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9
제임스 M. 케인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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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맨은 벨을 울린다> - 제임스 M. 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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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전 세계문학을 (나름) 많이 읽었다. <동물농장>으로 입문하게 고전 문학의 세계는 현대의 문학과는 다른 매력들이 가득했다. 이에 대한 알고리즘(?)으로 세계문학 전집을 출간하고 있는 출판사민음사 유튜브 채널을 정주행한 적이 있다. 민음사답게 세계문학 전집 몇몇 작품들을 추천하는 영상을 접했는데, 영상에서 언급된 하나가 바로 <포스트맨은 벨을 울린다>이다. 책에 대해 알아보니장강명작가님이 본인의 인생책으로 책을 언급했던 것을 보게 되어 곧바로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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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단순하다. 아내와 내연남이 협력하여 남편을 죽이는 내용이다. 물론 죽이면서 끝나는 아니라 후의 내용도 전개된다. 그런데 제목은 전체 줄거리와 어울리지 않는 <포스트맨은 벨을 울린다> 였을까? 완독한 후에도 질문에 대한 답을 없었지만, 작품 해설에 해답이 있었다. 작가는 책의 원고를 여러 출판사에 돌렸지만, 상당히 자극적인 내용 때문인지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출판사에서 보내는 (출간 여부에 대한) 답장을 배달하는 우체부를 계속 기다리는 작가 자신의 처지가 작품 주인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때문에 자신의 집을 방문할 벨을 울리는 우체부를 떠올리며 작품의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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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하드보일드 문학으로서 매우 간결한 문체로 쓰여있다. 조금 직설적으로 얘기하자면, 인물들의 심리나 주변 배경에 대한 묘사 따위 집어치우고 오로지 이야기의 전개에 필요한 문장만으로 책을 느낌이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장단점이 명확했다. 먼저 장점의 경우에는, 전개가 무척 빨라서 책을 손에서 놓을 없게 만들었다. 민음사 유튜브 영상에서는재미 기준으로 했을 추천한 작품이 바로 책이었는데, 확실히 재밌게 읽었다. 자극적인 소재 자체가 주는 재미도 있었지만, 휘몰아치는 이야기의 진행 속도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것도 무척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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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점도 느껴졌는데, 바로 등장인물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없을 때가 있었다는 것이다. 어떤 인물의 행동이 주인공들에게 영향을 끼치는데, 인물이 이런 행동을 저질렀는지가 나오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 아마도 인물들의 심리에 대한 서술이 부족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나 싶었다. 하지만 이런 간결한 문체 덕분에 독자의 입장으로서 인물이 이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추측을 해보는 색다른 재미도 느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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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니, 최근에 사회적으로 화두에 오른가평 계곡 살인사건 떠올랐다. 사건의 내용도 작품처럼 아내와 내연남이 남편을 죽였다는 것이다. 지금 사건의 용의자들은 지명 수배범이 것까지 진행되었다고 들었다. 물론 이들은 당연히 체포되어 본인들이 저지른 짓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만약에 체포되지 않는다면 어떨까. 계속 숨어서 지낸다고 하더라도 살인을 같이한 이들이 서로를 믿으며 행복을 유지할 있을까. <포스트맨은 벨을 울린다> 읽으며, 이들의 미래를 보는 것만 같았다. 사회적으로 사건이 이슈가 지금이야말로 작품을 읽기에 아주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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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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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 레프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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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귀족 남자와 하녀의 신분을 초월한 비극적인 사랑’으로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줄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전개를 보는 것보다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를 파악하는 게 이 작품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느낀 이 작품의 주제는 당시 러시아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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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들 중 하나는 ‘양극화된 사회적 구조’다. 작중에선 찢어지게 가난한 농민들의 생활들과 사치스럽고 방탕한 상류층들의 모습이 극명히 대조된다. 

🗣 두 사람 다 술 때문에 살인자가 됐다. 격분한 순간에 사람을 죽인 그 농부는 아내와 가족과 친척들과 헤어져 두 발에 족쇄를 차고 머리카락을 깎인 채 유형을 떠난다. 한편 이 장교는 영창의 좋은 방에 구금되어 좋은 식사를 하고 좋은 술을 마시고 책을 읽다가 오늘내일 석방되어 그저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될 뿐 예전처럼 살아갈 것이다.

같은 범죄를 저지른 두 사람이지만, 받은 처벌의 수위는 극과 극으로 달랐다. 이러한 결과를 야기한 원인은 바로 두 사람의 사회적 신분 차이였음을 작가가 (거의)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이렇게 심하게 양극으로 갈린 사회적인 현실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 톨스토이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외치는 듯 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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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는 이런 사회적 문제에 대한 원인과 해결방안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작품에서 ‘네흘류도프’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토지들을 농민들에게 나누어주려 한다. 가난한 농민들의 삶을 직접 보고 충격을 받은 ‘네흘류도프’는 ‘헨리 조지’의 저작들을 읽으며 공부한 뒤, 그가 가지고 있는 땅을 농민들에게 주어 자급자족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전략) 헨리 조지의 저작들에서 그것을 확증하는 훌륭한 논거를 발견했다.

이 문장과 함께 달려있던 주석을 읽으니, ‘헨리 조지’는 ‘토지 국유화 이론’을 주장했던 학자였고 톨스토이가 그 주장을 매우 신봉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토지 국유화’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톨스토이가 제안했던 대책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이렇게 작가의 사상과 주장들이 작품에 묻어나오는 게 잘 느껴져서 많이 놀랐다. 괜히 고전 명작이 아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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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왜 제목이 <부활>일까?”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작품 말미에 ‘네흘류도프’가 마태복음서를 읽고 깨달음을 얻으며 다시 태어난 듯한 뉘앙스가 나오기는 하지만, 나는 ‘카츄샤’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해보았다. 그녀는 어린 시절 밝은 환경에서 지낸 쾌활한 하녀였지만 ‘네흘류도프’에게 모욕을 당한 뒤 정신적인 죽임을 당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망가졌다. 매춘부가 되어 생계를 유지하지만 어떤 살인사건에 무고하게 휘말려 징역살이를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사건이 그녀의 정신적인 부활을 불러일으켰다. 감옥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나며 새로운 삶을 맞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활>이라는 제목은 ‘네흘류도프’보다 ‘카츄샤’에 더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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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이, <부활> 단순히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서 당시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 고발하려는 의도를 문학적으로 담아냈기 때문에 지금까지명작이라 일컬어지는 같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이 너무 과하기도 했다. 1권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주는 뛰어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2권부터는 내가 지금 소설이 아니라 인문학 책을 읽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 줄거리의 진행은 더디면서 다른 등장인물이 계속해서 나와 사회적 부조리를 드러내는 장면이 반복될 , 지친다는 생각이 정도로 힘들었다. 작품이 톨스토이가 노년기에 작품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분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고전 명작으로 불릴 만한 훌륭한 수작이었다. 가슴에 와닿는 문장들을 많이 만날 있었고, 완독을 하니 나의 독서 범위가 조금은 넓어진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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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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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 천선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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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나인>이라는 책을 읽고 리뷰를 올렸었다. 다양한 장르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난잡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아주 재밌게 읽은 작품이었다. 그래서 <나인>을 쓴 천선란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천선란 작가님의 이름을 알라딘 어플에 검색해보니 가장 처음으로 뜬 작품이 바로 <천 개의 파랑>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이 책의 호평 일색의 후기들을 몇 번 접했던 기억이 스쳐지나가며 바로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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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봇이 보편화된 2030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 ‘연재’는 경마장에서 기수 휴머노이드를 발견하게 된다. 연재는 그 로봇이 말에서 떨어져 하반신이 부서졌고 폐기될 예정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 로봇을 연재가 구입하여 직접 고치고 ‘콜리’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사실 불편이라는 단어는 연재보다 그의 어머니 ‘보경’과 더 잘 어울릴 듯 싶다. 하지만 학습 능력을 가지고 있던 ‘콜리’는 의도치 않게 등장인물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독자들에게도 따스한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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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에 올렸던 독후감들을 봤다면 알겠지만, 나는 SF장르를 썩 좋아하진 않는다.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 들어 불편한 적도 있었고, 뼛속부터 문과인 내게 SF 장르 속의 과학적 세계관 및 내용이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 개의 파랑>을 읽으며,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SF에 대한 편견을 많이 깨부술 수 있었다. SF의 장르이면서 동시에 이렇게 따뜻한 느낌을 줄 수도 있구나 하는 느낌을 처음으로 느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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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만이 유일하게 과거를 이길 수 있어요.”

과거에 얽매여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여기서 ‘과거에 얽매이다’는 표현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이 문득문득 떠올라 그 기억에 기분이 좌우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면, 나는 과거에 얽매여있는 것 같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예전에 했던 본인의 말과 행동이 후회스러웠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금방 털어내고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내가 왜 그랬을까’를 속으로 되뇌면서 침체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후자에 훨씬 가깝다. 아니, 후자 그 자체다. 아무 생각 없이 혼자 있다가도 후회스러웠던 과거의 장면이 머릿속을 스치면 자기혐오의 시간이 또 찾아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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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에게 문장은 공감과 위로를 건네주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친구들과 만나 술마시고 수다를 때나 재밌는 책을 읽고 나서 여운을 즐길 때에는 과거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 간혹 대화 주제나 내용이 과거 경험과 비슷하여 때가 떠오른다 할지라도 어때하며 아무렇지 않게 넘기곤 했다. 작품을 읽으며내가 행복하면 되는 것을 몰랐을까싶었다. 단순하고 명료한 사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간과했던 같다. 문장을 읽으며 실제로 눈에서 눈물이 흐르진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눈물을 펑펑 쏟아내듯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장르도 아니고 SF에서 위로와 힐링의 느낌을 받다니… SF 대해 편협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고, 또다른 천선란 작가님의 작품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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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재욱, 재훈 (리커버 에디션)
정세랑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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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재욱, 재훈> - 정세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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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정세랑 작가님의 작품을 읽었다. 최근 톨스토이의 <부활>이라는 작품을 다 읽었는데, 분량도 두껍고 내용도 생각할만한 거리들이 많아서 좀 쉬어가는 느낌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한국문학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무작정 찾아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이 작품을 마주했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느낌이라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구매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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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재인, 재욱, 재훈이라는 삼남매가 각각의 이상하고도 사소한 초능력을 하나씩 얻게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경장편 소설이다. 초반에 이 세 명이 함께 여행을 가서 칼국수를 먹는 장면으로 시작하여 세 인물이 각자의 초능력을 깨닫고 그를 활용하게 된다. 과학 연구소 직원인 ‘재인’은 강력한 손톱을 얻게 되어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친구를 구하고, 중동으로 파견을 간 ‘재욱’은 위험을 감지하는 눈을 얻어서 인신매매의 위험에 빠진 여학생들을 구조한다. 또한,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미국을 가게 된 막내 ‘재훈’은 엘레베이터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통해 총기난사 사건으로부터 친구들을 구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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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기둥에서 세 개의 가지로 나뉘어지는 이야기 구조가 신선했다. 세 명의 주인공이 초능력을 얻는다는 설정은 책 소개글을 통해 사전에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세 명이 힘을 합쳐 무언가를 해결하는 이야기를 상상했었는데, 역시 정세랑 작가님은 내 예상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셨다. 솔직히 말해서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이 나오고 초능력을 깨닫게 되기까지는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세 명이 물리적으로 아주 멀리 떨어져서 각자 능력을 알게 되다보니 한 명의 이야기가 재밌어지려할 때 바로 다른 인물로 장면이 전환되는 구조가 흐름을 조금 깨는 듯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남매가 본격적인 사건을 겪게 되면서부터는 이야기가 아주 흥미진진하게 흘러갔다.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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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을 읽을 때도 느꼈지만, 정세랑 작가님은 묵직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무겁지 않고도 독자들이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작품에 잘 녹이시는 것 같다. ‘데이트 폭력’이라든지 ‘인신매매’ 등의 문제를 겪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사회적 문제들을 시사함과 동시에 주인공들이 문제 해결사로써 그들을 구해주는 전개를 통해 독자들에게 시원하고 통쾌한 마무리를 안겨주는 것이 ‘정세랑 월드’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훈훈하고 따뜻하게 마무리되는 결말까지 정말 좋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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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략) 사람들이 스스로를 구할 있는 곳은 아직도 세계의 극히 일부인 같아. 히어로까지는 아니라도 구조자는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 (중략) “게다가 어쩌면 구해지는 쪽은 구조자 쪽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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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 -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튼 시리즈 20
김혼비 지음 / 제철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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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술> - 김혼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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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친구들과 군대 동기들 사이에서 나는 이상하게 술을 좋아하는 이미지로 자리매김이 되어있다. 하지만 주량은 소주 반병인데다 그렇게 자주 먹지도 않기 때문에 나는 항상 억울함을 느낀다. 그런 맥락에서, <아무튼, 술>이라는 에세이를 추천받았을 때 무언가 묘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어쨌든 내가 술 자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술자리의 들뜬 분위기는 또 좋아하기 때문에 <아무튼, 술>에서 다뤄지는 김혼비 작가의 술 이야기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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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가 ‘소설’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책이었다. 허구적 이야기를 다룬 소설과는 달리, 작가의 실제 경험담을 다루고 있어 상당히 현실적이었고 많은 부분 공감을 할 수 있었다. 내가 평소에 느끼고 있던 막연한 생각과 감정들이 작가의 필력으로 쓰여 익숙하고도 새롭게 느껴지곤 했다. ‘글맛’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폭소를 유발하기도 하고, 웃픈 공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문장들이 많아서 메모장에 많이 적어두기도 했다.

🗣 [술과 욕의 상관관계] (칡주를 마신 후) “근데 너 지금 말할 때마다 칡 냄새 엄청 난다? 청하를 마시는 게 좋겠어”라는, 앞 문장이 어떻게 뒤의 문장으로 이어지는지 전혀 모르겠는 이유로 2차를 제안했다.

🗣 [와인, 어쩌면 가장 무서운 술] 저 멀리 집이 보였다. 누군가 몇백 미터 떨어진 집까지 걸어가는 나의 모습을 봤다면, 인류의 진화 과정을 역으로 구현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줄 알았을 것이다. 점점 등이 굽으며 몸이 앞으로 쏠리고 팔이 땅바닥을 향해 축축 처지는 게, 네안데르탈인은 애초에 지나쳤고 집까지 200미터쯤을 남겨놨을 때에는 완벽한 유인원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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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웃음이 많이 나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비단 웃음만 나오는 ‘가벼운’ 작품은 아니었다. 김혼비 작가님은 이 작품에서 ‘술’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점을 명확하게 지적했다. 

🗣 [혼술의 장면들] 여자가 밥집에서 혼자 술 마시는 걸 두고 ‘멋있다’고 말하는 사람들 역시 많은 건, 그 행동에 무릅쓴 ‘무언가’가 포함되어 있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감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 술 마시는 남자를 두고 멋있다고 말하지는 않는 것처럼. 우리가 원하는 건 멋있는 게 아니라 그저 술을 마시는 건데.

내가 남자이기도 하고, 밖에서 혼술을 해본 적도 없어서 작가가 지적한 이 부분은 생각치도 못한 부분이었다. 여자가 밖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게 문제될 것이 뭐가 있나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여성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대놓고 시비를 거는 (흔히 꼰대라 부르는) 장년층들도 있다고 한다. 아직도 이 세상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된 것 같아 부끄러웠고 반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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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에세이 시리즈 중에서 <아무튼, 술>에 대한 호평을 많이 접해서 읽어보게 되었는데, 읽기를 너무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소설을 주로 읽던 내게 ‘에세이’의 매력을 알게 해주었고, ‘술’이라는 소재를 통해 웃음과 위로를 건네받기도 하였다. 역시 호평이 많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혹시 주변에 술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하길 바란다. 술을 좋아하는 건 ‘술 자체’를 좋아하는 걸 수도 있지만, 녹록치 않은 세상살이에 ‘술’이 위로가 되는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 사람들에겐 이 책이 색다른 공감과 위로를 선사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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