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천재 열전 -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며 인문적 세계를 설계한 개혁가들
신정일 지음 / 파람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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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화사회학자 신정일 님의 책이라는 점에서 읽어보기로 결정했다. 그냥 다소 단순한 제목이지만, 그런 '조선천재'에 대한 이야기도 그의 글을 통하면 더욱 흥미진진하게 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 역사 속 천재들 9인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 역사 속 천재들이라, 얼핏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어도 보다 자세한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이 책을 읽겠다고 생각하고 나서야 그들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어떤 사람들의 어떤 이야기일지 이 책 『조선 천재 열전』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신정일. 문화사회학자다. 역사와 문화 관련 저술 활동을 하는 작가이자 도보여행가이기도 하다. 한국의 10대 강 도보 답사를 기획하여 금강에서 압록강까지 답사를 마쳤고, 한국의 산 500여 곳을 오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옛길인 영남·관동·삼남대로를 도보로 답사했으며, 부산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걷고서 해파랑길을 만드는 데도 기여했다. 2005년에 시작된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대표를 맡고 있으며,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길 위의 인문학_우리땅 걷기'에도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불러온 도보 답사의 선구자다. (책날개 발췌)

이 시대에 천재란 무엇이고, 천재의 소명은 무엇인가? 이를 짚어보기 위해 쓴 이 책은 우리 역사 속에 수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져간 천재들의 삶을 추적하면서, 천재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바르게 사는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되짚는 텍스트가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기존의 단순한 나열식 위인전이 아니라, 한국 역사 속 천재들의 진솔한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새로운 시대의 천재상을 도출해내는 또 다른 역사 기획물이다. 이를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사의 인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면서 대중 교양과 청소년 교육애 적절한 자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7쪽)

이 책에는 김시습, 이이, 정철, 이산해, 허난설헌, 신경준, 정약용, 김정희, 황현 등 총 9인의 천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시습, 어긋난 세상일에 번민한 비운의 천재 문사', '이이, 주자의 성리학을 조선의 성리학으로 만든 천재 학자', '정철, 뜨거운 얼음 같은 천재 시인', '이산해, 이익이 경탄한 천재 문장가', '허난설헌, 조선의 천재 여류 시인', '신경준, 『산경표』를 완성한 실천적 천재 지리학자', '정약용, 유배지에서 새로운 길을 찾은 천재', '김정희, 실사구시로 추사체를 완성한 천재 중의 천재', '황현, 조선을 지킨 마지막 천재' 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김시습은 나면서부터 생지지질(生知之質)이 있었다고 할 정도로 천품이 남달리 특이해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스스로 글을 알았다. 이웃에 살고 있던 조선 전기의 문신 최치운이 그것을 보고 기이하게 여겨 "배우면 곧 익힌다"라고 하여 이름을 '시습(時習)'이라고 지어주었다. 김시습은 말을 느릿느릿하게 했지만, 정신은 민첩하여 입으로는 비록 읽지 못하면서도 그 뜻은 모두 알았다. (17쪽)

이 책은 김시습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처럼 그 일화가 놀랍고 흥미롭다.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남달랐고 8개월 만에 글도 읽고 세 살 때 시를 지을 줄 알았다고 하니,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천재다. 이 책은 천재에 대한 책이니 그리하지 못했다고, 혹은 우리 애가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해도 너무 아쉬워 말자.

유명한 사람은 사실 이름 말고 잘 모르고 있으니 이 책을 통해 하나씩 세세하게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이름을 잘 모르고 있거나 처음 들어봐도 괜찮다. 읽어나가다 보면 '아, 그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산해라는 인물은 생소했으나, 토정비결 이지함의 조카라는 데에서 '아!' 외치며 무언가 한 걸음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성호사설』의 저자인 성호 이익은 김시습과 선조 때 인물인 이산해를 '조선의 천재'라고 칭하면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122쪽)'라고 하니 호기심이 샘솟아 다음 이야기까지 눈을 반짝이며 읽어나갔다.




얼핏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처음 듣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지식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모두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읽어도 좋을 만큼, 그동안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고 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이 책은 한 번에 한 명씩, 큰 틀에서 훑어보며 읽어보기를 권한다.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이 잘 되어 있어서 굵직굵직한 장면이 강하게 큰 틀에서 핵심을 짚어주면서도 세세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한자를 잘 알든 잘 모르든 상관없이 한달음에 읽어나갈 수 있도록 정리를 잘 해주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지식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듯 호기심 가득해서 읽어나가게 되니, 조선 9인의 천재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며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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