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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캐런 제닝스 지음, 권경희 옮김 / 비채 / 2024년 8월
평점 :
#비채서포터즈2기
솔직히 ‘비채 서포터즈’로 활동하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읽어보지 않았을 책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비채 서포터즈로 활동하길 얼마나 잘했는지 모른다. 아프리카 문학, 그것도 식민지 시대의 아프리카를 다룬 문학 작품을 읽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그만큼 이 작품이 너무도 좋았다는 뜻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일흔 살의 노인 ‘새뮤얼’이다. 그는 아무도 없는 외딴 섬 하나를 홀로 지키는 등대지기 일을 20여년 간 도맡아왔다. 그러던 중 해안가에 시체 한 구가 떠밀려 온 걸 확인한 그는, 그것이 시신이 아닌 ‘아직 살아있는’ 어느 남성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오두막으로 데려오게 된다. 사실 그는 불법 입국을 시도했다가 사고를 당하여 이곳으로 떠밀려오게 된 난민이었고, 새뮤얼이 그를 마주하며 일어나는 나흘 간의 일을 이 소설은 다루고 있다.
여기까지의 내용 설명만 듣고서 혹시 ‘낯선 불청객의 침입으로 인해 벌어지는 불미스러운 일을 다룬 스릴러’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사실 이 소설의 주된 서사는 새뮤얼이 그를 마주하며 회상하는 새뮤얼 자신의 과거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독재 정치 하에서 정치범으로 몰려 교도소에 오랜 기간 복역하게 된 것부터 가족을 잃었던 비참함과 착잡한 감정 등, 식민지 아프리카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려는 남아공 출신 작가의 노력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단순히 식민 통치 시대의 고통을 보여주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다시금 현재 서사로 돌아와 이방인 남자와 새뮤얼 간의 따스한 위안과 연대 또한 행복한 마음으로 와닿는다. 좋은 책은 널리 알려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필히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해보인다. 흔하디 흔한 힐링 소설이나 힐링 에세이들이 릴스에 널릴 게 아니라, 이런 작품 이런 수작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