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엄마 아빠 언니 아우 모이자 노래하자!" 70~80년대 뽀빠이 이상용 씨가 사회를  보던 어린이 프로그램 '모이자 노래하자' 노래 끝부분입니다.왜 언니만 있고 형님은 없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언니라는 말은 동성의 손위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당연히 남자가 남자에게 부를 수 있습니다.그런데 이 당시 어린이였던 사람들이 중년이 된 지금, 언니는 여자에게만 쓰는 호칭으로 굳어져 있습니다.'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의 언니도 원래 용법으로 남녀에 다 쓸 수 있습니다.언니라는 말이 왜 여자에게만 쓰는 호칭으로 변했는지는 언어학자들도 뚜렷한 답을 마련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2.요즘, 삼중당 문고에서 나온 <플루타아크 영웅전>을  읽고 있는데 동무나 인민이라는 말이 나와 있습니다.박시인 씨가 번역했는데 60년대까지만 해도 인민이나 동무는 금기어가 아니어서  썼다가, 70년대 들어와서 인민이라는 말이 먼저 없어지고, 동무라는 말은 그때까지도 어느 정도 남아 있었습니다(어린이 잡지에 '어깨동무'라는 것이 있었음).주로 60년대에 나온 정음사,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만 해도 번역에 동무나 인민이란 말을 많이 썼습니다.그 당시 수험서로 많은 인기를 얻던 영어참고서에도 people은 인민, friend는 동무로 번역했습니다.민중이란 단어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초창기 연설문에서는 썼는데 어느 결에 급진적인 이념색을 띤 단어라는  굴레가 씌워졌습니다. 

  3.을유문화사 것인지 정음사 것인지 기억은 정확히 나지 않지만 '잠동무'라는 단어가 있었습니다.이게 뭔고 하고 앞뒤 문맥을 맞추어 보니 '섹스파트너' '원나잇 스탠드 상대'라는 뜻이었습니다.잠동무...참 애교있는 번역이죠...잠자리를 함께 하는 사람이란 뜻이니 뜻도 정확히 전달되고... 

  4.나는 '국민'이란 단어를 안 씁니다.그 대신 인민이란 말을 씁니다.참 좋은 말이죠.발음하기도 좋고요.냉전이 한창이던 때에도 쓰던 인민이나 동무와 같은 단어가 오히려 냉전이 끝나면서 북한에서나 쓰는 말로 굳어져 버린 사연이 무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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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7-21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무라는 말 참 듣기 좋네요. 게다라 잠동무! 왠지 결연함까지 느껴지는걸요ㅎㅎㅎ

노이에자이트 2011-07-21 14:09   좋아요 0 | URL
하하하..."저...우리 잠동무 할래요?" 하고 말을 걸면 정말 웃길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 2011-07-21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영민이 쓴 책 중에 '동무와 연인'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이 생각나는 페이퍼예요~^^

노이에자이트 2011-07-21 14:28   좋아요 0 | URL
앞으로 인민이란 단어도 많이 썼으면 좋겠어요.

마립간 2011-07-21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 드라마에서 '언니'라는 대사로 많이 알려졌죠.

노이에자이트 2011-07-21 14:30   좋아요 0 | URL
그 드라마가 '추노'였죠.

꼬마요정 2011-07-21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와 관련된 글을 읽은 적 있습니다. 좋은 단어인 인민이나 동무 등을 국민, 친구로 대체해가는 과정을 이야기했는데, 냉전 이후에도 우리에게는 계속해서 북한을 적으로 둬야하는 절박한(?) 정치인들이 많았죠. 그때 의도적으로 단어를 대체했다고 그랬는데, 누가 이야기 했는지 도통 생각이 안 나네요. 한겨레인가 경향인가에서 봤거든요. 제법 오래전에.. 흠.. 이런 기억력에 구멍이 생겨서 말이죠..ㅠㅠ

노이에자이트 2011-07-21 14:55   좋아요 0 | URL
우리는 인민이나 동무라는 단어를 씁시다!

쉽싸리 2011-07-21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모두는 한국에 사는 인민들이고, 알라딘 동무다!! 하하

여자 형제들 간에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성(형?)'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남자형제들 끼리는 '언니'라고 했고요. 두 호칭은 바뀐 건데, 꼭 이념적인 요소가 작용해서 그리 된것 같진 않아요. 언어, 호칭이라는게 역사성이 있고, 자주 변화니까요. 여론 주도층에서 의도적으로 안쓰기 시작해서 그리도 측면도 있겠지만요.

노이에자이트 2011-07-21 15:38   좋아요 0 | URL
저도 인민이나 동무라는 용어와는 달리 언니라는 용어의 변천에는 이념적 요소가 작용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반딧불이 2011-07-22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잠을 잘 못자는 요즈음 '잠동무'라는 말을 들으니 왠지 잠을 잘 잘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섹스파트너니 원나잇스탠드 상대라는 의미가 전혀 안느껴지면서 정겨운 느낌이 드는건 저만 그런걸까요? 재미있고 유익한 페이퍼 잘 읽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7-22 16:57   좋아요 0 | URL
번역어가 다르다 뿐이지 성행위 상대라는 의미는 똑같지요.길거리 헌팅하면서 "우리 잠동무나 합시다." 이렇게 말 거는 것은 좀...으흐흐...

버벌 2011-07-24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에서의 노조교육을 갔었어요(일년에 한번씩 의무적으로 참가 ㅡㅡ;) 거기서 동무란 말을 들었습니다. 평소에 알던 말이었지만 굉장히 어색했던 기분이 생각나요. ㅎㅎ 언니란 말이... 아 그렇구나,, ㅎㅎ

노이에자이트 2011-07-26 16:40   좋아요 0 | URL
어렸을 때 동무란 단어를 들었던 사람들이야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겠지만, 생소하고 무섭다는 느낌이 드는 세대들은 어색하겠죠.

자하(紫霞) 2011-07-26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무!더운 여름 건강하시래요~^^

노이에자이트 2011-07-26 16:4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베리베리 동무도 힘차게 더위를 이기십시오.

감은빛 2011-07-28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언니'를 '응가'라고 부르더라구요.
경상도에서는 손위 동성을 '세이', '세야', '성님' 등으로 불렀던 것 같아요.
저도 한때 왜 언니란 단어의 의미가 변했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잠동무'란 단어는 처음 들었습니다. 무척 재밌는 번역이군요.

저는 처음 학생운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동지'란 단어가 각별하게 와닿았습니다.
요즘도 가끔 만나는 분들이 '동지'라고 부르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민, 동무, 민중이란 단어들을 일상적으로 쓰려고 노력해봐야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07-28 22:11   좋아요 0 | URL
영남과 호남에서 똑같은 사투리 단어를 쓰는 것이 있으면 신기하더군요.욕봤다도 그 한 예입니다.성님이야 우리나라 전역에서 두루두루 쓰는 것 같습니다.

을유문화사나 정음사의 번역본은 아직 지금처럼 꼬부랑글씨의 영향이 덜하던 시기에 나름대로 번역어를 생각해낸 흔적이 많이 있습니다.

40이 넘은 어른들이 나이 한 두살 차이나는 것 가지고 형 동생 따지는 것보다 동무나 동지로 호칭하는 것이 편하고 좋지요.인민이란 단어도 살려 써야 한다고 봅니다.

아킬레우스 2011-08-01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노이에자이트님.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제가 읽고 있는 책(강준만, 김환표 저, "희생양과 죄의식, 59p)에 보니 '인민'이라는 단어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어서 올려 보았습니다.

"이승만 체제하에서 반공은 공산주의에만 반대하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라 북한 공산당이 하는 것과는 무조건 반대로 나가는 걸 이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정 당시 제헌의원들 사이에는 적잖은 논쟁이 벌어졌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언어전쟁;이었다. 1946년 6월 초 국회헌법기초위원회에 제출된 헌법 초안에는 일괄적으로 '인민'이란 용어가 사용됐었지만, 제헌의회에서 윤치영은 "'인민'이라는 말은 공산당의 용어인데 어째서 그런 말을 쓰려 하는가. 그런 말을 쓰는 사람의 사상이 의심스럽다"고 말햇다. 이에 조봉암이 "'인민'은 미국, 프랑스, 소련 등 세계 많은 나라에서 사용하는 보펹거인 개념으로 단지 공산당이 쓰니까 기피하자는 것은 고루한 편견일 뿐이다."고 반격하고 나섰지만, 공산주의자들과의 대립이 극심했던 터라 제헌의원들은 결국 '인민' 대신 '국민'을 선택했다."

노이에자이트 2011-08-01 17:13   좋아요 0 | URL
제헌헌법을 만들 당시의 이야기가 재밌어서 몇 개 모아뒀는데 아킬레우스 님이 일러준 이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군요.일상에서는 그 후에도 꽤 오랫동안 인민이란 단어가 쓰였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