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잘 읽어지는 책이 있고, 안읽어지는 책이 있다. 그리고 빨리  읽어지는 책이 있고 그 반대가 있고...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은 잘 읽어지고 빨리 읽어지는 책이다. 문체가 간결하지만 강렬하고, 읽다보면 뭐지?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계속보게 된다.

이 책은 크게 세가지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밀노트˝  ˝ 타인의 증거˝  ˝50년간의 진심˝ 개별 개별로 읽어도 흠잡을 데가 없으며, 세개의 단편이 모두 이어진다. 이건 정말 이해하고 해석하기 나름일 거라 본다.

일단 내가 이해한 건,

˝비밀노트˝와 ˝타인의 증거˝는 루카스(국경을 넘은 자)가 쓴 거짓말(소설) 이며,

마지막편인 ˝50년간의 진심˝은 루카스와 클라우스에 관한 진실의 이야기지만, 마지막 만남에서 클라우스가 루카스에게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이것도 거짓말.

이러한 세가지 거짓말이 모여서 그들의 존재는 부정되며,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은 완결된다. (완전 주관적인 해석...)

여기서 부터는 단편별 감상평.

1. ˝비밀노트˝는 정말 내용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일기 형식으로 단락이  끊어져 있지만, 이게 오히려 내용을 돋보이게 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부각시킨다. 전쟁이라는 비이성적인 상황에서 사람이 정상으로 살 수는 없다. 그래서 비밀노트의 등장인물은 단 한사람도 정상인이 없다. 그래서 그들(루카스,클라우스)의 행동을 비난할 수 없었다. 작가가 느낀 전쟁의 참혹함에 공감이 가고, 이를 부각하는 내부 소재들은 끔찍하다. ˝비밀노트˝ 때문에 39금이 맞다 ㅎㅎ

2. ˝타인의 증거˝는 쌍둥이중 한명(클라우스)이 국경을 넘은 후 혼자 할머니집에 남게 된 루카스의 이후 이야기이다. 이 장에서는 사회주의 체제에서의 비극적인 삶과 남아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슬픔을 그리고 있다. 특히 사라진 야스민과 그녀의 아들인 마티야스의 비극적인 인생이 인상적이다. 왜 야스민이 사라져야(죽임당해야?) 했는지, 루카스는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해하긴 힘드나, 책의 분위기는 ‘인생은 원래 비극적이야‘라고 말하고 있어서 납득이 간다.

3. ˝50년간의 진심˝은 어릴 때 국경을 넘은 루카스가 50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와서 그의 가족을 찾는 이야기이다. 실제의 이야기. 왜 그들이 50년간 떨어져야 했는지, 왜 그런 불행이 일어났는지, 그들의 진심은 무엇이었는지 그려진다. 결국 만나게 된 쌍둥이는 결국 50년의 세월을 극복하지 못한다. 결국 비극적 결말로 끝나고, 앞으로도 비극이 펼쳐짐을 암시한다.

이 3장에서는 앞의 1, 2장에 등장한 인물이름이 다시 나온다.(사람이름만 같다.다른사람..)  그래서 이 3장만 현실이고,  1, 2장은 소설이라 생각을 해봤다 (현실의 이름을 소설에 반영한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읽으면서 계속 불확실하고 암흑에 빠진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다 읽고 리뷰를 쓰는 지금도 다시 읽고싶어지는 매력적인 작품~★★★★★★★★♥  리뷰 쓰려고 다시 읽고 있다 ㅎㅎ

책을 읽기 전에 제목이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이어서,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 떠올랐다. 3장의 내용과 왠지 맞는것 같기도 하다. (보호시설에 홀로 남겨진 루카스, 루카스를 기다리는 엄마, 50년 후 가족을 찾아 해매는 루카스)

다시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잠깐이면 될 거라고 했잖아
여기 서 있으라 말했었잖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물끄러미 선 채 해가 저물고
웅크리고 앉아 밤이 깊어도
결국 너는 나타나지 않잖아
거짓말 음 거짓말
우우 그대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우우 그대 말을
철석같이 믿었었는데
우우우우우
찬 바람에 길은 얼어붙고
우우우우우
나도 새하얗게 얼어버렸네
내겐 잘못이 없다고 했잖아
나는 좋은 사람이라 했잖아
상처까지 안아준다 했잖아
거짓말 거짓말 음
다시 나는 홀로 남겨진 거고
모든 추억들은 버리는 거고
역시 나는 자격이 없는 거지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아고타 크리스토프 다른책도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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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3-27 14: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랑의 역사에서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눈이 잘 안 보여 쓰지 못하는데 빈 종이에 소설을 쓰는척한 대목이 기억나서 또 슬펐어요 ㅜㅜ

새파랑 2021-03-27 14:48   좋아요 3 | URL
사랑의 역사랑 이 책이랑 완전 극과 극인거 같은데 그장면을 기억하시다니 놀랍네요^^ 둘다 🌟5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미미 2021-03-27 15: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적의 노래로 마무리를 하시다뇨!!😆👍 후기도 소설처럼 생각지도 못한 마무리ㅋㅋㅋㅋㅋ👍👍
각 이야기별로 말끔하게 정리를 잘하셨네요. 쓰다보면 감정적이 되곤하는 제가 떠올라 반성하게 됩니다. 말씀처럼 아고타의 소설은 해석하기 나름이라는데도 깊이 공감해요!

새파랑 2021-03-27 15:34   좋아요 4 | URL
좀 맥락이 안맞는거 같지만 같은 거짓말이니까요ㅎㅎ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어제˝ 책장 대기중입니다 ^^
(일단 클라라의 태양 오기전에 나를 보내지마 읽는중입니다 ㅋ)

scott 2021-03-27 17: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ㅋㅋㅋㅋ 👍👍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ㅋㅋ 전 히치콕의 영화 떠올랐는데 ㅎㅎ 아고타 최고작은 ‘어제‘ 라고 평가 하고 싶습니다 저도 클라라 도착하기전에 미미님이 권해주신 츠바이크옹 끝내야 하는데 영화보느라 정신이(๑˃́ꇴ˂̀๑)

새파랑 2021-03-27 17:49   좋아요 3 | URL
저는 나를 보내지마 ㅡ 어제 ㅡ 클라라와 태양 순으로^^ (클라라 화요일에는 오겠죠? ㅋ)

바람돌이 2021-03-28 0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도 이 책에서 뭐가 진실이었는지 헷갈려요. 다시 보면 뭔가 좀 명확해질까요? 안그럴것같긴 하지만 그래도 다시 보고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저는 구판으로 읽었는데(표지가 정말 구렸어요. 책 읽다가 표지한번 보고 성질 내고 , 또 읽다가 표지 한번보고 성질내고 했다니까요? ㅎㅎ), 요 신판 나오면서 딱 표지가 맘에 들어서 아 사야지 하다가 또 내가 무슨 백만장자라고 표지별로 책을 모으냐 싶어서 그만두고....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요즘 서재지인들님 글에 이 책이 자꾸 언급되니까 또 아 새표지로 살까 말까 고민..... ㅠ.ㅠ

그레이스 2021-03-28 08:20   좋아요 2 | URL
저도 구판으로 읽었던 1인. 바람돌이 님과 같은 생각했습니다. ‘내가 무슨 백만장자라고‘^^

새파랑 2021-03-28 08:34   좋아요 1 | URL
방금 구판을 찾아봤는데 왠지 나름 밝은(?) 느낌이지만, 화난 이유를 알거 같습니다^^

새파랑 2021-03-28 08:41   좋아요 1 | URL
정말 읽으면서도 햇갈리고, 읽고나서도 햇갈립니다 ㅜㅜ 그냥 음울한 분위기를 따라 읽은 기분? ㅎㅎ바람돌이 님이 다시 읽어보신다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