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들리와 그레이스
수잔 레드펀 지음, 이진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들리와 그레이스> - 수잔 레드펀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출판사에서 연락을 주실 때, 영화 ‘달마와 루이스’가 생각나는 여성 서사를 다룬 작품이라고 이 책을 설명하셨다. 책을 받아보니 뒷표지에도 그렇고 작품 중간에도 ‘달마와 루이스’가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부분이 있다. 애석하게도 ‘달마와 루이스’라는 영화를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유튜브에 널리고 널린 영화 소개 채널에서 ‘달마와 루이스’를 15분 가량으로 깔끔하게 압축해놓은 영상을 보는 것으로 영화 감상을 대체하였다. 확실히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두 작품(영화와 책)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긴 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나는 자꾸만 영화 ‘킹스맨’이 떠올랐다.

.

영화 ‘달마와 루이스’와 내용적인 측면에서 비슷하다고 말한 이유는, 두 여성의 도주극(?)과 연대를 다루었기 때문이었다. 남편 ‘프랭크’로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아내 ‘하들리’와, 동일인물 ‘프랭크’의 밑에서 비서로 일하다가 토사구팽 당할 위기에 처하는 ‘그레이스’는 우연히 같은 시간에 프랭크의 사무실에서 만나 금고를 털어 그 안에 있던 엄청난 돈을 들고 본격적인 도주를 시작한다. 애석하게도 그 돈은 출처가 더러웠기 때문에 (마약 사업 등의 불법적인 돈이었다) FBI에서 출처를 주시하고 있었으므로, 두 여성은 FBI에게 추적을 당하기 시작하며 이야기는 극적으로 진행된다.

.

여기서 내가 영화 ‘킹스맨’이 떠올랐던 이유를 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영화 ‘킹스맨’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는다. (1편은 그래도 괜찮았는데 2,3편은 도통…) 그 이유를 가장 최근에 상영했던 3편을 두고 설명해보자면, 개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다시 말해 납득이 가지 않는 전개를 정말 싫어하는데 3편에 그런 전개가 많이 나왔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다리 부상이 메인 빌런의 초자연적 능력으로 갑자기 치유된다든지, 아들이 신분을 바꿔치기해서 전쟁에 참전한다든지, 그러다가 또 갑자기 죽는다든지(어떻게 죽는지 말 안했으므로 스포 아님) 등등… 영화관에 같이 갔던 친구들은 그게 ‘킹스맨’의 매력이라고 말해주었지만, 그럼에도 기분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

이렇듯 ‘느닷없는’ 전개 방식이 <하들리와 그레이스>에서도 등장한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하기 위해 몇 가지만 말해보자면, 두 여성을 추적하던 FBI 요원 ‘마크’가 역으로 둘에게 납치를 당한다(?!). 여성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우람한 덩치에 근육질 몸매로 묘사되는 FBI 현장 요원이라면 무장 강도 둘은 그냥 때려잡을 수 있을 정도로 지독한 훈련을 받았을 터인데, 너무 허무하게 둘에게 납치되는 게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러다가 심지어 이 ‘마크’라는 요원은 ‘하들리’와 갑자기, 정말 느닷없이 사랑을 나눈다(?!?!). 이게 무슨 전개람……?하는 심정으로 계속 읽었던 것 같다.

.

이렇듯 너무 당황스럽고 개연성 없는 전개를 보니 영화 ‘킹스맨’이 떠올랐던 것이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감상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이런 전개를 받아들일 수도 있고, 혹은 타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와는 맞지 않았을 뿐. 하지만 작품 자체는 가독성이 정말 좋아 페이지를 빠르게 넘길 수 있었다. (그런 부분마저 ‘킹스맨’과 비슷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달마와 루이스’ 혹은 ‘킹스맨’을 재밌게 보았던 사람들에게는 이 작품 <하들리와 그레이스>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 벵하민 라바투트

.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는 ‘논픽션소설’이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게 무슨 궤변인가 싶었다. ‘논픽션’과 ‘소설’이라는 상극의 두 단어는 한 어절 내에서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니, ‘논픽션소설’이라는 단어보다 더 정확하게 이 작품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 등 유수한 과학자들의 연구 및 이론 등의 ‘사실’을 바탕으로 그들의 일생이라는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덧붙여 그 연구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던 이유를 설명하는 이 작품이 완성되었다. 그러므로 객관적 사실에 소설적 허구를 더했다는 측면에서 ‘논픽션소설’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

5개의 중단편 중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은 아무래도 ‘양자역학’과 관련된 표제작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이다. 이해하기 너무 어려웠고 아직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 책을 통해 받아들인 양자역학을 설명해보자면, 양자역학은 자기 모순적인 개념이다. 우리는 모두 양자로 이루어져 있고 양자는 모든 것이 될 수 있지만, 아무런 조직없이 움직이므로 예측이 절대 불가능한 개념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을 비롯한 수많은 생물들이 그들로써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오로지 ‘운’ 때문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인간)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즉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운’ 때문이란 걸 간과하면 매우 끔찍하고 참혹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마치 전쟁처럼.

.

🗣 그것은 물질 자체에 관계된 것이고, 만물이 창조되는 방식을 지배하는 원리이며, 어떤 현상이 완벽하게 정의된 특징들을 한꺼번에 가질 가능성을 배제하는 듯하다는 것이었다. 그의 애초 직관은 옳았다. 양자의 실체를 ‘보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는 양자가 단일한 정체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유에서다. 양자의 성질들 중 하나를 규명하면 다른 것이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양자계를 기술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림도 은유도 아니라 숫자의 집합이다. (216-217p)

.

양자역학도 너무 어려운데 이 작품에는 양자역학 외에도 많은 과학적 지식들이 숱하게 등장한다. 때문에 읽으면서 ‘과학’이라는 어둡고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발버둥치는 ‘문과생’이라는 순한 양이 된 기분이 들었다. 이과적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한 점 부끄럼 없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건만, 처음으로 나의 과문함에 대한 통탄의 심정이 들었다.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과학적인 지식이 있었더라면, 이 작품을 조금 더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아쉬운 마음이 든다. 

.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인생을 반추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작품은 과학계에 지각 변동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성취를 일구어낸 과학자들의 서사를 다루고 있는데, 이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노인과 바다>에서 청새치 한마리를 잡기 위해 몇달 가량 온몸과 온마음을 다 바치는 노력 끝에 결국 잡아내고야 마는 산티아고 할아버지의 모습이, 광기 어린 집착과도 같은 노력을 통해 세상의 통념을 뒤집어 엎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던 과학자들의 모습에서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은 과학적 지식이 일절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느끼고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살아가면서 이 정도의 혹은 반의 반 정도의 노력을 한번이라도 해보았는지, 노력없는 대가를 바라지는 않았는지를 반성하게 만드는 교훈을 선사하는 이 책을, 이과 문과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건네고 싶다.

.

🗣 (전략) 슈바르츠실트는 신들린 사람처럼 일하며 논문을 쏟아냈다. 복사에 의한 항성 간 에너지 이동을 분석하고 태양 대기의 평형을 연구하고 천체 이동 속도의 분포를 기술하고 복사 전달을 모델링하는 메커니즘을 제안했다. (중략) 그는 물리학에 만족할 수 없었다. 연금술사들이 추구한 지식과 같은 무언가를 열망했으며 자신조차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긴박감에 휩싸인 채 고투했다. (57p)

.

🗣 그는 필요하다면 몇 시간이든 제 의지대로 자고 일어나 연구에 온 정력을 쏟을 수 있었다. 아침에 개념을 전개하기 시작하여 이튿날 새벽까지 낡은 남포등의 불빛 아래서 눈을 찡그린 채 책상 앞에서 꼼짝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의 친구 이브 라드겔레리는 이렇게 회상한다. “천재와 함께 연구하는 일은 매혹적이었다. 이 단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로텐디크는 다른 어떤 말로도 묘사할 수 없다. 그는 매혹적이면서도 두려웠는데, 그것은 이 남자가 어떤 인간과도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93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하야미 카즈마사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8월
평점 :
품절


<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 하야미 가즈마사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지사 '서점'이라는 공간을 좋아할거고, 더불어 출판계가 불황이라는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때문에 서점을 배경으로 하는 에세이나 소설들을 읽다보면 괜시리 짠한 마음이 들고는 한다. <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역시 출판계라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점 직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단순히 출판계의 불황을 넘어서 인간관계의 어려움이나 계약직이라는 처신에서 비롯한 자기한탄 현실적이고도 희망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호불호 갈리지 않고 누구든 쉽게 읽을 있는 작품인 싶다. 또한 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이하 '휴남동 서점') 계속 떠올랐다. 그래서 작품을 비교해가며 리뷰를 이어가고 싶다.

.

'휴남동 서점' 재밌게 읽었었다. 제목과 겉표지만 보고서는 요즘들어 끊임없이 양산되는 '힐링 표방 소설' 하나일 것이라고 추측했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그런 것들보다 조금 깊은 내용이었다. 그러나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배경에서 현실성이 없었다. 서점에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든다던지, 북토크 등의 이벤트들이 항상 성공한다던지, 바리스타로 채용한 아르바이트생한테 최저시급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책정한다던지 등등... 소설 인물들의 서사는 모두 마음 깊이 공감할 있는 현실적인 고민들이었지만, 세계관(?) 자체는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굳이 인스타 피드에 남기지는 않았다.

.

반면에 <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앞서 말한 '출판계의 불황'이라는 가슴 아픈 현실을 그대로 소설에 드러내고 있다. 서점의 매출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나, 대형 서점 등에 밀려 책을 입고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중소 규모의 서점의 처지 등처절한 현실이 너무도 와닿아서 쉽게 몰입할 있었다. 사실 이야기 자체의 깊이는 조금 부족한 편이기는 하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같은 경우에는 작품에서 등장하는 인물 한명한명 모두의 서사가 세심하고 풍부하게 다뤄지고 있는 반면, 작품에서는 그렇지 못한 인물들이 다수 있다. 무언가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캐릭터가 적지 않았던 터라 점이 아쉬웠다. 단순히 '몰입감 있는 재미' 원한다면 작품을 추천하고 싶고, 조금 '깊이있는 서사' 읽고 싶다면 <휴남동 서점> 추천하고 싶다.

.

그러나, 작품에도 마음에 정말 크게 와닿는 문장들이 있었다.

🗣 소설이 지닌 하나는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인생' 추체험할 있다는 점이다. (중략) "요즘은 누구나 자기밖에 모르는 시대잖아. 한순간이라도 자기가 아닌 다름 사람을 상상해볼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소설은 효과가 있지 않을까?" (55p)

읽는 중에서 소설이 90% 나는, 친구들이 책을 읽는 이유를 물을 때면 항상 '재밌으니까'하고 말았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소설' 읽는 이유를 논리정연하게 말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내게 누군가 소설을 읽는 이유를 묻는다면 문장으로 답하고 싶다.

.

🗣 하지만 거기에 절대로 끼어들면 되는 것이 있다. '강요'. 책을 읽고 감명을 받는 것까지는 괜찮다. 그것을 자신에게 적용해 얼마든지 내일을 살아갈 활력소로 삼으면 된다. 그러나 남에게 강요하는 짓만큼은 해서는 된다. 거기에 강요가 개입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오해와 불관용이 생겨나고 세상이 이렇게나 막히는 것이다. (146p)

문장과는 다르게, 문장은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예전의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재밌게 읽었던 책들을 많이 추천하고 다녔는데, 반추해보면 추천이 아니라 강요를 했던 같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착해서 그런지 다들 읽고 재밌다고 말해주긴 했지만, '무조건 읽어야 '라는 식으로 강력하게 말했던 과거의 나를 질책함과 동시에 그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다시는 추천을 넘어선 '강요' 하지 말아야지... 속으로 다짐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 이치조 미사키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다들 인스타그램을 하다보면 최근들어 이 책 광고를 많이 봤을 것이다. 이 책은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후속작으로, 전작의 주연이었던 친구의 남자친구를 좋아했던 여학생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사실 이 작품의 전작은 분위기가 따뜻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의 재미도 있었으므로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그뿐이었다. 예전에 읽었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상위 호환 버전 같은 느낌 정도…? 무언가를 마음 깊이 느꼈다거나 감명 깊게 읽은 건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감상을 적진 않았다.

.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전작의 주인공 커플을 바라보는 친구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내용의 이야기를 책을 읽기 전에 들은 뒤, 시중에 널리고 널린 아주 흔한 삼각관계로 서사를 억지로 이어나간 것 같다는 추측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전작이 너무 흥행하여 2편을 억지로 만든 느낌, 그래서 좋지 못한 인상을 가진 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의 그 인상은 꽤 오래 이어졌다. 전작의 친구 역할이었던 이 작품 속 주인공 ‘와타야 이즈미’가 원래 주인공 ‘가미야 도루’를 이렇게나 깊이 사랑했었나…? (내 기억엔) 전작에서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기 때문에, 역시나 억지로 만들어낸 이야기인 듯 싶었다.

.

그래서 이 작품을 전작과 떼어놓고 생각하려는 노력을 했다. 계속 전작의 이야기가 내 머릿속을 간섭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 작품만 놓고 보면 그다지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는, 괜찮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 이 작품은 죽은 ‘가미야 도루’를 잊지 못하는 ‘와타야 이즈미’와 더불어 그런 여주인공을 끝도 없이 좋아하는 ‘나루세 도루’도 주인공처럼 중요한 인물로 다뤄지는데, 이 ‘나루세’의 심리가 정말 공감이 가질 않았다.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인가. 책을 읽다 보면 거의 맹목적으로 ‘이즈미’를 바라보는 ‘나루세’의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 고백을 거절당하고, 사귀다가 얼마 못가 헤어지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겪게 되면 보통은 그 상대를 잊으려고 들텐데 어째서 이런 서사까지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어쩌면 내가 아직 진정한 사랑 따위 해보지 못한 풋내기이기 때문에 그런 사랑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나는 ‘이즈미’의 심정이든 ‘나루세’의 심정이든 모두 공감하기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

“스튜디오오드리 인스타그램 공식계정(@studio.odr)에서 출간기념 구매인증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정판 제작 굿즈부터 다양하고 푸짐한 경품이 준비되어있으니 책도 읽고 이벤트도 꼭 참여해보세요.”

.

#📚 # #독서 #독후감 #독서기록 #오늘밤세계에서이사랑이사라진다해도 #오늘밤세계에서이눈물이사라진다해도 #이치조미사키 #모모 #서평단 #소설 #장편소설 #로맨스소설 #문학 #종이책 #book #책추천 #소설추천 #베스트셀러 #북스타그램 #책서평 #구매인증이벤트 #이벤트 #도서협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도망자의 고백> - 야쿠마루 가쿠 ⭐️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마음에 와닿는 책을 읽는다는 것이 큰 행복이라는 걸 요즘들어 자주 깨닫는 것 같다. 또한 그런 작품들을 꾸준히 만난다는 것이 큰 행운이자 축복이라는 것도 그렇다. <어느 도망자의 고백>을 읽으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예전에 이 작가의 전작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읽었을 때 그다지 별 감흥이 없었기 때문에 이 작품을 받았을 때도 큰 기대가 없었지만, 정말 재밌게 읽었다. 오랜만에 장르 문학을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동했던 것 같다.

.

뺑소니로 인해 사람을 죽인 범죄를 저지른 ‘마가키 쇼타’와, 그렇게 죽은 아내를 두고 후회하는 남편 ‘노리와 후미히사’ 이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제목에서도 ‘어느 도망자’라는 표현을 썼듯이 뺑소니범을 추적하는 추리소설의 형태를 취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초반부터 대놓고 경찰에 잡혀버린 쇼타의 모습을 보고 나의 예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이 작품은 치열한 추적 과정을 담은 추리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라 한 범죄자의 속죄 서사를 담은 가슴 아픈 작품이었다.

.

사실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작품의 문학성을 따지려 들면 그다지 좋은 평을 할 수는 없겠지만, 장르 문학을 읽을 때에는 이러한 요소들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읽는 것이 보통이지 않은가. 때문에 나도 이 점을 제쳐두고서 이 작품에 대해 말하고 싶다.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한 20대 청년의 암울함과 그런 그를 바라보는 피해자 유족들의 마음 모두가 너무도 잘 와닿았던 소설이었다. ‘범죄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해야한다’는 것보다는 ‘그 누구도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도 좋았다. 소설 속 주인공이 지금의 나와 동년배인지라 그에게 나를 대입하여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생각해볼 수 있었고, 중간중간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에도 아직은 미숙한 인간이기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냥 비난할 수는 없었다.

.

지금같이 최고기온이 30도가 넘어가는 무더운 여름에, 읽는 동안 다른 생각하지 않고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몰입감 좋은 책을 찾는다면 <어느 도망자의 고백>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절대 협찬받아서 억지로 좋은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이전에 나의 피드에 관심이 조금 있었던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나는 협찬받은 책이더라도 재미없으면 재미없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라는 작품을 정말 재밌게 읽었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편지>가 많이 생각났고, 그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가볍게 읽기 좋은 킬링타임용으로, 하지만 완독한 뒤의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을 읽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