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일부만을 옮겨 적고 싶었지만, 도저히 어느 하나 자르지 못하겠어서 결국 전문을 올린다. 처음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이 시를 읽었을 땐 그저 ‘이별’의 마음을 담은 시겠거니 하며 특별한 감정을 따로 느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시에 대한 글을 읽고선 무거운 충격을 받았다. 바로 이 시는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한 추모시였던 것이다. 이를 알고 다시 시 구절을 곱씹어보면 다르게 읽히는 지점들이 눈에 띈다. 이를테면,
‘푸른 바다의 길이 하늘의 길이 된 그날’
‘한배를 타고 하늘로 가는 길이 멀지 않으냐’ 등의 구절은 이 시가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을 알 수 있고,
‘잊지 말자 하면서도 잊어버리는 세상의 마음을 / 행여 그대가 잊을까 두렵다’는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결국은 이 사건을 잊어버릴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적은 것으로 다시 읽혔다.
좋은 시구들, 그리고 또 좋은 문장들이 이 책에는 많았지만 어쩐지 가장 내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는 시와 수필은 이것이었다. 단순히 ‘슬프다’고 말하기엔 표현이 너무 가벼운 듯하여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라는 시인의 표현을 빌려 나의 감정을 대신 적는다. 시간이 오래 흘렀지만, 잊지 말자. ‘이기와 탐욕에 배불러 안일과 이익만 추구하는 우리 사회에 의해 희생당한’ 이들을. ‘오늘의 대한민국에 사는 나를 대신해서 희생된’ 이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