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 아일랜드
김유진 지음 / 한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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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 하나만을 두고 벌어지는 서바이벌 생존기… 라기 보다는 ‘센트 아일랜드’라는 향기 산업 연구 단지의 인턴 사원이 되기 위한 주인공의 고군분투기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7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차 필기시험에 합격한 주인공 ‘다린’은 2차 실기 시험을 치르기 위해 센트 아일랜드에 직접 오게되며 많은 일들을 마주하게 된다.

어찌되었든 주변 친구들과 경쟁을 통해 최종 5인이라는 합격자 명단 안에 들어야하는 싸움을 그리고 있으므로 ‘서바이벌’이라 칭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류의 소재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내 인생 예능 프로그램도 ‘더 지니어스’일 정도다.) 애초에 뛰어난 문학성을 지닌 작품을 읽을 기대를 하고서 독서를 시작한 책이 아니라, 읽는 시간동안 만큼은 가볍고 재밌게 온전히 이야기 속으로 몰입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하고 읽었으므로, 나는 이 책이 무척이나 재밌었다. 더군다나 요즘 들어 철학책이나 어려운 고전들을 읽게 되었던 지라, 더더욱 이런 책이 내게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이다. 즉, 나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킬링타임용 책을 찾는 사람들에겐 이 책을 꼭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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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런 제닝스 지음, 권경희 옮김 / 비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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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서포터즈2기

솔직히 ‘비채 서포터즈’로 활동하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읽어보지 않았을 책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비채 서포터즈로 활동하길 얼마나 잘했는지 모른다. 아프리카 문학, 그것도 식민지 시대의 아프리카를 다룬 문학 작품을 읽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그만큼 이 작품이 너무도 좋았다는 뜻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일흔 살의 노인 ‘새뮤얼’이다. 그는 아무도 없는 외딴 섬 하나를 홀로 지키는 등대지기 일을 20여년 간 도맡아왔다. 그러던 중 해안가에 시체 한 구가 떠밀려 온 걸 확인한 그는, 그것이 시신이 아닌 ‘아직 살아있는’ 어느 남성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오두막으로 데려오게 된다. 사실 그는 불법 입국을 시도했다가 사고를 당하여 이곳으로 떠밀려오게 된 난민이었고, 새뮤얼이 그를 마주하며 일어나는 나흘 간의 일을 이 소설은 다루고 있다.

여기까지의 내용 설명만 듣고서 혹시 ‘낯선 불청객의 침입으로 인해 벌어지는 불미스러운 일을 다룬 스릴러’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사실 이 소설의 주된 서사는 새뮤얼이 그를 마주하며 회상하는 새뮤얼 자신의 과거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독재 정치 하에서 정치범으로 몰려 교도소에 오랜 기간 복역하게 된 것부터 가족을 잃었던 비참함과 착잡한 감정 등, 식민지 아프리카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려는 남아공 출신 작가의 노력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단순히 식민 통치 시대의 고통을 보여주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다시금 현재 서사로 돌아와 이방인 남자와 새뮤얼 간의 따스한 위안과 연대 또한 행복한 마음으로 와닿는다. 좋은 책은 널리 알려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필히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해보인다. 흔하디 흔한 힐링 소설이나 힐링 에세이들이 릴스에 널릴 게 아니라, 이런 작품 이런 수작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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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 - 신화에 가려진 여자
제시 버튼 지음, 올리비아 로메네크 길 그림, 이진 옮김 / 비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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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서포터즈2기

유명한 설화나 신화, 고전 민담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새롭게 재탄생한 작품들이 최근 많이 보인다. 얼마 전 읽은 박서련 작가의 <폐월 : 초선전>부터 메들린 밀러의 <아킬레우스의 노래>와 <키르케> 등등. 이번에 읽은 <메두사> 또한 ‘신화에 가려진 여자’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된 신작 소설이다. 그 유명한 그리스 신화의 악역(?) ‘메두사’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인 것이다. 이렇듯 잘 알려진 이야기를 각색하여 새로운 이야기로 탈바꿈하는 작품들이 요즘 흔하게 보이는데,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익숙한 이야기에서 보장되는 재미’이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다 알 정도로 유명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단지 그 이야기들이 워낙 오래되다보니 시대적 분위기와 맞지 않아 불편함을 유발하는 지점이 있어 그런 부분들을 새롭게 각색하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품들이 많은 것도 바로 그 탓일 거다. 즉 어느 정도 보장된 재미를 갖고 가면서 동시에 현대적 시각의 신선함까지 얻을 수 있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말이다.

이번에 읽은 <메두사> 역시 그렇다. 그 유명한 그리스 로마 신화의 ‘메두사’ 신화를 재창작하였다. 메두사의 목을 베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영웅 ‘페르세우스’의 시점이 아닌, 정말 메두사 그 자체를 주인공으로 한 1인칭 시점으로 말이다. 메두사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메두사 신화는 어떨까, 책을 읽기 전부터 호기심이 가득했고 읽으면서도 역시 신선한 재미가 매력있는 작품이라 생각되었다. 특히 페르세우스와 메두사의 관계를 단순히 대척되는 것으로만 보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그러했다.

그렇지만, 원작이 있는 이야기를 각색한다는 것은 보장된 재미를 위협하는 커다란 위험 또한 따른다고도 생각한다. 그 유명한 <재벌집 막내아들>을 예로 들자면, 처음부터 결말 직전까지는 완벽하게 잘 달리다가 마지막에 원작과는 다른 결말을 택하는 바람에 온갖 시청자들의 욕을 바가지로 먹지 않았는가. 원작이 유명하다는 건 그만큼 그 작품에 대한 팬층이 두텁다는 뜻이고, 그는 곧 재창작되는 작품에 대한 잣대가 높이 설정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여 기존 팬들의 기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거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보장된 재미는 커녕 오히려 혹평만을 받고서 쓸쓸하게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작품 역시 그러했다. 내가 알고 있던 기존 메두사 신화의 결말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그리고 그 점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아쉬웠고 작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을까. 초중반의 이야기 전개를 잘 빌드업 쌓아놔서 더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결말이었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원작 결말을 그대로 따라가는 이야기였다면 이 작품 전체가 더욱 애절하고 아련한 여운으로 기억되지 않았을까 싶다. (스포일러 될까 더이상 결말 얘기는 생략)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오히려’ 추천하고 싶다. 나와는 다르게 이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분명 역으로 원작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들 또한 있을 거라 생각되니 말이다. 이야기는 분명 재밌으니, 그리스 신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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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이웃
서수진 지음 / 읻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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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나리3기

오랜만에 아주 재미있게 읽은 한국 소설을 한 권 소개해볼까 한다. 근래에 들어서는 어째서인지 해외문학만을 계속 읽어나갔던 것 같은데, 잠깐동안 멀어졌던 한국문학과의 사이가 <다정한 이웃>을 통해 다시 가까워진 듯한 기분이 든다.

소설에는 네 커플, 총 여덟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등장인물이 많다고 생각되는가? 그렇다고 해서 인물관계도를 그릴 필요까지는 없다. 작품 속에서 인물들의 개성이 또렷하게 그려져있기 때문이다. 지금 말하는 ‘개성’이라 함은 단순히 인물들의 성격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매우 선명하다는 점을 말한다.

이야기는 ‘후이’라는 인물의 실종으로 시작된다. 후이의 아내 ‘도은’은 후이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숨기려 하지만 오지랖이 넓은 이웃 ‘한나’는 실종신고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한나는 이 생각을 ‘미아’에게 말하자 오히려 크게 화를 내며 신고를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와중에 후이의 옆집에 사는 ‘애슐리’는 사실 후이와 연락이 계속 닿고 있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관계들 중 일부만을 나열했는데도 어질어질하다. 그만큼 <다정한 이웃>에는 정말 촘촘하게 얽힌 인물들의 관계성을 보는 재미가 뛰어났다. 어쩌면 현실성을 조금은 잃어버린 듯한 느낌에 ‘막장’이라고 할법도 한 이야기지만, 그런 막장이 보장하고 있는 서사적 재미가 또 있지 않은가. 누군가에게는 분명 ‘불호’일 수도 있겠다만, 어쨌든 나는 정말 재밌는 킬링타임용 소설로 이 책을 읽었다.

(덧. 다 읽고나니 구병모 작가의 <네 이웃의 식탁>이 떠올랐다. <네 이웃의 식탁>도 이 작품과 마찬가지로 여러 커플이 등장하고 이들이 모이며 벌어지는 파국을 그리고 있는데, 한 가지 다른 점을 찾자면 <다정한 이웃>이 조금 더 수위가 높고 진한 색채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네 이웃의 식탁>을 재밌게 읽었다면 이 작품 또한 꼭 찾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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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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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팬을 거느린 스타 작가인 것을 절대 부정할 수 없는 하루키지만, 어쩐지 나는 그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노르웨이의 숲> 한 권만을 읽었을 뿐이고, 이 작품은 그가 지금까지 써온 모든 작품들과는 결을 달리 한다는 이야기 또한 숱하게 들어왔지만, 그럼에도 완독했던 유일한 <노르웨이의 숲>이 너무도 나의 감성과 맞지 않아 그의 작품을 계속해서 피해왔더랬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이 작품을 집어 들었고… 드디어, 사람들이 말하는 하루키의 매력이 무엇인지 어느정도 알게 된 것 같다.


<스푸트니크의 연인>은 <노르웨이의 숲>과 마찬가지로 하루키만의 독보적인 감성이 가득 담긴 연애소설이다. 그래서일까, 두 작품 사이에 유사한 설정 및 분위기가 여럿 눈에 띄었다. 이를 테면, ‘보통’과는 거리가 조금 먼 여자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 그 여성을 몹시 사랑하는 남자 주인공의 시점으로 소설이 전개된다는 점 등등.


<노르웨이의 숲>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소설 속 인물들의 행동이나 심리에 온전히 공감하고 몰입하여 읽을 수는 없었다. 나와는 너무 다른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실종된 여자 주인공을 찾기 위해 물심양면 노력하는 모습과 그녀의 흔적을 하나하나 따라가는 심리를 하루키는 그만의 문체로 차분하고 섬세하게 묘사해나갔다. 그 점을, <노르웨이의 숲>을 읽을 때는 알아차리지 못한 그 부분을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읽으면서는 충분히 음미할 수 있었다.

그때 난 이해할 수 있었어요. 우리는 멋진 여행을 함께 하고 있지만 결국 각자의 궤도를 그리는 고독한 금속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멀리서 보면 유성처럼 아름답게 보이지만 실제 우리는 각자 그 틀 안에 갇힌 채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죄수 같은 존재에 불과해요. 두 개의 위성이 그리는 궤도가 우연히 겹칠 때 우리는 이렇게 얼굴을 마주볼 수 있고 어쩌면 마음을 풀어 합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잠깐의 일이고 다음 순간에는 다시 절대적인 고독 속에 있게 되는 거예요. (188p)

단순히 연애 심리 뿐만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대해 고민을 하고 깨달음을 얻는 철학적인 문장들 또한 좋았다. 왜 다들 하루키가 좋다고 하는지, 이제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이전에는 별로였던 <노르웨이의 숲>도 다시 읽어보고 싶고, 그의 다른 유명한 작품들도 찾아 읽어보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작품 같은 작가를 두고도 감상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건, 그만큼 나 또한 많이 달라졌음을, 그것도 좋은 방향으로 성장한 것으로 받아들이련다. 오늘은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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