감의 재료가 되어준다면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찾아서 경매에 올려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얻게 될 자신감에 비하면 이정도 수고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다만 남편이 애지중지하는 십여년전 한정판 어쿠스틱 기타나, 명품 턴테이블까지 무리하게 파는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죄책감과 초조함, 급기야는 가정파탄의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모습에 정신나간 아줌마라며 손가락질 하려다가도 왠지 모르게 공감이 가서 결국 허허실실 웃게 된다.

언제나 그렇듯 오쿠다 히데오의 세계는 유쾌하다. 이 책에 수록된 집과 가정에 관련된 6편의 단편 들은 하나같이 웃음을 자아내지만, 점점 어처구니 없는 상황으로 등장인물들을 밀어넣어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하는 블랙 코미디가 아니라, 망가지기 바로 직전에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해피엔딩!이라고 외치는 부분이 있어서 더 유쾌하고 행복해진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억지 설정이 아니라 가만 들여다보면 왠지 친숙하게 느껴지는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들이라 더욱 그렇다. 지금도 틀림없이 어느 가정에선가 일어나고 있을 것 같은 친숙한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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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1 - 개정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황보석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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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실제 삶이 녹아들어 있는 반자전적 소설. 자전적이라고는 해도 한없이 진지하기 보다는 오히려 슬랩스틱 코미디 풍에 더 가깝다. 좌충우돌하는 청춘시절을 요상하고도 재미있게 써내려간다. 읽다보면, 과거를 회상하면서 잔뜩 미소를 머금은 채 연신 타자기를 두드려대고 있는 저자의 얼굴이 어렴풋이 보일락말락 한다.

"마리오"는 산마르코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18살의 학생. 친척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일가의 별과 같은 존재이지만, 본인의 꿈은 그저 소설가가 되는 것. "라디오 판 아메리카나" 방송국에서 박봉으로 뉴스 연출자(기껏해야 원고 수정등을 할 뿐이지만) 일을 하면서 틈틈이 소설을 구상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얼마전 이혼한 친척 아주머니(삼촌의 처제) "훌리아"가 볼리비아에서 돌아온다. 표면상으로는 이혼의 상처를 잊기 위해 멀리있는 언니에게 놀러온 것이지만, 분명 새로운 상대를 찾으러 왔을 것이라고 친척들은 소근댄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마리오와 훌리아는 의외로 말이 통하는 부분도 있어서 종종 영화관에 같이 가게 된다. 아이 취급을 받는 것이 불만이던 마리오는 댄스파티에서 기습키스를 감행. 이후로 둘의 사이는 아줌마에서 그냥 훌리아가 된다. 그 두둥실 떠오르는 감정의 변화가 가벼운 터치로 그려져 있어서 왠지 즐겁다.

사랑에 빠진 18살의 마리오와 32살의 훌리아. 친척들이나 미국에 사는 마리오의 부모에게 들키지 않게 전전긍긍하는 동안, 게임처럼 시작된 둘의 교제는 점점 진지해진다. 엄격한 아버지를 필두로 여러 장해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가운데, 결혼을 목표로 고군분투하던 마리오는 마침내 친구나 사촌여동생까지 끌어들여 사랑의 도피 소동을 벌인다.

한편, 볼리비아로부터 날아온 것은 훌리아 뿐만이 아니었다. 또 한명의 인물은 "페드로 카마초"라는 괴짜 라디오 극작가. 볼리비아에서 폭풍과 같은 인기을 구가하고 있던 그는 판 아메리카나 방송국의 간판 프로그램인 라디오 드라마의 제작국으로 스카웃 되어 페루에 온다. 카마초는 삶의 모든 것을 극본 집필에 바쳐, 스스로 성우로서 출연할 뿐만 아니라 제작에까지 관여하고, 자신이 쓰는 극본이 일말의 오차도 없이 재현 되도록 하는 철저한 완벽 주의자였다. 그의 손이 닿는 라디오 드라마는 순식간에 인기프로그램이 되고, 매력 넘치는 시나리오를 끝없이 만들어내는 페드로에게서 이상적인 작가상을 발견한 마리오는 점차 그에게 끌려 간다.

마리오가 일하고 있는 방송국을 중심으로, 유쾌한 등장 인물들이 우왕좌왕 하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일관적으로 진행되지만, 사이사이에 페드로가 쓴 라디오 드라마의 스토리가 삽입된다. 모두 하나의 독립적인 스토리로 읽을 수 있는 여러가지 서스펜스, 통속소설들. 삽입이라고는 해도 마리오의 메인스토리와 거의 동등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서, 전체에 걸쳐 "이야기"와 "이야기 속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이 라디오 드라마들의 줄거리가 또 굉장히 흥미롭다. 내용은 대체로, 평온하게 지내던 등장 인물이 어느날 일상이 붕괴되어 버릴 정도의 희비극적인 사건에 휩쓸리게 된다는 식인데, 쉬지도 않고 방대한 양의 드라마를 병행해서 집필하는 동안, 급기야는 자신이 창조한 등장 인물과 스토리가 혼동되기 시작한다. 서서히 각각의 드라마간에 스토리가 복잡하게 뒤얽혀, 한쪽의 등장 인물이 느닷없이 다른 드라마에 나오거나, 이름이나 설정이 뒤바뀌거나 한다. 과연 비장한 결말을 맞게 될 것인지 아니면 기적적으로 참극을 회피하게 될런지, 마치 실제로 라디오 드라마를 듣고 있는 것처럼 매회 결말을 다음회로 미루면서 궁금증을 자아낸다. 마리오의 사랑의 행방과 함께 과연 드라마는 어디로 튈 것인지? 궁금하면 어서 책장을 넘겨보라고 끊임없이 유혹한다.

청춘 소설과 라디오 극장이라는 2개의 다른 세계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샌드위치같은 독특한 구성과 포복절도의 이야기, 18살이라는 나이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꿈, 희망등이 솔직하게 표현되고 있는 청춘 소설과 같은 부분이 뒤섞여 절묘한 맛을 낸다. 진지하게 일과 사랑 모두에서 고민하고 행동에 옮기는 청년 마리오의 모습에서는 청춘의 달콤한 맛이 난다. 친척 아주머니와의 사랑이라는 어쩌면 금단이라고도 할 수 있는, 혹은 관능적이 될 수도 있는 소재를, 이러한 청춘의 아릿한 추억과 오락적인 요소 가득한 재미있는 문학 작품으로 만들어낸 저자에게는 무릎을 꿇고 만다. 루에는 가본 적도 없고, 또 이 나라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지식도 전무하지만 위화감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 못했다. 특별한 것을 인간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어 내는 솜씨는 아마도 대가들의 공통점인 듯 하다. 남미문학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조차도 읽고나면 행복한 기분으로 흥건하게 젖어버릴 것 같은 그러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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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한다
카르멘 포사다스 지음, 권도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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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요리사 네스터가 출장 연회를 마치고 난 후 새벽 4시에 영하 30도의 냉동고에서 얼어죽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칼에 찔리고 총에 맞고 중독되고 목졸리는 등등 다른작품에서 이미 수많은 살해장면이 등장했었지만 냉장고에서 얼어죽는건 또 처음이더군요. 특이한만큼 초장부터 쉽게 몰입할수있었습니다. 어째서 네스터가 안에 있는데 열어놓은 냉동고의 문이 닫혔는지, 왜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지 네스터가 찟기를 주저했던 소중한 듯한 그 비밀일기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건지 시작부터 궁금해서 견딜수 없는 밑밥을 잔뜩 뿌려놓습니다. 그리고는 등장인물들의 얽히고 섥힌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거슬러 올라오면서 다른인물들이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하는 이유가 조금씩 드러납니다.

상당히 치밀하게 잘 짜여져 있고 때로는 감탄하면서 흠뻑 빠져들수 있었습니다. 소설이던 영화던간에 이야기를 꾸려나가는데 있어서 과거를 밝혀나가는 형식은 궁금증을 유발하고 해소시켜나가는 쾌감을 얻을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는것 같습니다. 탐정소설로 치자면 수사가 진행되면서 하나씩 단서를 찾아내고 진상이 드러난다는것과 별반 다를게 없겠지요. 그런면에서 보자면 이 모두가 네스터를 죽이고 싶어한다라는 작품을 추리소설이라고 할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일단 사람부터 죽여놓고 시작하는 도입부와 본격 미스테리의 냄새를 강하게 풍기는 제목을 가졌다고 해서 무조건 아가사 크리스티를 연상하면 안됩니다. 일단 이 작품은 책을 읽으면서 독자의 추리를 크게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잘 짜여진 이야기 속에서 한꺼풀씩 벗겨져 나가는 등장인물들의 치부를 들여다보는 동안 서서히 진상에 가까워져 갑니다.

추악한 비밀과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등장인물들 그리고 그 비밀때문에 산사람이 냉동고에 들어가서 얼어죽어야 하는 어찌보면 처참하고 무서운 비극이라고 할수 있는 이야기를 비교적 유쾌한 마음으로 읽을수 있었습니다. 작품 전반에 걸친 풍자 덕분일까요. 드러내지 않는 작가의 위트가 군데군데 느껴집니다. 또한 중간중간 등장하는 네스터의 디저트 만드는 비법은, 덕분에 읽는 내내 달콤한 향이 떠도는 느낌을 받게 해주었습니다. 디저트를 먹으면서 책을 읽는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까지는 아니더라도 추악한 인간 군상의 내면을 그려내는데 있어서 그 혐오감을 중화시키고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내는데 한몫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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