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정호재. 싱가포르국립대학에서 아시아학 박사과정을 마쳤고, 싱가포르와 미얀마를 오가며 아시아 미디어와 문명론을 연구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국경을 넘어선 한류라는 문명은 이웃으로 전파되고, 누군가 그것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다시 우리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 이렇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지리적 관계로 형성된 아시아 현대문명, 나아가 그 지정학적 의미의 복합체 'K'에 관한 고민을 이 책에 담아보았다. (11쪽)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국경을 넘어야 문명이 된다'를 시작으로, 1장 '한류, 아시아 문명의 철학이 될 수 있을까', 2장 '제이팝, 제이 모델은 왜 세계화에 실패했나', 3장 '국경을 넘어 케이팝에 기여한 음악', 4장 '너무나도 정치적인 한류와 케이 모델', 5장 '자주인가, 세계화인가'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오징어 게임>과 아시아 대표로서의 K'로 마무리된다.
저자는 기자 생활을 하다가 공부를 더 해보고 싶어서 싱가포르에서 아시아학 공부를 해나갔다. 경영학과 출신으로 한국에서 기자로 오래 일했고, 이어 중국과 일본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후에는 그 관심이 동남아로 확대되어 여러 곳을 취재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책을 번역해보았다며 자기소개서와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런데 싱가포르국립대학교 교수님이 매우 반겨주셨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지역학에 특화된 상당히 괜찮은 이력이라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학문적으로도 연구를 더하여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니, 이 책을 솔깃하게 집중해서 읽어나갈 수 있도록 힘을 주었다. 한류에 대해 지금껏 생각지 못한 의미를 이 책을 읽으며 찾아나간다.
최근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케이팝 호황시기(2015~2022)는 아마도 훗날 비틀스가 불길을 댕긴 영국의 브리시티 인베이전(1964~1971) 또는 마츠다 세이코로 대표되는 일본의 쇼와 아이돌 시대(1974~1989)와 동일선상에서 비교되는 지극히 화려한 성취의 날들로 기록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바로 그것이다. (23쪽)
이 책은 한류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조목조목 예를 들어가며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주고 있다. '그때 그랬지'라는 생각도 하며, '여기에 이런 의미가 있구나'라고 인식해 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 흐름을 흥미롭게 훑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내가 이 책 전체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하려고 하는 맥락은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에 대한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스타'와 '콘텐츠'라는 것이 일종의 국경을 넘나드는 문명적 현상임과 동시에 지극히 정치적인 사건의 지평 위에 서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대중음악이나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나 사실은 모두 같은 맥락 위에서 문명의 충돌과 경쟁, 화합과 진보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278쪽)
언젠가는 억지로 한류라는 이름을 갖다 붙인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특히 저자는 아시아 시대가 서막을 열었다고 생각한다며, 아시아에서 질문하고 아시아에서 답을 구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하니, 그 시작으로 이 책을 읽고 한류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