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정철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주식 있잖아요. 그게 왜 올라요? 왜 오르고 내려요?"

느닷없이 이런 질문을 받으면 참 대답하기 곤란할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 민재처럼 배당금 어쩌고, 기업의 미래가치니, 저평가 된 종목을 사야 하느니 원론적인 대답에만 급급하다가 그럼 주식의 적정가격은 얼마냐는 물음에는 딱히 할말이 없어지고 만다. 주가라는게 기업가치에 따라서만 움직이는것도 아니고 배당금만 보고 투자한다는건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기업의 미래가치라는게 엄밀히 말하면 딱히 수치로 산술화해 낼수있는 그런것도 아니잖은가. 주식시장은 투자자의 심리로 움직이는 곳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앞으로 오른다는 기대감으로 주식을 매수하고, 떨어질것 같으면 매도한다. 이 소설은 그런 투자자들의 심리를 이용해서 주식시장에서 한탕 크게 해먹는 소위 작전 세력, 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최근에는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이용해 컴퓨터로 손쉽게 주식을 사고팔수 있기 때문에 주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차트 정도는 읽을줄 안다. 게다가 차트를 활용한 각종 매매기법들이 보편화 되어 있어서 개인투자자들의 차트에 대한 의존도는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차트를 분석하다 보면 작전을 위한 매집의 흔적이라던가 호가창의 허매수 허매도 주문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그 작전 세력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기도 한다. 특히 데이트레이더들이라면 급등락을 반복하는 이런 작전주에 붙어서 콩고물을 얻어먹어 보지 않은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그런 흔적만 있고 존재감만 느껴지던 힘의 실체를 이 소설에서 직접 확인할수 있다.

실제 트레이딩을 하다보면 마주치게 되는 그런 상황들을 숫자나 그래프로서만이 아닌 실제 그 작전의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지켜본다는 것은 참 흥분되는 경험이었다. 실제라면 트레이딩중에 유체이탈을 하지 않고서야 상대의 모습을 볼수 있는 기회가 있을리가 없을테니까. 매번 우롱당하기만 하다가 우롱하는 입장에 서보니 그것도 기분이 참 묘하다. 비록 픽션이긴 하지만 이런 상황들이 더욱 리얼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 소설 속의 작전의 대상이 되는 기업들에서 유명한 몇몇 작전주들을 쉽게 연상할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이름을 엇비슷하게 살짝 바꾸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그 작전이 이루어진 형태도 낮익은 패턴을 보이고 있어서 때로는 마치 아는 사람이라도 만난것처럼 반가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주식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만 재미를 느낄수 있는 소설이냐 하면 절대 그렇지는 않다. 아무래도 주식을 아는 사람이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지, 주식을 뺀 이야기 자체의 구도만 보더라도 복수, 사랑, 권모술수등등....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구성할만한 것들은 모두 빠짐없이 들어있다. 기업에 대해 알아야만 기업소설을 읽을수 있는게 아니고 의학에 정통해야만 의학드라마를 볼수 있는게 아닌것과 마찬가지라고 해야할까. 그저 잘 쓰여진 국산 스릴러를 읽는다는 기분으로 읽으면 그것은 그것대로 충분히 흥미진진하다. 만약 그 당사자들이 이 소설을 읽는다면 얼마나 리얼하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통의 독자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위화감 없이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있었다. 꽤 흡입력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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