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두사 - 신화에 가려진 여자
제시 버튼 지음, 올리비아 로메네크 길 그림, 이진 옮김 / 비채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채서포터즈2기

유명한 설화나 신화, 고전 민담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새롭게 재탄생한 작품들이 최근 많이 보인다. 얼마 전 읽은 박서련 작가의 <폐월 : 초선전>부터 메들린 밀러의 <아킬레우스의 노래>와 <키르케> 등등. 이번에 읽은 <메두사> 또한 ‘신화에 가려진 여자’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된 신작 소설이다. 그 유명한 그리스 신화의 악역(?) ‘메두사’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인 것이다. 이렇듯 잘 알려진 이야기를 각색하여 새로운 이야기로 탈바꿈하는 작품들이 요즘 흔하게 보이는데,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익숙한 이야기에서 보장되는 재미’이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다 알 정도로 유명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단지 그 이야기들이 워낙 오래되다보니 시대적 분위기와 맞지 않아 불편함을 유발하는 지점이 있어 그런 부분들을 새롭게 각색하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품들이 많은 것도 바로 그 탓일 거다. 즉 어느 정도 보장된 재미를 갖고 가면서 동시에 현대적 시각의 신선함까지 얻을 수 있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말이다.

이번에 읽은 <메두사> 역시 그렇다. 그 유명한 그리스 로마 신화의 ‘메두사’ 신화를 재창작하였다. 메두사의 목을 베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영웅 ‘페르세우스’의 시점이 아닌, 정말 메두사 그 자체를 주인공으로 한 1인칭 시점으로 말이다. 메두사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메두사 신화는 어떨까, 책을 읽기 전부터 호기심이 가득했고 읽으면서도 역시 신선한 재미가 매력있는 작품이라 생각되었다. 특히 페르세우스와 메두사의 관계를 단순히 대척되는 것으로만 보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그러했다.

그렇지만, 원작이 있는 이야기를 각색한다는 것은 보장된 재미를 위협하는 커다란 위험 또한 따른다고도 생각한다. 그 유명한 <재벌집 막내아들>을 예로 들자면, 처음부터 결말 직전까지는 완벽하게 잘 달리다가 마지막에 원작과는 다른 결말을 택하는 바람에 온갖 시청자들의 욕을 바가지로 먹지 않았는가. 원작이 유명하다는 건 그만큼 그 작품에 대한 팬층이 두텁다는 뜻이고, 그는 곧 재창작되는 작품에 대한 잣대가 높이 설정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여 기존 팬들의 기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거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 보장된 재미는 커녕 오히려 혹평만을 받고서 쓸쓸하게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작품 역시 그러했다. 내가 알고 있던 기존 메두사 신화의 결말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그리고 그 점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아쉬웠고 작가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을까. 초중반의 이야기 전개를 잘 빌드업 쌓아놔서 더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결말이었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원작 결말을 그대로 따라가는 이야기였다면 이 작품 전체가 더욱 애절하고 아련한 여운으로 기억되지 않았을까 싶다. (스포일러 될까 더이상 결말 얘기는 생략)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많은 사람들에게 ‘오히려’ 추천하고 싶다. 나와는 다르게 이 결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분명 역으로 원작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들 또한 있을 거라 생각되니 말이다. 이야기는 분명 재밌으니, 그리스 신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