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 갈색 눈 - 세상을 놀라게 한 차별 수업 이야기
윌리엄 피터스 지음, 김희경 옮김 / 한겨레출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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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약간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표지의 동화같은 그림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놀라게 한 차별수업이라는 표지의 글은 그렇게 강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서 내 마음 속은 크게 요동쳤다. 오랜만에 내 마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수작이었다. 실제 상황을 다뤘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먼저 예전에 보았던 영화 '엑스페리먼트'가 생각났다. 실험 대상자들을 교도관과 죄수로 나누어서 통제하는데, 실험 대상자들은 실험이라는 사실을 다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어떤 사람들에게도 통제가 안되는 엄청난 상황이 벌어지는 영화였다. 주어진 권력이라는 것이 사람들을 이렇게 만드는구나! 그때의 강렬한 느낌이 다시 떠올랐다.

 

 이 책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살해되면서 교사 제인 엘리어트가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차별 수업을 하며 시작된다. 아이들은 푸른 눈과 갈색 눈으로 나뉘어 차별을 받는다. 한 번은 푸른 눈의 아이들이 우월하고, 다른 날은 갈색 눈의 아이들이 우월하다. 그런 상황에 따라 모든 상황은 달라진다.  

 

 이 책을 읽으며 차별적인 상황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종차별이 대표적이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같은 외국인이지만, 백인들에게 더욱 친절하고 혜택을 주는 경향이 있다. 필리핀 등지에 조기유학을 보내는 어떤 어머니는 아이에게 그곳 아이들과 놀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다고도 한다. 말도 안되는 차별이지만, 공공연히 벌어지는 차별에 대한 것.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어렸을 때 차별 수업을 받아보는 것이 정말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차별 수업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어렸을 때의 차별 수업이 이들에게 어떤 기억을 남겼을 지, 이미 어른이 된 이후,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 미니 동창회가 열리며 그들을 다시 모았다. 그런 이야기 하나하나가 마음에 파장을 일으킨다.

 

 우리는 평범하게 살고 싶어한다. 어떤 면에서는 권위에 대해 무조건적인 복종을 하며 다른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 마음이 편안하다는 생각을 해서 변화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 있다. 계급사회였던 우리의 과거, 인종 차별이 당연한 상식이었던 미국의 과거, 여러 가지 상황들이 그 당시에는 당연한 상식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바꾼 지금, 그것은 말도 안되는 차별이었고, 그 생각을 깨기 위한 작은 시도들이 세상을 바꿨다. 이 책은 그런 깨임의 시작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의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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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백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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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제목에 끌렸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맛있는 음식들이 떠오른다. 흔히 스트레스를 받을 때 먹는 것으로 푼다. 커다란 양푼에 갖은 나물과 계란후라이, 그리고 고추장을 넣고 참기름 한 방울 넣어 석석 비벼서 크게 한 입 먹는다. 허한 속을 채우며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실연도 마찬가지의 경우라 생각된다. 유행가 가사를 보면 많이 야위었다는 등의 표현이 있지만, 내가 보기엔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다. 아주 맵게, 눈물이 쏙빠지도록 비빔밥을 해먹거나, 달달한 초콜릿 케익을 먹는 것, 그런 식으로 허한 마음을 달래게 된다. 그래서 제목을 보고 지레 짐작을 했다. 실연이라는 계기로 실연을 당한 사람들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어가며 서로 위로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며 가까워지는 모습이랄까? 일단 나의 예상은 보란듯이 깨며 이 책이 진행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 제목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실연이라는 것과 오전 일곱시에 열리는 조찬모임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 오전 일곱시의 조찬모임은 CEO라든가 활동적인 사람들의 몫이니 말이다. 흔히들 생각하는대로 실연을 당한 사람들은 폐인처럼 지낼 것이고, 밤을 술로 지새우거나, 멍하니 시간을 보낼텐데 오전 일곱시의 조찬모임에 나갈 자가 누가 있을까?

 

 소설을 보며 현실성 제로인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접할 때 뛰어난 상상력에 눈길이 가기도 한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소설을 읽으며 우중충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두 가지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뜬금없는 상상력, 실연이라는 엄청나게 우울한 상황에서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담담하게 진행되는 필체, 이상하게도 매혹된다. 사강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지훈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미도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현정의 이야기가 궁금해서...계속 읽게 된다. 은근히 공감하며 매료되는 소설이었다. 너무 슬프거나 힘든 감정에 빠지지 않고, 덤덤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이 이 책의 장점이었다. 그러면서도 공감하기 좋은 이야기들 속에서 나의 현실을 본다. 같은 세대를 살아가며 같은 것을 보아도 글의 소재가 되고, 적절히 버무려 멋진 표현을 표출해내는 것이 부럽다. 책을 보며 새롭게 정립하는 세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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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인의 책 -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
윤무한 지음 / 서해문집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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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 시간, 우리는 살고 있다. 지나가면 역사가 되고, 어떤 사람들은 인생 자체가 역사가 되기도 한다. 학창시절, 따분하게만 역사를 접해서인지, 역사는 나에게 신선한 무언가가 아니었다. 연대와 사건을 외워야하는 스트레스, 역사적 의미를 생각해보면 대단한 일임에도 그저 무반응에 가까운 상태로 암기를 해야하는 것이 먼저였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다. 기록하는 사람에 의해 달라지는 것이 역사라는 것임에 나이가 들어갈수록 교과서에 나오는 것만이 역사의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다. 하지만 워낙 학창시절의 따분하던 무언가가 역사라는 생각에 더 이상 상세하게 접하기 싫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제목 때문이었다. <14인의 책> 얼마나 멋진 제목인가! 여기에 담긴 14인의 삶은 책과도 같은 것이라니! 감탄을 했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으려고 발버둥쳐도 한 권의 책이 될 수 없는 나의 미적지근한 인생과 비교하며, 그들의 삶을 읽어보게 되었다.

 

 함석헌, 장준하, 김수영, 안병무, 송건호, 박경리, 리영희, 강만길, 박현채, 백낙청, 신영복, 김지하, 조세희, 전태일, 그렇게 14인의 이야기는 나에게 놀라움 자체였다. 지금도 흐르고 있는 시간, 비슷한 시대의 사람들 이야기인가. 이름만 알고 있던 분들, 이름조차 몰랐던 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도대체 그동안 나는 왜 이 분들에게 아무 관심이 없었는지, 지금껏 모르고 살았다는 점에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관심을 갖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모르던 것을 알게 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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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살며 사랑하며
미란다 케네디 지음, 송정애 옮김 / 프리뷰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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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한 마디로 다양한 색깔을 가진 책이다. 그동안 잠깐씩 인도여행을 하며 감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책을 주로 보았지만, 전공이 이 분야가 아니면서 인도에 오랜 기간 머무는 사람의 이야기는 접하지 못했다. 좀더 인도의 현실적인 면을 보게 되는 책이었다. "뉴욕출신 여기자가 인도로 날아가 5년을 보냈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제목이 주는 호기심에 선택해서 읽게 되었지만 초반에 이 책은 나의 시선을 끌지는 못했다. 번역투가 느껴지는 문장, 약간의 오류 등이 아쉬웠던 초반이었다. 하지만 읽을 수록 그런 느낌보다는 인도의 속살을 보게 되는 놀라움으로 채워졌다. 이 책의 저자는 서양인, 인도인들에게 이방인일 것이다. 여자 혼자의 입장에서 집구하기부터 난관에 부딪치고, 계속되는 이야기 속에는 내가 본 인도의 또다른 내면을 느낄 수 있었다.

 

 인도는 성자의 나라, 환상의 나라, 정신 세계 등등의 미사여구로 표현되어 몇 겹 둘러싸인 환상으로 현실을 도피한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그것보다는 현실적인 시선으로 인도를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나는 좀더 인도의 속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저자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책으로 나누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인도에서 본 겉모습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이야기 투성이였다. 책으로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것, 이 책은 나에게 간접경험으로 인도의 속깊은 이야기를 듣게 해주었다.

 

 책은 다양한 종류가 있다. 제목과 초반에 나의 시선을 끌지 못하고 지루함이 쭉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저그런 시작으로 실망감에 출발했지만 볼수록 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다. 이 책은 후자다. 인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인도를 좀더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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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 - 북미 최후의 인디언이 천 년을 넘어 전한 마지막 지혜
위베르 망시옹.스테파니 벨랑제 지음, 권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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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

마지막 강이 더럽혀진 후에야,

마지막 남은 물고기가 잡힌 후에야,

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크리족 인디언 추장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며 크리족 인디언 추장의 말을 보았다.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를 느꼈다. 살다보니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많은 것이 훼손되는 것을 몸소 보게 된다. 언젠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었다. "옛날에는 한강에 모래사장이 있었고, 나룻배를 타고 건너다녔어." 그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먼먼 미래에 "옛날에는 바다에 들어가서 수영도 하고 그랬다." 이야기하게 되는 때가 오는건 아닌가. 사실 그런 때가 올지 오지 않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의 개발 상태를 보면 후손들을 위한 배려는 전혀 하지 않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사람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의 환경파괴를 기반으로 하긴 하지만,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라는 제목에 대한 호감 50%, 표지에서 느껴지는 강한 인상 30%, 북미 최후의 인디언이 천 년을 넘어 전한 마지막 지혜라는 문구에서 느껴지는 궁금증 20%였다. 야생초편지 저자 황대권이 강력 추천한 책이라는 것도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무게를 실었다. 표지를 보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100%한 것이다. 자연친화적 감정, 소유에의 회의 등 개인적인 취향도 포함해서 말이다. 작은 챕터로 나눠진 글은 바쁜 와중에도 읽기에 부담이 없었다. 읽으면서 공감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었다.

 

 개발은 필요하고, 개발의 혜택을 입는 것도 사실이다. 그 점이 무조건적인 반대를 할 수 없는 위치에 서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잠시라도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만든다는 것이 나에겐 한 템포 쉬고 가는 기회가 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나 하나, 독자 하나 하나, 책을 읽으며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마지막 나무가 사라지는 상황이 조금 더 멀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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