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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미로
아리아나 프랭클린 지음, 김양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12세기 영국, 옥스퍼드 어딘가의 지하에서 누군가가 암살자에게 청부살인을 의뢰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의뢰의 대상은 국왕 헨리 2세의 연인 로저먼드. 그녀는 미로로 둘러쌓인 웜홀드탑의 꼭대기 방에서 독버섯을 먹고 죽은 채로 발견된다.
청부살인을 의뢰한 자와 실행한 암살자. 그들의 정체와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인물은 아델리아라는 여검시관이다. 본명은 닥터 베수비아 아델리아 라헬 오르테즈 아길라. 본래는 시체의 부검을 위해 웜홀드 탑으로 파견된 그녀이지만 죽은 로저먼드가 왕족간의 권력 다툼의 희생양이였음을 눈치채고 그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타고난 천재 의사인 그녀는 인간의 몸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구가 왕성하고 총명하며, 정의감에 넘치는 여성이다. 검시관이라는 직업조차 생소하던 중세의 영국에서 시체 전문가인 그녀의 깊은 지식과 재기로 풀어내는 많은 일들은 당시의 사람들에게 자칫하면 마녀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그 때문에 그녀는 남성을 대리의사로 내세우고 자신은 표면적으로는 의사조수임을 가장하고 활약하는 경우가 많다. 시체가 속출하고 목숨을 위협받는 위험한 상황이 거듭되는 속에서도 미혼모인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애정을 쏟는 모습은 이 아델리아라는 인물을 더욱 특별한 캐릭터로 느껴지게 한다. 실존했던 인물들까지 포함해서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너무나도 뚜렷하고 매력적이다.
음침한 느낌의 표지와는 다르게 분위기는 그리 어둡지 않다. 살육이 난무하는 그로테스크하고 심각한 이야기를 상상했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헐리웃 영화의 활력넘치는 모험담을 보는 것같은 기분으로 읽을수있었다. 아델리아의 추리가 돋보이기는 하지만 추리 자체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것 같다. 오히려 중세 영국의 수도원이라던가 생활상의 실감나는 묘사와 모험담이 돋보였던 것 같다. 물론 아델리아라는 매력적인 주인공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말할것도 없고. 이 책 '죽음의 미로'는 세편으로 예정되어 있는 시리즈중 두번째작이지만 첫번째 작품을 읽지 않았다고 해도 이 작품을 즐기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다만 아델리아의 개인사를 포함해서 중간중간 들려주는 전작에서의 에피소드를 읽고 있으면, 시리즈 첫작품인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을 읽고 싶다는 욕구가 새록새록 솟아나오는 것을 뿌리칠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