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스피러시 - 미디어 제국을 무너뜨린 보이지 않는 손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박홍경 옮김 / 책세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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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가 가짜고 무엇이 진짜인지 도통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에 더욱 솔깃했을 것이다. 정작 전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과 미디어 업체 '고커'에 대해서도, 그들의 치열한 법정 다툼이라는 것도 금시초문이지만, 내 관심을 끈 것은 이 이야기에서부터였다.

음모론이 횡행하지만 그것이 진짜 음모인 경우는 흔치 않다. 실존하는 음모의 내막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건 차치하고 발각되는 일도 매우 드물다. 이 책은 그 드문 예에 속한다. 2007년, 고커 미디어가 운영하는 블로그 '밸리왜그'에 억만장자 피터 틸이 게이임을 폭로하는 짧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 고커는 플로리다 법정에서 헐크 호건에게 1억 40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고 파산 신청을 한다. 언뜻 보기에 무관한 듯한 두 사건은 어떻게 연관되어 있을까? (책날개 중에서)

왜 그랬을까, 무엇 때문이었을까. 거기에서부터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리고 두 사건이 어떻게 연관이 되어있는지도 궁금했고, 여러모로 이 책을 읽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 배후에 존재하는 놀라운 진실이 궁금해져서 이 책 《컨스피러시》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라이언 홀리데이. 베스트셀러 《나는 미디어 조작자다》, 《돌파력》, 《에고라는 적》을 비롯해 마케팅, 문화, 인간의 조건에 관한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홍보 회사 브래스 체크를 설립해 마케팅 컨설팅을 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것은 '음모conspiracy'에 대한 책이자 백만장자의 본보기가 되기 시작한 억만장자의 이야기다. 순식간에 잊혀진, 누군가 생각없이 저지른 잔인한 죄를 벌하고자 일생의 역작을 무너뜨린 이야기다. 이 책은 논란을 일으키고 오랫동안 두려움과 흥미를 자극해온 음모와 그 방법을 담았다. (6쪽)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계획'에는 1장 '자극적인 사건', 2장 '행동 결정', 3장 '음모를 향하다', 4장 '팀을 모으다', 5장 '뒷문을 찾아서', 6장 '심장을 도려내다', 7장 '칼을 쥐다', 2부 '실행'에는 8장 '후퇴를 준비하다', 9장 '적을 알라', 10장 '비밀의 힘', 11장 '혼란과 무질서의 씨앗을 심다', 12장 '서로를 묶는 연대', 13장 '시험대에 오른 신뢰', 14장 '누가 더 원하는가', 3부 '여파'에는 15장 '마음을 얻기 위한 전쟁', 16장 '여진을 관리하다', 17장 '청산의 기술', 18장 '언제나 의도치 않은 결과가 생긴다'가 수록되어 있다.

시작부터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뉴욕에 있는 피터 틸의 아파트에는 억만장자 집에 걸맞는 천장까지 닿는 거대한 책장은 없지만, 거의 모든 탁자에 다양한 높이로 책이 가지런히 쌓여있다. 아치형 창문으로 유니언 스퀘어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주방 근처 책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책등이 하얀 작은 책이 있는데,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덜 알려진 책으로, 2000년 전 숨진 로마 역사학자의 저서를 약 150장에 걸쳐 사색하고 분석한 500년 전의 작품 《로마사 논고》다.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관련이 없지만 3권 6장에 나오는 '음모'를 주목하고자 한다. 거기에는 강력한 적에 맞서 힘을 키우는 방법, 독재를 끝내는 방법, 해를 입히려는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안내한다는 것이다.

시작부터 장면이 머릿속에 그림 그려지듯이 펼쳐지면서 몰입하게 된다. 자세히 묘사된 글의 장점은 책을 읽는 사람이 자신만의 영화를 머릿속에 그려낸다는 것이다. 즉 머릿속에 장면을 띄우며 읽어나가기 때문에 그 영상미 덕분에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마키아벨리 이야기가 나와서 더욱 글을 풍성하게 해준다. 역사적으로 오가며, 그리고 마키아벨리의 이야기를 섞어가며, 전체적인 이야기를 잘 요리하고 있다. 요리 이야기가 나왔으니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자면 갖가지 재료를 풍성하게 하고 조미료도 쳐가면서 실감 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마키아벨리 이야기는 감칠맛을 담당하는 '그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앞부분에서 저자는 우리는 음모가 매우 많지 않은, 꽤나 적은 세상에 사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름 음모와 음모론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중에 설명을 보고서야 짐작했다. '과거에는 폭탄을 던졌다면 이제는 성질을 부리거나 트윗을 날릴 뿐이다.(379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래에 대해 여전히 무기력하며 좋은 놈이 끝내 이기고야 말리라는 순진한 확신을 품고 있다. 위험하고 모순적이며 비합리적인 태도다. 다른 세상을 꿈꾼다면 그렇게 만들 책임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 변화를 일으키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며 생각하기도 싫은 일을 해야만 할 수도 있다. (384쪽)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랄까. 내가 보는 세상과 내가 믿는 세상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 책을 읽고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처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쳐들었다면, 읽어나가면서 점점 묵직한 기운이 느껴질 것이다. 어쩌면 내가 사는 사회는 내가 믿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할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에 대해, 음모에 대해, 진실에 대해, 그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하느라 달그락달그락 마음이 무척이나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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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은 사양하겠습니다 -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해줄 말이 없습니다
홍지원 지음 / 센세이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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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이세요?" 대뜸 초면에 나이부터 묻는 사람이 있다. "결혼하셨어요?" 그런 질문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결혼을 했는지, 이혼을 했는지, 사별을 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뜸 그런 질문을 하면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본 걸까? 그리고 그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정말로 궁금해서 질문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그게 이름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인지도 말이다. 거기서부터 나름 할 말이 많아진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제목을 들으며 내 마음이 그 마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표지의 코끼리 뒷모습이 너무나도 남 같지 않은 느낌이어서랄까. 딱 느낌이 와닿았다. 역시 책은 제목과 표지 그림이 첫인상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내용은 그 뒤의 문제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제목 선정과 표지 그림에 엄청나게 고심하나 보다. 어쨌든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을 싫어하는 입장에서 사이다 같은 느낌의 글이 담겨있으리라 생각하며 이 책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은 사양하겠습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슬로스타터 홍지원 작가가 말하는 <남의 속도가 아닌 나의 속도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다.

이 책은 3 챕터로 구성된다. 챕터 1 '나랑'에는 1부 '어떤 결정을 했든 당신이 옳다', 2부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은 사양하겠습니다', 챕터 2 '너랑'에는 3부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것뿐이에요', 챕터 3 '사랑'에는 4부 '미워하다가 그렇게 또 그리워해', 5부 '매번 기다리는 연애를 하는 사람들에게'가 담겨 있다.

제목을 보고 에세이나 심리 서적인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보고 혹시 시집인가 생각했다. 이런 두께와 크기의 책이면서 이런 제목에 시라니. 연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니다.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다. 글이 짧아서 그렇지 읽다 보면 짤막하게 쓴 에세이가 맞다.

가끔 사람들은 무례한 질문을 요구한다

가족이나 친구는 괜찮지만,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무턱대고 개인적인 것을 물어보면 묵비권을 행사하고 싶어진다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말을 해줄 수가 없는데요" 암묵적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51쪽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은 사양하겠습니다」 중에서)

그런 사람들 많다. 그냥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지고 뭐라도 대화하고 싶어서 생각 없이 던지는 말이고, 개인적인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질문이고, 어차피 그들은 답변을 들어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도 안다.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한 그 상황들을 숱하게 맞닥뜨리다 보니 나름 애써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부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삶에 대한 모든 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임에도, 아무렇지 않게, 무례하게 함부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길 바란다.

"그 누구도 평가할 생각이 없고, 자신 또한 누군가에게 평가받기를 사양한다"라고. (책 뒤표지 중에서)

원하지 않을 때 "나를 위한다는" 조언을 수차례 들어왔다. 참고 억누르는 것이 때로는 버거웠다. 그래서 그런 조언들에서 자유로운 요즘은 속이 뻥 뚫린 기분이다. 조언은 요청할 때 해야 된다는 것, 그런데 그걸 나도 잘 알면서도 가끔은 나도 모르게 조언해 주고 싶은 일이 보인다. 인생은 그렇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진행되나 보다. 그래도 최소한 대놓고 무례한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냥 이 책을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글도 짧고 책도 얇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이 북적북적 시끄러워진다. 그냥 털어내자.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책을 읽으며 때로는 내 마음을 알아주는 듯, 때로는 내 마음을 하소연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럴 때 있지 않은가. 누군가 툭 한마디 건드려주었을 때 나도 모르게 내 속 이야기를 하면서 주르륵 눈물까지 흘리게 되는 그런 것 말이다. 힘든 마음을 알아주는 듯해서, 그 마음을 위로해 주는 듯해서, 그런 시간이 위로가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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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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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다.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이라는 점에서였다. 전 세계 1천 6백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거기에 더해 '이 우울한 코로나 시대에 가장 큰 유쾌함을 안겨 주는 소설'이라는 라이니셰포스트의 추천사도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끌어올려 주었다.

교활한 미술품 거래인에 의해 사자 앞에 버려진 아들과 모든 것을 빼앗긴 아내.

두 사람 앞에 나타난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치밀하게 복수를 계획하는데…….

사바나와 스톡홀름을 넘나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복수의 대장정! (책 뒤표지 중에서)

요나스 요나손이라는 작가의 이름과 이 설명만을 읽어본 후 본격적으로 이 책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를 읽어보게 되었다.



어느 날 기상천외한 소설을 들고 나타나, 인구 천만의 나라 스웨덴에서 120만 부 이상 팔리는 기록을 세우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요나스 요나손. 그는 1961년 스웨덴 벡셰에서 태어났다. 1996년 OTW라는 미디어 회사를 설립해 성공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으나 심한 스트레스로 건강을 망치고 있다는 의사의 말에 돌연 회사를 매각하고 20여 년간 일해 온 업계를 떠났다. 요나손은 스위스로 이주한 뒤 오랫동안 구상해 온 소설을 집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세계적으로 1천만 부가 넘게 판매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다. 2020년 발표한 다섯 번째 소설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엉망진창인 세상에 시원하게 한 방 먹이는 이들의 모험담을 그린다. 특유의 능청스러운 입담과 유쾌한 풍자가 돋보이는 요나손의 소설 4종은 전 세계에서 1천 6백만 부 이상 팔렸다. 현재 그는 스웨덴의 섬 고틀란드에 정착해 가족과 함께 닭을 키우며 목가적인 삶을 살고 있다. (책날개 발췌)



법을 어기지 않고 복수할 필요가 있으십니까?

우리가 해결해드립니다!

교활한 미술품 거래인에 의해 사자 앞에 버려진 아들과 모든 것을 빼앗긴 아내. 두 사람 앞에 나타난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치밀하게 복수를 계획하는데……. 사바나와 스톡홀름을 넘나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복수의 대장정! (책 뒤표지 중에서)

솔직히 프롤로그와 1부의 시작까지 읽었을 때에는 이게 뭔가 싶었다. '닥터 올레 음바티안의 대를 이은 것은 대(大) 올레 음바티안이었다. 그의 장남도 자라나 부친과 조부의 일을 이어받았으니, 이이가 소(小) 올레 음바티안이었다. 이 이야기는 바로 이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13쪽)'라는 이야기까지만 읽고 덮어둔 후 이 책을 한참동안 묵혀두고 말았다.

하지만 다시 꺼내 읽어나가게 된 것은 역시 요나스 요나손이라는 작가의 이름과 이 책 제목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도 나는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나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도 마찬가지로 책의 두께와 분량에 부담스러워하면서 한참을 묵혀두었다가 나중에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경우에는 이 책을 읽기 위해 워밍업이 상당히 필요했음을 밝힌다. 그리고 대략의 스토리를 알고 읽기 시작하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리라 생각한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사는 빅토르는 교활하고 위선적인 미술품 거래인으로, 비열한 방법으로 아내의 재산을 빼앗고 이혼한다. 또 창녀와의 관계에서 낳은 아들 케빈을 죽이려고 케냐 사바나에 데리고 가서 버린다. 케빈은 원주민 치유사 올레 음바티안의 구조를 받아 마사이 전사로 거듭난다. 하지만 성인식에 할례가 포함되어 있다는 말에 기겁하여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온다. 우연히 빅토르의 전 아내 옌뉘를 만나게 된 케빈.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복수를 꿈꾸는데, 이들 앞에 나타난 것은 복수를 대행하는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의 CEO 후고다. 후고는 양아들을 찾아 케냐에서 스웨덴으로 건너온 올레 음바티안과 함께 두 사람을 위한 복수를 계획한다. (출판사 책소개 중에서)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회사 이름은 이렇게 붙일 거였다. 후고는 선전 문구를 다듬는 작업에 들어갔다.

누군가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법을 어기지 않고 복수할 필요가 있으십니까? 우리가 해결해 드립니다! 시간당 1천 2백 크로나! 만일 우리가 고객의 명예 보호를 위해 입을 다물 필요가 없다면, 전 세계 수천 명의 만족하신 고객이 우리의 퀄리티를 보증해드릴 것입니다.

<수천 명의 만족하신 고객> 부분은 물론 사실이 아니었다. 아직은 말이다. 하지만 가능했다. (126쪽)

첫 번째 마케팅 작업을 시작한지 며칠도 안 되어, 후고는 12개국 80명으로부터 전화와 이메일을 받았는데, 대부분은 완전히 미친 내용들이었다는 것이다. 세 사람은 자신의 장모를 죽이고 싶어 했고, 한 사람은 알바니아를 정복하는 데 도움이 필요했으며, 또 한 사람은 자신의 악마들에게 복수하겠다는 생각에 깊이 빠져있었고, 어떤 이들은 수임료 흥정을 시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소설이어서 가능하다. 소설이어서 이 상황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요나스 요나손의 필력을 느낀다. 그리고 약간의 껄끄러운 그 무언가에 대한 느낌은 옮긴이가 규정지어준다. 그래, 그거다.

의료 사업은 백 퍼센트 양심적이지 못하며, 예술 역시 조금은 사기이다. 하지만 세상은 완전히 순수하지도 못하며 어느 정도는 악하고 모순되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는 것, 이게 요나손이 세상을 보는 본질적인 시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섣부르거나 거짓된 환상을 심어 주는 여타 소설들보다 훨씬 더 솔직하고 진실되게 다가온다. 이 혼탁한 세상 속에서 저마다의 양심에 최대한 귀 기울이고 또한 <유쾌한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 이게 바로 사바나의 현인 올레 음바티안이 그리고 스웨덴의 괴짜 소설가 요나손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닐까? (515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기발하다. 혹시 두껍다고 읽기를 망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읽다 보면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에 푹 빠져들게 되니 말이다. 앞부분이 낯설다고 나처럼 '혹시 이번에는 기대에 못 미치는 거 아닌가?'라고 섣불리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은 흥미로운 제목, 탄탄한 스토리, 맛깔나는 문장, 이 세 가지 요소가 잘 갖춰졌는데, 이번 책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독자의 시선을 집중하며 끌고 가는 필력이 있다. 다음 작품을 읽을 때에는 이 느낌을 잊지 말고 곧바로 작품에 빠져드는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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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 - 당신을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조종하는 사람에게서 벗어나는 방법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 지음, 이진 옮김 / 수오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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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궁금했다. 하지만 무서운 느낌이 들어서 주저했다. 난 사실 귀신 이야기보다도 이런 이야기가 더 무섭다. 특히 대놓고 나쁜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인 것 같은데 내가 이상한 건가?'라는 생각이 드는 가스라이팅도 포함된다. 한동안 궁금한 생각 너머에 무서운 느낌으로 주저하다가 결국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러는 데에는 책 속에 담긴 이 글의 영향이 컸다.

그는 매혹적인 사람이다. 재치 있고 자신감이 넘치지만 지나치게 당신을 통제하는 연인이다. 직장에서 매번 당신의 실적을 가로채는 팀의 동료이고, 왜 자기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느냐며 당신에게 욕을 하는 이웃집 사람이며, 자신의 실수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 정치인이고, 이 모든 일은 다 당신이 자초한 일이라며 당신을 괴롭히는, 바로 그 사람이다. 가스라이터들은 통제와 조종에 뛰어나고, 당신이 미쳤다고, 당신이 이상하다고 말하며 심리적으로 지배하려 든다. 그가 당신의 배우자이건 연인이건 부모이건 동료이건 친구이건, 그는 진실을 왜곡한다. 그들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당신의 불행을 즐긴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 박사가 분석하고 경고하고 안내하는 가스라이팅에 관한 실용적이고도 절실한 지침서라고 한다. 특히 '세상에 너무 흔하지만 지금까지 논의되지 않았던 성격 유형에 대응하기 위한 필독 안내서!'라는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추천사에 공감하며, 이 책 『가스라이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의 저자는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 임상심리 전문가이자 미국 정신건강 협회 공인 상담사이다. ADHD, 자폐 스펙트럼 장애, 불안 장애, 자기애성 성격 장애를 전문으로 하는 심리 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다. 수년간 상담실과 법원에서 타인의 심리를 지배하고 조종하며 괴롭히는 가해자, 그리고 그 피해자들을 만나왔다. 상담실의 내담자 중 상당수가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우울, 불안, 심지어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었다. 사키스 박사는 그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사이콜로지 투데이>에 가스라이팅에 관한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다. 그의 글 '가스라이팅의 열한 가지 위험 신호'는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그는 가스라이팅에 관한 정보에 갈급했던 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가스라이팅》을 집필했다. 이 책에는 가스라이팅이 무엇인지, 어떻게 간파할 수 있고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에 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된다. 1장 '내가 이상한가, 아니면 그가 날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인가?', 2장 '매혹적인 첫 만남에서부터 처절한 헤어짐까지', 3장 '기억하라,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4장 '방해하고 괴롭히고 실적을 가로채는 사람들', 5장 '학대적인 관계에서 벗어나라', 6장 '권력에 미치다', 7장 '커튼 뒤의 그림자', 8장 '당신의 신경을 박박 긁는 사람들', 9장 '적인가 친구인가?', 10장 '나는 어떠한가?', 11장 '당신 스스로를 도와라'로 나뉜다.

심리적 지배와 조종의 의미를 지닌 가스라이트라는 용어는 2004년 12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처음 등재되었다. 그러나 이 단어와 단어의 변형이 문서에서 사용된 것은 1952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실제로 그 용어가 만들어진 것은 영국 극작가 패트릭 해밀턴이 1938년에 제작한 연극 <가스등>에서였으며, 1944년 조지 쿠커가 감독하고 잉그리드 버그먼과 샤를 부아예가 주연한 영화 <가스등>을 통해 대중에게 처음 알려졌다. (11쪽)

가스라이팅의 어원이다. 그러고 보니 가스라이팅의 어원도 이번 기회에 상세히 살펴보는 것이다. 요즘에야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를 쉽게 접해서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아는 부분이 없었기에 이 책을 통해 상세하게 접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을 읽으면 울컥하기도 하고 뒷골이 당기기도 하는 등 이 책에 실린 사례들을 보며 함께 울분을 표출하는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상담을 하면서 수많은 가스라이팅 사례를 접했고, 그랬기에 이 책에 가스라이팅을 경험한 사람들의 체험담이 담길 수 있었던 것이다. 신분이 드러나는 세부 내용은 삭제했고 가명을 썼으며 두 가지 사례를 합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가스라이터들의 행각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뒷골이 당기고, 가끔은 '나도 혹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누구나 때로는 사람을 조종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안도한다. 가스라이터에게는 그것이 일상이라는 것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거짓말을 하고, 또 하고, 자신의 권력에 상대가 휘둘리는 것을 느낄수록 점점 더 강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가스라이터는 특정한 상황 때문이 아니라 삶의 한 방식으로 사람을 조종하는 것이니,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대부분은 아마 이 부분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될 것이다.



이 책이 가스라이터들의 사례만을 세분화해 이야기해 주었다면 뒷골 당기는 데에만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가스라이터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어떻게 떠나야 하는지에 관한 조언이 담겨있으며, 벗어나고 극복하고 치유하는 방법들을 상세히 조목조목 일러주고 있다.

옮긴이의 글을 보면 지극히 사사로운 동기로 가스라이팅에 관한 제대로 된 책을 찾아 번역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 가스라이팅이 포털사이트의 인기 검색어로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도 그 덕분에 이 단어를 알게 되었지만 썩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고, 사실 단어의 간략한 뜻 말고는 구체적인 것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책을 읽었다. 상당히 구체적으로 파고들며 송곳처럼 정곡을 콕콕 찌르는 책이다.

어떠한 상황에 처하면 거기에서 빠져나오기가 정말 힘들다. 그런데 심리적 지배를 당하는 가스라이팅 상황이라면 오죽할까. 하지만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알고 당하면 어떻게 빠져나올지 방법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가스라이팅에 대한 지식은 물론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주니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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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언어로 말하기
김수민 지음 / 에이의취향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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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거만하지 않지만 자신감 넘치고, 비굴하지 않지만 겸손하게'라니! 리더의 언어 참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리더의 언어로 말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라고 한다. 하긴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같은 상황에서도 다르게 느껴지는데,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오죽할까.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다. 이건 배워야 더 잘 할 수 있는 거다.

리더는 어떻게 말할까? 신뢰감을 주는 태도와 정제된 표현,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인지를 바탕으로 말하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하니 꼭 배워보고 싶어서 이 책 『리더의 언어로 말하기』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수민. KBS 춘천 총국 아나운서로 입사해 연합뉴스 TV 앵커를 거쳤다. 미디어 트레이닝,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PI 컨설팅 전문가로 활동하며 말을 활용해 이미지를 완성하는 방법에 대한 전문지식을 정리했다. 각종 그룹 CEO 및 임원 등의 전담 스피치 강사를 맡아 리더들이 가져야 하는 말의 방향과 태도에 대해 교육했다. 리더라는 자리에 걸맞은 언어는 무엇인지 이론과 실전에 대한 전문 지식을 두루 갖췄다. (책날개 발췌)

리더의 언어는 일반적인 말과 조금 다르다. 그래서 리더의 언어를 배워가며 스스로 말하기를 가꿔야 한다. 처음부터 리더의 언어를 구사하며, 완벽하게 말하는 사람은 없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연습을 통해 말의 방향을 찾고,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리더의 언어를 연습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이다. (16~17쪽)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된다. 1부 '시대를 읽어라', 2부 '세대와 소통하라', 3부 '행동을 바꿔라', 4부 '기회를 만들어라', 5부 '마음을 공유해라'로 나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 MZ세대와 공감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 말을 뺀 나머지로 진심을 전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 자신감과 겸손함을 갖춘 커뮤니케이션 기술, 유연하지만 경계가 분명한 관계를 완성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 등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알려준다.

의사소통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의사소통이 되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조지 버나드 쇼

(24쪽)

말하기는 생각이 필요하고 연습도 필요하다. 저자는 종합예술의 하나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고 언급한다. 어떤 눈빛을 하고 있는지, 어떤 표정으로 말하는지에 따라 같은 단어도 다른 의미를 담으니 그 차이를 알고자 한다면 한도 끝도 없는 것이긴 하다.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여기에도 법칙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법칙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면서 리더의 말하기 비법을 알아가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말과 관련된 강의와 코칭을 진행하며 수많은 리더들을 만났다. 그들은 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자세가 각기 달랐다. 자신만 살리는 말, 자신마저 죽이는 말, 자신과 상대방까지 보호하는 말 등 다양한 말을 사용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어떤 말이 진짜 리더의 말인지 알게 됐다. (206쪽)

저자는 이론적인 것만을 모아 책을 낸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강의와 코칭을 진행하며 만난 리더들의 말을 비교분석하여 어떤 말이 진짜 리더의 말인지, 리더에게 필요한 말인지를 체득하고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리더들의 말에서 공통점을 찾아 말의 방향을 결정하는 방법을 일러주니, 더욱 실감 나게 와닿는다.

리더의 말하기에 관해 총 18가지 법칙을 알려주는 책이다. 말 자체의 기술만이 아니라 다양한 일화와 상황 등을 이야기해 주어 하나하나 짚어보며 말의 방향을 다잡을 수 있다. 말뿐만 아니라 표정까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세세히 짚어볼 수 있는 책이다. 읽어보고 말하기를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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