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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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이 사람을 바꾼다. 사회생활을 하는 남자들은 물론이고, 좋은 대학을 목표로 학업에 정진하는 수험생들도 마찬가지, 하루종일 집안일에 매달려있는 전업주부라 해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감은 어깨를 펴게 만든다. 자신감은 가는세월과 함께 하염없이 깊어져만 가던 주부의 주름살마저 깜쪽같이 사라지게 만드는 명약이다. 학부형회만 가면 항상 의기소침해 있던 엄마가 손을 번쩍 들고 아이들 안전문제에 대한 대책은 있는거냐고 날선 질문을 퍼부을 수도 있게 된다. 그것뿐인가, 난생 처음으로 학부모회의 임원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세련된 주부들만 골라서 나누어주는 길거리 전단지를 받고 으쓱하게 되는 것은 자신감이 주는 또 하나의 보너스다. 무엇보다도 사는 재미가 난다. 이것이야말로 행복이로구나, 혼자 최상급 초밥을 씹으며 감격하고 감격한다.

매사에 성취감을 느끼고, 칭찬을 자주 받다보면 자신감은 따라온다. 그렇다면 인터넷옥션에 경매물건을 내어놓아 보는 것도 자신감 회복을 위한 아주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더이상 사용하지 않게 된 피크닉용 테이블을 경매에 내어놓고 최저 낙찰가에서 조금씩 올라가다 예상을 뛰어넘는 고가에 낙찰될 때의 월척을 낚는 짜릿함을 느낀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에 낙찰되느냐가 아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가사로 인해 나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하는 회의를 느끼고 있을 가정주부들에게 전에 느껴보지 못한 성취감, 자기 만족을 준다. 게다가 물건을 낙찰받은 사람에게서 '감사하다', '배송이 빠르다' '물건 상태 최고' 와 같은 댓글이라도 달리면 이것은 이미 삶의 활력소 이상이다. 평소에 칭찬이라고는 들어보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쾌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옥션이라는 신천지에 새롭게 눈뜬 가정주부 노리코가 온집안을 뒤져 중고품을 찾아 올려놓고 모니터 앞에서 입질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훤하다. 헌책방에서 발견한 저자사인본을 싹쓸이 해서 지방독자를 타겟으로 이문을 남기고 파는데 이르러서는 이러다 중독되는 것 아닌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차피 집에서 잠자고 있는 물건, 이렇게 자신감의 재료가 되어준다면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찾아서 경매에 올려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얻게 될 자신감에 비하면 이정도 수고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다만 남편이 애지중지하는 십여년전 한정판 어쿠스틱 기타나, 명품 턴테이블까지 무리하게 파는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죄책감과 초조함, 급기야는 가정파탄의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모습에 정신나간 아줌마라며 손가락질 하려다가도 왠지 모르게 공감이 가서 결국 허허실실 웃게 된다.

언제나 그렇듯 오쿠다 히데오의 세계는 유쾌하다. 이 책에 수록된 집과 가정에 관련된 6편의 단편 들은 하나같이 웃음을 자아내지만, 점점 어처구니 없는 상황으로 등장인물들을 밀어넣어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하는 블랙 코미디가 아니라, 망가지기 바로 직전에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해피엔딩!이라고 외치는 부분이 있어서 더 유쾌하고 행복해진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억지 설정이 아니라 가만 들여다보면 왠지 친숙하게 느껴지는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들이라 더욱 그렇다. 지금도 틀림없이 어느 가정에선가 일어나고 있을 것 같은 친숙한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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