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 -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 행동하는 사람의 힘
이미소 지음 / 필름(Feelm)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궁금했다. '춘천 감자빵 성공 스토리'라는 점에서 이 책을 그냥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이 빵 저 빵 이미 많이 나와있는 상황에서, 당연히 레드오션이라 생각되는 분야에서, 어떻게 감자빵 스토리를 키우고 가꿨는지 들어보고 싶었다.

사실 이 정도 설명에서 그다지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면, 저자 소개 한 문단에서 그냥 바로 이 책이 궁금해질 것이다.

서울에서 IT회사를 다니다 감자 농사를 지으셨던 아버지의 전화 한 통에 26살에 춘천으로 내려가 감자를 팔기 시작했다. 감자와 울고 웃는 3년간의 동고동락 끝에 감자와 똑 닮은 춘천 감자빵을 개발해 연 매출 100억을 돌파했고, 대한민국 관광공모전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책날개 중에서)

누군가 성공신화를 이루었다면 그 과정이 어떠했는지 궁금해진다. 춘천 감자빵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거기에 얽힌 개인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 『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미소. 청년 농부 출신 남편과 함께 '농업회사법인 밭 주식회사'를 설립해 100여 명의 크루들과 함께 '좋은 농산물을 올바른 방법으로 제공한다'라는 슬로건 아래 종자의 다양성을 알리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고민하고, 함께 성장하는 공간인 '밭'을 만들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추천의 글 '오희영, 김지헌, 김윤정, 홍상기', 프롤로그 '흙 속 감자가 연 매출 100억의 진주가 되기까지'를 시작으로, 1부 '어쩌면 운명일지도 몰라', 2부 '감자 사업은 처음이라서요', 3부 '연 매출 100억 '감자빵'을 탄생시킨 비결', 4부 '최고보다 최선이 되어라'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앞으로의 다이어리'로 마무리된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처음 춘천에 내려온 날의 기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온 창고를 가득 메운, 팔리지 못한 60톤 감자를 보며 얼마나 답답했을까. 저자는 이 여정을 '사업'을 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서울에서 직장인으로 살다가 춘천행을 결심하는 이야기에서 문득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장면이 겹친다. 그리고 그 끝이 성공이라는 것을 알기에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어나갔다.



그냥 단순히 감자빵을 만들어서 성공했다는 이야기만 생각하며 이 책을 집어 들었는데, 눈앞에 펼쳐진 문제를 척척 해결해나가는 당찬 모습을 바라보며 저자의 아버지가 참 든든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종자에 대한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어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정말 몰랐다. 종자에 대한 것을 말이다.

우리나라 요리사들끼리 흔히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한다. 마트에는 두 가지 당근이 있는데, 하나는 '세척 당근', 하나는 '안 세척 당근'이라는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시장 상황을 꼬집는 흔한 농담에 나는 웃을 수도, 그렇다고 울 수도 없었다.

우리나라에도 우수하고 다양한 농산물 종자가 많고, 심지어 우리가 자체 개발한 종자도 있는데, 왜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 걸까? 왜 똑같이 생긴 종자만을 인정하는 걸까? 왜 흰 감자, 빨간 당근밖에 볼 수 없는 걸까?

청양에서 고추 농사를 짓지만, 수십억 원의 종자 사용료를 몬샌토에 내고 있다. 또한 시금치 종자 사용료는 덴마크에, 대파 종자 사용료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키위종자 사용료는 뉴질랜드에 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나라 국민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밥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소는 우리 땅에서 나지만, 종자 양육에 대한 사용료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모르고 있다. (32쪽)



그냥 승승장구하면서 성공가도를 달리면 오히려 흥미가 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여곡절 실패를 거듭하며 길을 찾아 나서는 모습에서 조마조마하면서 읽는 맛이 있다.

우왕좌왕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 걸어가고 있고, 어떻게 헤쳐나갈지 터득했기에 앞으로도 꿋꿋하게 방향을 잃지 않고 잘 나아갈 것이라 여겨진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잠깐의 쉼표를 찍은 것일 테다. 혼자만이 아니라 함께 나누기 위해서.




춘천에 가면 꼭 방문해야 한다는 그곳, 매일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선다는 까페 '감자밭'. 감자와 똑같이 생겨 호기심으로 먹어봤다가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란다는 전설의 감자빵을 만든 주인공. 이미소 대표와의 첫 만남을 나는 또렷이 기억한다. 당시 이미소 대표는 주관도 표현도 결정도 다부지고 당찼다. 무엇보다 미약하게 시작해 이룬 커다란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느 사람들이 그러하듯 구름 위를 붕붕 떠다니며 날고 있지 않았고, 오히려 누구보다 정확히 발을 땅에 딛고 서서 더 큰 그림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랬다. 그녀는 큰 그릇임을 나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감자밭! 성공하는 브랜드의 가장 첫 번째 조건은 역시 단기간의 이익보다 그 이상의 가치를 바라보는 진정성과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스며 나오는 스토리텔링의 에너지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닐까? 지금까지의 '감자밭'보다 나는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감자밭 농장주 이미소의 진심과 배짱에 이제 시간이 선물한 영민함이 더해졌으니 말이다.

_브랜드 컨설턴트, 히노컨설팅 대표 노희영

한 번의 성공에 붕붕 떠다니지 않고, 한 번의 실패에 좌절해서 쓰러지지 않고, 이렇게 저렇게 해보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특히 이제 서른한 살의 나이라니 앞으로가 더 기대되지 않겠는가. 무언가 해낼 수 있는 힘을 건네주는 책이니, 감자빵 스토리가 궁금하거나 그 추진력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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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행동경영학 - 고객과 직원의 행동을 슬쩍 바꾸는 1% 행동 설계의 비밀
리처드 채터웨이 지음, 소슬기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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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행동경제학'은 들어봤어도 '행동경영학'은 생소하다. 하지만 '행동경영학'이라는 단어가 다소 낯설어도 괜찮다. '처음 읽는'이라는 수식어를 보며 안심해도 된다. 이 책은 처음 읽는 사람들을 위한 행동경영학이니,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알고 보니 그리 어려운 개념도 아니다. 바로 ''넛지 Nudge'를 비즈니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라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인사관리에서부터 마케팅까지, 조직과 일을 혁신하는 비즈니스의 뉴웨이브

전 오길비 행동과학 실행팀 리더가 안내하는 행동경영학의 최전선 (책 띠지 중에서)

행동과학은 어떻게 비즈니스의 전제를, 공식을, 발상을 바꾸고 있는지 궁금해서 《처음 읽는 행동경영학》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리처드 채터웨이. 행동경영 스페셜리스트이다. 세계적 마케팅회사 오길비의 행동과학 실행팀의 리더였고, 커뮤니케이션사이언스그룹 창립자이며 현재 행동과학 전문 컨설팅회사 BVA 넛지 유닛의 CEO로 행동경영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전문가이다.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와 광고회사, 기업에게 행동과학에 기초한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안하고 실행하는 일을 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행동과학을 비즈니스에 실용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다룬다. 행동과학에서 얻은 강력한 통찰을 비즈니스에 적용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이 책을 활용할 수 있다. 이 흥미진진하고 새로운 학문은 고객 경험, 마케팅, 소비자 조사, 고객 유지, 채용, 사업 실적, 인공지능이나 자동화를 비롯하여 엄청나게 많은 분야에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10쪽)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된다. 추천사 '비즈니스에 행동과학이 필요하다', 들어가는 말 '인간 행동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시작으로, 1부 '행동경영의 시대', 2부 '디지털 산업과 행동과학', 3부 '인공지능 시대의 행동경영', 4부 '생산성 향상과 행동과학', 5부 '행동과학과 소비자', 6부 '더 나은 마케팅을 위한 행동과학'으로 이어지며, 결론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마무리된다.

먼저 '일러두기'의 말을 기억해두고 읽기 시작한다. 이 책에서는 인용이나 추천사 등이 아니면 저자는 행동경제학이나 사회심리학보다는 행동과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행동과학이라는 용어가 의사결정에 관한 학문 전체를 요약하기에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주(307쪽)에서 밝히고 있으니, 함께 사용되는 개념인 '행동경영'은 행동과학을 경영 현장에 적용하는 것을 의미하고, 제목에 사용된 '행동경영학'은 행동경영과 관련한 연구 및 조사를 아우르는 개념이라는 것을 인식해두고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그래도 저자가 하는 말처럼 시대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넛지'에 대해서도 예전에는 많이들 생소했지만, 지금은 익숙한 개념이 되었으니, 행동경영학도 이 책이 스타트를 끊고 앞으로 점점 더 많이 다양하게 퍼져나가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읽다 보면 익숙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아, 이 이야기들을 행동경영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되겠구나.' 생각해 본다.

기업은 시간 제한 할인, 마감 할인 등을 통해 이런 편향을 마케팅에 활용한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예컨대 표나 호텔 방을 예매할 때 "이 가격에 다섯 분만 모십니다!" 같은 넛지를 통해 이런 편향을 자극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 상품을 좀 더 원하게 되며 즉시 구매할 가능성도 커진다. 그러나 여기서 교묘한 문구에 주목해보자. '이 가격에'라는 말은 가격이 올라갈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내재적 편향 때문에 지금 사지 않으면 값이 오를 거라고 가정한다. (51쪽)

중간중간 행동경영의 핵심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예시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읽어나갈 수 있고, 각 부가 끝날 때에는 '행동경영 인사이트'를 통해 그동안 읽은 부분 요점을 정리하고 핵심을 기억해본다.

이 책에서는 행동과학을 경영학에 접목시켜 이해하기 쉽게 들려주고 있으니, 행동경영학에 대한 개념을 이 책을 통해 이해하고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이 책에서 그 방향을 안내해 줄 것이다.

'나는 전혀 몰라요'라고 생각하고 펼쳐들더라도 의외로 알고 있는 것이 많다는 사실, 그리고 생각보다 흥미로운 책이어서 자꾸만 멈춰서 집중하며 읽어나가게 된다는 사실도 이야기하고 싶다. 특히 기업 관계자나 마케팅 종사자, 비즈니스 관계자 등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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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천재 열전 -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인문적 세계를 설계한 개혁가들
신정일 지음 / 파람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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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화사회학자 신정일 님의 책이라는 점에서 읽어보기로 결정했다. 그냥 다소 단순한 제목이지만, 그런 '조선천재'에 대한 이야기도 그의 글을 통하면 더욱 흥미진진하게 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 역사 속 천재들 9인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 역사 속 천재들이라, 얼핏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어도 보다 자세한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이 책을 읽겠다고 생각하고 나서야 그들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어떤 사람들의 어떤 이야기일지 이 책 『조선 천재 열전』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신정일. 문화사회학자다. 역사와 문화 관련 저술 활동을 하는 작가이자 도보여행가이기도 하다. 한국의 10대 강 도보 답사를 기획하여 금강에서 압록강까지 답사를 마쳤고, 한국의 산 500여 곳을 오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옛길인 영남·관동·삼남대로를 도보로 답사했으며, 부산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걷고서 해파랑길을 만드는 데도 기여했다. 2005년에 시작된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대표를 맡고 있으며,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길 위의 인문학_우리땅 걷기'에도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불러온 도보 답사의 선구자다. (책날개 발췌)

이 시대에 천재란 무엇이고, 천재의 소명은 무엇인가? 이를 짚어보기 위해 쓴 이 책은 우리 역사 속에 수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져간 천재들의 삶을 추적하면서, 천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바르게 사는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되짚는 텍스트가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기존의 단순한 나열식 위인전이 아니라, 한국 역사 속 천재들의 진솔한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새로운 시대의 천재상을 도출해내는 또 다른 역사 기획물이다. 이를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사의 인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면서 대중 교양과 청소년 교육애 적절한 자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7쪽)

이 책에는 김시습, 이이, 정철, 이산해, 허난설헌, 신경준, 정약용, 김정희, 황현 등 총 9인의 천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시습, 어긋난 세상일에 번민한 비운의 천재 문사', '이이, 주자의 성리학을 조선의 성리학으로 만든 천재 학자', '정철, 뜨거운 얼음 같은 천재 시인', '이산해, 이익이 경탄한 천재 문장가', '허난설헌, 조선의 천재 여류 시인', '신경준, 『산경표』를 완성한 실천적 천재 지리학자', '정약용, 유배지에서 새로운 길을 찾은 천재', '김정희, 실사구시로 추사체를 완성한 천재 중의 천재', '황현, 조선을 지킨 마지막 천재'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김시습은 나면서부터 생지지질(生知之質)이 있었다고 할 정도로 천품이 남달리 특이해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스스로 글을 알았다. 이웃에 살고 있던 조선 전기의 문신 최치운이 그것을 보고 기이하게 여겨 "배우면 곧 익힌다"라고 하여 이름을 '시습(時習)'이라고 지어주었다. 김시습은 말을 느릿느릿하게 했지만, 정신은 민첩하여 입으로는 비록 읽지 못하면서도 그 뜻은 모두 알았다. (17쪽)

이 책은 김시습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처럼 그 일화가 놀랍고 흥미롭다.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남달랐고 8개월 만에 글도 읽고 세 살 때 시를 지을 줄 알았다고 하니,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천재다. 이 책은 천재에 대한 책이니 그리하지 못했다고, 혹은 우리 애가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해도 너무 아쉬워 말자.

유명한 사람은 사실 이름 말고 잘 모르고 있으니 이 책을 통해 하나씩 세세하게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이름을 잘 모르고 있거나 처음 들어봐도 괜찮다. 읽어나가다 보면 '아, 그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산해라는 인물은 생소했으나, 토정비결 이지함의 조카라는 데에서 '아!' 외치며 무언가 한 걸음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성호사설』의 저자인 성호 이익은 김시습과 선조 때 인물인 이산해를 '조선의 천재'라고 칭하면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122쪽)'라고 하니 호기심이 샘솟아 다음 이야기까지 눈을 반짝이며 읽어나갔다.




얼핏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처음 듣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지식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모두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읽어도 좋을 만큼, 그동안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고 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이 책은 한 번에 한 명씩, 큰 틀에서 훑어보며 읽어보기를 권한다.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이 잘 되어 있어서 굵직굵직한 장면이 강하게 큰 틀에서 핵심을 짚어주면서도 세세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한자를 잘 알든 잘 모르든 상관없이 한달음에 읽어나갈 수 있도록 정리를 잘 해주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지식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듯 호기심 가득해서 읽어나가게 되니, 조선 9인의 천재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며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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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괜찮냐고 시가 물었다 - 시 읽어주는 정신과 의사가 건네는 한 편의 위로
황인환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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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일 시를 읽으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마음이 동요되었다. 내가 요즘 느끼는 것을 대신 짚어주는 제목이니 말이다.

정신과 의사가 시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지금보다 더 시에서 위로도 찾고 답도 얻고 싶어서 이 책 『마음은 괜찮냐고 시가 물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시 읽어주는 정신과 의사로 1년 넘게 《정신의학신문》에 글을 연재했다.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기 위해 대한정신건강재단 상담의, 코로나생활치료센터 심리지원단 지정 전문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시 읽어주는 정신과 의사 황인환 원장은 이 책에 상처를 어루만지고, 관계를 돌아보도록 하며 삶의 방향을 바로잡는 시들을 담았다. 시가 마음의 안부를 물으면 심리 이론이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분주한 하루의 끝, 오늘도 고생한 나에게 시 한 편의 여유를 선물하는 건 어떨까? 시와 심리학이라는 두 가지 창구로 마음에 다가갈 때, 비로소 조화롭고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내가 시를 읽는 이유'를 시작으로, 1부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발견하다', 2부 '모든 관계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3부 '이 세상 모든 곳에 나의 자리가 있다'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시와 같은 마음으로'로 마무리된다. 1부에서는 방어기제, 불안, 자존감, 무기력, 완벽주의, 외로움, 2부에서는 독립, 애착, 이별, 비밀, 페르소나, 연애, 인간관계, 3부에서는 번아웃, 성장, 자기애, 우울, 분노, 피해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라디오 방송을 들을 때의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갑자기 뜬금없이 훅 주어지는 음악은 거리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일상 이야기, 우리의 내면 이야기 등을 소소하게 풀어나가며 그 연장선상에서 음악을 들려주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더 몰입해서 듣게 된다. 가사도 더 집중해서 들으며 내 이야기 같은 느낌도 건져가고, 평소에는 흘려들었던 노래지만 더 특별하게 들리는 경우도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정신과 의사가 우리의 감정을 짚어주며 시 한 편씩 들려주니 이 시들이 무언가 다른 느낌으로 특별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시를 들려주는 DJ이다. 조곤조곤 풀어내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가 나오는 시 한 편은 마치 음악과 함께 낭송되는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아무리 바쁜 세상이어도 이 시들 만큼은 천천히 눌러 읽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서 의미를 건져보는 시간을 가진다.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그동안 어떤 나날들을 보내왔나요. 조용히 앉아 느껴봅니다. 어렴풋이 자국 같은 것이 보이는 듯합니다. 제대로 볼 수도, 닿을 수도 없지만 마음만은 젖어갑니다. 바쁘게 하루를 보내다 밤이 오면 내 안에 있는 것들이 더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258쪽)

이 책에는 시와 심리 이론이 함께 담겨 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시가 마음의 안부를 물어주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며 이야기를 건넨다. 정신과 의사가 선별하여 읽어주는 시는 그와 연관되어 마음에 더욱 특별하게 물들며 깊이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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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나라의 여행기 - 어느 괴짜 작가가 사상 최악의 여행지에서 발견한 것들
애덤 플레처 지음, 남명성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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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데에는 이 설명이면 충분했다.

체르노빌부터 북한까지, '죽기 전에 절대 가보지 말아야 할' 여행지로

세상 모든 사람을 만나러 떠난 한 남자의 시끄럽고 유쾌한 회고록 (책 뒤표지 중에서)

하긴 그렇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라고 해도 갈까말까인데, 절대 가보지 말아야 할 여행지라니 안 가보고 싶다. 이건 정말 책으로 접해야 한다. 그리고 책 속의 글만으로 충분하다.

예루살렘, 아프리카, 체르노빌, 북한……. 다들 "거긴 안 돼요!"라고 외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마이너한 곳의 가장 미스테리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세계와 타인과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길을 잃고, 실패하고, 헤매고 다닌 이 무의미하고 거룩한 여행기를 보라. (책 뒤표지 중에서)

그 여행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기묘한 나라의 여행기』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애덤 플레처. 1983년 영국에서 태어났고, 현재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다. 주로 책을 쓰거나 기고문을 작성하며, 원고를 작업하지 않을 때는 초콜릿을 먹거나 낮잠을 자며 시간을 보낸다. 주요 관심사는 '아무도 지켜보지 않을 때 사람들이 저지르는 이상한 행동들'과 '모두가 피하려 하는 여행지'로, 이러한 내용들을 『기묘한 나라의 여행기』에 담아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17장으로 구성된다. 터키 이스탄불, 중국, 가나 키시,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체르노빌,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사이 리버랜드, 북한 평양 등의 여행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끔찍한 곳이네. 사람 잡겠어.", "히틀러도 민주적으로 선출되었습니다. 민주주의에는 장점이 없습니다", "혁명 정신을 칭찬하셨습니다." 등 제목만 보아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 책을 읽어보기로 한 것인데, 이 책을 보면 이런 여행은 안 하고 싶다. 위험하고 스릴 넘치고 긴장된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꼭 직접 해야만 값어치가 있겠는가. 상상하며 그 상황을 가늠해 보니 오히려 더 색다르다. 그 어디에서 이런 여행을 경험할 수 있겠는가. 책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시절에도 안 가본 곳인데, 이렇게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제한해야 할 때는 더더욱 안 가고 싶은 곳에 대한 이야기이니 오히려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을 보며 '아, 그곳에 안 가서 다행이다'라는 생각마저 든다.

아, 그런데 유머 코드는 그때그때 다르다. 어떤 때에는 재미있지만, 이게 뭔가 싶을 때도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영국식 유머인가 보다. 가끔은 웃음이 터지는 박자가 뜬금없기도 하고, 한 박자 늦기도 한다. 아, 왜 아까 전에 읽었던 것이 지금 웃기냐고.

그러면서도 문득 한 마디씩 던져지는 촌철살인의 문장들, 여기에서 공감을 하며 읽어나간다.

여행하는 목적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이 속하지 않은 곳에 있음으로써 느끼는 생소함은 주위 모든 것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대 그리고 결국 그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준다. 대신 아이 같은 순진함이 생겨난다. 나는 그런 느낌이 어마어마하게 즐겁다. (321쪽)

한때 남들이 가는 데에 똑같이 가는 게 무슨 의미인가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남들 가는 데 굳이 안 가는 게 무슨 의미인가 생각했다.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니고 책을 통해 상상으로 여행 가는 것을 즐기는 중이다. 이 책은 특히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여행 이야기라는 점에서 모험심을 자극하니, 여행을 하지 못해 아쉬운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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