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
서덕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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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죄다 자기계발서 류의 도서들이 자리하고 있어 속상한 마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한국 사회가 취업난이랄지 치솟는 실업률과 물가 등으로 인해 삶이 너무도 팍팍해져서, 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자기계발서를 계속해서 찾아 읽는 것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제대로 된 소설 하나 없는 것은 아주 많이 속상하긴 하다. (그래도 뭐 최근에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정도…? 올라갔다고는 하지만, 좋은 문학 작품들이 빽빽하게 자리잡은 베스트셀러 목록을 죽기 전 한번쯤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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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그대는 나의 여름이 되세요>라는 시집이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가있는 것을 보고는 쾌재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시’라는, 문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장르의 책이 베스트셀러라고?? 절대 못 참지…하며 구매를 냅다 갈겼(?)다. 그리고 곧바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내게 정말 엄.청.난. 충격을 선사하였다.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표현보다 더 강한 표현이 있나? 있다면 그 표현을 빌려 이곳에 적고 싶을 정도로 이 시집은 매우 오글거리는 문장들로 가득가득 차있었다. 정말 심한 것의 경우에는 읽다가 소리를 지를 정도였는데… 후, 일단 그 중 일부를 옮겨 적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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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하생의 서재> 전문


너는 이 세상의 모든 문학을 훔친 것이 틀림없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렇게 아름다울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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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를 쫓는 근위병> 부분


저기 저 하늘 좀 봐

달이 손톱처럼 실눈 떴다

네 손톱일까?

어쩐지 살구색 노을이

네 뺨을 닮았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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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에게> 부분


나는 너의 살굿빛 피부에 잠을 자던 솜털을 사랑했고, 눈동자에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을 사랑했고, 너와 함께했던 그 시절을 사랑했고, 교실 창밖에서 불어오던 꽃가루를 사랑했고, 너의 웃음, 너의 눈매, 너의 콧날과 목선을 사랑했다. 다음 생에는 내가 그 애에게 말할 수 있을까, 첫사랑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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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흡> 전문


당신이 나의 들숨과 날숨이라면

그 사이 찰나의 멈춤은

당신을 향한 나의 숨 멎는 사랑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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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의 자백> 부분


내가 눈을 질끈 감는 순간

수많은 별들이 너의 집으로 떨어지며

사랑해 사랑해 연신 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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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시집에서 쓰인 표현들이 와닿았다는 뜻일 것인데…. 정말? 진짜로? 나는 도무지 공감할 없다. 내가 사랑에 너무 무심한 자인가, 마음 연애 세포들이 죽어버려서 그런건가. 아무리사랑 말하는 시집이라 해도 그렇지... 점을 감안해도 이건 너무했다. 읽는 힘들 정도로 너무 오글거려서 책을 절반 밖에 읽지 못했으니 말이다. 혹시 책을 감명 깊게 읽은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정말 대단하다고 존경어린 박수를 (진심으로) 쳐주고 싶다. F 70% 나조차도 시집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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