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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2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자칼의 날의 작가 프레데릭 포사이드의 최신작. 2006년. 체포되기 바로 직전에 투신자살한 알 카에다의 한 간부가 남긴 컴퓨터에서, 테러가 계획되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증거들이 발견된다. 이 계획은 911테러를 능가할 정도의 규모와 공포로 전 세계를 혼란에 빠트릴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의 첩보부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더이상 자세한 내용을 알아낼 수가 없다. 그 때 첩보부의 레이더망에 한 남자가 떠오른다. 마이크 마틴. 예전에 걸프전에서 바그다드에 잠입해 사담 정권 내부의 스파이와 접촉하는 어려운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경험이 있는 특수부대 장교출신이다. 그는 다시 아랍 세계로 보내진다. 이번에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현재 미국에 수용되어 있는 탈레반전사 이즈마트 칸으로 가장하고 알카이다에 깊숙히 잠입해 테러에 대한 정보를 빼내는 것.
2001년 9월 11일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그 유명한 911테러. 승객들을 태운 여객기가 테러범들에 의해 세계경제의 상징이라는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그대로 들이받은 이 전대미문의 사건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충격을 안겨 주었다. 두말할 나위 없는 크나큰 재앙이였으며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이였다. 개인적으로는 다음날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바람에 큰 손실을 봤던 쓰디쓴 기억도 남아있다. 이 날 이후로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나 시사프로에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이름이 있었는데, 바로 911사건의 주모자로 지목되는 오사마 빈라덴이다. 그가 이끌던 조직 알 카에다, 그리고 911테러를 계기로 축출된 탈레반 정권 등등. 프레드릭 포사이스의 신작인 아프간은 이것들을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그동안 너무나 궁금해 해왔던 이들의 실체와 911테러의 진상을 이제야 비로소 모두 알게 되었다.... 고, 착각에 빠지게 되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포사이드는 실존 했던, 혹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건속의 자신이 만들어 낸 등장 인물을 빚어 넣어서 마치 논픽션과도 같은 픽션을 만들어 낸다. 소설 속에서 현실의 부분과 창조된 것 사이의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고, 어느 사이엔가 그 창조된 허구의 인물이 원래부터 현실속에 존재하고 있었던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렇게 현실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픽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마도 포사이드가 세계정세의 흐름을 읽는 냉철한 눈과 국가기관에 대한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예를 들면 주인공인 마이크 마틴이, 예전에 아프가니스탄에 잠입할 때 고용했던 현지인 가이드 이즈마트 칸(후에 텔레반 전사가 된다)이 소련군의 하인드 헬리콥터에 총격을 당해 다리에 큰 부상을 입게 되는 장면이 있다. 마틴과 칸은 간신히 위기를 넘기고 어떤 동굴에 도착한다. 그 동굴 내부에는 병사, 사원, 도서관, 주방, 상점, 의료시설까지 존재하고 있었다. 이즈마트 칸은 거기서 다리에 박힌 탄알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다. 수술 후 병실에 들어 온 남자가 이즈마트 칸에게 "우리 젊은 아프간 전사께서는 좀 어떠신가?" 하고 묻는다. 그 남자가 바로 오사마 빈 라덴, 그리고 수술을 집도한 자가 알 카이다의 넘버 투인 알 자와히리였다. 당시에 현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던 이들이, 이런식으로 소설 안에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것이다. (후에 이 때의 일이 이즈마트 칸의 훈장이 되어, 칸으로 가장한 마이크 마틴이 알카이다에 잠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아프간은 작가의 이런 세계정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극에 달한 작품이다. 이런 리얼리티가 작품의 긴장감을 더욱 높여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스릴러로서의 재미 뿐만 아니라, 한편의 논픽션을 읽고 난 듯한 묵직함이 남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