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더리스 브루클린 밀리언셀러 클럽 72
조나단 레덤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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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머더리스 브루클린>이 다른 하드보일드소설과 비교해서 특별하다고 할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특별한 주인공 "라이어넬"이 있기 때문이다. 라이어넬은 중증의 신경계 질환인 "튜렛 증후군"을 앓고 있어서 대화중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느닷없는 욕설이 튀어나와 버린다거나 대화와는 거리가 먼 잡소리가 섞여나온다거나 한다. 일명 틱장애라고 하는것으로, 뿐만 아니라 의미없는 숫자나 기호에 집착하거나 눈앞의 사람이나 사물을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서 스스로 당혹스러워하기도 한다. 머더리스 브루클린이 '나' 인 주인공 라이어넬이 화자가 되어 진행되는 이야기인만큼 독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라이어넬의 이런 기벽을 계속해서 지켜보아야한다. 이것이 이 작품을 정말 재미있는 작품으로 만들어 주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이 지독하게 이상한 대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시작부터 책을 집어던져 버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어쩌면.....) 

많지는 않지만 틱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을 주변에서 간혹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작품을 읽고 보니 그동안 이들에 대해서 별다른 지식도 없이 오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그 특이한 행동 때문에 미친사람 취급하며 눈쌀을 찌부렸던것이 사실인데 라이어넬을 보면 비록 표면상으로는 기벽을 보이지만 생각하고 판단하는 정신 그 자체까지 행동처럼 기묘한것은 아닌것 같다. 라이어넬로 말하자면 틱장애를 제외하면 지극히 사려깊고 분별력있는 인물이며 때로는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기이한 버릇밑에 감추어져있는 극히 정상적인 사고를 발견하는 순간 그 둘간의 갭이 너무나 크기 때문인지 그 정상적인 부분이 어쩐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것 같다. 라이어넬이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듯이 '튜렛병신' 이라는 첫인상이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서부터는 어느덧 완전히 바뀌어 이 라이어넬이라는 인물에게 푹 빠져버리게 되었으니 참 이상한 일이다. 튜렛증후군을 다루고 있거나 더 특이한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또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가 지금까지 접해본 하드보일드 소설중에서는 이만큼 특이하고 이렇게까지 매력적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은 처음이다. 

사실 책을 읽는 내내 엄청나게 웃었다. 정말이지 쉴세없이 웃음이 터져나왔던것 같다. 틱장애가 있는 탐정이라니... 심각한 상황에서 저절로 튀어나오는 틱때문에 당혹스러워하고 틱을 숨기려고 다른소리로 위장하는등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큭큭하고 세어나오는 웃음을 억눌러야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이 머더리스 브루클린이 마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아픔을 들춰내서 웃음을 유발하는 몰상식한 작품처럼 들릴것 같은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절대로 튜렛증후군이 웃음의 소재로 사용되어지거나 하는것은 아니고 고아원 출신에 장애까지 있는 인물이라는 설정은 아마도 라이어넬로 하여금 독자들에게 동정심을 얻을수 있게 만드는 장치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희화화된다기보다는 앞서도 이야기 했듯이 오히려 이 틱장애를 모르던 사람들이 이 작품을 읽고 잘못된 선입견을 버리고 이 병에 대해 다시 보게 하는 측면이 더 클것같다. 다만 이 증상에서 비롯되는 우스꽝스런 상황들은 현실이고 그것을 미화하거나 감추지 않았을 뿐이다. 어쩌면!! 전혀 우스운 장면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구 웃어재낀 내가 이상하고 몰상식했던건지도 모르겠다. 

자칫하면 그렇고 그런 평범한 하드보일드소설이 될수도 있었을텐데 라이어넬이라는 개성있는 인물하나가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줄곧 영화화 되었을때의 장면을 상상하곤 했다. 과연 어떤 배우가 어떤 모습으로 라이어넬이라는 인물을 소화해낼런지... 나는 깨끗하고 조각같은 외모의 배우보다는 잘생겼지만 투박하고, 남성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지적인 매력이 있는 연기파배우, "맷데이먼"이 라이어넬을 연기하면 정말 멋질것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다른사람들은 과연 라이어넬에게서 어떤 모습을 떠올리게 될런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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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정철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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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있잖아요. 그게 왜 올라요? 왜 오르고 내려요?"

느닷없이 이런 질문을 받으면 참 대답하기 곤란할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 민재처럼 배당금 어쩌고, 기업의 미래가치니, 저평가 된 종목을 사야 하느니 원론적인 대답에만 급급하다가 그럼 주식의 적정가격은 얼마냐는 물음에는 딱히 할말이 없어지고 만다. 주가라는게 기업가치에 따라서만 움직이는것도 아니고 배당금만 보고 투자한다는건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기업의 미래가치라는게 엄밀히 말하면 딱히 수치로 산술화해 낼수있는 그런것도 아니잖은가. 주식시장은 투자자의 심리로 움직이는 곳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앞으로 오른다는 기대감으로 주식을 매수하고, 떨어질것 같으면 매도한다. 이 소설은 그런 투자자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주식시장에서 한탕 크게 해먹는 소위 작전 세력, 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최근에는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이용해 컴퓨터로 손쉽게 주식을 사고팔수 있기 때문에 주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차트 정도는 읽을줄 안다. 게다가 차트를 활용한 각종 매매기법들이 보편화 되어 있어서 개인투자자들의 차트에 대한 의존도는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차트를 분석하다 보면 작전을 위한 매집의 흔적이라던가 호가창의 허매수 허매도 주문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그 작전 세력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기도 한다. 특히 데이트레이더들이라면 급등락을 반복하는 이런 작전주에 붙어서 콩고물을 얻어먹어 보지 않은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그런 흔적만 있고 존재감만 느껴지던 힘의 실체를 이 소설에서 직접 확인할수 있다.

실제 트레이딩을 하다보면 마주치게 되는 그런 상황들을 숫자나 그래프로서만이 아닌 실제 그 작전의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지켜본다는 것은 참 흥분되는 경험이었다. 실제라면 트레이딩중에 유체이탈을 하지 않고서야 상대의 모습을 볼수 있는 기회가 있을리가 없을테니까. 매번 우롱당하기만 하다가 우롱하는 입장에 서보니 그것도 기분이 참 묘하다. 비록 픽션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들이 더욱 리얼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 소설 속의 작전의 대상이 되는 기업들에서 유명한 몇몇 작전주들을 쉽게 연상할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이름을 엇비슷하게 살짝 바꾸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그 작전이 이루어진 형태도 낮익은 패턴을 보이고 있어서 때로는 마치 아는 사람이라도 만난것처럼 반가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주식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만 재미를 느낄수 있는 소설이냐 하면 절대 그렇지는 않다. 아무래도 주식을 아는 사람이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지, 주식을 뺀 이야기 자체의 구도만 보더라도 복수, 사랑, 권모술수등등....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구성할만한 것들은 모두 빠짐없이 들어있다. 기업에 대해 알아야만 기업소설을 읽을수 있는게 아니고 의학에 정통해야만 의학드라마를 볼수 있는게 아닌것과 마찬가지라고 해야할까. 그저 잘 쓰여진 국산 스릴러를 읽는다는 기분으로 읽으면 그것은 그것대로 충분히 흥미진진하다. 만약 그 당사자들이 이 소설을 읽는다면 얼마나 리얼하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통의 독자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위화감 없이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있었다. 꽤 흡입력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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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덱스터 모중석 스릴러 클럽 17
제프 린제이 지음, 김효설 옮김 / 비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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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죽이는데에도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마음에 안들어서 죽이고, 미워서, 심심하다고해서 내키는대로 아무나 죽이면 그건 삼류양아치 살인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죽이기는 죽이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나쁜놈만 죽인다. 그렇다고 동기만 있고 원칙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가. 운이 좋아 몇차례 안잡힌다고 해도 결국에는 꼬리가 잡혀서 철창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이래서는 악당이든 뭐든 죽이고 싶어도 더이상 죽일수가 없다. 이건 좀 곤란하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두철미한 계획과 원칙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안이함은 절대 금물! 생물계도 천적이 사라지고 나면 먹이사슬의 균형이 깨어져 버리듯, 죽어야 할 악당들이 죽지않고 번듯이 살아 돌아다니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하고 평범한 시민들의 공동부담이 되고 만다.

나쁜놈은 죽여도 된다? 당장에 철퇴라도 맞을 논리이지만 절대 현실을 두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귀여운 연쇄살인마 덱스터가 등장하는 시리즈 안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더더군다나 덱스터에게는 어린시절에 겪었던 트라우마가 있고, (이 트라우마가 살인에 대한 제대로된 변명이 될수는 없겠지만) 그로인해 제2의 자아라고 할수있는 검은 승객의 영향을 받고 있기도 하다. 싫든 좋든 싸이코패스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애초에 검은승객이 없었다면 덱스터도 지금처럼 피냄새를 맡으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피할수 없는 상황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인 방법을 모색하자. 어쩔수없이 죽여야 한다면 악당만 죽인다. 나름대로 현명한 처사이지 않나. 
 
영웅이라면 투잡은 필수

평소에는 평범한 샐러리맨이던 클라크는, 공중전화박스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순간부터 슈퍼맨이 되어 부지런히 악당들을 때려잡는다. 마찬가지로 덱스터도 낮에는 성실히 과학수사대의 일원으로 일하다 밤만 되면 나와서 악당을 처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적어도 소설속에서는 예의 슈퍼 히어로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 과학수사대라는 남보기에 멀쩡한 직장은 덱스터에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보다 용이하게 살인을 저지를수 있는 훌륭한 위장막이 되어준다. 이런 의미에서 리타와의 결혼은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자리는 그의 정체를 지금보다 더욱 훌륭히 가려주는 가림막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손에 피를 묻힌다는 것만 제외하면 남들보다도 오히려 성실하고 모범적인 덱스터이니 만큼 훌륭한 남편도 될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리타의 아이들은 덱스터처럼 검은승객의 지배를 받고 있기도 하다. 지금 이대로 그냥 놔두면 장차 어떤 아이로 자라날 지 모를일이다. 덱스터의 경우에는 덱스터의 본질을 궤뚫어본 양부가 곁에 있어서, 평범한 살인마로 전락하지 않을수 있는 적절한 교육을 받을수 있었지만, 리타의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아이들에게 덱스터가 그런 역할까지 해줄수 있다고 가정하면 리타와의 결혼은 모든 사람이 행복한 윈-윈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인륜지대사인 결혼를 목전에 두고 골치아픈 일이 발생한다. 엽기적인 범죄현장에 여느때처럼 설렁설렁 나타난 덱스터. 그곳에서 특이한 방식으로 살해된 시체들과 마주하는 동안 어찌된 일인지 덱스터 몸속의 검은승객이 동요하는 것 같더니, 급기야는 덱스터의 몸을 아예 떠나버리고 만다. 참 답답한 일이 아닐수 없다. 악당을 죽여야 하는 사람이 악당을 찾아내는 직감도 사라지고 살인본능도 사라져 죽일수도 없으니 이만저만 지장이 있는게 아니다. 어쩔수없이 맨몸으로 부딪쳐 가는 동안 드디어 드러나는 검은승객의 정체가 흥미롭다. 인류와 검은승객 사이의 오랜 역사를 더듬어 올라가다 보니 이게 꼭 소설속의 이야기만은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검은승객을 컨트롤 하지 못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인간들이 현실에도 종종 있지 않은가 말이다. 

개인적으로 어린 코디가 제2의 덱스터가 될 조짐을 보이는 것은 좀 안타깝다. 그렇지만 잘 가르치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을 듯 하다. 지혜에 왕 솔로몬 왕까지 사이코패스였음이 명백하게 드러난 판에 일개 코흘리개 아이가 스스로의 의지로 어떻게 할수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앞서 이야기 했듯 피할수 없다면 어쨌든 조금이라도 더 나은, 다같이 잘살수 있는 쪽으로 방법을 모색해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으로 보인다. 그나마 덱스터가 그 역할을 잘 해주리라 믿는다. 고양이를 묶어놓고, 그것도 작업대 위에 테이프로 감아놓고, 게다가 정원용 가위까지 들고 있다가 리타에게 발각된 두 아이를 훈계하고 있는 덱스터의 모습이 듬직하다.

"너희들이 뭘 잘못했는지 알겠니?"
(끄덕)
"그럼 왜 잘못 됐는지도 알겠니?"
"잡히면 안되는데 잡혔으니까요!"

아직도 시리즈는 갈 길이 많이 남은것으로 보이니 그 사이에 검은승객이 소멸된다던가 뭐 작가가 어떻게든 대책을 세울 것이다. 설마 시리즈가 모두 끝날때까지도 "언제까지나 덱스터는 악당들을 해부하면서 행복하게 살았다." 이런류의 결말이 되는건 아니겠지. 결말만은 그래도 조금은 이보다 인륜적이길 기대하면서, 아무튼 그때까지만큼은 지금처럼 계속해서 재미있게 부탁합니다. 덱스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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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럼 아일랜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5-1 존 코리 시리즈 1
넬슨 드밀 지음, 서계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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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럼 아일랜드"는 뉴욕주 롱 아일랜드에 있는 섬의 이름으로, 여기에는 가축의 전염병(예를 들면 구제역같은)등을 연구하는 미국 농무부 산하의 동물질병연구소가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연구소중에서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유명한 곳입니다.

<플럼 아일랜드>는 제목 그대로 플럼 아일랜드의 이 연구소를 무대로 한 서스펜스 탐정 소설입니다. 형사 존 코리 시리즈의 첫번째 작.
형사물인데도 모험 소설적인 요소가 가득해서 조금 뜻밖의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잠들기 전에 잠깐 맛만 보려다가 단번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플럼 아일랜드라는 이름은 옛날 네덜란드 사람이 물가에 나 있는 자두 나무를 보고 Pryum Eyland라고 불렀던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17 세기에 새뮤얼 윌리스라는 사람이 인디언 추장인 위안단치에게서 이 땅을 구매해 줄곧 양이나 소의 박목장으로 이용하고 있다가, 스페인/ 미국 전쟁 때 정부가 구매해 기지를 건설하고, 그 후 1929년에 미국에 구제역이 유행하면서 농무부의 연구소가 되었습니다. 냉전시대 이후로 생화학 무기의 연구가 행해진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는 모양입니다.

뉴욕 시경의 형사 존 코리는, 부상을 입고 롱 아일랜드의 외삼촌의 별장에서 요양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친구인 고든 부부가 누군가에게 살해되어 코리는 현지 경찰로부터 협력해 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살해당한 고든 부부는 롱 아일랜드 앞 바다에 떠있는 작은 섬 플럼 아일랜드에서 근무하는 과학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일하고 있던 동물질병 연구소는 위험한 병원균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엄중하게 격리되어 있습니다. 코리 일행은 수사를 해 나가면서 살해당하기 전의 고든 부부의 이상한 행동들에 대한 증언을 듣게 됩니다.

고든 부부는 존 5(이 책에서는 존 4보다 위험하다는 전제하에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실제로는 존 4까지가 인간병원체와 연관이 있고, 미국에서는 가축의 급성 전염병을 존 5에서 다룬다고 합니다.)의 병원체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탄저균의 유출을 시도했다던가, 유전자 공학에 의해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던가, 한술 더 떠서 플럼 아일랜드에는 옛날 해적선장의 보물이 숨겨져 있다던가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사건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매우 시원시원하고 씹히는 맛이 좋은 문장(번역이 그런걸까요?), 주인공 존코리의 스마트함, 그리고 마지막에 허리케인이 엄습하는 가운데 롱 아일랜드의 바다에서의 범인 추적의 박력 있는 묘사에는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습니다. 주인공의 말장난에 실소를 흘리고, 기분 나쁜 플럼 아일랜드의 분위기에 긴장하고, 미인 형사등과의 로맨스, 뜻밖의 전개에 놀라고 나면 마지막에는 해양 모험 소설까지. 액션과 서스펜스, 그리고 영화와 같은 라스트 신. 다채로운 엔터테인먼트 소설입니다.

입만 열면 자동적으로 조크가 튀어나오고, 여자에게는 친절하고, 남자에게는 적개심으로 더듬이를 바짝 세우는 허세의 사나이 존 코리의 캐릭터가 친숙하고 좋은 맛을 냅니다. 두께에 비해서는 단번에 읽어 버렸습니다만, 섬세하고 인상깊은 장면들도 있어서, 맛없는 서스펜스 소설과는 확실하게 구별됩니다.

처음 알게 된 사실입니다만, 저자 "넬슨 드밀"은 미국에서만 2천만부 가까이 팔아치운 대단히 유명한 작가로, 그의 작품은 모두 완성되기도 전에 이미 판권이 팔려 버린다고 합니다. 마음같아서는 저자의 다른 작품도 연타석으로 읽어 버리고 싶지만, 원서라는 것은 죄다 영어로 쓰여져 있기 마련이라 현재로서는 하루빨리 다음 작품이 번역되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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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 1 - 투사편, 인간의 운명을 가를 무섭고도 아름다운 괴수 판타 빌리지
우에하시 나호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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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발 초특급 판타지  

얼마전 한 일본잡지를 읽다가,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이래로 최고의 걸작 판타지라는 찬사의 문구를 발견한 뒤로 줄곧 관심을 가지고 있던 소설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찬사가 전혀 과분하지 않은, 기대감을 120% 충족시켜주고도 남는 작품이였습니다. 잘 짜여진 밀도높은 세계관속에서 펼쳐지는, 사람냄새, 흙냄새 물씬 풍기는 세상은 너무나 근사하고, '이계'의 사람들의 숨결까지 느껴질 것처럼 생동감이 넘칩니다. 판타지라고는 하지만 주제의식이 분명하고 심오한 면도 있어서, 연령에 상관없이 다양한 독자층에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숨돌릴 틈없이 정신없이 내달리다가, 때로는 아름다운 광경에 취해 감탄하고, 때로는 따뜻함에 눈물 흘리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그런 소설입니다. 

무대는 가상의 대룩인 료자 신성왕국입니다. 산으로 둘러쌓인 중국의 어느 지방이나, 혹은 몽고의 푸른 초원을 떠올리게 되는 극히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이 곳은, 신계를 믿고 미신을 믿는, 이른바 과학 문명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은 시대에 속해있습니다. 대를 이어 여성인 요제에 의해 통치되며, 아르한이라는 가신에 의해 군대가 통솔되고 있는 철저하게 왕권과 군사력이 분리되어 있는 국가이기도합니다. 뭐니뭐니해도 왕수나, 투사라는 이름을 가진 거대한 야수들의 존재가 신비롭습니다. 싸우는 뱀이라는 의미의 투사는 흉폭한 생물이지만 무성피리에 의해 인간에게 길들여져 이 세계의 주력병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투사의 천적인 왕수는 날아다니는 늑대를 연상시키는 외형을 가졌으며 한마리가 수십마리의 투사를 살육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거대한 신수입니다. 왕수는 왕가의 상징입니다. 그러나, 왕가의 관리하에 있으면서도 왕수는 인간이 길들일 수 없는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린소녀 에린은 투사의 사육과 관리등을 책임지는 수의사인 엄마와 함께 투사지기 마을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에린의 엄마는 안개의 백성이라고 불리우는 이질적인 풍모와 염험한 힘을 지닌 이방인입니다. 사람들은 엄마는 물론이고 그런 엄마를 닮아 녹색의 눈동자를 가지고 태어난 에린까지도 냉대하고 괄시합니다. 그러나 에린은, 자상하며 최고의 수의사인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돌보던 투사들이 갑자기 모두 죽어 버립니다.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엄마는 처형장으로 향하고, 엄마를 구하려던 에린마저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 순간 엄마는 에린을 살리고자 손가락 피리를 불어 기적을 일으킵니다. 그 기적으로 에린은 간신히 목숨을 구하지만 엄마는 결국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맙니다. 

정신을 잃고 쓰려진 에린은 산속에서 혼자 양봉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조운이라는 노인에 의해 거두어져 보살핌을 받습니다. 총명한 에린의 재능은 일찌기 수도에서 명망있는 교사를 지냈던 조운의 품안에서 활짝 꽃을 피워갑니다. 가축을 돌보거나 양봉일을 도우면서 작은 생명에게 관심을 쏟는 법을 배우고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깊은 조예를 지니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 날, 에린은 우연히 산중에 사는 야생의 '왕수'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거대한 왕수가 새끼를 보살피는 그 경이로운 모습에 매료되어 에린은 왕수를 보살피는 수의사가 되고자 결심합니다. 그러나 그 결심이, 훗날 에린이 료자 신성왕국의 운명을 좌우하는 입장에 서게 되는 계기가 되리라고는 그때에는 전혀 짐작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우시카나 원령공주같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에니메이션을 떠올리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나우시카가 혼자서 세상의 진실에 눈을 뜨는 것처럼, 에린은 스스로 진리를 찾아 갑니다. 사람과 동물이 조화롭게 어울리기 위해서, 이 세계가 정말로 행복하게 되기 위해서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간이 만들어낸 암묵적인 룰은 사실은 자연의 섭리를 기만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갈등하는 작은 마음은 인간세상의 규범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끊임없이 던집니다. 작은 소녀가 커다란 흐름과 맞서는 모습을 통해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이며 어리석은 존재인지를 돌아보게 하는 메시지의 전달 방법이나, 단순한 선과 악으로는 나눌 수 없는 심오한 등장 인물들 간의 대립구도, '동물, 인간, 자연' 의 조화를 강조하는 동양적 세계관에 기반을 둔 가치관, 자연을 바라보는 세심한 시선, 타인에 대한 배려등 많은 부분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과 흡사한 면을 보여줍니다. 

교미를 위해 처음으로 비상한 리란의 모습은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장관'이였습니다. 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에린과 왕수인 '리란' 사이의 의사의 교류입니다. '사람이 짐승을 지배하고 종속하는데 있어서, 아무리 신뢰를 쌓는다 해도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에린은 그 해답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상처입으면서도 다른 생물에 대한 인간의 본연의 자세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관철해 나갑니다. 정면으로 맞서는 에린의 마음이 하나씩 통하고 있다고 느껴질때 코끝이 찡해져 오는 것을 어쩔수가 없습니다. 에린은 마지막에 분명 그 해답을 찾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색채, 촉감, 냄새, 마음의 움직임... 초록색의 눈동자, 시시각각 변화하는 왕수 리란의 비늘색, 교전중의 피냄새... 오감을 모두 동원해서 즐겼습니다. 바람소리, 공기의 냄새까지 감도는... 정말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눈을 감으면 어디선가 에린이 켜는 수금 소리가 들려올것 같습니다. 그리고 날개를 펴고 온통 초록색으로 펼쳐진 초원위로 날아오르는 왕수의 모습이 보일 듯 합니다. 책을 덮고나서도 한동안 여운에 잠겨있었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끌어안고 있으면서도 더할나위 없이 훌륭한 엔터테인먼트. 특히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나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실망하지 않을 이야기입니다. 자 어떤가요. 아름다운 '이계'로 통하는 문을 한번 열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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