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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하야미 카즈마사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8월
평점 :
품절
<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 하야미 가즈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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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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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지사 '서점'이라는 공간을 좋아할거고, 더불어 출판계가 불황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때문에 서점을 배경으로 하는 에세이나 소설들을 읽다보면 괜시리 짠한 마음이 들고는 한다. <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역시 출판계라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서점 직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단순히 출판계의 불황을 넘어서 인간관계의 어려움이나 계약직이라는 처신에서 비롯한 자기한탄 등 현실적이고도 희망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호불호 갈리지 않고 누구든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인 듯 싶다. 또한 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지, 이 책을 읽으면서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이하 '휴남동 서점')가 계속 떠올랐다. 그래서 난 이 두 작품을 비교해가며 리뷰를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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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남동 서점'을 재밌게 읽었었다. 제목과 겉표지만 보고서는 요즘들어 끊임없이 양산되는 '힐링 표방 소설' 중 하나일 것이라고 추측했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그런 것들보다 조금 더 깊은 내용이었다. 그러나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배경에서 현실성이 없었다. 서점에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든다던지, 북토크 등의 이벤트들이 항상 성공한다던지, 바리스타로 채용한 아르바이트생한테 최저시급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임금을 책정한다던지 등등... 소설 속 인물들의 서사는 모두 마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고민들이었지만, 세계관(?) 자체는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굳이 인스타 피드에 남기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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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는 앞서 말한 '출판계의 불황'이라는 가슴 아픈 현실을 그대로 소설에 드러내고 있다. 서점의 매출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나, 대형 서점 등에 밀려 책을 입고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중소 규모의 서점의 처지 등처절한 현실이 너무도 잘 와닿아서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사실 이야기 자체의 깊이는 조금 부족한 편이기는 하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같은 경우에는 작품에서 등장하는 인물 한명한명 모두의 서사가 세심하고 풍부하게 다뤄지고 있는 반면, 이 작품에서는 그렇지 못한 인물들이 다수 있다. 무언가 이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캐릭터가 적지 않았던 터라 그 점이 아쉬웠다. 단순히 '몰입감 있는 재미'를 원한다면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고, 조금 더 '깊이있는 서사'를 읽고 싶다면 <휴남동 서점>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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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작품에도 내 마음에 정말 크게 와닿는 문장들이 몇 있었다.
🗣 소설이 지닌 힘 중 하나는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추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략) "요즘은 누구나 자기밖에 모르는 시대잖아. 한순간이라도 자기가 아닌 다름 사람을 상상해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소설은 효과가 있지 않을까?" (55p)
읽는 책 중에서 소설이 90%인 나는, 친구들이 책을 읽는 이유를 물을 때면 항상 '재밌으니까'하고 말았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소설'을 읽는 이유를 논리정연하게 말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내게 누군가 소설을 읽는 이유를 묻는다면 이 문장으로 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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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거기에 절대로 끼어들면 안 되는 것이 있다. '강요'다. 책을 읽고 감명을 받는 것까지는 괜찮다. 그것을 자신에게 적용해 얼마든지 내일을 살아갈 활력소로 삼으면 된다. 그러나 남에게 강요하는 짓만큼은 해서는 안 된다. 거기에 강요가 개입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오해와 불관용이 생겨나고 세상이 이렇게나 숨 막히는 것이다. (146p)
위 문장과는 다르게, 이 문장은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예전의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재밌게 읽었던 책들을 많이 추천하고 다녔는데, 반추해보면 추천이 아니라 강요를 했던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착해서 그런지 다들 읽고 재밌다고 말해주긴 했지만, '무조건 읽어야 해'라는 식으로 강력하게 말했던 과거의 나를 질책함과 동시에 그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다시는 추천을 넘어선 '강요'는 하지 말아야지... 속으로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