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풀코스 창작론
미우라 시온 지음, 김다미 옮김 / 비채 / 2024년 1월
평점 :
#비채서포터즈2기
<풀코스 창작론>은 지금까지 읽어본 여러 작법서들 중 가장 좋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책이었다. ‘코스 요리’에 빗대어 단계별로 소설 창작에 대한 접근법을 알려주는 가이드라인과도 같으면서도 동시에 세세한 부분까지 짚어준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더불어 이 책의 저자가 여러 문학상의 심사위원을 맡아본 소설가이면서도, 여러 문학상을 실제로 수상하기도 한 소설가라는 점은 이 책의 신뢰도를 한층 더 끌어올릴 것이다.
부끄럽지만 고백을 하나 해보자면, 나는 언젠가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단편 소설 몇 편을 써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문예창작에 대한 아무런 지식 없이 무대포(?)로 들이받다보니 스스로 한계를 느끼고선 중간에 집필을 포기하기도 하였다. 근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어떤 지점에서 부족했는지, 어떤 부분에서 망설이기만 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는지를 조금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점을 이곳에 적어보면서 이 책에 대한 찬양(?)을 이어갈까 한다.
🗣 이야기의 영감이 떠오르는 방식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 등장인물 간의 대화, 처한 상황 등이 떠오른다.
- 등장인물에 관한 정보나 내용이 아닌 어떤 감정이나 작품의 분위기, 주제 같은 것이 떠오른다. (22p)
내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보통 어떠한 ‘플롯’이 먼저 떠오른다. ‘~~~한 이야기가 일어난다면?’같은 질문이 머릿속에 갑자기 뿅 하고 등장할 때가 있다. 이런 걸 보면 저자가 설명한 위의 두 경우 중 전자에 해당하는 듯하다. 그런데 저자는 전자의 경우 떠오른 대화나 작중 상황이 작품의 도입부에 위치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떠오른 상황이 작품의 핵심일텐데 이를 중반 이후가 아닌 초반에 배치한다면 이후의 이야기에 진전이 전혀 없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혹시 내가 쓴 소설을 읽어본 건가?’ 싶을 정도로 뜨끔했던 대목이었다.
저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등장인물의 성격과 생각, 생활 등을 구체적으로 상상해서 이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한 후, 머릿속에 떠오른 핵심적인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신상에 결정적인 파멸 또는 회복이 일어나게 하는 에피소드를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러므로 핵심 상황을 작품의 중반 이후에 배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 점을 읽으니 내가 그동안 왜 소설을 쓰다가 포기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점 외에도 이 책에는 초보 소설가로써 꼭 알아야할 필수적인 충고와 교훈들이 가득 담겨있으니, 소설을 한번쯤은 써볼 생각을 해본 사람들은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