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에서 만난 사람들 - 모든 사람은 한 편의 드라마다
이언주 지음 / 비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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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서포터즈2기

우리 엄마가 꼽는 자신의 최애 예능 프로그램은 다름 아닌 ‘유퀴즈’다. 보통은 본방송으로는 잘 챙겨보지 못하여 주말에 가족들이랑 OTT(티빙)를 통해 다같이 보곤 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다른 프로그램(지구마불이나 크라임씬 등등)이 방영 중이라면 항상 엄마와의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만큼 유퀴즈는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프로그램일 것이다. 그 이유가 뭘까?

내가 생각하는 답은 바로 다양한 사람들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좋아하는 정세랑 작가가 출연한 회차에서는 그가 소설을 대하는 태도와 이야기를 구상하는 방법 등을 알 수 있어 좋았고, 여행 유튜버 원지와 곽준빈이 출연했을 때는 그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나 또한 가슴이 무너지듯 펑펑 울었더랬다. (책에는 곽준빈 이야기는 없음)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 당사자에게서 직접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유퀴즈가 잘 나가는 이유인 듯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유퀴즈에 나온 사람들을 바라보는 프로그램 작가의 시선에서 쓰였기 때문에 티비 프로그램과는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때문에 평소에 유퀴즈를 즐겨 보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 또한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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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코스 창작론
미우라 시온 지음, 김다미 옮김 / 비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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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서포터즈2기

<풀코스 창작론>은 지금까지 읽어본 여러 작법서들 중 가장 좋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책이었다. ‘코스 요리’에 빗대어 단계별로 소설 창작에 대한 접근법을 알려주는 가이드라인과도 같으면서도 동시에 세세한 부분까지 짚어준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더불어 이 책의 저자가 여러 문학상의 심사위원을 맡아본 소설가이면서도, 여러 문학상을 실제로 수상하기도 한 소설가라는 점은 이 책의 신뢰도를 한층 더 끌어올릴 것이다.



부끄럽지만 고백을 하나 해보자면, 나는 언젠가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단편 소설 몇 편을 써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문예창작에 대한 아무런 지식 없이 무대포(?)로 들이받다보니 스스로 한계를 느끼고선 중간에 집필을 포기하기도 하였다. 근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어떤 지점에서 부족했는지, 어떤 부분에서 망설이기만 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는지를 조금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점을 이곳에 적어보면서 이 책에 대한 찬양(?)을 이어갈까 한다.



🗣 이야기의 영감이 떠오르는 방식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1. 등장인물 간의 대화, 처한 상황 등이 떠오른다.
  2. 등장인물에 관한 정보나 내용이 아닌 어떤 감정이나 작품의 분위기, 주제 같은 것이 떠오른다. (22p)



내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보통 어떠한 ‘플롯’이 먼저 떠오른다. ‘~~~한 이야기가 일어난다면?’같은 질문이 머릿속에 갑자기 뿅 하고 등장할 때가 있다. 이런 걸 보면 저자가 설명한 위의 두 경우 중 전자에 해당하는 듯하다. 그런데 저자는 전자의 경우 떠오른 대화나 작중 상황이 작품의 도입부에 위치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떠오른 상황이 작품의 핵심일텐데 이를 중반 이후가 아닌 초반에 배치한다면 이후의 이야기에 진전이 전혀 없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혹시 내가 쓴 소설을 읽어본 건가?’ 싶을 정도로 뜨끔했던 대목이었다.



저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등장인물의 성격과 생각, 생활 등을 구체적으로 상상해서 이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한 , 머릿속에 떠오른 핵심적인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신상에 결정적인 파멸 또는 회복이 일어나게 하는 에피소드를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러므로 핵심 상황을 작품의 중반 이후에 배치될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점을 읽으니 내가 그동안 소설을 쓰다가 포기했는지 있었다. 이러한 외에도 책에는 초보 소설가로써 알아야할 필수적인 충고와 교훈들이 가득 담겨있으니, 소설을 한번쯤은 써볼 생각을 해본 사람들은 책을 !!!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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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인드 (10만 부 기념 코멘터리 북) - 무의식이 이끄는 부의 해답
하와이 대저택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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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답하라7기

나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사실 싫어한다고 말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웅답하라 서포터즈 7기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읽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지원하여 이 책을 읽게 되었고, 그렇게 나는 다시 한번 이 책을 통해 왜 내가 자기계발서와 맞지 않는지 깨달았다. 그 이유를 이곳에 조금 적어볼까 한다.



위 문장을 보고 나는 확실히 깨달았다. 나는 ‘부’에 욕망이 없다는 것을… 물론 돈 많이 벌면 좋을 것이다. 부유하고 넉넉하게 살면 아주 윤택한 삶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을 보면 그만큼 돈을 벌기 위해 들여야 하는 삶의 시간 또한 많아야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아니, 전부가 그랬던 것 같다. 떵떵 거리면서 돈을 무수히 많이 벌어들이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고, 거의 대부분은 버는 돈에 비례하여 시간을 소진해야 하는 경우였다. (글을 쓰면서 예시로 사교육 일타 강사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러나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건강을 해치고 시간을 소비하며 돈을 쓸어담듯 버는 것 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을 살고 싶다. 특출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그냥 무난하고 평범하게 ‘나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싶은 것이다. 내 인생의 목표는 ‘돈’이 아니다. 내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다. 행복에 이르기 위한 수단이 ‘돈’이 될 수는 있지만, 그보단 일단 지금 내 심정으로는 ‘원하는 일’을 하고 여가를 즐기며 그저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 아직 철없는 대학생의 비현실적인 생각일까?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나 또한 절로 ‘돈’을 우선순위로 올리게 될까? 만약 그러하다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 싶다. 아직 이십대 중반의 젊은 나이인 나는,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이것저것 경험해보고 싶다.

그래서 내가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내게는 방법론적인 측면보다도 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 필요한 것 같다. 즉, ‘어떻게 성공하는가’ 보다 ‘왜 성공해야 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달까? 혹은 어떻게 성공하는가에 대한 책이라 하더라도, 나는 다양한 삶의 방식에 맞는 성공 이야기들을 보고 싶다. 그러나 시중에 널리고 널린 자기계발서는 모두 ‘경제적 부’의 개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를 위해 ‘자기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만 말하고 있어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느꼈던 것이다.

이 책 또한 ‘무의식이 이끄는 부의 해답’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만큼 이 책은 부자가 되기 위한 마음가짐에 대해서 다루고 있고, ‘부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는’ 나에겐 이 책이 와닿지 않았다. 경제적 측면만을 다루는 것보다 그를 넘어서 훨씬 더 다층적인 성공을 다루는 자기계발서가 있다면, 제발 내게 추천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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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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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서포터즈2기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는 시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나를 시의 세계로 입문시켰던 나의 인생 시집 <슬픔이 택배로 왔다>를 쓴 정호승 시인님의 수필집이다. 원래 에세이 및 수필을 잘 읽지 않는 편이었음에도, 역시 정호승은 정호승이었다. 정호승 시인이 쓴 시 한 편과 그에 대한 배경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은, 시인님만의 생각과 소소한 일상들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고 아름답기까지 한 문장들로 쓰여 있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대를 만나러 팽목항으로 가는 길에는 아직 길이 없고

그대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아직 선로가 없어도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푸른 바다의 길이 하늘의 길이 된 그날

세상의 모든 수평선이 사라지고

바다의 모든 물고기들이 통곡하고

세상의 모든 등대가 사라져도

나는 그대가 걸어가던 수평선의 아름다움이 되어

그대가 밝히던 등대의 밝은 불빛이 되어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한배를 타고 하늘로 가는 길이 멀지 않으냐

혹시 배는 고프지 않으냐

엄마는 신발도 버리고 그 길을 따라 걷는다

아빠는 아픈 가슴에서 그리움의 면발을 뽑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어주었는데

친구들이랑 맛있게 먹긴 먹었느냐

그대는 왜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것인지

왜 아무리 보고 싶어 해도 볼 수 없는 세계인지

그대가 없는 세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잊지 말자 하면서도 잊어버리는 세상의 마음을

행여 그대가 잊을까 두렵다

팽목항의 갈매기들이 날지 못하고

팽목항의 등대마저 밤마다 꺼져가도

나는 오늘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

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시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전문

시의 일부만을 옮겨 적고 싶었지만, 도저히 어느 하나 자르지 못하겠어서 결국 전문을 올린다. 처음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이 시를 읽었을 땐 그저 ‘이별’의 마음을 담은 시겠거니 하며 특별한 감정을 따로 느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시에 대한 글을 읽고선 무거운 충격을 받았다. 바로 이 시는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한 추모시였던 것이다. 이를 알고 다시 시 구절을 곱씹어보면 다르게 읽히는 지점들이 눈에 띈다. 이를테면,

‘푸른 바다의 길이 하늘의 길이 된 그날’

‘한배를 타고 하늘로 가는 길이 멀지 않으냐’ 등의 구절은 이 시가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을 알 수 있고,

‘잊지 말자 하면서도 잊어버리는 세상의 마음을 / 행여 그대가 잊을까 두렵다’는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결국은 이 사건을 잊어버릴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적은 것으로 다시 읽혔다.

좋은 시구들, 그리고 또 좋은 문장들이 이 책에는 많았지만 어쩐지 가장 내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는 시와 수필은 이것이었다. 단순히 ‘슬프다’고 말하기엔 표현이 너무 가벼운 듯하여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라는 시인의 표현을 빌려 나의 감정을 대신 적는다. 시간이 오래 흘렀지만, 잊지 말자. ‘이기와 탐욕에 배불러 안일과 이익만 추구하는 우리 사회에 의해 희생당한’ 이들을. ‘오늘의 대한민국에 사는 나를 대신해서 희생된’ 이들을 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단원고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시간은 멈춰야 하는데 여전히 달은 뜨고 꽃은 핀다. 지는 꽃은 봄이 오면 다시 피어나지만 아이들은 봄이 와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환히 웃는 얼굴로 너무 늦게 돌아와서 미안하다고, 애간장을 태워서 죄송하다고 엄마 품에 덥석 안기면 얼마나 좋을까.

8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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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0
이장욱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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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서포터즈

이장욱 작가는 소설가인 동시에 시인이다. 시도 쓰고 소설도 쓰시는 분이라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은 어쩐지 소설 보다는 산문시를 읽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이 책의 줄거리를 요약하기란 힘들다. 명확한 사건 내지는 갈등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인물들이 그 떠난 사람을 추억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있다. 그러므로 이 작품에는 회상과 묘사가 전부이다. 이러한 내용에 ‘시인’으로서의 시적 표현들이 들어있으니, 더더욱 소설이 아닌 산문시로 읽히는 까닭인 듯하다.

모수의 유품은 많지 않았다. 뭐든 간소한 사람이었다. 인생에 많은 물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많은 감정도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몸이 큰 편이어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할 텐데도 어쩐지 삶 자체가 소규모였다.

80p

소설 속 주인공 ‘연’은 남편 ‘모수’를 잃은 뒤 그를 추모하고 회상한다. 그리워하긴 하는 걸까? 슬프기는 한걸까? 모수를 떠올리는 연의 태도는 시종일관 담담하기 때문에 애절하다거나 처연하다는 감정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그저 모수를 생각할 뿐이다. 아니, 중얼거릴 뿐이다. 어쩌면 무채색 같은 연의 담담한 태도가 모수를 추모하는 그녀만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예상하던 일이 일어나면 사람은 예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을 덜 받는다. 예상을 성실하게 하면 어떤 일이든 생각보다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데 이런 건 모수가 생전에 했던 말이었다. 죽음은 그렇지 않을 텐데. 예상을 아무리 해도 죽음은 그렇지 않을 텐데.

81p

그리고 또다른 인물 ‘천’이 있다. 이 인물은 연극 배우로 얼마 전 연인이었던 아나운서 ‘한나’와 이별을 겪었다. 한나는 천에게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하며 그를 떠나버렸고, 천은 그 말을 계속해서 곱씹으며 생각에 잠긴다. 독자들은 천이 사유하는 흐름을 따라가며 그의 내면으로 유유히 가라앉는 기분이 들 것이다. 이 또한 보통의 소설에서는 찾기 힘든 감각이다.

천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이미 혼자 있는 시간이 충분한데, 한나 역시 그건 마찬가지일 텐데, 인간에게는 혼자 있는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가. 천은 침울한 생각에 잠겼다.

98p

서사성과는 거리가 있는 이 소설이 누군가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문장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읽다 보면, 그 담담한 문체로부터 비롯되는 여운과 감동에 잠길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소설보다는 시를 읽을 때 느끼곤 하는 감각인데, 이 작품에서 그러한 감상을 느끼니 색다르고 신선한 재미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중에 널리고 널린 가볍고 자극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 가끔은 담담하고 깊이 있는 여운에 빠져드는 것도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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