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ver let me go. 일단 이 📚 정말 좋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다른 작품으로, 이제서야 읽은게 안타까울 정도로 좋다.

개인적으로 SF 장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책을 고를때 너무 현실적인 소설에는 손이 잘 안간다. 어차피 현실은 주변에서 많이 보니까. (그래서 외국소설을 더 선호하는지도. 경험해보지 못하지만 있을거 같은 세계...) 그렇다고 너무 픽션이 강한것도 잘 안본다. 너무 공감이 가지 않을것 같아서.

책의 깊이가 약한 나는 유명작가의 대표작 하나를 찾아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가 마음에 들면 더 읽고. 가즈오 이시구로도 마찬가지 였다. 노벨상 수상작가이니 읽어 보고 싶은 마음에 책을 고르다가 ˝나를 보내지마˝가 복제인간? 같은 설명이 있길래, 이건 내 취향이 아니지 하고 ˝남아있는 나날˝을 읽었다. 이 책도 좋았지만 뭔가 다른 작품을 찾아 보게하는 마음을 생기게 하진 않았다. 그래서 그냥 그냥 넘어가다가...

최근  ˝클라라와 태양˝이 이슈?가 되면서 ˝나를 보내지마˝와 연결이 된다기에 관심이 생겨서 읽게 되었다. 읽고나서는...완전 좋았다. 왜 이책을 먼저 안읽었지?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SF적인 요소를 차용한 것 뿐, 기본적으로 삶에 관한 책이다. 삶의 끝은 정해져 있지만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이야기, 조금이라도 행복해 지려는 이야기, 과거에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회상하는 이야기, 떠나간 사람을 담담이 추억하는 이야기를 담담한 서사와 세밀한 심리묘사를 통해 감동적으로 그린다.

책의 줄거리를 정말 단순하게 말하면 복제인간으로 치료가 가능한 미래 사회에서, ‘헤일셤‘이라는 장소(여기 말고 다른 장소도 있다. .)에 복제인간들을 모아 놓고 이들을 교육하고, 이들은 졸업하면 ˝간병사˝를 거쳐 ˝기증자˝가 되어 그들의 장기를 기증하고 죽는 이야기다. (이렇게 단순히 이야기 할 게 아니긴 한데...)

어떻게 보면 SF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복제인간은 그냥 생물이 아닌,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그림도 그리고, 시도 쓰며, 추억을 가지고 있고, 사랑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평범한 인간이다. 아니, 오히려 더 인간적인 인간이다. 이야기의 중심 인물인 복제인간인 캐시, 토미, 루스가 보여주는 이야기와 감정이 더 인간적이어서 실제 인간들인 우리들이 가진 냉철함과 이기심을 비판하게 된다. 그리고 삶과 죽음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

책을 읽다보면서 ‘왜 도망가서 살면 안되지? 왜 간병사와 기증자가 되는걸 당연하게 여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에서 답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캐시˝ 와 ˝토미˝를 보면 안타까웠다. 교육과 세뇌의 무서움이 떠오르기도 하고. 다른것을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처음에는 복제인간을 다룬 책이란 선입견 때문에 언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지? 했다가 읽다보면 그런거는 없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중간 중간에 궁금증을 유발하는 단어들(간병사, 기증자, 근원자 등)이 나오지만 이는 그저  장치일뿐, 그리고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다. 뭔가 구체적인 걸 좋아한다면 좀 답답할 수도 있다. 아이템 보다는 인물들의 행동과 감정에 집중하여 읽어야 하는 책.

˝나를 보내지마˝  이 책 정말 좋다. 🌟 8개.
˝클라라와 태양˝이 기대가 된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옮겨 본다.
(책에 좋은 문장들이 너무 많다.)

「나는 반쯤 눈을 감고 상상했다. 어린 시절 이후 잃어버린 모든 것들이 모여 있다고, 이 앞에 이렇게 서서 가만히 기다리면 들판을 지나 저 멀리 지평선에서 하나의 얼굴이 조그맣게 떠올라 점점 커져서 이윽고 그것이 토미의 얼굴이라는 것을 알아보게 되리라고, 이윽고 토미가 손을 흔들고, 어쩌면 나를 소리쳐 부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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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3-29 09: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시구로 작가를 처음으로 만난
책이 바로 <네버 렛 미 고>였습니다.

소설도 영화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의 비장한 결말이 다시 떠오르네요.

새파랑 2021-03-29 10:31   좋아요 3 | URL
영화 결말 부분만 찾아봤는데 좋았습니다^^ 영화로도 보고 싶어졌어요

잠자냥 2021-03-29 09: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가즈오 이시구로는 <나를 보내지 마>가 최고!
영화 <네버 렛 미 고>도 추천드립니다. 정말 가슴 아픈.... 특히 꼬마 토미 완전 제 취향으로 잘생김 ㅠㅠ ㅋ

새파랑 2021-03-29 10:32   좋아요 3 | URL
저도 이책 너무 좋았습니다^^ 영화도 모든 분이 좋다고 하니 꼭 봐야겠습니다~!

청아 2021-03-29 09: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제부터 읽고 있는 중이라 새파랑님 리뷰 초반,마지막만 읽었네요.ㅋㅋ 다 보고 다시 읽어봐야 겠어요.항상 흥미롭게 잘 쓰셔서 공감듬뿍 생기는 후기예요!👍

새파랑 2021-03-29 10:33   좋아요 4 | URL
칭찬 감사합니다~사실이 아니더라도 ㅎㅎ 미미님 리뷰 항상 기대됩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3-29 10: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도 남아 있는 나날은 큰 감흥이 없었던지 작가 이름도 기억 안하고 넘겼던데. 새파랑님 리뷰와 댓글 보니 요 책은 읽고 싮은 걸요. 감정의 혼란 읽고 요거 대출하겠음요. 미미님 말대로 새파랑님은 글 맛나게 읽고 맛나게 쓰심. 나두 먹고 싶어 하는 마음 들게 말이죠. 하여 님을 요주의 친구로 등록해두겠음요. 사실 북플 친구들 다 위험 인물들 ㅋㅋ

새파랑 2021-03-29 13:11   좋아요 3 | URL
다른 분들에 비해 전 아직 초보라서 너무 과찬이십니다ㅎㅎ 리뷰 쓸때 잘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scott 2021-03-29 11: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가즈오 옹 민쉐!!

ଘ(੭ˊᵕˋ)੭* ੈ✩‧₊˚

새파랑님에 독서량 !!
엄청납니다
끼니 잊으시면서 읽으시는것 같음 ^ㅎ^

새파랑 2021-03-29 13:13   좋아요 3 | URL
끼니보다는 잠을 줄일려구 ㅎㅎ 여기 서재 계시는 분들에 비하면 저에 독서량은 뭐...ㅋ 가즈오옹을 알려주신 스콧님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